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트위터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백업합니다. 퇴고 X

*이 썰은 설정을 마음대로 날조하고 있으며 또 그럴 예정입니다. 혹시 보시는 분이 계신다면 이점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더컴이 일부러 하나씩 버그 넣어두고 드림배틀을 개최하는 거라면 어떨까. 드림배틀 때마다 버그가 하나씩은 꼭 있었고 싸마이는 그 계보 중 하나인 거지... 그런데 주군의 몸을 빼앗는 정도까지 간 건 싸마이 뿐이라 마더컴의 총애를 받는다던가...

그래서 환생을 시켜준다던가... 선계에 부활시켜준다던가...(기승전?

마더컴이 드림배틀을 없애달라는 소원을 용납하지 못해서 300년도 안 지났는데 드림 배틀이 다시 열리는 거 보고 싶다. 그리고 가장 총애를 받은 사마의도 다시 돌아오는 거지. 위대한 꿈을 얻는 것도 있지만 드림 배틀의 목적 중 하나는 인간들을 시험하기위해서라던가(아무말) 그런데 버그 상태인 싸마이가 돌아오게 되면서 기억이 돌아온 쬬가 멘붕하는 게 보고 싶다... 강력했던 믿음과 배신의 기억... 인지부조화 뭐 그런 거...

개인적으로 옥새 안에 있던 신선은 옥새를 관리하는 전 우승자의 신선이지 마더컴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

소원을 관리하던 제갈량은 어느 순간 의문을 느꼈다. 왜 아직도 선계가 남아있지? 옥새는 개조 이후에도 막힘 없이 구동 되고 있었고 인간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드림배틀을 없애버린 지금 시점에서 드림배틀을 위한 도구인 신선들이 나고 자랄 선계는 그 의미를 퇴색한다. 살아있는 것의 손이 닿지 않는 선계는 그 효용을 따지자면 끝자락부터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끝내는 옥새를 담을 작은 공간을 제하면 모두 무위로 돌아가야 맞았다. 옥새는, 마더컴퓨터는 적은 에너지라도 아껴야 하였으므로. 지금까지 이어온 관성 때문인가. 제갈량은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생각을 다시 소원으로 돌렸다. 소소한 소원들이 세상을 유지하다 보니 할 일은 차고 넘쳐났다.

그리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착한 마녀 글렌다는 어떠한 사소한 일도 일어나는 일이 모두 적히는 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일과중 하나는 그 거대한 책을 읽어내리는 것이었다. 조조도 그와 비슷한 방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시큐리티 룸는 온갖 활동으로 꼭꼭 차 있었다. 어느 순간, 왜인지 모르게 약간의 염증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조조는 시큐리티 룸을 비우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내려가 도시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조조와 글렌다의 차이는 차오르는 정보들을 얼마나 파악해내는가에 달려있었다. 조조에게는 시간이 항시 모자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열의마저도. 그 날은 평소처럼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온 날이었다. 조조는 그냥, 문득, 시큐리티 룸으로 내려가야겠다는 충동을 느꼈고, 별로 거리낄 것이 없었으므로 시큐리티 룸을 향했다. 시큐리티 룸은 언제나와 다를 것 없이 정돈 되어 있었고-얼마 전에 상당히 파손 되어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화면들은 정보를 송출했다. 조조는 의자에 앉아 한바퀴 빙 둘러 모니터들을 살폈다. 사람들은 만나거나, 엇갈리거나,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문득, 뭔가가 눈에 밟혔다. 조조는 오랜만에 다루는 스위치로 어렵사리 화면을 뒤로 돌렸다. 한 남자가 화면에 잡혀 있었다. 남자는 희고 긴 코트를 입고 있었다. 훤칠하게 키가큰 남자는 머리를 위로 세워서인지 더 키가 커 보였다. 그리고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염색을 한 것인지 붉은 빛깔이 비쳤다. 지끈, 머리가 아파왔다. 내가 이 남자를 어디서 보았지? 내가 이 남자를 어떻게 알고 있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최근에 느끼는 이 공백은 아주 이상했다. 자신의 이름이 바뀌어 있었고, 어째서인지 모르게 경찰직을 내려 놓은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선배마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큰일이 벌어진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는데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조조는 머리를 짚고 신음했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시큐리티 룸으로 오려면 몇 겹의 보안을 뚫어야 함에도 불구하고.노크는 잠시잠깐의 텀을 두고 다시 이어졌다. 똑똑똑. 그리고 참지 못하였는지, 달칵, 문이 열렸다. 조금 전 화면에서 보았던 남자가 시큐리티 룸 안으로 들어왔다. 조조는 다시 깨질듯이 아파오는 머리를 느꼈다. 무언가 이상했다. 왜인지 낯익었다. 저 사람이 누구길래. 대체 어째서.

