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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풀었던 썰을 그대로 백업합니다. 퇴고 X

*쩨윱 삼쬬 책유 육윶 모든 취향을 때려 부은 맘대로 전개


황충이 마초 돌봐주는 걸로 만나게 되는 육윶 보고 싶다... 어린 마초 돌봐주면서 유기한테 말할 때 마초 이야기 비중이 늘어나게 되고... 궁금증이 도진 유기는 황충을 마중 나가면서 마초를 보게 되는데 그때 마초를 마중 나온 유장을 보고 첫눈에 반함(?)

아니 유장이 마중나온 게 아니라 유비랑 마초 보러 온 유장;;;

여튼 그 다음에 은근히 황충이랑 유비한테 유장에 대해서 물어보는 유기 보고 싶다... 유비는 ? 우리 형? 왜? 지금은 다른 도시에 사는데... 가끔 보러 와! 하면서 있는 대로 다 이야기 해주고 황충은 ㅎ... 하고 눈치를 다 챈다... 어이고 청춘이네~ 하고 주군을 놀리는 황충 보고싶네

예전에는 얻어먹기 죄송하다고 유비 식탁에 잘 안 끼었는데 요새는 식재료 공급(고기) 해 주면서 꼬박꼬박 끼고... 오늘도 못 뵈나... 하며 한숨 쉬는 유기

그러다 드디어 만나게 되면 유기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지... 유장은 유기한테 ? 뭐지 얘? 하는 인상을 받게 되는 거 아닐까 몰라

유장의 유기 첫 인상 : 아, 그 정글의 승리자. 중간 인상 : ...? 뭐지?

그리고 저녁 먹고 떠나려고 하는 유장을 잡고 저, 유장... 씨, 맞으시죠? 하면서 조심스레 말 거는 유기 보고 싶다... 그리고 저희 황충이 항상... 신세지고 있습니다 하고 폴더 인사해서 ...? 아, 아뇨... 저희 마초야 말로... 하고 어색하게 인사한다...

황충 : ???

도원관에 자주... 오시나 봐요? 아뇨 그렇게 자주는 못 와서... 아, 동생이... 걱정이시겠어요. ...주책이죠. 쟤도 이제 성인인데... 하도 떨어져 자라서. 아뇨, 아뇨.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떨어져 자라셨다니...? (? 왜 묻지?) 어쩌다보니... (!) 아, 죄송합니다, 무례했네요.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서 있다 유장이 그럼 이만, 하고 떠나가려하고 유기는 머리를 쥐어 뜯는다 얼마만에 뵌 건데 이렇게 보내...! 그래서 저... 버스 타는 데까지 먼데 모셔다 드려도 될까요? 하고 유장 ? 한다. 내가 버스 타는 걸 어떻게 압니까?

앗 그게... 저... 유비 씨가 유장 씨 다른 도시에 산다고 하셔서... 예에 뭐... ...저 차, 차 가져오겠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이만. 유기 그렇게 울 거 같은 기분 꾹 눌러 참고... 안녕히 가세요, 하고 또 폴더 인사한다. 그리고 가는 버스 안에서 유장은 유비에게 전화를 걸고...

유진아, 그 유기인가? 조심해. 이상한 놈이다. 아이, 형! 유기 씨 좋은 사람이야! 황충... 이랑도 잘 지내구! 올 때 고기도 사다 주는 걸! (유기 이자식... 이 어린 애를 뭘로 꼬드겼길래!)(고기로) 이렇게 유기에게 착실히 날 세워가는 유장... 유기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넘

그리하여 유기는 황충에게 부탁을 하고 만다... 마초 건너서 얘기 좀 잘 해달라고... 그리고 츄우기 되어서 잠시간 도원관 발걸음을 끊는다... 는 바빠서 어쩔 수 없었다.(유기, 부사장) 그리하여 그 사이에 오게 된 유장은 마초와 황충, 유비만 보게 된다... 마초 알사탕 먹고 있어... 햄스터마냥...

마초! 사탕 먹고 있으면 어떻게 해! 이 썩으면 어쩌려구! 세상은 정글이라니까! 허허 하루 하나 쯤은 괜찮겠지요. 두십시오. 이 잘 닦게 하겠습니다. 마초 양치 열심히 한다! (못마땅) 그럼... 어쩔 수 없지만... 사탕은 유비가 줬니? 아뇨 저희 주, ...험험 유기 부사장님이 주고 가셨습니다. 유기가?

