2012년도 글 백업입니다. “넌 왜, 지금도 나를 자꾸만 나를 아프게 해-!!” oh my-! 김용은 영혼 없이 탬버린을 챙챙 흔들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호응으로 소리도 좀 내 주고 탬버린도 박자 맞춰서 잘 두드려 주었지만 이번이 중간에 끼워넣은 리메이크 곡 포함해서 벌써 다섯 번째 반복하는 곡이었다. 저 곡이 저렇게 마음에 드나. 김용은 탬버린을 들고 있지 않은 오른손으로 조미 오징어 하나를 집어다 질겅질겅 씹었다. 현재 위치는 단지 내 상가에 있는 그냥 평범한 노래방. 김용이 단골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그닥 특출날 것도 없다. 판매하는 음료수도 콜라, 사이다, 환타, 밀키스, 물, 아주 평범한 논 알콜 일색. 단란 주점이나 술을 판매하는 룸 같은 걸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그러니까 현재 테이블 위..
2012년도 글 백업입니다. 띠링- 핸드폰에서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울렸다. 사실 핸드폰으로 시계를 본다고 켜고 있지 않았으면 그게 제 핸드폰에서 난 소리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막 열두시- 그러니까, 자정을 넘기고 있는 핸드폰 시계를 보다 김건호는 핸드폰 잠금화면을 밀었다. 조그마한 곰인형 같은 것이 화면 가운데서 빙글빙글 돌다 멈추었다. 오늘의 운세! 기계음으로까지 들리는 귀여운 목소리가 울려퍼져서 김건호는 황급히 잠금버튼을 누르고 주위를 둘레둘레 둘러보았다. 워낙에 사람이 많은 역이다보니 주변은 꽤나 붐비고 있었지만 그 때문인지 제각기 이야기를 나누느라 이쪽에는 주목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김건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 보았다. 다행히 소리는 다시 나지 않았다. 가운데 서..
2012년도 글 백업입니다. 할로윈, 할로윈 잘도 떠들어대지만 '진짜배기'들에게 이런 가짜들이 뛰어노는 날은 상당히 복잡한 심경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일년에 며칠 되지 않는 본래 옷을 입고 활보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지만 가짜들이 거리에 넘쳐나는 것을 보면 영 기분이 착잡한 것이 일족이 이렇게까지 웃음거리가 되야 하는가에 대한 서글픔이 문득 솟구치는 것이다. -이것도 다 그놈의 순혈 정혈 열심히 외쳐대는 가문의 교육 덕이라고 생각하면 이게 더 마음이 착잡하지만.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몇 년 전까지만해도 할로윈이다! 라고 아무리 외쳐도 아는 사람 거의 없던 이 나라에도 어느새인가 외국의 문물이 스며들어와 인터넷에서 검색 조금 해볼라 치면 할로윈에 파티해요! 등의 말이 올라온다. 새삼 인간들이 말..
2012년도 글 백업입니다. IM(Instant massenger) : 인터넷 등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두 명 이상의 실시간 텍스트 통신 클라이언트. 대표적인 예로는 카카오톡. (위키백과 출처 내용을 편집) 김건호는 방바닥에 앉아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방바닥에 꿇어앉아 있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방바닥에 꿇어앉아 무릎 조금 앞쪽에 둔 검은색 투박한 핸드폰을 지그시 쳐다보며 조금 떨고 있었다. 단순한 네모 모양의 스마트폰에 구멍을 뚫고 싶은건지 한참동안 무릎에 손을 올리고 등도 뻣뻣하게 편 상태로 스마트폰을 노려보고 있던 김건호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스마트폰에 조금 뻗었다가 다시 손을 거두어들이길 벌써 다섯 번 째 반복하고 있었다. 분명히 헐렁한 박스티에 바지 옆선을 따라 두툼하게 줄이 간 트레이닝..
2012년도 글 백업입니다. "건호 씨, 우리 헤어지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이었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데이트였다. 늦지 않게 나와서, 영화 보고, 얘기를 하기도 하고, 별 말 없이 있다가 서로 배가 고파져서 식사를 했다. 점심은 주로 따로 먹고 만났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덜 바쁜 쪽이 더 바쁜 쪽을 바래다 주었다. 가끔 외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니까, 오늘은 저녁식사 후 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저 한마디 때문에. 김건호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멍한 얼굴로 상대방을 쳐다 보았다. 그는 여전히 가볍게 웃고 있었고, 손에 든 물잔으로 가볍게 입술을 축이기도 하고-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은 듯 했다. 그러니까, 뭔가, 자신이 잘못 들은건가? 조금 떨리는 입으로 김건호는 말을 토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