역시 여기에 계셨군요.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눈 앞에 이상한 영상이 휙휙 지나갔다. 복잡한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검보라색 연기를 뿜어내는 어두운 색채의 다면체, 자신의 손에 끼워져 있는 알 수 없는 도구.

오랜만에 뵙습니다, 주군.

-흐윽.

조조는 머리를 잡고 흐느꼈다. 남자가 빙그레 웃었다.아니, 조조님.

사-마의...!

조조는 눈에 핏발이 서도록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사마의는 태평하게 예, 조조님.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조조는 사마의의 얼굴을 후려쳤다. 사마의의 입가가 터졌는지 검은 연기가 조금 피어났다.

제법 아프군요.

닥쳐...!

무슨 낯짝으로, 이렇게 뻔뻔하게...! 조조는 뚝뚝 끊어지는 말로 사마의를 후려쳤다. 수많은 기억이 몰려들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조조는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사마의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입가를 엄지 손가락으로 눌렀다.

끝나셨습니까? 생각보다 무르시군요.

나가라.

조조는 짓씹어 뱉었다. 다신 돌아오지 마.나의 눈에 띄지 마. 사라져 버려. 수많은 단어가 응집된 한 마디를 조조는 잇새로 뱉어냈다. 사마의는 입가에서 손을 떼었다.

안타깝게도.

......

그 원은 들어드릴 수 없겠습니다.

이-

저는 거래를 청하러 왔습니다.

필요 없다!

조조는 떨쳐 말했다. 딱 잘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그러나 사마의는 다시 입을 뗐다.

소원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하?

당신이 품어왔던 염원, 당신이 바라 마지 않는 것을 하나 더 들어 드리겠습니다.

악의 멸절 같은 허황되고 나약한 꿈 말고 말입니다. 사마의가 말했다.

당신이 말하는 것, 그리고.

......

당신이 꿈에나 그리는 것.

당신을 사랑하는 자를 선물해 드리지요. 영영 떠나지 않고 묶여서 당신만을 보는 인간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조조는 아득, 이를 갈았다. 저렇게 오만한 듯 말하는 자는 조조의 기억 속에 없었다. 저것이 본모습인가. 조조는 주먹을 움켜쥐고 뒤로 당기기 위해 등 근육을 긴장 시켰다. 그러나 사마의가 빨랐다.

곧 드림배틀이 다시 열릴 것입니다.

조조가 멈췄다. 드림배틀이라니, 그 지옥도가 다시 열린다고?

거짓말 하지 마라.

사실입니다.

이제는 제가 마더 컴퓨터님의 총아이므로. 사마의가 웃었다.

모든 신선과 모든 영웅패가 되살아 날 것입니다. 모든 배틀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겠죠. 영웅의 이름을 택하신 조조님도 예외는 아니지요.

조조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책상에 허벅지가 부딪쳤다.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조조는 눈을 깜박였다. 유비를 인정하는 데에 그렇게 고통을 들였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니. 조조는 다시 아파오려는 머리를 잡았다. 사마의에게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사마의는 손을 내밀고 있었다. 붉은 색의 영웅패가, 두 개.

하후 형제입니다, 조조님.

...이전과 같으리라고 생각하지 마라!

압니다. 이전처럼 당신의 몸을 앗을 생각은 없습니다.

