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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글 백업입니다.
*이 곡의 2절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대단히 한국적인 배경 죄송합니다.
*네가 아니면 안 되나 봐([뉴트갤리] 네가 아니면 안 되나 봐 (tistory.com))의 후속편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꾹꾹 화면에 떠 있는 자판을 찍었다. 두어번 정도 오타가 나서 뉴트는 인상을 쓰며 백스페이스 키를 두번 눌렀다. 몇 번이나 보낸 짤막한 단문이 화면에 떠올랐다. 뾰롱, 하는 소리와 함께 말풍선이 맨 아래에 달랑 매달렸다. 바로 위에 날짜가 찍혔다. 옆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숫자와 지금 시각의 차이가 생기기도 전에 1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단문은, 다음과 같았다.
「나 영화 보고 싶음 같이 좀 가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문장이 반대편에 올라왔다. 계속 창을 켜 놓고 있어서 알람이 없었다. 소리없이, 딱 세 글자가 딱딱하게 올라왔다.
「나바빠」
띄어쓰기도 마침표도 없이 세 글자만 덜렁 올라왔다. 뉴트는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 침대 위에 서 양반다리를 하고, 양 무릎 위에 양 팔꿈치를 하나씩 올리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해서 들고 있던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다가 뉴트는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핸드폰을 쥐고 있던 양 손은 놓지 않았지만.
「야 갤리」
「야」
「야」
「야 씹냐?」
「야?」
조금 전에 거의 텀 없이 1자가 사라졌던 것에 비해 한참이 지나도 잔뜩 날린 말풍선 옆에서 1자가 떨어져 나가지를 않았다. 이거 알람 꺼놨나. 뉴트는 뒤로 돌아가는 버튼을 눌러 채팅방을 나왔다. 조금 내려가자 Tomas, Min-ho라고 쓰여있는 채팅방이 나왔다. 며칠 지난 날짜가 쓰여있는 말풍선 몇개가 화면을 둥실둥실 채웠다. 뉴트는 다닥 자판을 두드려 문자를 전송했다.
「요즘 갤리 바쁘대?」
2라고 달려있는 숫자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1로 떨어졌다. 뉴트는 침대에서 몸을 뒤척여 반대로 누웠다. 아래에서 위로 밀어내듯이 말풍선 몇개가 토마스의 이름에 매달려 소리없이 위로 끌려올라왔다.
「글쎄?」
「별로 안 바쁠 거 같은데」
「사실 나도 방학하고 얼굴 본 적이 없음」
하여간에 도움이 안 된다. 방학한지 한 달. 즉 종강 뒤풀이를 하자 영화 보자 같이 술 마시자 기타 등등 뭐라고 해도 얼굴 좀 보자고만 하면 바쁘다고 무시 당한지 벌써 한 달째라는 소리다. 토마스에게도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은채 무슨 말만 하면 바쁘다고 한다. 전화를 걸어도 바쁘다고 하고 뚝 끊고 문자를 보내도 바쁘다고 하고 대체 뭘 하면 인간이 저렇게 바빠질 수 있는 걸까. 주 7일 아르바이트 같은 무식한 짓을 할리도 없는데. 말풍선의 꽁무니에 달려있던 1자가 지워졌다. 그리고 곧, 민호의 말풍선이 올라왔다.
「뉴트」
「갤리 좀 작작 괴롭혀」
뉴트는 제 눈 밑이 아마 시커멓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영화연극과면 얼굴도 중요한데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일까. 뉴트는 타자를 다다닥 누르고 손을 침대 위로 떨궜다. 말풍선이 채팅창 밑바닥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
「안 괴롭혀」
오히려 내가 괴롭지.