마초 유기 좋다! 유기 오면 고기 반찬 나온다! (그래서 좋아했던건가) 허허 좋은 분이시죠. 덕분에 이 늙은이가 몸이 편합니다. 아, 네... 유장은 찝찝하게 대꾸한다. 사이렌이 귓가에 웅웅 울리는 거 같은데, 이상하다. 착각인가?(그 사이 유기는 유장이 보고 싶어서 슬퍼하고 있다)

며칠 후 유기에게 도원관에서 전화가 온다. 유기! 혹시 도원관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 할 건데 관심 있어? 죄송합니다. 제가 요새 좀 바빠서... 그래? 어쩔 수 없네... 어, 형! 그거 거기다 놓으면 돼! 형? 유장 씨가 계십니까? 에? 응! 휴가 내서 하루 자고 갈 거래! 당장 가겠습니다(일 때려침)

질 좋은 고기와 소시지를 사 간 유기는 단번에 바비큐 파티의 임금님으로 모셔짐... 조조도 별 차이 없을 거 같지만 아무튼. 다들 각자 진영 별로 모여서 음료수와 고기 먹으며 느긋하게 있고 유장 혼자 따로 놀고 있음...(마초는 먹는 게 바빴다) 혼자서 캔맥주 홀짝이는데 유기가 맥주 들고 옆에 옴

좀 더 드세요. ...잘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 이거 안심입니다. 맛있어요. ...당신 말입니다. 예? 유장 좀 눈 치뜨고 유기 바라봐서 유기 심장이 덜컹함. 유비한테 너무 접근하지 마. ...... 상처 많이 받은 애야. 유장 씨. 쉽게 갖고 놀려는 거면 오산이야. 애인도 있고. 아닙니다, 그런 거.

그럼 뭔데. 뭘까요. ...... 유장 씨가 말 편하게 해 주시니 좋네요. 그리고 유기가 푸스스 웃어서 유장 뒤통수 맞은 표정 됨. 설마 설마 하다가 벌떡 일어나서 유비에게 성큼성큼 걸어간다. 내 방 어디야? 응? 벌써 자려구? (끄덕끄덕) 일단 내 방에서 자! 난 이불 깔고 잘게! (끄덕끄덕)

유기는 당황한 표정을 한 채 맥주 들고 굳어 있을 따름이었고... 우울한 표정으로 맥주 원샷한다... 황충이 저 멀리서 혀 차고 있음...

한편 방으로 들어간 유장은 자기 깨달음을 부정한다. 아닐 거야. 설마. 그런 승리자 자식이 왜. ...가지고 놀려는 건가? 그리고 눈앞에 유기의 웃음과 귓가의 '유장 씨가 말 편하게 하니 좋네요(에코)'가 지워지지 않아서 얼굴 폭발하는 유장... 뭐하는 선수야! 하고 괜히 분풀이감이 된 베개가 터진다

그러나 역시 유기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은 유장은 철벽을 다짐. 그런 놈이 날 좋아할리 없어. 일시적인 감정이겠지. 아니면 정말 가지고 놀려는 거거나. 그렇게 뒤척이다 유장은 간신히 잠이 들었고 당연하지만 다음날 유기는 없었음. 식탁에서 볼까봐 잔뜩 긴장했던 유장은 맥이 풀림

유기는? 어? 유기 엊저녁에 갔는데... 그래? 왜? 아니, 아무것도... 소시지 먹던 제갈량이 코웃음 친 거 같지만 유장은 돌아보지도 않고 빠르게 아침밥 그릇을 비운다. 그리고 형 좀 더 있다 가 ㅠㅁㅠ하는 유비를 달래고 도원관을 나서는데... 그 때 유기와 딱 마주침. 유기 손이는 숙취제거제와 두통약이 들려 있음.

아. ...... 괜찮으신가 보네요. 제가 너무, 설레발 쳤나. 그래. ...... 맥주 한 캔은 아무것도 아냐. ...혹시 모르니까 이건 드시고 가세요. 됐어. 유장 씨. 나한테 잘해주지 마. 유장이 최대한 차갑게 끊어냄. 유기의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함.

왜요? ...... 저 혼자 그냥, 잘 해드리고 싶을 뿐인데 그것도 안 됩니까? 나는 그 마음에 보답할 여력 같은 거- 보답 안 해 주셔도 됩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거에요. 그냥 제가... 말하던 유기가 입을 다물음. 낭패봤다는 표정이 역력했음. 유장도 입을 꾹 다물도 유기를 비껴 지나쳤음. 유기가 멀어지는 등에다 대고 외친다. 저는 계속, 노력할 겁니다. 정말로요. 유장은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 걸어갔음. 모퉁이를 두 개 넘게 돌고서야 잠깐 멈춰 설 수 있었음. 절박한 척, 굉장하네. 유장은 툭 뱉었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거절 할 수 없을 거 같아서.