차피 이긴다 하여도 옥새 안에 갇힐 육체, 탐할 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조조는 혼란스러워졌다. 드림 배틀에 재참가를 권유하는 사마의는 제 속을 다 까발려 보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계속 비상등을 켜고 있는데, 내쫓아야 한다는 생각이 이리도 엄중한데 줄어들지를 않았다. 조조는 마른침을 넘겼다.

...원하는 게 뭐냐.

사마의가 입을 길게 찢었다. 그 얼굴이 마치 늑대 같았다.

옥새의 신선자리를, 저에게 주십시오.

옥새의, 신선?

어차피 그 자리는 승리한 자의 신선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다시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것인가? 어째서? 무슨 이익이 있다고?

옥새는 세계를 관리하는 세상의 중심점. 제가 원하는 세계의 구심점이 될 것입니다. 조조님.

그 세계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겝니다.사마의가 속삭였다. 악의 멸절을 원하셨지요. 그 또한 이루어지는 세계를 만들겠습니다, 조조님. 꿀을 바른듯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를 저몄다. 조조는 책상을 움켜 쥐었다.

왜 나지?

......

왜 나를 골라 이런 말을 하는 것이냐, 사마의.

제가 줄 수 있는 것을 당신이 원할 테니까요.

오로지 당신만이. 자신이 줄 수 있는 사소하고도 무거운 것들을 원할 것이니. 온갖 꿀과 사탕을 바른 장난감이 아이의 앞에 놓였다. 그것을 잡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데도 너무나 달콤해 보여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마의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하하. 사마의가 나직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마의는 몇 걸음 앞으로 와 조조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팔을 활짝 벌리고- 조조를 끌어 안았다. 긴 숨이 쉬어졌다. 코로 깊이도 숨을 들여 마시고- 깊이도 숨을 뱉었다. 사마의는 숨에 웃음기를 섞었다.

아십니까 조조님?

......

저는 이 몸이 그리도 그리웠습니다.

조조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떨어져라, 사마의.

그러죠, 조조님.

달그락. 영웅패 두 개가 사마의 손에서 탁자 위로 옮겨갔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조조님. 눈을 뜨자 사마의가 사라져 있었다. 문은, 곱게도 닫혀 있었다.

-

유비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겨울이라 그런지 따뜻한 쪽에 있으니 자꾸만 졸음이 몰려왔다. 유비는 급박한 듯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네에, 하고 닿지 않을 대답을 하며 밖을 향했다. 겨울이라 꽁꽁 닫혀 있던 현관을 열었다. 그리고는 눈을 껌벅였다.

제... 갈량?

주군.

제갈량? 진짜 제갈량이야? 유비는 제갈량의 손을 잡고 어쩔 줄 모르며 기뻐했다. 제갈량의 손이 차디차서 유비는 조금 울먹이기까지 하며 말을 건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아참, 춥겠다. 얼른 들어가자.

주군, 주군 진정하십시오. 신선은 추위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래도! 유비는 제갈량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들 나와 봐! 제갈량이 돌아왔어! 유비가 외쳤지만 도원관은 잠잠했다. 관우? 장비? 조운에 황충에 마초까지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제갈량은 머리를 짚었다.

주군.

잠깐만, 잠깐 있어봐 제갈량. 얘들이 이럴 애들이 아닌데.

주군.

유비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 잔다고 들어갔는데,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럴 리가. 제갈량이 한 번 더 유비를 불렀다. 유비는 비틀비틀 제갈량에게로 다가왔다.

제갈량... 애들이, 애들이 없어. 어떡하지? 다들 어디로 가버린 거야?

...어디부터 설명드려야 할지.

제갈량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떼었다.

저는 지금 옥새에서 내쳐졌습니다.

뭐?!

유비는 펄쩍 뛰었다. 제갈량은 그런 유비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작금의 선계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일이 왕왕 있어 조사를 해 보려던 중 사달이 났습니다. 전체적인 상황과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주군.

아니 이게 뭣이여!

제갈량의 말이 장비의 목소리로 끊겼다. 유비는 장비?! 하고 외치며 뒤를 돌았다. 아까의 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다섯 영웅패의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비와 제갈량은 방을 향해 달렸다. 이불에 파묻혀있던 영웅패들이 고개를 들었다. 다들, 영웅패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형님! 형님 저희 모습이...!

