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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글 백업입니다.

 

 

1. 배배 꼬인 꽈배기 도너츠

"......"

"......"

"시간도 없으시다면서 식사 빨리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 아직... 30분 쯤 남았으니까 괜찮습니다."

"상당히 여유롭습니다? 일 바쁘다면서요."

"....그...."

"하긴 여유 있으니까 강사님이랑 식사도 하고 그랬겠죠."

"......"

"......"

"...저기."

"......"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그, 서류 처리가 꼬이는 바람에..."

"야근이래봤자 한 시간이었잖아요."

"그게...."

"포기하고 저녁 먹는데, 집에 들어갔다고 연락 와서 얼마나 놀랬는지 아십니까?"

"....죄송합니다...."

"......"

"...그, 변명 같겠지만... 그렇게 일찍 끝날줄도 몰랐고..."

"......"

"대표님도 가족이랑 시간 보내셔야죠... 그, 요즘 여동생 분도 바빠서... 잘 못 본다고도 하셨고..."

"건호 씨 보는 것 보다야 자주 볼 것 같습니다."

"......"

"맨날 나만 찾아가고... 무슨 회사가 그렇게 야근이 많아요?"

"...대표님도 만만치 않게 바쁘시잖습니까..."

"난 그래도 야근은 안 합니다."

"......"

"......"

"......"

"...됐습니다. 얼른 먹고 들어가세요. 오늘은 그래도 강의라니까 야근은 안 하겠네요."

"대표님..."

"그놈의 대표님 대표님. 후우...."

"...그..."

"......"

"대표님... 말씀대로... 야근 안 할 거 같기도 한데... 오늘 혹시, 뵐 수 있을까요?"

"됐습니다. 오늘은 저도 바쁩니다. 태순이가 오늘 일찍 들어오거든요?"

".....예에....."

"......"

"......"

2. 시간에 유의해야 하는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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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5 ( 건호 씨 어딥니까? )

( 아직 회사요...  )  6:08

                                                                     6:08 ( 아직 퇴근 못했어요? )

                                                  6:08 ( 그 상사는 퇴근이 왜 그렇게          )                                                          

                                                        ( 느리답니까?                                  )

( 아뇨 제 퇴근만 늦어지고 있는    )   

( 거라서요                                     )   6:09

( 죄송합니다 ) 6:09

                                                  6:31 ( 저한테 죄송할 거 뭐 있습니까 일 )                                                                     

                                                          ( 열심히 하세요                               )

                                                                          9:00 ( 아직도 회사에요? )

( 예에... )  9:02

( 대표님 저 오늘 정말 늦을 것 같습니다 )

(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일찍 주무세요  )

( 피곤하실 것 같은데                               )    9:46

                                               9:46 ( 알아서 하겠습니다 신경쓰지마세요 )

( 죄송합니다 ) 9:49

                                                     9:49 ( 건호씨가 죄송할 거 없다니까요 )

( ...죄송합니다 ) 9:52

                                             10:03 ( 건호씨 저 지금 건호씨 회사 앞인데 )

                                            10:03 ( 네 시간 째 대기 타는 중인데 말이죠 )

( 지ㅣ금 어디 걔ㅅ세요? )  10:04

( 카패라도드러가계새요ㅡㄱㅁ방나가갰스빈다 ) 10:04

                                                           1  10:04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

                                             (x | ->) ( 됐습니다 저도 지금 진부장님과 )                                                          

                                                         ( 데이트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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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화를 돕기위한 탄산수

저 삐돌이 또 삐졌다. 오늘따라 일찍 들어왔다 싶더니 벽을 보고서 모로 누워버렸다. 요즘들어 좀 잠잠하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또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 혹시 어제 저녁이 별로였나. 근데 삼겹살 사 오라고 한 건 본인이었잖아. 그러고 보니 필사적으로 괜찮은 척 했지만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얼굴이 좀 안 좋아 보이긴 했는데.

흘끗 곁눈질을 하자 오빠는 아까와 한치의 다를바도 없이 계속 누워서 벽을 뚫을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저러다 진짜 벽 뚫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조금 한숨이 나왔다.

"오빠. 일어나. 저녁 먹어야지."

걱정이 되서 어깨를 잡고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오빠는 마치 두 시간 자고 일어나기를 사흘 간 반복했을 때 처럼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소한 그 때는 금방 회복하기라도 했지 지금은 눈에 생기가 드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고 있다. 어디 아픈가?

"벌써 저녁시간이야?"

"응."

"흠."

다행히 아프지는 않은가보다. 고개를 빙글빙글 돌리면서-목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났다-잠시 고민을 하던 오빠가 문득 입을 열었다. 메뉴 선정을 저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도 드물거다.

