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가 죽어서 다른 사람에게 빙의했는데 사이가 막 엄청 좋지는 않았던 원 남편에게 재취 자리로 부모가 혼담을 넣어서 한숨 쉬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담판 지으려고 전 남편 집무실에 갔는데, 거기서 편지 한 통 발견했으면 좋겠다. "부인, 저승에는 잘 도착하셨습니까. 내가 보내준 노자가 모자라지는 않았는지, 카론이 그대를 잘 데려다 주었는지 못내 궁금합니다. 잘 도착한다면 그러했다고 편지라도 보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제가 그 편지 자국을 따라 갈 수라도 있으련만." 왜 내가 당신 집안의 혼담을 받아들이리라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결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 부인은 저승에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혼약은 끝난 적이 없지요. 당신은 남편이 출국했다고 다시 결혼하시겠습니까. 언젠가 제가 저승..
부자야, 부자라고. 난 부자야! 손에서 짤랑짤랑 소리가 나며 금화들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내렸다. 무슨 상관일까, 다시 퍼올리면 될 것을! 산 깊숙한 데까지 약초를 캐러 왔다가 갑자기 꺼지는 허방다리로 추락한지 30분. 동굴을 따라 쭉 걸어오니 거대한 동공이 나를 반겼다. 산모퉁이에서 주운 빛나는 돌은 마력석이었다. 마력석을 통해 결계를 비집고 들어오자(그것도 나중에 알았지만) 그 안에는 거대한 드래곤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시체인 줄 몰라서 5분 정도를 숨도 못 쉬고 있었던 건 비밀이다. 산 아래 약초꾼의 딸이 죽은 드래곤의 레어를 발견할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심지어 그 드래곤이 재산을 처분하지 않고 죽었을 확률은? 드래곤의 시체가 있었던 동공 한 켠에는 금화와 온갖 색을 가진 보석들이 쌓여있었..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안녕하십니까, 마리아라고 합니다. 이쪽 세상에 태어난 지는 대략 사십 년쯤 되었군요. 그것보다 적기는 하지만 그냥 마흔이라 여기셔도 됩니다. 저쪽 세상의 나이까지 합하면 예순이 훌쩍 넘으니 별 관련이 없겠네요. 네, 맞습니다. 환생자입니다. 흔한 이야기지요. 트럭에 치이고 나니 다른 세계에 왔다는 것은. 저는 그 사실을 스물이 조금 넘었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날은 날씨가 아주 고왔답니다. 빨래를 하고 이불을 널어둘 만한 날씨였어요. 모자에서 빠진 머리를 다시 넘기고 땀을 훔치다 저는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저것만큼 좋은 날씨를 어디서, 아주 한가하게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벼락 같은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다른 세계에서 왔구나, 하고. 미친 소리..
/가장 고귀한 자의 다른 한 편이 세상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으리라/ 신탁은 애매한듯 명확했다. 왕은 왕자에게 명령했다. 이제는 멸망한 나라의 고성에 가서, 네 신부를 데려 오라고. 왕자는 그렇게 했다. 호위기사 몇몇과 짐을 꾸려 고성을 향했다. 왕자는 그 스스로도 검 솜씨가 있는 편이라 호위기사들은 가끔 전서구의 역할도 해야 했다. 그래서 고성에 다다랐을 때 왕자 옆에는 호위기사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키도 크고 몸도 단단한 남자 기사는 왕자의 검처럼 움직여 고성을 샅샅이 뒤졌다. 그가 걷은 거미줄 밑을 지나고 기사가 턴 먼지를 스쳐 성 꼭대기까지 다다랐지만, 당연히도 고성에 사는 사람은 없었다. 멀리서 해가 지고 있었다. 왕자는 장갑을 낀 손으로 창틀을 짚었다. 먼지가 풀썩 올랐다. “아를.” “예, 전하..
천마(여)가 로판 영애한테 빙의해서 바지 입고 무도회 나타나서 모든 귀족들을 충격에 빠트리는 상상 "왜 아니되는가? 저 자는 본좌의 심기를 거슬렀다." "본인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생각했다면 본인 목숨도 파리 목숨이 될 각오를 해야지." "광오하다! 본좌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구나!" 를 말하는 힐 신은 영애...(힐만이라도 신어달라고 하녀가 무릎 꿇고 빔) "어찌 본좌에게 검을 주지 않는 것인가!" "만류귀종이라. 마편으로도 대강 휘두를 수는 있군." 말채찍 들고 풀어내린 머리채에 바지에 셔츠 입고 무도회 나가서 사교계 인사들 다 기절함 그리고 시비 거는 인사들 말채찍으로 때리려고 해서(죽이려고 해서) 소드마스터인 오빠가 끌고 나가고 막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여동생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