Tiny 해 져 버렸잖아?

마초! 작아졌다! 마초 옛날 같다!

대체 이게, 쿨럭쿨럭, 어찌 된 노릇이야?

유비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갈량은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걸로 확실해졌군요. 유비는 제갈량을 돌아보았다. 제갈량은 최대한 덤덤하게 말했다.

드림배틀이, 다시 시작되려고 하고 있습니다.뭐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유비는 경계 태세로 뒤를 돌아보았다. 문을 주먹으로 부술 듯이 두드리는 소리 사이로 목소리가 섞인 것은 그 때였다.

유비! 유비 안에 있나!

유비는 눈을 깜박였다. 지독하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자신을, 지금은 저런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부를 리 없는 목소리기도 했다. 유비는 문을 벌컥 열었다.

조조?

조조가 이를 아득 갈며 고개를 끄덕였다. 뛰어왔는지 조조는 몸에서 김을 피워올리고 있는 상테였다. 몸이 식을 것을 걱정한 유비는 조조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담요부터 가지러 들어갔다. 조조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놀랍지도 않다는 듯 제갈량을 향해 말을 걸었다.

너도 돌아왔나.

잠시 찌푸린 표정으로 조조를 돌아보았던 제갈량은 찰나가 지난 후 얼굴을 완전히 일그러트렸다.

설마.

.....

사마의가 돌아왔습니까?

아는 게 아니었나.

제갈량이 뭐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주유가 만일 있었더라면 있는대로 비웃었을 상황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제갈량이 다 파악하기에는 지나치게 변칙적이었다. 조조는 제갈량에게서 시선을 뗐다.

나에게 거래를 청해왔다.

거래?

조조는 주머니를 뒤져 영웅패 두개를 꺼냈다. 하후돈과 하후연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나에게 드림배틀에 참가를 권하더군.

여유로운 것인지 여유로운 척하는 것인지...

제갈량은 부채를 억세게 쥐었다. 담요를 가지고 나온 유비는 한결 험악해진 분위기에 눈치를 보았다. 조조. 유비가 담요를 내밀자 조조는 하후형제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고 담요를 받아들어 한 손에 말아쥐었다.

그래도 아직 하후형제가 장기말 신세인걸 보니 시간은 좀 있겠군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레인보우 이벤트가 그리 빨리 시작할리 없기 때문입니다.

신선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후니까요. 말하면서도 제갈량은 입술을 깨물었다. 제 말에는 오류가 있었다.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조조가 입을 열었다.

사마의가,

...

자신을 옥새의 신선으로 만들어 달라더군.

하?

뭐어?

사마의가 목표를 바꾼겐가. 제갈량이 속삭였다. 옆에 서 있는 유비도 간신히 들을 크기였다.

버그인 것은 확실하다. 내가 그를, ...때렸을 때. 분명히 검은 연기가 나왔으니까.

제갈량은 부채로 이마를 괴었다. 유비도 마른세수를 하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무슨 꿍꿍이 속이 있을텐데...

그래서, 협조를 구하러 왔다.

혀업조오?

유비는 눈을 깜박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협조라니. 무려 '그' 조조가? 유비는 잠시 의심의 눈초리로 조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조조는 굳건했고 담요를 쥔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유비는 제갈량을 바라보았다. 제갈량이 고개를 끄덕, 움직였다. 유비는 한 걸음 물러나기로 했다.

뭘... 도와주면 되는데?

드림배틀을 저지시키는 것을.

어떻게...?

제갈량이 부채 뒤로 한숨을 뱉었다.

한가지.

시선이 제갈량에게 쏠렸다.

방책이 있기는 합니다.

-

선계는 이전과 같이 푸르렀다. 불바다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제갈량의 예상과 달리 햇볕은 따스했고 이리저리 과일이 열려있기까지 했다. 제갈량과 함께 선계로 넘어온 유비와 조조는 한바퀴 뒹굴다시피 착지해야했다. 선계로 통하는 문이 불안정했기 때문이었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어. 어어.

하, 조조가 조소했다.

아직 군신계약도 맺지 않았는데 주군이라니, 웃기는군.

