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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글 백업입니다.
IM(Instant massenger) : 인터넷 등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두 명 이상의 실시간 텍스트 통신 클라이언트. 대표적인 예로는 카카오톡. (위키백과 출처 내용을 편집)
김건호는 방바닥에 앉아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방바닥에 꿇어앉아 있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방바닥에 꿇어앉아 무릎 조금 앞쪽에 둔 검은색 투박한 핸드폰을 지그시 쳐다보며 조금 떨고 있었다. 단순한 네모 모양의 스마트폰에 구멍을 뚫고 싶은건지 한참동안 무릎에 손을 올리고 등도 뻣뻣하게 편 상태로 스마트폰을 노려보고 있던 김건호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스마트폰에 조금 뻗었다가 다시 손을 거두어들이길 벌써 다섯 번 째 반복하고 있었다.
분명히 헐렁한 박스티에 바지 옆선을 따라 두툼하게 줄이 간 트레이닝복, 아니 츄리닝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건호는 면접을 볼 때만큼 불편해 보였다. -사실 그만큼 긴장하고 있기도 하고.
'번호 저장 됐죠?'
귓가에 다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등부터 얼굴까지 소름이 확 끼쳐 올라왔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김건호는 뚤레뚤레 고개를 젓고 큼지막한 손으로 볼을 문질렀다.
'저도 잘 된 거 같긴한데. 흠, 이따 확인하게 문자하세요?'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니, 대답을 하기는 했던가. 그러니까, 어. ....했을거다. 분명히.
여하간 여기에 황태룡씨 핸드폰 번호가 저장되어 있다니.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다. 요 손바닥만한, 아니 손바닥보다 작은 것의 무게가 무서워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다. 믿기지가 않아서 조심스레 핸드폰을 들어 잠금을 해제했다. 주소록을 누르자 최근 등록한 사람이 맨 위에 떴다. 황태룡. 얼굴이 다시 확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으아아아. 입에서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안절부절 못하고 한참을 퍼득거렸다. 봐도봐도 맨 위에 황태룡, 하고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문자하라고 하셨는데. 다시 퍼뜩 기억이 올라왔다. 김건호는 다시 손바닥만한 핸드폰에 정신을 쏟았다. 문자창을 열어서 새 문자 쓰기를 누르려고 하는 순간 맨 위칸을 보고 문득 경직되어버렸다. 생각해 보니 이번 달에 일이 있어서 영업부에 단체 문자를 몇 번 돌렸었지. 박재천 외 00명, 이라고 인명처럼 등록된 문자창에 올라간 문자는 이번 달만 벌써 서너건이 넘었다. 무료 문자는 이미 두 건 가량 초과했다. 이렇게 되면 문자를 쓰기도 어렵다. 김건호는 꼬리를 말았다. 정신적으로.
카카오톡으로 해도 실례가 아니려나. 고민을 하고 하고 또 해봤자 저 말밖에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러면 실례고 뭐고 이전에 자신이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 이 야밤에 전화는 카카오톡보다 더 실례일 거다. 김건호는 속으로 몇번이고 사과를 하면서 노란 앱을 찾아서 열었다. 새로운 친구 목록에 빨갛게 떠 있는 황태룡이란 이름에 또 한참동안 퍼득거렸다.
침착하자 이건 그냥 안부문자야.
자기를 세뇌하듯이 몇번이나 생각하며 채팅창을 열었다. 텅 빈 채팅창은 낯설어 보여서 기분이 묘했다. 평소에는 몇번이고 채팅창을 열었어도 이런 기분 아니었는데. 생각하고서는 다시 부끄러워져서 손이 떨렸다.
근데 뭐라고 보내야 하지. 덜덜 떨리는 손이 퍼뜩 굳었다. 뭐라고 보낼지를 아직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이 일을 어째야 할지. 어, 무난하게 김건호입니다. 하고 보내면 되지 않을까? 그것만 보내면 너무 무례하지 않을까? 인사를 해야하 하는 거 아닐까? 안녕하세요. 김건호입니다. 뭔가 이상해. 이건 아닌 거 같다. 좀 더 덧붙이면 나아지려나.
한참을 고민해서 완성된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김건호입니다. 번호 저장 확인했습니다. ^^
열심히 찢고 뜯고 다듬었다. 그나마 제일 괜찮아진 것 같아서 김건호는 마음을 가다듬어 타자를 눌렀다. 하지만 딱 한 글자, ㅇ 이라고 찍었을 때 불쑥 마음 속에서 악마가 속삭였다. 정말 이거 가지고 돼? 천사가 거들었다. 이건 안 돼. 회색분자 또한 말을 보탰다. 진짜 아니야. 세 사람의 말에 김건호는 간단히 설득 당하고 말았다. 이건 아무래도 안 되겠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백스페이스를 눌렀다.
작성키가 백 스페이스 위에 있던 건 필연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달랑 ㅇ 하나 올라간 채팅창을 보며 김건호는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고 또 오열했다. 이건 망했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왜 카톡은 수신철회가 없는가 제발 그런 기능을 만들어 주었으면 내가 얼마를 주고라도 살텐데. 잠시 비명을 지르던 김건호는 상황을 얼른 수습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다시 핸드폰을 잡았다. ㅇ 옆에는 아직 1이 떠 있었다. 그건 다행인 일이다. 이게 바로 카톡에 장점 아니겠냐며 마음 속으로 칭찬했다. 김건호는 급히 안녕하세요 대표님 ^^ 하고 단문을 써서 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자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순식간에 사라지는 1자를 보며 절규했다. 안 돼! 안 돼 대표님 보지 마세요! 으아아아 이게 뭐야 바보 같아!! 내가 왜 이렇게 보냈지!
그리고 순간 답장이 왔다.
'오 건호씨 번호 제대로 저장 된 거 맞네요?'
'하하, 예, 건호씨도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서 김건호의 얼굴이 펑하고 달아올랐다. 뭐라고 대답할 말을 찾지도 못하고 김건호는 일단 얼굴을 식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단, 카톡의 장점은 이거인 것 같다고 문득 생각했다.
그리고 1자가 없어지는 것은 희대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며 뭐라고 답장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최대한 빨리 답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아마, 행복했다,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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