그리고 유비는 문 앞에 서 있는 유기를 삿대질로 가리키며 외침. 우리 형을 좋아해??!??!??!!! 유기 낭패 봤다는 표정 2차. 이건 배신이야!! 하고 외치는 유비라던가... 그래도 유비는 도원관을 떠나지 않아서 설득이라도 할 수 있었다. 우리 형이 행복했음 좋겠단 말이야... 하고 훌쩍이는 유비.

덕분에 제갈량 눈총을 받게 되는 유기라던가... 여튼 유기는 그날은 터덜터덜 돌아가게 됨. 이제 유장씨를 볼 수 없는 걸까. 하고 일하면서 우울해 하는데 연락이 옴. 제갈량이었음. 모일 모시에 도원관에서 좀 뵙죠. 황충도 같이. 유기는 물음표를 띄우며 그러마 함. 그리고 대책 회의가 시작된다.

그래도 유기씨라면 유장씨를 울릴 일은 없겠지->유비의 행복->자신의 행복이라는 제갈량의 3단논법(?)과 주군의 행복을 지지하는 황충이 만나 둘을 이어주려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가끔 조운과 공손찬에게 조언을 얻기도 함. 이제 유기는 고기도 고기지만 간간히 꽃다발을 한 번씩 들고 도원관을 찾는다... 물론 유장을 보는 건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음. 유비에게는 간간히 연락을 하지만 잘 오지를 않기 때문이었다. 유기는 애가 탔음. 얼굴도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은데 어느 하나 할 수가 없으니... 아예 도원관에서 하숙을 해? 하다가 황충에게 말려지는 매일을 반복한다. 그러다 도원관으로 가는 길에, 차 타고 움직이는데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유장을 보게 됨. 유기는 차를 급히 세운다.

타세요. ...너. 도원관 가시는 길이죠.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네 갈 길이나 가. 안 타시면 여기서 당신을 좋아한다고 소리지를 겁니다. 뭐? 못할 것 같나요? 유장씨-! 타! 탄다고!
유장은 한숨을 푹 쉬고 차에 올라탐. 옆자리의 유장을 힐끔힐끔 보며 유기는 긴장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유장은 화난 기색이 역력함. 죄송합니다. ...뭐가. 억지로 타시게 해서. ...그러니까...! 화를 벌컥 내려다 유장은 고개를 돌려버림. 됐다. 말을 말지. 유장은 유리창에 기댐.
좋아합니다. ...... 좋아해요. 난 안 그래. ...... 이쯤에서 떨어져. 어차피 진심도 아닐 거. 이번에는 유기가 화를 낼 차례였음. 저는 진심입니다! 아 그러셔? 뭘 보고. 그냥, 유장씨가 좋습니다. 세상에 그냥이 어디있어, 부사장님. ...... 내 어딘가에 환상을 품었겠지. 아니면 떨어져 나갈 거고.
유기는 핸들을 꽉 쥐었음. 5분만 더 있으면 도원관 도착이었지만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음. 급정거에 유기가 야! 하고 화를 냈음. 그럼 유기씨는 뭘 보고 제가 그럴 거라 확신하십니까?! 너...! 아뇨! 저는 안 그럴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유장씨가 현실을 깨달을 여지도 주지 않아서요! 모르는데 어떻게 눈치채고 어떻게 떨어져 나갑니까! 여지라도 주셔야죠! 뭐 이런...! 유기는 핸드폰을 유장에게 내밀었음. 뭐야? 번호 주세요. 뭐? 제가 만약 유기씨에게 그딴 식으로 굴어서 상처 입힌다면, 저를 죽어라 패셔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맞으면요. 어쩌실 겁니까? ...... 번호 주세요. 여지를 달라구요.

허. 유장이 헛웃음을 뱉었음. 너 내가 전직 복싱 선수인 건 알아? 압니다. 근데 죽어라 패도 된다고? 너 진짜 죽고 싶어? 안 죽을 겁니다. 죽어라 패도 된다며. 안 죽습니다. 번호 주세요. 유장은 유기의 손을 빤히 노려 보았음. 그리고 잡아 채듯 유기의 핸드폰을 가져다 번호를 꾹꾹 찍었음. 유기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벨소리가 울리는 걸 확인한 뒤에 다시 차를 출발 시켰음. 도원관까지는, 정말로 몇분 걸리지도 않았는데, 유난히 그 길이 길었다고 유장은 생각했음.