-
겨울이었다. 걷고 있으면 귓가에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바람이 셌다. 칼 같은 바람이 자꾸 귀랑 볼을 스쳐지나가서 볼과 귀가 따끔거리고 쓰라렸다. 장갑을 낀 손바닥으로 귀를 꾹 눌렀다가 떼면 그 작은 온도 차 때문에 귀가 더 아파오려고 했다. 코로 숨을 쉬고 있는데고 김이 풀풀 올라와서 뉴트는 인상을 찌푸렸다. 결국 학교 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후닥닥 들어갔다. 대학도 이미 붙었는데 학교에 나갈 이유가 대체 뭘까. 어차피 늦은 등교에 이른 하교로 학교에 있는 시간도 거의 없는데. 안 가면 안 되냐고 담임 선생님한테 징징 거리면 빠져도 되지 않을까. 언 몸을 녹이면서 괜시리 냉장고 앞을 서성이자니 헛생각만 들었다. 당장 일주일 전에 시도해 봤다가 망한 생각이었으니까. 학교 기숙사에 사는 놈이 뭐가 멀다고. 다른 때는 참 좋았는데 이럴 때는 기숙사에 사는 게 좀 짜증났다. 하는 수 없이 온장고로 다가가 캔 커피를 하나 꺼내는데 옆에서 문이 딸랑거렸다. 뉴트는 옆을 돌아보았다. 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더티 블론드에 주근깨가 잔뜩 뿌려진 하얀 얼굴. 자기보다 아주 약간 높은 눈높이.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보는 얼굴이 앞에 있었다.
"갤리?"
"넌 아직도 여기있냐?"
어서오세요, 하는 점원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갤리가 이마를 찌푸렸다. 뉴트가 온장고를 열고 그대로 멈춰서 있어서 갤리는 앞으로 손을 뻗어 온장고를 닫았다. 턱, 하고 온장고가 닫히곤 다시 온도를 데우려는지 위잉, 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야 왜 닫아? 뉴트가 신경질을 내듯이 항의하자 oh, sorry. 하고 갤리가 웅얼거렸다.
"문 열어놓고 그냥 서 있길래 안 꺼낼 건 줄 알았지. ...추워서 하나 챙기려고?"
"어어 뭐."
갤리가 온장고를 열어서 1+1 라벨이 달린 캔커피를 두 개 꺼냈다. 뉴트는 조금 뭐라고 할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가 그냥 다물었다. 작은 편의점 안이 온풍기가 내는 바람소리만 가득했다. 사실 캔커피 두 개를 꺼내고 문을 닫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길게만 느껴졌다.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깬 건 갤리였다.
"근데 넌 또 왜 먼저 나갔으면서 지각이냐? 기숙사 같은 방인데 너 안 챙기냐고 좀 전에도 쌤한테 쪼였어."
"추워서 적당히 처박혀 있었지."
"존나 대학 붙은 거 티내고 있네. 부러워서 살겠냐."
"너도 1차 썼어야지 병신아."
갤리는 뭐라고 하려다 말고 쯧, 하고 혀를 찼다. 평소 같으면 여기서 몇 번이고 내 성적을 나보다 잘 알아서 엿 먹이겠다며 우리 부모님한테 편지까지 쓴 놈이 할 소리냐 뭐냐 기타 등등 더 입씨름이 이어지겠지만- 오늘은 갤리가 입을 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뉴트는 겉으로 티나지 않게 한숨을 돌렸다. 두근두근 뛰던 심장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머릿속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 말하고 싶지만 말 해야 할 것 같지만 말할 수 없는게 가슴 속에서 술렁거려서 뉴트는 몇 밤이고 뒤척였다. 매일 인사조차 할 수 없이 대충 교복과 코트를 챙겨입고 기숙사를 나와서 몇시간이고 배회하다 등교하고 하교하면서도 갈 데가 있다고 둘러대며 또 한참을 배회하다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기숙사로 들어갔다. 민호와 토마스, 갤리가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듣다가 먼저 자겠다며 침대에 누웠다. 대학을 이리저리 알아보며 뛰고 있는 셋에게 할 말도 아니었고, 하기 무서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야기가 단절 되었다. 원하는 바였지만 가슴이 쓰린 결과기도 했다.