내가 모신 내 주군이다. 앞으로 영원히 내 주군일 것이고.

그건 마치.

조조는 입을 다물었다. 으르렁거리던 제갈량은 신경쓸 것 없다고 생각했는지 유비를 일으키곤 앞서 걸었다. 이 쪽입니다. 유비가 발을 떼었다.

멈춰라.

낮은 저음이 발을 묶었다. 조조는 뒤를 돌았다. 사마의. 제갈량이 중얼거렸다. 유비가 긴장하여 자세를 약간 낮추었다. 오른손을 더듬었지만 아직 체인저는 주어지지 않았다. 오호 대장군이 형님, 주군, 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제갈량. 너도 아직 신선이라는 걸 간과했군.

사마의가 낮게 말했다. 제갈량은 코웃음쳤다.

간과한 게 너무 큰 것 아닌가 사마의? 선계 최고 신선 이름이 울겠군.

유비님과 조조님을 돌려보내라 제갈량. 아직 레인보우 이벤트까지는 멀었어.

혹시 그게 아니라면. 사마의가 손 안에서 부채를 굴렸다. 제갈량이 빨랐다.

막아내기를 물결과 같이!

공격하기를 불길과 같이!

빙벽이 불덩이를 막았다. 넓게 결계처럼 퍼진 얇은 빙벽은 돌아가기에도 만만찮은 넓이였다. 주군, 이틈에. 제갈량이 유비에게 속삭였고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빙벽 뒤에서 나뭇잎 밟은 소리가 나 사마의는 이를 갈았다.

막아내기를 불길과 같이!

불이 길을 트듯 피어올랐다. 빙벽이 녹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마의는 앞으로 한 걸음을 디디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조조님.

......

빙벽의 뒤쪽, 길이라 할 만한 곳의 한 가운데에 조조가 서 있었다.

유비와 제갈량은 달렸다. 평소에 단련한 몸인 유비는 빠른 속도를 냈지만 중간중간 걸릴 것이 많은 숲에서 몇 번 헛디딜 뻔 하여 제갈량과 속도가 비등했다. 제갈량은 익숙한 숲을 날듯이 달렸다. 옥새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햇살이 내리쬐는 공터 한 가운데에 주인 없는 옥새가 고고히 작동하고 있었다. 유비와 제갈량은 텅 빈 옥새를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제갈량이 먼저 소리 높혀 외쳤다.

마더 컴퓨터님.

빈 옥새는 대답이 없었다. 마더 컴퓨터님! 반응 없는 옥새에 대고 유비가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옥새여!

시, 끄럽, 구나.

띄엄띄엄 오래된 라디오가 작동하듯이 옥새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제갈량은 부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유비는 제갈량을 보고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 슨 일로, 나를, 깨우는, 가?

나의 소원을 파기한 이유를 물으러 왔다!

그대, 의 소원?

옥새에서 반짝 빛이 났다. 제갈량의 몸이 빛으로 산산히 부서지다- 다시 제갈량의 모습으로 조립되었다. 그대의 소원. 옥새에서 다시 한 번 중얼거리듯이 다시 한 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대답했다.

허, 락할 수, 없, 다.

마더 컴퓨터여!

제갈량이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태초로부터 그대의 계약은 드림배틀의 우승자의 소원의 달성! 어찌 계약을 어기는가!

신, 선이여.

마더컴퓨터의 목소리가 울렸다.

드, 림, 배틀에, 얽힌 계약은, 하나가 아니다.

제갈량과 유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

조조님.

사마의가 푹 웃었다. 조조는 눈을 꾹 눌러 감았다 치켜 떴다.

저희의 거래는 성립되었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착각이다.

조조가 씹듯이 잇새로 말했다. 사마의는 얼굴을 굳혔다.

어째섭니까?

뭐?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 자명한 데에도.

자명하지 않다.

자명할 리가 없다. 당장 드림 배틀이 다시 열린다면 바로 직전의 우승자인 유비도 참여할 것이 뻔했다. 지금까지 패퇴시킨 수많은 레전드 히어로들이 다시 일어날 것이었다. 그 와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장 악랄한 이를 자신의 손으로 해치운 것도 기억이 났다. 자신이 그걸 다시 해낼 수 있겠는가? 꿈을 잃은 조조는 결론 지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사마의가 부채로 입을 가렸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뭐?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지금은, 마더 컴퓨터의 총아라고요. 조조는 눈을 깜박였다.