그리고 유기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내가 왜 그랬지 하고 후회합니다... 잘못했으니까... 그래서 가장 먼저 보낸 문자는 바로 죄송합니다ㅠㅠ 였으면 좋겠다 유장은 그 때 도원관에서 저녁 먹느라 못 보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열어본다. 그리고 잠깐 ? 함. 그리고 웃음 터져서 괜히 자존심 상해한다. 몇 시간이나 지나서 차단당했나... 하고 고통스러워하던 차에 문자가 온다. 잘못한 건 아냐? 하고 문자 왔으면... 좋겠네... 그 문자 받고 유기 꽃처럼 피어났으면....

네... 죄송합니다. 제가 큰 무례를 저질렀네요. 조심하겠습니다. ㅇ 아무리 봐도 대화가 여기서 끝날 조짐이라 유기는 좀 초조해짐.
저녁은 드셨어요?

ㅇ 뭐 드셨어요? 저는 아직이라. 유비가 차려준 고기 반찬이랑 만두랑, 이것저것. 어쩌지, 뭐라고 하지. 유기는 핸드폰을 툭툭 두드리며 고민에 빠졌음. 무슨 얘기를 하지? 일단 단답형으로 대답할 만한 문자를 보내면 안 된다는 건 알겠음. 그런데 평소에 무슨 대화를 했는지 하나도 모르겠음. 내가 평소에 사람들이랑 어떻게 대화했지? 문자는? 표백된 뇌에서 간신히 질문을 하나 길어올려서 유기는 문자를 보냄.

다음에는 언제쯤 이 도시로 오실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유장은 문자를 보고 손으로 턱을 괸다. 알려줘도 될까? 안될까? 이렇게 문자를 주고 받는 시점에서 자신이 물러진 거라는 걸 잊은 유장은 답문을 이렇게 보냈음. 이미 물어보면서 뭘 여쭤봐도 될까요야. 당연히 문자를 받은 유기는 작아졌음. 틀린 말은 아니니까... 죄송하다고 다시 문자를 보내려는데 문자 한 통이 더 옴. 지금은 계획 없어. 잡히면 알려줄게. 유기는 그 답문을 받고 환하게 웃었음. 그래도 다가갈 수 있게 된 거니까. 계획이 생길지 말지도 애매한 거지만. 유기는 살포시 희망을 담아 문자를 날림. 집에 가시는 중이시죠? 버스 잘 타셨어요? ㅇㅇ 잘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내일 뵈어요. 내일? 무슨 소리지? 유장은 미간을 찌푸렸음. 설마 내일 우리 도시로 쳐들어오기라도 할 생각인가? 그건 곤란한데. 유장은 한참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잘못했다고 했으니 앞으론 안 그러겠지 싶었음. 그리고 버스 안에서 곤히 잠 듦. 유장의 추측은 맞아 떨어졌음. 유기는 이웃 도시로 쳐들어가진 않았음. 대신 문자를 날리기 시작함. 점심 잘 챙기셨어요? 일은 좀 괜찮으세요? 혹시 시간 나시면 저랑 영화 한 편 보실래요...? 내일 보자는 게 이런 뜻이었냐. 유장은 물을 마시면서 혀를 찼음. 예전에 복싱을 했던 실력을 살려서 체육관에서 일하고 있는 유장은 핸드폰을 내팽개치고 있는 경우가 많았음. 근데 어떻게 점심시간마다 이렇게 따박따박 문자를 보내는 건지. 하루는 물어보기까지 했음. 너 나 스토킹 하냐? 예? 무슨 말씀이세요? 점심시간마다 문자 보내니까 그렇지. 유장 씨 점심 시간이 지금이에요? 저희 겹치는 게 하나 있네요^^ 끝도 없이 태평하긴. 유장은 속이 타서 물을 꿀꺽꿀꺽 마심. 이렇게 순한 애가 어떻게 정글의 승리자가 됐지? 유장은 생각했음. 그걸 알게 되는건 몇 달이 지나서였음. 유기 회사에서 예전처럼-유기는 왠지 모르게 속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음-폭죽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함. 정확히 말하면 예전 같이 폭죽을 터트리고 다니는 건 아니고 말 그대로 없어지는 비율이 갑작스레 증가해서 도난을 의심하던 찰나였음. 경비원을 더 고용해야겠다고 투덜거리는 아버지에게 제가 추천할 만한 사람을 안다며 유기는 유장을 들이밈. 체육관 일이 별로인 것 같아서 이직을 고려하는 걸 알고 한 짓이었음. 이정도까지 발전한 사이에 유기는 뿌듯해하고 있기도 했고. 유장은 투덜거렸지만 어쨌든 면접은 한 번 보러 오기로 했음.

