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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유기와 웨어울프 유장이 보고 싶다 서로 손톱 뽑아들고 피터지게 싸우는 게 보고 싶은데...(?)
아니면 말싸움도 좋아. 웨어울프가 뱀파이어에게 물리면 어떻게 될지 당신은 궁금하지 않아? 꺼져. 걱정 마. 웨어울프 피라니 생각만 해도 역겨우니까. 같은 식으로
그렇게~ 말하다~ 사랑에~ 빠지고~ 인연이~ 생기고~
그림자 속에서 자신을 추스르는 유기와 그믐달 아래서 괴로워 하는 유장...
이로 붕대 물어 뜯어가면서 팔에다 붕대 감는 유장 보고 싶다 당연히 유기가 다치게 한 것입니다 유기와 싸우다가 그렇게 됨... 싸운 이유는 유기가 유비 피를 못 먹게 하려다 그렇게 된 걸까
유비는 보통 사람(?)이고 유장은 어렸을 때 웨어울프한테 물려서 유비를 매몰차게 떠난 척 주변을 배회하며 지켜주며 살아가는데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유기가 걸림돌이 되는 거 보고 싶다 무리로 꺼져 들개. 여긴 내 영역이다. 영역은 개뿔. 너야 말로 꺼져, 짐승 새꺄.
언제나 다정한 나의 동생아. 오늘은 무탈하게 잘 흘러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빵가게의 그 징그러운 놈은 형이 알아서 처리할게. 형은 오늘도 잘 지냈어. 식사도 적당히 때울 수 있었어. 잘 곳도 구했단다. 오늘은 보름이니까 문을 잘 걸어 잠그는 걸 잊지 말렴. 어린 시절에 그걸 강조해 놓은 게 내 유일한 위안이란다. 부디 잘 자기를.
매일 이런 거 머릿속으로 썼다 지우고 혼자서 마을 밖에 있는 헛간 같은 데에서 변신에 괴로워 하며 울부짖다가 다 때려 부수기를 반복하다 개냄새(?)가 나서 찾아온 유기를 만나게 되는데
하 어쩐지 마을 안에서 들개 냄새가 난다 했지.
...뺀질하게 생긴 자식이 오자 마자 욕부터 퍼부어? 넌 뭐야?
원래대로라면 유장도 갑자기 냅다 빈정거리지는 않았겠지만 남자에게서는 뭔가 거슬리는 냄새가 났음. 달달한데 가시처럼 걸리는 게 있는 냄새랄까. 위험한 냄새. 남자가 씨익 웃자 커다란 송곳니가 드러났음. 들개 새끼가 알아서 뭐 할 건데?
그리고 구름이 걷히고, 유장의 눈이 노랗게 변했음. 평소라면 도망가라고 경고했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음. 피가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음. 손에서 손톱이라기 보다는 발톱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새까만 것이 길쭉하게 돋아났음. 그리고 온 몸에서 두꺼운 털이 숭숭 시커멓게 올라오고, 시야가 순식간에 흐려졌음. 아우우우우... 우... 우... 그 소리가 유장의 이성을 마지막으로 강타했음. 그걸 보며 유기는 자신도 손톱을 뽑아 내었음. 그리고는 히죽 웃었음. 피도 든든하게 먹고 왔겠다, 오랜만에 영토 싸움은 즐거울 것 같았음
싸움은 상처 밖에는 남지 않았음. 둘 다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이긴 자는 없었고 덕택에 밤의 마을 분위기만 조금 흉흉해졌음. 유기는 마력으로 거느린 인간 클랜원들에게 치료를 받으며 이를 갈았고 유장은 스스로 붕대를 감으며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몸을 추스려야 했음. 개인간의 자존심 싸움인 동시에 영토 싸움이기도 했기 때문에 싸움은 쉽게 종결이 나지 않음. 일단 유장은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까. 유비였음.
자연스레 유비는 유장의 약점이 되어갔음. 유비가 있는 곳을 피해가며 싸우다 보니 뒤로 자꾸 물러서게 되고 흠칫흠칫 빠지게 되고... 지킬 것이 있어서 강하지만 동시에 약한 아이러니가 있었음.