-

드, 림 배틀, 에 얽힌 계,약은, 크게 두, 가지. 하나. 우승, 자의 소원을, 이루어준다.

-

잊으셨습니까, 저는 버그입니다.

사마의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 당당하고 오만한 모습이 눈에 익었다. 사마의는 손을 뻗어 조조의 눈 밑을 엄지로 문질렀다.

이렇게 나약하고 안쓰러운 당신에게 꼭 맞는, 승리를 향한 열쇠가 될.

당신의 몸에 꼭 맞게 천겁의 우연 속에 만들어진, 완벽한 존재.

-

하, 나. 옥, 새의 신, 선으로, 버, 그가 올라, 온다, 면, 그, 의 소, 망, 또한 이루, 어, 준다.

-

조조는 사마의의 손을 뿌리쳤다. 짝, 하고 살이 살에 감겼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헛소리.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겝니다. 그러나 거짓은 없습니다.

사마의는 덤덤하게 선언했다. 조조는 싸울 듯이 자세를 잡았다. 사마의는 비웃듯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저는 신선입니다. 아직 레전드 히어로가 되지 못한, 아니, 레전드 히어로가 된다고 하여도, 그래서 조조님께서 저를 공격하신다손 치더라도 저는 상처입지 않습니다.

조조는 이를 악물었다. 저 말만큼은 사실임을 조조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네 원 따위, 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리고 조조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말에 꼭, 사마의가, 상처 받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

버그가 옥새의 신선이 된다면...?

그건 또 무슨...!

유비와 제갈량이 당혹한 목소리를 내었다. 옥새에서 흘러나오는 마더 컴퓨터의 목소리는 침착하기만 했다.

따라, 서 드림 배틀을, 제거, 할 수 없, 다. 지켜야, 하는, 약속. 버, 그는, 신, 선도, 인간도, 아닌 존, 재. 그들, 과, 나는, 약속했다.

제갈량은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이 말을 듣는 것은 자신들이 처음일 것이었다. 고래로부터 지금까지. 수번의 드림배틀 중 유일하게 이야기를 들은 세대. 유비는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잊은 듯이 보였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옥, 새를 오, 래, 비워둘, 수 없다. 옥새, 의, 신선이, 필요하다.

마더 컴.

유비가 문득 입을 열었다.

아직 내 소원은 들어 준 것이 없다는 건 맞지?

그렇, 다.

그렇다면 내가 소원을 빌겠어.

주군!

제갈량이 당황스레 외쳤다. 유비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내 소원은-

-

공격하기를 번개와 같이!

조조는 한 바퀴 굴렀다. 번개가 튄 땅에서 흙먼지가 일었다. 사마의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조조는 한 걸음 앞섰다.

조조님, 비키어 주시지요.

조조는 거의 씨근덕거리는 숨을 쉬며 사마의의 앞을 막아섰다. 유비가 새로운 소원을 빌 때까지 사마의를 잡아놓는 건 자신의 몫이었다. 제갈량이 일방적으로 시켰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화가 치밀긴 했지만 드림 배틀을 미룰 수 있다면 이 정도 대치는 감내할 만 했다. 드림배틀을 300년 뒤로 미룬다. 그것을 소원으로 빌기로 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지금의 희생을 없던 것으로 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조조님.

문득, 사마의가 입을 떼었다. 조조는 귀를 기울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사마의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단순히 제가 싫어서입니까.

......

그래서 당신의 꿈마저 거부하시는 것입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지?

너는 그런 것에 신경쓰는 종자가 아니지 않나. 내 몸을 앗을 때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나? 조조가 뇌까리듯 중얼거렸다. 하. 사마의가 헛헛하게 웃었다.

대의를 이루는 데 감정에 휘둘리시다니 조조님 답지 않으십니다.

너를 막는 것이 악을 막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사마의가 이를 갈았다. 그리고 부채를 높이 들었다.