유장씨! 유기가 멀리서부터 인사하며 달려왔음. 깔끔하게 차려입은 세미 정장에 넘긴 머리, 손목 시계에 손에 들고 있는 커피까지 무슨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이라 유장은 좀 얼굴을 찌푸렸음. 당장 어제만 해도 오는 김에 같이 영화 봐 줄 수 있냐고 하는 걸 단칼에 잘랐는데. 유장은 좀 기분이 이상해졌음. 일하는 중 아냐? 점심시간을 좀 미뤘어요. 점심 드셨어요? 대충, 빵. ...그럼 뭔가 좀, 더 드실래요? 제가 식사를 못해서... 유기가 난처하게 웃었음. 자기랑 밥 먹으려고 했던 건가? 시간은 거의 2시에 가까웠음. 면접, 2시 반 아니었어? ...그렇죠. 유기가 약간 쳐져서 말했음. 유기가 들고 있는 커피잔은 텅 비어있는 상태였고. 날 발견하고 그렇게 뛰어오느라 정신머리를 어따 팔아먹었는지. 유장은 혀를 차고 싶은 기분을 삼켰음.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내밈. 이거, 어, 먹다 남은 거긴 하지만. 좀 먹던가... 그래도 되나요? 유기가 눈을 동그랗게 떴음. 그리고는 사르르 녹을 듯이 눈을 휘어 웃었음. 잘 먹을게요.
유장은 이제 약간 죄책감이 들 지경이었음. 말 그대로 먹다 남은 거고, 도련님이 먹던 거에 비하면 그렇게 맛도 없을 텐데 뭘 저렇게 좋아하는지. 빵을 좀 넉넉하게 사길 다행이라고 유장은 생각했음. 그럼 저녁은 제가 살게요. 아냐, 유비 보러 가려고. 아, 그럼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 가는 김에 저도 좀 얻어 먹고요. 적당히 얻어 먹어라. 네. 유기의 웃음이 너무 환해서 유장은 고개를 돌림. 시간이 면접 시간에 가까워져 가서 유기랑 유장은 천천히 오르막길을 올랐음. 유표는 다행히 유장을 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음. 언제부터 출근이 가능하냐고 물어오기까지 해서 유장은 이웃 도시를 정리할 시간을 좀 달라고 함. 유표는 그러마 하며 유기에게 대강 일을 알려주라고 했음. 정확히는 실무자에게 그 일을 맡기라는 거였지만 유기는 직접 안내해주겠다고 나섰음. 폭죽 공장은 질서정연하게 굴러가는 하나의 체계였고 도난이 일어난다면 창고일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하며 창고문을 여는데 사람이 하나 불쑥 튀어 나왔음. 이 시간에는 아무도 못 들어오게 되어 있다며 분명 방금 전 유기가 말했는데. 그리고, 굉장하게도, 반응이 유기가 빨랐음. 유기는 발을 뻗어서 튀어나온 사람이 걸려 넘어지게 만들었음. 그 사람은 넘어지고도 몇 바퀴를 굴러서야 멈추었음. 유기와 유장은 그 쪽을 향해 달려갔음. 퇴로를 유장이 차단했고 유기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사람의 멱살을 잡았음. 그리고는 뭐야, 하고 눈을 접어 웃었음.
옆 회사 스파이잖아? 히익. 남자가 숨을 삼켰음. 유기는 조곤조곤 속삭이듯이 화를 냈음. 내가 분명히 이런 짓은 용납이 없다고 몇 번이나 연설했을텐데요. 어린 놈이 얘기한다고 만만했나 봅니다? 아뇨, 아뇨 그게. 시끄럽네. 좀 다물죠? 부, 부사장님, 그게. 유장 씨, 경찰 불러요. 유장은 내려다 보고 있다가 퍼뜩 고개를 끄덕였음. 유기는 사나웠고, 그것도 절제되게 사나웠음. 순진하고 순박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오판이었다는 것을 유장은 깨달음. 자신에게 사정사정하는 사람을 경찰에 넘기고 변호사와 통화를 하면서 유기는 넥타이를 몇번이나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했음. 유장은 부사장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음. 가차없는 맹수의 모습 같은 게 비쳤음. 전화를 끊고 나서야 유기는 아, 하고 유장을 돌아보았음. 죄송해요, 유장씨. 제가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죠? 아, 아니. 유장은 제 반말이 어쩐지 어색하다고 느꼈음. 앞에 있는 건 이 정글의 승리자인데. 알고는 있었지만. 유장은 고개를 조금 떨구었음. 그러자 유기가 유장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눈을 맞추었음. 유장씨? 그건 마치 호랑이 한 마리가 강아지인 척 하는 것 같아서, 유장은 약간 심호흡을 해야했음. 유장 씨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냐. 유장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음. 유기도 같이 일어났음. 그럼 일은 다 끝났으니까 가 볼까요? ? 나 해고 안 되나? 예? 왜요? 아니, 도둑, 잡힌 거 아닌가. 그거랑 경비랑은 상관 없죠. 유기가 순하게 웃었음. 상관이 없을리가 있나. 유장은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음. 그럼 내가 관둘게. 예? 왜요? 