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글 백업입니다. ※오드리 니페네거 저, 시간여행자의 아내 AU 혹은 패러디입니다. ※과거 날조가 있습니다. 이시가키 코타로, 셀 수 없음. 미도스지 아키라, 1. 나뭇잎이 묵직하게 흔들렸다. 물방울이 잎 위에서 구르고 구르다 툭, 하고 흙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툭, 툭, 투두둑. 빗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무가 많은 산길은 그래도 비를 조금 덜 맞는 편이다. 어쩌다 맞게 되면 한꺼번에 많이 맞기는 하지만, 나뭇잎이 그래도 우산역할을 해 주어서 확실히 덜 맞는 편이다. 끼익, 끼익. 약간이지만 물을 맞은 자전거가 쇳소리를 냈다. 미도스지 아키라는 끈적하게 달라붙는 오금을 억지로 펴면서 페달을 밟았다. 더운데다가 비까지 와서 습한 탓에 숨을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았다. 목구멍까..
2014년 글 백업입니다. ※오드리 니페네거 저, 시간여행자의 아내 의 AU, 혹은 패러디입니다. ※과거 날조가 있습니다. 이시가키 코타로, 셀 수 없음. 미도스지 아키라, 9. 틱, 탁, 틱, 탁. 저녁을 넘기고 나면 별채는 고요해진다. 사람도 없고, 유일한 사람도 말이 없다. 기껏 해봐야 시계소리나 종이를 긁는 펜 소리 정도만이 어색하게 침묵을 탈출하고자 한다. 미도스지 아키라는 이런 침묵에 익숙해진지 이미 오래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기도 전에 방은 이미 별채로 독립되었다. 아예 건물이 다르다보니 여동생이 놀러오는 시간, 밥 먹으러 가는 시간, 대청소 같은 몇 가지 상황을 제외하면 사람이 들어오는 것부터가 역으로 익숙치 않다고 하는 게 옳았다. 별채는 영원할 것 같은 고요 속에 있기 다반사였다. ..
2014년도 글 백업입니다. ◎오드리 니페네거 저, 시간여행자의 아내 의 AU, 혹은 패러디 입니다. 이시가키 코타로, 셀 수 없음. 미도스지 아키라, 3. 머리 꼭지가 비틀리는 듯 하더니 시야가 출렁, 하고 흔들렸다. 파도에 흔들리는 쪽배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정신을 차려보니 풀밭 한가운데에다 위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숨을 고르기 위해 헐떡이는 숨을 내리누르자 속이 다시 한 번 뒤집혔다. 비록 나오는 건 위액 밖에는 없었지만, 그래서 몇 배로 더 괴로웠다. 직전에 뭘 하고 있었지. 그래, 그 때는 아침이었다. 새벽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몰랐다. 겨울 밤은 길다. 출근을 위해 둘이 일어나는 시간에는 아직 해가 뜨지 않는다. 몽롱한 머리로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비척비척 욕실이..
2014년 글 백업입니다. 설정 오류가 있음. 한여름의 직사광선이 공처럼 아스팔트에서 한 번 더 튕겨올랐다. 내리 꽂히는 빛에도 눈을 뜰 수가 없는데 정신없을 정도로 흩뿌려지는 빛에 저절로 눈이 찌푸려졌다. 일본의 여름이 대다수 그러하듯 하코네의 여름은 덥다. 덥고, 습해서 사람 숨통을 틀어막는 그 뭔가가 있었다. 씨발 젠장맞을 더위 같으니라고. 야스토모는 한 번 더 뇌까렸다. 더위를 견디는 건 선수로써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수월하기만 하다는 것은 아니다. 새파랗게 개인 하늘이 짜증나는 것은 비단 그의 일 만은 아닐 것이었다. 텐트가 어디쯤이었지. 야스토모는 고개를 돌려가며 텐트의 수를 세었다. 화장실까지 급하게 달려 왔더니 위치가 조금 꼬였다. 오른쪽, 에서 왔던가 오른쪽을 향해서 왔었던..
2014년도 글 백업입니다. "미도스지 군은 왜 이 대학에 들어왔지?" 헬멧의 끈을 풀다가 미도스지는 흘끗 감독을 돌아보았다. 높은 눈초리에도 감독은 당황하지 않고 미도스지를 바라보았다. 막 연습을 끝낸 참인지라 뒤쪽에 자전거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시끄러웠다. 감독은 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말을 전달하는 법을 알았다. 이런 게 감독이라는 건가, 미도스지는 가끔 그렇게 생각했다. “별반 이유는 없었습니다.” 대학은 생각만큼 획일적이거나 엄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감독이 존재했다.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리되, 승리를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위탁이 필요했다. 그래서 미도스지는 말을 줄이고 아꼈다. 고등학교 때의 사람들이 본다면 놀랄 만큼 공손하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감독은 폴더에 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