다스리기를 번개와 같이!

조조 바로 옆에 있던 나무가 타들어갔다. 퍼뜩 조조는 이렇게까지 가까이에 사마의가 번개를 떨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 채었다. 봐 주고 있었던 건가.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건만. 절망감이 뼛속을 파고들었다. 안 돼. 사마의가 외친 것은 그 때였다.

사마의의 손 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마의는 제 손을 보다가 허,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속에서 토해내는 것 같은 웃음이었다.

총아라 하더니 정말 별 것도 아닌 이름이었군, 마더 컴퓨터.

......

아니면 소원이 대단한 건가? 아무렴, 대단하시겠지. 잘난 놈의 약속.

조조는 사마의의 뇌까림을 들으며 호흡을 골랐다. 유비가 성공한 모양이었다. 사마의가 사라지기까지 하는 것은 예상 외였지만- 성큼, 사마의가 조조에게 다가왔다. 검은 연기로 부서지고 있는 손바닥이 조조의 볼에 닿았다. 조조는 흠칫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 섰다. 헛디뎠다는 서늘함이 등골을 타고 빠르게 올라왔다. 사마의가 남은 한 손으로 그런 조조를 낚아채었다. 후두둑, 돌이 굴렀다. 심장이 빠르게, 아주 빠르게 뛰었다. 사마의의 한 쪽 발이 연기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조조님.

......

얼굴이 가까웠다. 지독하게. 사마의는 조조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제가 약속한 것 중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사마의는 눈을 둥글게 휘었다. 사마의의 몸통이 빠르게 부서져갔다.

세간에서는, 세간에서는 말입니다.

사마의가 둥글게 눈을 휘었다.

제가 주군께 품는 감정을 연모라 하더이다.

사마의가 사라졌다. 조조는 자신이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기쁘지가 않았다.

-

사마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것을 '느꼈다'? 뭔가 이상했다. 분명히 자신은 존재할리 없을 터였는데 자신은 생각하고 있었다. 사마의는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돌아온 것은 청각이었다. 이명이 귀를 울려서 사마의는 자신이 꿇어앉는 것을 느꼈다. 천천히 둥근 바닥을 튕긴 빛이 눈을 찔렀다. 공기의 냄새와 침의 맛이 느껴졌다. 사마의는 거칠게 숨을 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돌조각이 둥둥, 주변을 떠 있었다. 그리고,

주군, 대체 어쩌자고 그런 소원을...!

그치만, 제갈량, 그래서 조건도 걸었고...!

유비와 제갈량이 밑에서 옥신각신 싸우고 있었다. 사마의는 고개를 들었다. 옥새였다. 자신은 옥새 안에 있었다.

옥, 새의 신, 선이여.

마더컴의 목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베일 것 같은 느낌에 사마의는 자신의 귀를 움켜쥐었다.

그대, 는 버, 그로서, 옥새, 에, 들었, 다.

그대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 마더 컴퓨터의 기계음이 처음으로 똑바로 발음했다. 사마의는 무너지려는 몸을 추슬러 일어났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제갈량이 한탄하듯 대답했다.

우리 주군이 너를 옥새의 신선으로 올리셨다.

나를 인간으로 만들면서까지. 약간 이를 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얘기하고 빈 소원이잖아 제갈량. 유비가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 제갈량이 약한 한숨을 쉬었다.

사, 마의. 나, 의, 사랑스런, 아가야.

풉, 제갈량이 웃음을 터트렸다. 사마의는 그런 제갈량을 잠시 노려보았다.

소원, 을, 말하라.

유비는 침을 꿀꺽 삼켰다. 허허로이 서 있던 제갈량도 다시 긴장하며 태세를 갖추었다. 내 소원은, 사마의가 입을 열었다.

인간이, 되고 싶다.

-

주군, 저런 놈까지 밥 챙겨줄 필요는 없습니다.

제갈량. 네 몫의 야채도 먹어야지.

괜히 사마의한테 시비 걸지 말고. 제갈량은 얼굴을 찌푸리고 괜히 파프리카를 젓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사마의는 헛기침을 하며 인사를 했다. 도장에서 놀고 있던 초선이가 사마의에게 달려왔다.