여하간 이런 둘의 분위기에 전환점을 가져온 것은 바로 그믐밤이었음. 달이 가장 약해지는 밤이다 보니 유장의 체력에 한계가 찾아왔음. 오늘이 끝인가. 유장은 눈을 꿈벅였음. 손톱에 유난히 힘이 들어가지 않고 숨이 찼음. 자연스럽게 발을 놀리고 있는 유기에 비해 그 힘이 모자란 게 한 눈에 보일 지경이었음. 그 모습을 보던 유기가 비죽 웃었음.
그만 하지.
뭘.
뱀파이어는 신사. 기사도를 지킬 줄 알지. 힘이 빠진 자를 상대하는 건 신사의 도리가 아냐.
구라 까지 마라.
사실 개뻥이었음. 영토 싸움에 신사의 도리고 뭐고 무른 살을 물어 뜯는 게 제일이었으나... 요새 클랜원들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피를 너무 빨았는지 시름시름한 기색이 있어 오늘은 별로 피를 보충하고 나오지 못해서 지금까지 움직인 것으로도 한계였음. 그러나 유기는 어디까지나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으며 생글생글 웃었음. 그리고 어깨를 으쓱 움직였음.
뭐 못 믿겠다면야. 들개로써는 어려운 개념일 밖에.
네 새끼는 내 손으로 꼭 멱을 따 버린다.
유장은 주먹을 휘두르려다가 휘청 스러졌음. 먼지가 올라오는 땅바닥은 차가웠음. 유기는 비위가 상한다는 듯이 손으로 입을 막고는 얼굴을 찡그렸음. 그리고는 발로 유장을 뒤집었음.
어이, 들개. 어디 아파?
...배고파.
허.
...오늘 식사를 제대로 못해서.
거기다 며칠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음. 유기는 낮에 잘 수 있었지만 유장은 낮에 일을 해야했음. 밤에는 자야했고. 세상은 불공평하지. 유장은 생각했음. 그리고 유기도 똑같이 생각했음. 그런 놈이 지금 나랑 대등하게 싸운 거야?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유기는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음. 유장은 그 상태 그대로 헛간 앞 공터에서 눈을 감았음. 졸음이 밀려왔음.
다음날 유장은 좀 나아진 몸 상태를 하고 몸을 바닥에서 일으켰음. 먼지를 털고 근처 냇가에서 몸을 씻은 뒤 유장은 마을로 내려갔음. 그리고 여관으로 향했음. 여관에는 여행자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 이것저것 일거리를 얻기 좋았음. 한동안 안 갔으니 그래도 가 봐야지. 유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음. 사장은 유장을 약간 애매모호한 태도로 반겨주었음. 여기 음식은 좀 비싼 편이라 유장이 잘 사먹는 편도 아니었고, 기껏해야 맥주 한 잔 시키고 줄창 죽치고 있다가 일 받으면 나가는 사람인지라 딱히 반갑지는 않은데 어릴 적부터 보아온 바가 있으니 그렇다고 안 반길 수도 없었음. 유장도 대강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음. 여행객들이 가져오는 의뢰는 길안내가 많았음. 예전에는 좀 찝찝해하면서도 짧은 의뢰들은 받아들였겠지만 요새는 좀 어려웠음. 유장은 쓴 입맛을 다시며 사람들을 물렸음. 그리고 사냥을 나간다는 여행자와 동행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차였음. 덜컹, 하고 위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음.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남자가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 직행해 내려왔음. 유장의 눈이 동그래졌음. 뒷머리를 쓸어내리는 남자는 유기였음.
당연하지만 유기도 유장을 발견했음. 유기는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유장을 향해 씨익 웃었음. 그리고는 팔랑팔랑 손을 저어 인사를 했음. 유장은 어처구니가 없었음. 우리가 인사할 만한 사이인가? 전혀 아니었음. 당장 오늘 밤에도 또 피터지게 싸울지도 모를 일인데. 유장은 의뢰인이 사준 식사를 우적우적 먹어치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음. 여기에 별로 발 붙이고 있고 싶지 않았음. 유장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주섬 주섬 칼과 가죽 갑옷 같은 것을 챙겼음. 그리고 사냥에 나섰음. 유장의 눈이 아무도 모르게 노랗게 빛났음.