유기가 진짜 당황하는 것 같아서 유장은 약간 기가 찼음. 낙하산이라고 욕 먹기 싫으니까. 누가 그런 소릴...! 이렇게 되면 그런 소리가 날 수 밖에 없잖아? 도둑 때문에 사람을 더 고용했는데 도둑이 잡혔으면 사람을 삭감하는 게 원리다. 세상은 정글이니까. 당장 아버지부터 설득해야 할텐데, 쉽겠나?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럴 필요까지야. 유장은 난처한 표정의 유기를 보며 피식 웃었음. 별 기대 없이 왔다가 이렇게 되어서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었음. 그러나 유장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 대신 유기에게 말했음. 저녁. ......? 비싼 걸로 얻어 먹을 거야. ...예? 아, 네! 얼마든지요! 유기가 신나게 유장의 뒤를 따랐음. 유장은 작게 웃었음. 그리고 유장이 이변을 느낀 것은 그날 밤이었음. 버스 정류장까지 유장을 데려다준 유기는 유장이 탄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정류장을 떠나지 않았음. 유장은 턱을 괴고 밖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음. 하여간 극성이라니까. 그리고 잠시 후 문득 놀랐음. 내가 웃었어? 뭔가 기분이 이상했음. 뭔가 더 간질간질하고 부끄러운 기분이었음. 띵동. 문자 오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음. 저도 이제 들어가려고요. 유장씨는 잘 앉으셨어요? 유장은 잠깐 눈을 깜박였음. 강아지인 척 하는 호랑이. 끙끙거리는 호랑이의 모습이 떠올라서 유장은 갑자기 웃음이 터질 뻔 했음. 유장은 대화창에 입력했음. 어. 잘 앉았어. 너도 잘 들어가, 까지 입력했다가, 유장은 줄글을 줄줄 지웠음. 원래 이렇게까지 안 썼던거 같은데. 그리고 ㅇ 한 글자를 달랑 보냈음. 음. 유장은 좀 찝찝하게 생각했음. 괜히 짧게 보냈나? 자신이 뭘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유장은 약간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에 접어들었음. 게다가 답장이 늦어졌음. 평소에는 보내면 칼같이 답장이 돌아왔던 거 같은데 지금은 확인을 안 하는 건지 뭔지 통 답장이 없었음. 유장은 잠조차 들지 못하고 노심초사하며 답장을 기다렸음. 다른 때 유비네 놀러 왔을 때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기분이 이상했음. 그리고 내리기 직전에 문자가 도착했음. 저는 잘 들어 갔어요. 유장씨는 잘 도착 하셨어요? 유장은 크게 숨을 내쉬었음. 이 문자가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들었다 놓았다 하는지, 까지 생각하고 유장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 오름. 설마, 설마가 따로 있는데. 유장은 심장이 쿵쿵 뛰어오르는 걸 느낌. 마치 라운드가 시작되기 직전에 심장이 뛰는 것처럼. 요 조그만 핸드폰의 울림 한 조각에 심장이 달린 것처럼, 두근두근 쿵쿵. 유장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음. 분명 건드리지도 않고 있는데 핸드폰이 뜨근뜨근하게 열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버스에서 후닥닥 내리자 찬 공기가 얼굴에 닿았음. 오늘은 그렇게 춥지도 않았는데. 유장은 날듯이 집으로 돌아갔음.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기 위해 주머니를 비웠음. 핸드폰에는 문자가 하나 더 와있었음. 유장은 메시지를 홀린듯이 열어 봄. 유장 씨? 잘 들어 가셨어요? 유장은 바닥에 주저 앉듯 앉아버림.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음. 휴대폰을 앞에 두고 유장은 마른세수를 하고 고양이처럼 손끝으로 휴대폰을 툭툭 건드림. 지이잉-하고 진동이 울릴 때까지. 발신자는, 유기였음. 유장은 뜨거운 것을 집듯이 화들짝 놀라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음. 손에서 자꾸 땀이 찼음. 핸드폰을 문지르자 전화가 받아졌음. 유장씨? 유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넘어왔음. 어, 어어. 괜찮아요? 하도 연락이 안 돼서. 괜, 괜찮아. 목소리가 잠시 삐끗한 것 같았음. 유장 씨? 유기가 한번 더 유장을 불렀음. 유장은 핸드폰을 쥔 손을 바꿔 들고 옷에 손바닥을 문질렀음. 손에 땀이 끈적였음. 유장 씨 정말 괜찮으세요? 괜찮아. 전화 끊는다. 유장 씨? 유장 씨! 유장은 전화를 끊고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음. 그리고 이불에 몸을 던짐. 내가 왜 이러지. 유장은 모르는 척 하고 싶었음. 