문제는 자기자신에게 있었다. 뉴트는 아주 예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자신은 여자에 관심이 없었다. 보통 말하듯이 그렇고 그런 동영상을 보고 깨달았느냐 하면 또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주, 아주 예전부터 어렴풋하게 뉴트는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그랬고 중학교 시절에도 그랬다. 자신은 여자에게 관심이 별로 없었다. 누구는 첫사랑의 열병을 앓아서 누가 좋다 뭐하다 계속 떠들고 있는데 자신은 도통 그럴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여자애들이랑 대화하는 건 그냥 대화하는 거였다. 환상을 키울 여지도 그럴만한 건덕지도 없었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뉴트는 몇 명이나 되는 애들이 여자친구를 사귀었다고 자랑하는 걸 듣고 나서야 간신히 인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아니 뉴트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 성적인 판타지가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제 친구들하고는 또한 거리가 멀었다. 엉덩이가 글래머인 사람이 좋다, 라고 당당히 선언하는 토마스. 이 변태는 뭔가 하는 눈으로 예쁜 다리가 좋다고 하는 민호. 네가 더 변태라고 말하면서 금발 글래머가 좋다고 하는 갤리. 그리고 그 어느쪽에도 관심이 없는 뉴트. 커다란 가슴도, 예쁜 다리도, 별로 눈이 가는 요소가 아니었다. 소위 보이시하다고 하는, 짧은 머리, 약간 낮은 목소리, 낮게 떨어지는 가슴 선. 그런 게 좋았다. 그 아래는 상상할 수 없었다.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슬픈 일이었다.
커다란 시험이 끝나고 간신히 한숨을 돌리고, 쉬는 시간이 아주 많이 늘어난 그 시점이 되어서야 뉴트는 간신히 인정할 수 있었다. 자신은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인정했다고 해서 충격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었다. 남자 고등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격은 상처가 되어 뉴트를 덮쳤다. 그걸, 친구들한테, 말하라고. 어떻게 될지가 불보듯 뻔했다.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다 못해 거시기 사이즈마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말 할 수가 없었다. 비밀이 생기면 그것만으로도 거리감은 차고 넘쳐흘러서 목끝까지 차오른다. 뉴트는 점점 기숙사방의 4인조에서 자신이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처음부터 겉돌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분명히 대학도 갈릴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언젠가 분명히 멀어져버리게 될 것이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제 이걸로 족한게 아닐까. 그건 한없이 쓸쓸하고, 견고하고, 해방감에 가까운 슬픔이었다.
삑, 하고 점원이 캔커피를 찍었다. 천 육백원이요. 뉴트가 지갑을 꺼내려고 하는데 갤리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지폐 두 장을 꺼냈다. 잔돈이 짤랑짤랑 갤리의 손 위에 떨어졌다. 갤리는 한 손을 다시 주머니에 쑤셔놓고 한 손으로 커피캔을 하나 집었다. 커다란 손에 캔이 차라리 앙증맞아 보였다. 갤리가 턱으로 하나 남은 커피캔을 가리켰다.
"뭐 해."
"어?"
대답을 기다린게 아니었는지 편의점의 유리문이 짤랑짤랑 흔들렸다. 뉴트는 자동 반사적으로 하나 남은 커피 캔을 들고 뛰었다. 손 끝이 따끈따끈하다 못해 뜨거웠다. 갤리는 패딩 안으로 목을 접듯이 얼굴을 쑤셔넣고 툴툴 거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더럽게 춥네. 또 다시 바람이 얼굴을 할퀴어서 뉴트는 그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캔커피를 주머니에 쑤셔넣으니 그래도 좀 살만 했다. 뉴트는 지갑을 뒤졌다. 천원짜리 두어장과 오천원 짜리 한장이 구겨져 있었다. 뉴트는 천원짜리를 갤리에게 건넸다.
"야."
"...존나 언제부터 더치했다고."
"이 몸은 존나 유러피안이시거든. 거스름돈이나 내놔."
"꺼져 병신아 이건 내가 쏴."
"돈 많은 갑다?"
"나 위키드 붙었어."
뭐? 뉴트가 발을 멈췄다. 갤리도 그걸 알았는지 같이 발을 멈추고 덧붙였다. 방금 확인 하고 왔어. 건축학과. 넌 예술대 난 공대. 오케? 토미는 가고 싶은 과가 정시밖에 안 열어서 어쩔 수 없고 민호도 지금 대기번호 붙잡고 있어. 한자리 수니까 돌아 오겠지. 갤리가 쏟아내듯 줄줄이 말했다. 뉴트는 조금 얼떨떨했다. 위키드. 위키드. 위키드 이즈 굳. 사람들의 말이 머리꼭지에서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뭐? 갤리가 후, 하고 길게 호흡을 날리곤 입을 열었다.
"병신같은 게 쓸데없이 배려하고 지랄이야. 다 떨어졌는데 지는 1차에 붙었다고 자랑질 했으면 끝났지 뭘 지금에 와서 입 다물고 앉았냐. 니가 그러는게 더 불안해 등신아."