아저씨 다 먹었어?

예, 아가씨.

조조 아저씨 금방 온댔어!

사마의는 초선이의 손에 이끌려 도장쪽을 향했다. 제갈량이 한숨을 쉬었다.

자동화 시스템을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갈량이 천재여서 다행이야!

제가 아니면 누가 그렇게 하겠습니까.

소시지 좀 더 주십시오. 응! 유비는 신나게 다시 부엌을 향했다.

마더컴퓨터는 사마의의 인간화를 강력히 반대했다. 드디어 오른 옥새의 신선을 없애서는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정말 그 이유가 다였는지, 제갈량이 옥새의 자동화방안을 꺼내자, 옥새는 말 그대로 사마의를 내팽개쳤다. 넘어진 사마의도 어안이 벙벙할 만큼 빠른 속도였다. 그리고 곧, 조조가 옥새에 다가왔다. 당연히 땅에 뒹굴고 있는 사마의를 보았고-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되었다.

조조! 조조 참아! 너 경찰이잖아! 사마의도 이젠 인간이야!

놔라 유비!

조조는 사마의의 위에 올라타서 조조님, 하고 부르는 한 마디 말조차 듣지 않고 입가가 터져 피가 흐를 때까지 사마의를 때렸다. 유비가 억지로 조조를 일으켜 사마의에게서 떼어놓자 발길질도 서슴지 않았다. 사마의는 통증을 못 이겨 작게 신음했다. 조조는 있는대로 화가 나서 외쳤다. 연모? 연모! 웃기지 마라! 네가 하는 그따위가 연모라고? 제갈량이 사마의를 내려다보았고 유비가 숨을 삼켰다. 일시적으로 악력이 약해진 틈을 타고 조조가 사마의에게 달려들었다. 멱살을 쥐고 사마의를 다시 치려는 순간 사마의가 웃음을 터트렸다. 예! 연모입니다! 당신을 어떻게든 가지려고 발버둥치고 당신을 소원으로 묶어두려 했지요! 저는 연모라고 알고 있습니다! 조조의 오른손이 사마의의 왼뺨을 후려갈겼다. 터진 입술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유비가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떻게 해. 제갈량은 부채에 이마를 기대고 한숨을 푹 쉬었다.

돌아가지요, 주군.

그치만, 저 둘이.

알아서 오라고 하죠. 사마의도 돌아가는 방법은 알고 있을 겝니다.

신선이 아니게 되었으나 문 정도는 열 수 있을 겁니다. 제갈량이 덤덤히 말했다. 조조가 정신을 차렸다고 느낀 것은 사마의가 기침을 하고 있을 때였다. 쿨럭거리는 기침을 하곤 사마의는 입가를 닦았다. 조조는 씨근덕거리는 숨을 진정시키며 땀을 닦았다. 뒷목에 흥건하게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 따위는 연모라 부를 수 없다 사마의.

......

그냥 집착일 뿐이야.

그럼 제가 무엇을 해야 했습니까.

사마의는 질문 같지도 않은 억양으로 대꾸했다. 조조는 아무렇지 않게 등을 돌렸다. 가지 마십시오! 당연하지만 외치는 말은 듣지 않았다. 흘끗 뒤를 보았을 뿐이었다. 사마의는 비틀비틀 일어나 조조를 쫓았다. 조조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숲을 헤치고 걸어갔다. 사마의를 말리지도, 재촉하지도 않았다. 사마의는 비틀비틀 보조를 맞추어 걸었다. 조조가 입을 연 것은 숲을 빠져 나와서였다.

문을 열어라 사마의.

예?

문을 열라 했다. 인간계로 돌아간다.

예.

그리고 잠시 텀을 두고, 약간 머뭇거리며 사마의는 조조님. 하고 덧붙였다. 조조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오늘에 이르는 전말이었다. 사마의는 가끔 조조를 대신해 초선이를 맞으러 도원관을 찾았다. 둘이 같이 올 때도 드물지만 있었다. 대화는 거의 없었지만 초선이의 반응을 보면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주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나쁘지도 않게. 둘은 그렇게 지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