그러나 모르는 척 하기가 쉽지 않았음. 유장은 고뇌를 하다 잠이 들었음.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대지각을 하게 됨. 알람이 울리지 않아서 유장은 씻고 잽싸게 옷을 갈아입은 후에 버스에 타고 나서야 핸드폰을 켰음. 출근시간이 한참 넘어서 체육관에서 연락이 엄청 와 있었음. 그리고 유기에게서도. 유장은 일단 약간 도피하는 심정으로 체육관에 전화를 걸었음.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핸드폰을 꺼두는 바람에. 예. 바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고 바로 체육관으로 들어갔음. 그리고 일부러 핸드폰을 팽개치고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봐 줌. 그치만 그것도 점심시간까지였음. 게다가 오늘은 지각을 해서 평소보다 점심 시간이 더 빨리 왔음. 그 사이에 문자가 세 통 더 와 있었음. 유장은 눈을 질끈 감는 심정으로 문자함을 열었음. 유장 씨 정말 괜찮아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아까는 괜찮아 보였었는데 유장 씨 전화 좀 받아주세요 유장씨 새벽이라 민폐인 건 알지만.. 유장 씨...
유장은 발개진 얼굴로 마른세수를 했음. 얘는 왜. 왜 이렇게 나한테. 내가 너에게 뭘 해줬다고. 잠깐 그러고 있는 사이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음. 이번에는 전화였고, 지금 전화를 걸 사람은 딱 한 명 뿐이었음. 유장은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음. 어. 유장 씨? ...나 아님 누구겠어. 유장씨...
실종 신고 할 뻔 했잖아요. 약간 울먹이는 것 같은 목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넘어왔음. 유장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기 위해 노력했음. 늦잠을 좀 자서. 그런거였다면 다행이에요. 노파심 때문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노파심인 걸 알면 다행이다. 유장 씨... 유장은 다시 심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음.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유장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그럼 점심 먹어라. 나도 먹는다. 하곤 전화를 끊었음. 심장이 두근거려서 아플 지경이었음. 얜 지금까지 이런 심정이었던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음. 유장은 신경을 돌리기 위해 애를 썼지만 그럴 수록 모든 신경이 핸드폰으로 쏠리는 것 같았음. 진동이 오자 화들짝 놀랐고-스팸이어서 핸드폰을 좀 부술 뻔 하기까지 했음-심지어 한 번 넘어질 뻔 하기도 해서 관장이 오늘 어디 아프냐고 물어볼 정도였음. 아프면 말을 하지. 관장은 내쫓듯이 유장을 조퇴시켜 주었음. 유장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잡고 멍하니 걸어서 자신의 집을 향했음. 그러다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졌음. 지금까지는 계속 유기가 전화를 걸어줬으니까, 자기도 한 번 쯤 전화를 거는 게 공평하지 않나? 충동은 그렇게 합리화를 덧입었음. 유장은 키패드를 꾹꾹 눌러 전화를 걸었음. 몇 번인가 신호음이 가고서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났음. 유기?
유장 씨? 어어, 잠깐 통화할 시간 돼? 네? 네! 괜찮아요! 그렇다면 다행인데... 유장은 뒷머리를 벅벅 긁었음.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음. 사실 뭔가 용건이 있어서 전화를 건 건 아니었으니까. 유장 씨? 유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넘어와 유장은 약간 삐끗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음. 점심, 먹었어? 네, 유장 씨가 챙겨주셔서 뭣 좀 먹었어요. 뭐, 먹었는데? 그게- 노크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넘어왔음. 유기는 곤란한 목소리로 유장씨, 잠시만요 하고 이야기 했음. -부사장님, 이거 결재 부탁드립니다. 거기 두고 가세요. 그리고 문 닫히는 소리가 났음. 유장은 뭔가 가슴 속에 맺히는 것 같다고 느꼈음. 부사장님. 유기는 벌써 저자리에 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기분이었음. 벌써, 이렇게나 차이가 벌어지는데, 이런 마음을 갖는 게 유기에게 부담이 되는 건 아닐까? 유장 씨? 