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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가 죽어서 다른 사람에게 빙의했는데 사이가 막 엄청 좋지는 않았던 원 남편에게 재취 자리로 부모가 혼담을 넣어서 한숨 쉬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담판 지으려고 전 남편 집무실에 갔는데, 거기서 편지 한 통 발견했으면 좋겠다.
"부인, 저승에는 잘 도착하셨습니까.
내가 보내준 노자가 모자라지는 않았는지,
카론이 그대를 잘 데려다 주었는지 못내 궁금합니다.
잘 도착한다면 그러했다고 편지라도 보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제가 그 편지 자국을 따라 갈 수라도 있으련만."
왜 내가 당신 집안의 혼담을 받아들이리라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결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 부인은 저승에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혼약은 끝난 적이 없지요. 당신은 남편이 출국했다고 다시 결혼하시겠습니까.
언젠가 제가 저승으로 가게 되면 부인을 볼 수 있을 터이니. 그때까지.
근데 소공작인 전남편은 공작의 명으로 강제로 여주와 약혼하게 되고 가끔 한 번 씩 약혼녀와 차 마시는 자리에 불려나가게 되는데 자꾸 거기서 부인의 모습이 보여서 자기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 보고 싶다. 수는 잘 못 놓지만 편물은 그럭저럭 한다던가, 아주 뜨거운 차만 마신다던가, 기타 등등.
제목을 만약 짓게 된다면 에우리디케로 하고 싶다. 근데 정작 주인공 이름에는 오르페우스도 에우리디케도 없이.
하데스가 이르노니 너는 아직 이곳의 음식을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어 다시 뭍으로 올려 보내되 네 육신은 이미 나와 내 부인에 속한 즉 먼저 이곳의 씨앗을 삼킨 육에 네가 깃들어 모든 것은 순리대로 돌아가리라
페르세포네가 이르되 이미 모이라가 씨실과 날실을 이었으니 아직 그 끈이 너를 감고 있는 바 카론이 이미 삯을 받았으니 너를 되돌려 보낼 것이오 너는 거미줄 위에서 노닐다가 그 줄이 끊어질 때가 되면 네 몫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으리라
케르베로스가 가로되 멍! 멍! 멍멍!
카론이 금화를 손에 올린 것을 내밀며 가로되 물지 마 이 강아지야! 그리고 또한 이르기를 너의 서방 되는 자가 나에게 이 금화를 준 즉 다시 너를 건네 줄 삯이 되는데 이 강을 다시 건넌 자는 에우리디케와 너 뿐인 바 나가서 이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 하더라
그리하여 카론이 스튁스 강을 거슬러 영혼을 데려다 주는 데 노를 한 번 저을 때마다 배 한구석에 놓여있던 금화가 한 닢에서 한 주머니로, 한 주머니에서 한 궤짝으로 점점 많아져 영혼이 놀라니 카론이 다시 가로되 너의 서방 되는 자가 또한 보내는 것이니 놀라지 말라 하더라
헌데 궤짝이 하나에서 둘이 되고 둘에서 셋이 되는 즉 배가 점점 강 바닥을 향해 가라앉으니 물의 출렁거림이 넘나들며 영혼을 덮쳐 카론이 껄껄 웃으며 가로되 네가 발설할 도리가 없으리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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