"태순아."

"그래, 저녁메뉴는 뭡니까 아저씨."

"우리 소고기 먹자!"

잠깐 사고가 정지했다.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반응이 없었다는 것, 시원스레 웃으면서 소고기를 먹자고 하는 것. 어디다 방점을 두고 놀라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다행히 곧 결론이 나왔다.

"오빠 누워."

"뭐?"

"누워. 세상에 열이 얼마나 끓으면 자기 통제가 안 되는 거야?! 죽 끓여다 바칠테니까 누워! 자! 회복해!"

"우리 태순이 오빠 걱정해 주고 다 컸네...."

"울어?! 오빠 그렇게 아파?!"

못 살아. 어제 웬일로 밥을 거하게 먹나 싶었더니 아파서 그랬구나. 일단 물수건부터 만들어와야겠다 싶어 얼른 오빠를 눕혔다. 하나도 안 아프다며 일어나려 들었지만 상태가 저 모양인데 믿을 수 있을리가 없다. 맙소사. 저렇게 아프면 말을 할 것이지 왜 돼도 않는 짓을 하며 끙끙 앓고 있냐는 말이다.

쌀이야 넉넉하지만 어디의 육식을 선호하시는 분 때문에 야채 빼고는 집에 딱히 남아있는 재료가 없다. 참치? 소고기? 돼지고기로도 죽을 쑬 수 있나? 아예 닭죽이 낫나? 고기가 안 들어가면 안 먹으려고 들테니 야채죽은 제외하자. 고민하며 지갑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길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조건 반사적으로 바짝 긴장하고 주먹이 쥐어졌다가 간신히 힘을 뺄 수 있었다. 돈이라면 오빠가 얼마 전에 다 갚았으니 이제 우리집에 울릴 초인종 중에 강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은 없었다. 아 잡상인은 그렇게 해야 하려나. 잠시 심호흡을 하고 문고리에 손을 가져갔다. 손이 가볍게 떨리는 게 보였지만 무시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떴다. 침착하자. 이제 불안할 일은 없어.

문고리가 돌아가면서 철컥, 하고 문이 열렸다. 해가 지고 있어서 그런가, 문 안쪽으로 빛이 들어서 순간적으로 눈이 부셨다. 얼굴을 찡그리고 손으로 햇빛을 가리자 그제야 앞에 서있는 사람이 보였다. 짙은 남색의 양복을 입은 한 사람이 서류가방을 겨드랑이에 끼고 안절부절 못하며 서 있었다. 두 갈래로 갈라진 구렛나룻이 특징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람 처음 본다는 것.

"....누구세요?"

"아... 저, 그, 여기... 황태룡 대ㅍ.... 황태룡 씨 집 아닌가요?"

"오빠 손님이세요?"

"예? 예에..."

그런 건가. 확실히 오빠 손님이면 내가 모를만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오빠 손님이면 좀 곤란한데.

"저, 죄송한데, 급한거 아니시면 나중에 다시 와 주시면 안될까요? 오빠가 좀 아파서요."

"예? 마, 많이 아프신가요?"

"예... 상당히요."

그 사람은 상당히 안절부절 못하다가 얼마 안 있어 축 늘어져 버렸다. 그, 하면서 몇 마디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끝내 포기한 모양이다.

"저기, 급하신거면 오빠한테 말 좀 전해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저, 이거 좀 전해주시겠어요?"

남자는 언제부터 들고 있었나 싶은 하얀 비닐 봉지를 건넸다. 비닐봉지 안에서 따끈한 온기와 조금 기름진 냄새가 올라왔다. ...치킨?

"그... 안에... 콜라가 들긴 했는데 오면서 좀 흔들려서... 조심해서 여세요. 그, 실례했습니다."

"아, 저기."

꾸벅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던 남자가 잠시 발을 멈췄다. 조금 당황스러워 보이는 듯도 싶었지만 손에 든 봉투가 묵직하고 따뜻해서 왠지 물어봐야만 할 것만 같았다.

"...오빠한테... 말씀 전하실 거 정말 없으세요?"

"...그."

남자는 뒤통수에 손을 올리고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손에 뿌듯하니 가득찼던게 조금 덜어진 듯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죄송하다고... 좀, 전해주시겠어요... 빨리 나으시라고도...."

"누구시라고 할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남자는 다시 한번 꾸벅 인사를 하더니 복도 저쪽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나마 조금 가벼워졌던 손이 말의 무게로 다시 묵직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 닭고기가 담긴 봉투를 내려다 보다 조용히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죽과 함께 닭을 조금 덜고 그 사람의 말을 곁들여서 저녁으로 내었다. 오빠는 왠지 복잡한 표정으로 접시를 내려다 보았다.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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