하고 부르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음. 끊는다. 네? 유장- 유장은 전화를 끊었음. 곧 다시 전화가 걸려왔지만 유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음. 핸드폰 화면에 뜨는 유기, 라는 글자가 눈을 찌르는 것 같았음. 그날 새벽 유장은 핸드폰 문자 메시지 기록을 주르륵 보다가, 차단 버튼을 눌렀음. 그리고 메시지 하나를 보냈음. 이젠 연락하지 마. 그리고 전화도 스팸으로 돌리고 핸드폰을 잠갔음. 뒤돌아 눕는데 괜히 등이 시린 기분이었음. 다음날 체육관에 출근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었음. 식사를 하고 있는데 관장이 문득 물었음. 몸은 좀 괜찮냐? 예? 튼튼합니다. 근데 왜 얼굴이 다 죽어가? 애인이랑 싸워서 그래? 예...? 만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더니 오늘따라 왜 그래. 아프면 내일까지 쉬게 해줄테니 말하고.
유장은 뭐라고 입을 떼려다, 예, 하고는 말았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맞는 것 같은데. 유장은 입맛이 없어졌음을 느꼈음. 결국 그날도 유장은 조퇴를 했음. 관장님은 내일도 아프면 아침에 전화를 하라며 유장을 보내주었음. 유장은 집에 들어가서 푹 누웠음. 조퇴라곤 했지만 꽤 늦어서 벌써 해가 지고 있었음. 유장은 핸드폰을 꺼내놓고 눈을 감았음. 꾹, 아주 꾹. 지이잉, 핸드폰의 진동이 울려서 유장은 눈을 번쩍 떴음. 핸드폰 화면에는 두글자가 찍혀 있었음. 유진. 아, 참. 그렇지. 차단하고 스팸으로 돌렸었지. 유장은 괜히 서늘해지는 마음을 일부러 무시하고 전화를 받았음. 여보세요.
유장 씨? 익숙한 목소리가 전화를 타고 흘러나와서 유장은 표정을 굳혔음. 너...! 유장 씨가 비겁한 짓을 해서, 저도 좀 치사해지기로 했습니다. 배경음으로 제갈량과 유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도원관 전화인 듯 싶었음. 왜 연락하지 말라고 하신 거에요? 왜 전화도 안 받으세요? ...연락하기 싫어졌으니까. 혹시 제가, 뭔가 잘못을 했나요? 그렇다면 알려주세요 유장씨. 제발. 유기의 목소리는 간절하기까지 했음. 유장은 눈을 질끈 감았음. 그런 거 아냐. 아니라면 왜- 그냥 내가 문제야. 알았어? 내가, 문제야. 유장 씨... 유장은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음. 그냥 잘못 걸렸다 치고 네 갈 길 가 유기 부사장님.
유장 씨. 유기가 절박하게 유장을 불렀음. 유장은 날카롭게 외쳤음. 이 정도면 실컷 논 거 아냐? 연애 놀음이 더 필요해? 유장 씨. 아까보다 한결 가라앉은 목소리가 유장의 이름을 불렀음. 유장은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음. 얼굴 보고 얘기 해요 우리. 난 싫어. 유장 씨. ......
유기는 머리를 넘기며 무슨 말을 할지 생각했음. 유비는 큰 소리가 나오자 조마조마해가며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음. 그건 유기가 진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음. 험해져서는 안 돼. 유장 씨를 더 보고 싶다면 침착해야 해. 유기은 온순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 저희 전화번호 교환할 때 했던 약속, 기억 하세요? ...그건 왜- 제가 유장 씨를 더 알고서 좋아하지 않으면 죽도록 때리기로 하셨었죠. 그 얘긴, 갑자기 왜 또- 어쩌죠. 저는 유장 씨를 더 좋아하게 됐는데. 최선을 다 하는 모습도, 유비 씨를 챙기는 모습도, 저한테 무뚝뚝한 모습도 전부, 좋아하게 됐는데. 내기는 제가 이긴 거잖아요.
유기는 약간 투정 부리듯 이야기했다. 상품은 주셔야죠. 내기는, 제가 이겼는데. 유장 씨. 제 소원 하나만 들어주세요. ...... 유장 씨를 주세요. ...... 전화기 사이에 침묵이 흘렀음. 숨소리가 아니었다면 끊은 줄 알았을 정도로 긴 침묵이 흘렀음. 유기는 약간 초조해졌음. 이것도 안 통하면, 유기에게는 더 이상 패가 없었음. 그냥 이대로 유장을 놓아주어야 했음. 유기는 확인하듯 유장 씨? 하고 작게 불렀음. ...ㅁㅁ동. 예? 유장이 한 번 더 말했음. ㅁㅁ동 ㅇㅇ체육관. 30분 줄게. 튀어 와 봐. 그럼 생각해 볼게. 그리고는 전화가 끊겼음. 유기는 잠시 전화기를 보다가, 수화기를 내팽개치고 달렸음.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 같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음. 지금은 일단 급했으므로. 나중에 사과하러 와야겠다. 그 생각이 든 것도 차에 타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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