시발 얼어 뒤지겠는 날씨에 싸돌아다닐 데가 어디있다고. 바람이 한 번 더 불어와서 갤리가 또다시 목을 움츠렸다. 시발 추워! 갤리가 비명 지르듯이, 아니 비명이었다. 있는 힘껏 짜증낸 갤리가 다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뉴트는 아주 멍하니 발을 같이 옮겼다. 갤리는 그런 뉴트를 흘끗 보고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옆의 차도에서 버스가 달려갔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머리를 잠식했다. 이상하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겠지, 당연하다. 그정도로 티를 냈는데. 그런데 저렇게 판단되고 있었을 줄이야. 아무래도 자신의 친구들은 자신에 대해 평가가 훨씬 후한 모양이었다. 미안한데 친구들이여, 나는 니들 생각보다 훨씬 이기적이고, 훨씬 나쁘고. 갤리가 다시 흘끗 뉴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혼잣말을 하듯 뉴트를 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뭉텅이로 하얀 김이 터져나왔다.
"너 무슨 고민 있는 건 알겠는데, 존나 다정도 병이야. 그냥 적당히 놀아 병신아. 뭐든지간에 니가 떨어져 나가라고 지랄하거나 니가 날 죽일 작정 아니면 어차피 우리 넷 다 평생 볼텐데."
뉴트는, 조금, 눈을 크게 떴다. 아 시발 쪽팔려! 갤리가 머리를 두 손으로 벅벅 긁으며 짜증냈다. 길다란 몸뚱이를 착착 접어서 길바닥에 쪼그려 앉고는 내가 미쳤지 이 새끼가 뭐가 이쁘다고 따위를 중얼거리고 있는 갤리를 보며 뉴트는 입술을 물었다. 숨 쉴때마다 흰 김이 들락날락거렸다. 주머니에 찔러넣고 있는 손 끝이 장갑 너머로 전해 져 온 열기에 뜨끈뜨끈하다 못해 아파와서 뉴트는 조금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뉴트는 킁, 하고 조금 숨을 들이쉬었다. 건조한 공기에 바짝 마른 콧속에는 찬 공기를 빼면 움직이는 게 없었다. 아마 코 끝도 빨갛게 얼어있을 것이었다. 볼도. 눈두덩이도. 그래서 뉴트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예쁘지도 않은 니 얼굴 평생 보려면 내 눈이 기구하지."
"죽고 싶냐?"
"죽여봐. 병신 되면 네가 먹여살려야 되는 거."
"미친 혹 떼려다 혹 붙였네."
끝까지, 나가 떨어진다는 말이 없었다. 병신이 된대도 괜찮아? 진짜 병신같은 말이어서 뉴트는 꾹 눌러 삼켰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갤리가 발을 옮겼다. 뉴트도 같이 발을 옮겼다. 거의 교문에 다 와서 뉴트는 야, 하고 갤리를 불렀다. 시뻘겋게 얼어붙은 얼굴이 자신을 돌아봤다. 뉴트는 똑똑히 내뱉었다.
"넌 진짜 나쁜 새끼야."
"...시벌 여태껏 뒤치다꺼리 해 줬더니."
캔커피 내놔 시발놈아 비글새끼 줄거야. 마치 예전에 저가 담근 술을 마셨을 때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갤리는 뉴트의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었다. 뉴트는 벼엉신, 하고 반대쪽 주머니에서 캔커피를 꺼냈다. 이게. 코트 주머니에서 거칠게 손이 빠져 나왔다. 뉴트는 손을 뒤로 숨기고 두어발짝 뒤로 물러났다. 가벼운 술래잡기가 이어져서 낄낄 웃다가 뉴트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어허 애기야 줬다 뺐으면 나쁜 놈이라고 오빠가 그랬어요 안 그랬어요."
"이 새끼가 드디어 미쳤네. 먹고 떨어져라 미친 놈아."
갤리가 푸드득 몸을 떨고는 학교를 향해 다시 몇 발짝을 옮겼다. 뉴트는 다시 웃으면서 그 뒤꽁무니를 쫓았다. 애기야 삐졌어? 응? 애기야? 아 좀 그것 좀 그만 해! 무단 외출과 대량 지각으로 학생부장 선생님께 조금씩 혼나긴 했지만 여튼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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