사냥은 순조롭게 끝이 났고 다행히 주머니는 꽤나 두둑해졌음. 유장은 간단한 먹거리를 사서 해 질 무렵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음. 도착했을 때는 거의 해가 떨어져 있었고 닫힌 성곽을 기어올라 유장은 지붕을 타고 최대한 발소리 없이 움직였음. 그리고 마을의 한 구석으로 향했음. 집은 낡았지만 그럭저럭 깨끗이 관리되고 있었음. 그리고 어느정도 자란 청년이 이제 막 퇴근했는지 집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음. 유장은 지붕 위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주머니를 열었음. 몇푼 안 되는 돈이나마, 유비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양이나마 천장의 구멍을 통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음. 유비가 뒤를 돌아보자 유장은 숨을 죽였음. 그리고 다시 유비가 저녁 식사에 집중할 때까지 지붕에 납작 눌러붙어 있었음.
...뭐하는 거야?
목소리가 갑작스레 들려와 유장은 깜짝 놀랐음. 잠깐이지만 발을 헛디뎌 지붕에서 미끄러져 내릴뻔하기도 했음. 유비가 위를 올려다보는 것 같아서 유장은 잠깐 더 말을 아껴야 했음. 그런 유장을 보는 유기는 더 기가 찼음. 달이 아직 오르지 않은 초저녁에 남의 집 지붕 위에서 대체 뭐 하는 짓인지. 유장은 이를 갈며 소리 죽여 물었음.
넌 왜 갑자기 나타나.
내 영역에서 내가 마음대로 다니는데 왜.
어디가 네 영역이야. 여긴 내 영역이야.
으르릉, 하고 목 깊은 곳에서 소리가 울렸음. 유기는 콧방귀를 뀌었음.
애인이야?
갑자기 무슨,
저 남자.
그래서 혼자 나와 사는 건가? 유기가 물었음. 유장은 일그러트렸던 얼굴을 더 찌푸렸음.
동생이야.
...웨어울프 동생?
그냥 인간이다.
흠.
유기는 제 턱 밑을 긁었음. 웬일로 무리짓지 않은 웨어울프다 했더니 이런 사연이 있을 줄은. 대강 짐작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어서 기분이 이상했음. 웨어울프들은 보통 무리를 지어 살았음. 숲일 수도 있고 도시일 수도 있지만, 어쨌건 혼자 살지는 않았음. 유장과는 달리.
집 안에서 불이 꺼졌음. 유장은 자리에서 소리없이 일어나 땅으로 최대한 소리없이 내려섰음. 그리고 고개를 치켜들어 여전히 지붕 위에 있는 유기를 바라보았음.
내려와.
으르렁 거리는 듯한 목소리였음. 유기는 피식 웃었음. 그리고는 지붕에서 다른 지붕으로 옮겨가서 몸을 숨겼음. 오늘은 왠지, 싸우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음.
유기는 자신이 유장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 유장이 웨어울프라는 걸 알고 있는 것도 자신 뿐이었고-자신의 클랜원들을 제외하면-유장의 전투 스타일에도 자신이 있었음. 왼발을 강하게 디딘 다음 날아오는 주먹이 얼마나 강한지, 손톱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름밤에 이성을 잃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음. 그런데 의외의 면이 보여서 유기는 조금 당황했음. 단순이 영역을 지키려는 웨어울프가 아니라, 동생을 지키려는 인간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 그게 기분이 묘하다고 느끼는 것도 오랜만이라서, 유기는 더욱 기분이 이상해졌음. 자신이 모르는 면이 있다는 게 묘하게 불쾌해서 유기는 이를 갈았음. 그래서 다음날 밤, 유기는 유장의 앞에 나타나 말했음.
말해 봐.
뭐?
너 뭐 하는 놈이냐?
...뭐 잘못 주워먹고 왔냐?
유장이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말했음. 유기는 긴 숨을 뱉고 유장의 옆에 쪼그려 앉았음. 바닥에 앉아 밀짚을 꼬고 있던 유장은 엉덩이 걸음으로 두어걸음 물러났음.
타협하자.
뭐?
동생이 걱정되어서 이 땅을 못 떠나는 거면, 내가 동생 뒤를 봐 주지.
