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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글 백업입니다.
*굉장히 한국적인 배경 죄송합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재 인물, 사건, 기업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뉴트는 담뱃갑을 보았다. 세 개피. 지금 흡연실에 간다면 밤까지 버티기는 힘들어졌다. 쯧, 하고 가볍게 혀를 차고 뉴트 아이작은 다시 포켓에 담뱃갑을 쑤셔 넣었다. 켄트 컨버터블. 좋은 담배다. 맨솔과 그냥 담배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다시 타자를 치려고 하는데 탁, 하고 머리 위에 뭔가가 내려 앉았다.
"바쁘냐?"
"-민호."
바쁘진 않은데. 그럼 담배 한 대 피자. 민호가 엄지로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뉴트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나 세 개피밖에 없어."
"세 개면 되잖아."
"편의점은 밤에 가기로 해서."
식후땡은 해야지. 머리 위의 파일을 손으로 치우며 작게 한숨을 쉬자 민호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희한한 것을 보는 표정이었다. 팔짱을 끼고, 타자를 두들기는 뉴트를 한참 바라보던 민호는 툭 던지듯이 말을 뱉었다.
"요즘 묘하게 성실하다?"
"어?"
약간 구겨진 이마와 주근깨가 뿌려진 얼굴, 더티 블론드, 뜯어보아도 별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시럽을 뺀 레모네이드 한 잔과 아메리카노 아홉 잔. 반복하는 입술은 지극히 평범했다. 낮은 목소리와, 정자로 적혀있는 갤리 갈릴레오라는 명찰. 아주 별 것 아닌 그 무언가. 레모네이드는 안타까울 정도로 맛이 좋았다.
회사 앞 프랜차이즈 카페의 덩치만 커다란 아르바이트 생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딱 평범한 호감, 그 정도 수준이었다. 커다란 손이 그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에스프레소 잔이나 손에 비해 작아보이는 종이컵을 들고 있는 데에서, 여사원들이 말하는 '귀여움'을 느낄법 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테라스에 나와있는 원목 탁자를 정리하는 걸 보면서, 수고하네, 정도의 감상을 느낄 짬 정도는 있었다. 아, 그게 문제였나. 뉴트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그래, 아마도 그게 문제였을 것이다. 손에 쥐여진 회원 카드. 사인. 쳐다보는 눈빛. 아니, 뭐가 문제였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주 중요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냥, 어느 순간, 시선을 빼앗겼다. 왜였을까. 같이 갔던 사람이 몸이 좋다고 감탄해서. 커다란 손이 슥슥 청소하는 걸 봐서. 목소리가 낮아서. 지금 돌이켜서는 모르는 일이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그 다음날도. 레모네이드는 혀 끝을 아리게했다.
"점심시간 더럽게 잡아먹네."
민호가 투덜거리며 맞아줬다. 뉴트는 웃었다. 점심시간의 배치는 자유였다. 오늘 아침을 못 먹고 나왔다며 짜증내던 민호가 먼저 나갔다 뿐이지, 딱히 위반사항은 없었다. 민호도 조금 농담을 하는 것 뿐이었다. 처음보는 사람은 농담인지 아닌지 잘 구분을 못했지만, 여튼 그랬다. 토마스는? 담배 심부름. 민호가 손가락을 튕겼다. 내기에서 졌군. 빨대에서 쪼로록, 하는 소리가 났다. 몇 번째인지 알 수도 없었다. 똘추 새끼. 민호가 한탄하듯 말해서 뉴트는 조금 웃었다.
"뭘 웃어, 같이 시키던 놈이."
"요즘은 안 시켰잖아."
"아, 그러고보니까."
너 담배 끊었어? 민호가 물었다. 아니? 뉴트는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흔들었다. 민호는 의자를 뒤로 좀 제껴서 갑을 확인했다.
"너 맨솔 안 피우지 않았어?"
"취향은 바뀌는 거잖아."
"웃기고 있네 박하사탕도 안 먹는 놈이."
뉴트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바뀌는 거라니까. 성실한 척 하기는. 그래봐야 담배가 담배지. 민호가 이죽거렸다. 자리에 앉아서 뉴트는 다리를 꼬았다. 특별히 성실한 척 하려는 건 아닌데. 그럴 거면 담배를 끊었지.
"왜 알바생이라도 낚으려고?"
"-아니, 이 나이에 뭘."
민호가 감자같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저게 미쳤나. 그렇게 써 있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뉴트는 다시 어깨를 으쓱 올렸다.
"그냥, 한 번 낚여볼까 하고."
"미친 놈."
하하, 뉴트는 웃었다. 정말, 미쳤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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