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글 백업입니다. 캐리님(@carrymint)이 주신 썰을 소설로 풀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비가, 아주, 아주 많이 오는 저녁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아직 해가 다 지지 않았는데도 바깥은 밤이 된 것 마냥 어두웠다. 여름의 집중호우는 길고도 거세서 한 번 집 안에 들어갈 사람들은 다시 나올 엄두를 못 내고는 했다. 갤리는 가게를 조금 일찍 닫기로 했다. 어차피 이제 남아있는 제품도 거의 없는데다 손님들도 올 것 같지 않고, 신제품을 개발해야 할 시기이기도 했으니까. 문패를 close가 밖에서 보이도록 뒤집어 놓고 갤리는 가게를 정리했다. 페스츄리는 숙성시간이 있는 빵 중에 하나다. 퍼프와 데니쉬, 아메리칸과 프렌치, 어느 쪽이던 간에 냉장고 안에서 충분한 휴지를 거쳐야했다..
2014년 글의 백업입니다. https://youtu.be/wsxJ6yDJpaQ *모티브인 곡입니다. *이 소설은 7 : 18 ([뉴트갤리] 7:18 (tistory.com))의 외전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설정에 날조가 있습니다. 현관문을 열자 텁텁한 먼지냄새와 어둠이 갤리를 반겼다. 한참동안 돌아오지 못해서 청소고 뭐고 손을 전혀 대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바깥의 습기가 가득한 공기도 좋지 못했지만 이런 먼지 냄새는 더 싫었다. 갤리는 코를 찡그리며 거실로 들어갔다. 창문을 열자 물냄새가 나는 공기가 집 안으로 침투해 들었다. 가로등 빛을 제외하면 방이 영 어두웠다. 전깃불을 어떻게든 켜려고 했지만 전구가 나갔는지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씻..
2014년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재하는 단체, 사건,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설정에 날조가 있습니다. 숨쉬기가 힘들어서 밭은 기침을 했다. 목구멍으로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서 가래 뱉듯이 뱉어냈다. 뱉은 침이 붉었다. 아무래도 침이 아닌 것 같았다. 시발 운수 한 번 거지 같네. 갤리는 생각했다. 타국의 하늘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낮인데도 깜깜한 것이 어찌나 을씨년스러운지 지금 당장 귀신이나 악마가 나타나 낄낄거리는 웃음을 흘린다고 해도 환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 환상 같은 것에 갤리는 찔렸다. 그것도, 아주 깊게. 미친 것들이 왜 이리 많이 날뛰는 걸까. 갤리는 벽돌로 쌓은 벽에 어깨를 기댔다. 쿨룩, 하고 기침을 한 번 더하자 칼 같은 것이 박..
2014년도 글 백업 https://youtu.be/_NbjKXEbde4 "나 게이야." 갤리는 메뉴판에 파묻었던 고개를 슬쩍 들었다. 학교 앞 시끄러운 펍의 후미진 한 구석의 2인석, 자신의 맞은 편에 앉아있는 친구의 얼굴은 굉장히 진지해 보였다. 항상 생글생글 잘도 웃고 있는 얼굴이-그 얼굴로 죄다 감정표현이 되는 놈이긴 했지만-딱딱하게 굳어서 쭈뼛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렇다면 매우 놀라운 일이지만, 이쪽의 눈치를 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갤리는 메뉴판을 탁 덮고 입을 열었다. "감자 튀김에 500 두 개 시킨다." "기본 안주도 추가하면 안 되냐?" "돈 없어. 반띵해도 돈 안 돼." 나 월급날 내일이야. 갤리는 덤덤하게 그렇게 말하고 점원을 불러서 주문했다. 저쪽에 서있던 여직원이 쏜살같이 튀어..
https://youtu.be/JGwWNGJdvx8 유기가 그날 바에 간 것은 다분히 충동적인 일이었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바에 앉아있으면 사람들이 자꾸 말을 걸어오는 것도 별로였다. 가끔가다 술이 마시고 싶어질 때면 그래서 집에서 병을 뜯는 것을 택했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달랐다. 언제부터인가 끼쳐오는 무언가 잊어버렸다는 공허함이 잘 사라지지 않았다.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기분.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고 모든 것이 지루했다. 그럭저럭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기는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핸들을 틀었다. 드라이브라도 하고 들어가지 뭐. 태평하게 생각하면서. 그러나 도심 한 가운데서 드라이브를 나가 보았자, 어느 정도 이상 달리지 않으면 또 도심이 이어질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