대신 영토를 넘겨. 어차피 혼자 사는 건 웨어울프의 본능에도 안 맞는 거 아냐. 유기는 종알거렸음. 그러다 뒤로 몸을 젖혔음. 주먹이 높은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음.
오냐, 어제 웬일로 조용히 넘어갔다 했다. 다시 붙자는 거지? 엉?
협상과 타협이라는 건 웨어울프 사전에는 없는 거야? 야만적인 족속 같으니.
유기는 자리에서 일어났음. 유장도 몸을 일으켜 서늘하게 유기를 노려보았음. 세 걸음 차이로 떨어져서 둘은 대치 상태를 이루었음.
-그리고 구름이 끼었음. 달이.
눈썹 위가 찢어진 것 같았음. 한 쪽 눈에 피가 들어 갔는지 아프고 잘 보이지 않아서 유장은 그 눈을 질끈 감고 있었음. 몸에 힘이 돌지 않아서 화가 났음. 유기는 그런 유장의 머리카락을 쥐고 들어올렸음.
-내가 네 피를 빨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 적 있어?
...꺼져.
걱정 마. 지금도 냄새가 아주 역겨우니까.
사실 역겹다고 하기엔 조금 달랐음.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같은 감각이었음. 긴장되고, 떨리는 것 같고, 심장이 요동쳤음. 숨이 얕아지게 만드는 냄새가 났음. 유장은 주먹을 야무지게 말아쥐고 유기의 옆얼굴을 후려쳤음. 잘생긴 얼굴이 날아가자 좀 속이 시원해졌음. 유장은 긴 숨을 내뱉고, 입에 들어간 피를 뱉어내고, 몸을 숨겼음. 일단은 몸을 피해야 했음.
유장은 그 날 헛간으로 돌아가지 않았음. 유장의 뒤를 쫓는답시고 헛간을 향한 유기는 허탕을 칠 수 밖에 없었음. 온전히 유장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헛간에는 유장의 냄새가 진하게 났지만, 그 뿐이었음. 유기는 이를 갈며 주먹을 쥐었음. 터진 입가가 아파왔음. 오늘에야말로 결판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유기는 등을 돌려 헛간에서 나왔음. 유기는 그림자에 녹아들어 몸을 움직이다 문득 어떤 건물 앞에서 몸을 세웠음. 불이 이미 꺼진 건물 안에서는 숨소리만 새어나왔음. 유장과 비슷한 것 같은 냄새가 새어나오는 건물이었음. 유비가 사는 집. 혹시 유장이 이 안에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음.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엔 방 안이 너무 조용했음. 그리고 초대받지 않은 집에는 들어갈 수도 없고. 유기는 얼굴을 찌푸리고 손톱으로 팔뚝을 두드렸음. 그리고 지붕 위에 올라 앉아 땅바닥을 내려다 보았음.
마을은 작았지만 그리 조용한 곳은 아니었음.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이라 도둑도 많고 이래 저래 사건도 많았음. 그러니 아마 유장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겠지. 왜인지 입맛이 떫었음. 유기는 손에 턱을 괴고 있다가 다시 일어나 여관을 향했음. 유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밖에 나와있을 볼 일은 없었음. 얼마 안 있어 동이 터 올랐음.
유장은 잘근잘근 다져진 듯 아파오는 몸에 눈을 떴음. 악몽이라도 꾼 것처럼 눈이 번쩍 떠져서 유장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음. 달 아래서 하룻밤을 보냈는데도-아무리 이제 막 차오르려고 하는 초승달이라고는 하지만-몸이 썩 나아지지를 않았음. 아니, 많이 나아지기는 했음. 그러나 영 평상시의 상태로 돌아오지를 못했음. 뱀파이어와 싸운 후유증인가. 유장은 침음성을 흘리며 옆구리를 잡았음. 흉이 커다랗게 번져있었음. 아슬아슬하게 낫긴 했지만 언제 터질지 몰랐음. 그렇다고 오늘까지 동굴 안에서 정양을 하자니 얼마 남지 않은 푼돈이 마음에 걸렸음. 게다가 유비도. 유장은 하늘을 바라보다 한숨을 푹 쉬고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음. 그리고 마을 여관을 향해 비척비척 걸어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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