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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 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지식이 일천합니다. 혹시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캐붕이 심합니다.
*이어지네요...
*2016년 글 백업입니다
토마스는 희한한 것을 보는 표정으로 갤리를 바라보았다. 갤리도 조금 찔리는 게 없지 않았으므로 쓰레기통에 누들 박스를 버리는 척하며 눈을 피했다. 뚜껑이 닫히는 소리에 맞물려 토마스가 놀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번에 소설에 쓴다고 뭣 좀 물어봤을 때는 모른다고 하더니."
"내과 의사한테 외과 전문 지식을 물어본다고 아냐."
"나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 거지. 인터뷰 따는 것도 근처에 있는 사람이 편하고. 근데 웬 유체이탈?"
갤리는 입을 다물었다. 괜히 말을 꺼냈다 싶었다.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호기심에 불이 붙어버린 토마스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그런 말 하는 거 보면 뭔 일이 있지 싶은데?"
"노 코멘트."
"뭘 노 코멘트냐 말 해 보라니까."
"묵비권을 행사한다."
"무슨 묵비권이야!"
만담 같은 대화가 잠시 오가고 자겠다며 방으로 들어가는 갤리의 뒷모습을 토마스는 삐딱하게 바라보았다. 휴가가 이 주일이라고 했겠다. 캐물을 시간은 길고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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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조금 혼몽했다. 그게 꿈 때문인지 덜 쫓아낸 잠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어쩌면 둘 다 이유가 될 수도 있었다. 기묘할 정도로 생생하고, 감정과 감각이 깨어난 후까지 이어지는, 지독한, 그런 꿈. 덕분에 갤리는 꿈을 쫓아내기 위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뭉그적거려야 했다.
꿈에는 뉴트가 나왔다. 유령이라 남의 꿈에도 개입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창백한 얼굴이 누워있다 문득 눈을 떠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갤리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뉴트의 입이 열렸다. 뭐라고 했더라. 갤리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서 방을 주섬주섬 정리했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정리하기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먼지를 좀 닦아내는 것과 빨래 외에는 그리 정리할 것도 없었다. 소리가 큰 세탁기를 돌리기엔 시간이 좀 늦었으니 빨래는 바구니에 쌓아두었다. 다음날 아침에 시트도 빼내서 빨고 갈아 끼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손이 성치 않으니 토마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었다. 오른손은 남아 있으니 그럭저럭 할 만 할지도 모르지만. 긴긴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갤리는 방을 나설 수 있었다. 어깨에 걸어놓은 왼팔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걸리적거렸다.
토마스는 거실에서 볼륨을 줄이고 TV를 보고 있었다. 안경을 끼고 소파에 느긋하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니 휴가를 만끽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갤리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는 1인용 소파에 앉았다. 방금 전에 방을 정리할 때는 괜찮은 것 같았는데 머리가 무거운 것이 영 괜찮지 못한 모양이었다. 약 기운이 벌써 떨어진 모양이었다. 토마스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리모콘으로 TV를 정지시켰다. 그냥 방송이 아니라 비디오나 넷플릭스 같은 거였던 모양이었다.
"깼냐?"
"아마? 집에 뭐 먹을 거 있냐?"
"샌드위치 좀 있는데."
한 끼를 때울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갤리는 내일의 할 일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 장보기. 어쩌면 냉장고를 청소해야 할 수도 있었다. 오랜만에 휴가 아닌 휴가를 받았더니 할 일이 산더미였다. 둘 다 첫날이야 어영부영 지나갔지만 둘쨋날이야 뭘 치워야지 남은 시간이 그럭저럭 돌아가리라는 걸 둘 다 알고 있었다. 귀찮지만 어쩔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장 볼 목록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 갤리는 문득 큰 마트로 가는 길에 병원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편이라 가끔 필요한 게 있을 때는 퇴근을 하며 물건을 사오기도 했었다. 병원을 한 번 들르는 게 좋으려나. 순식간에 생각이 헝클어졌다. 고맙다고 말하던 얼굴과 미안하다고 말하던 얼굴이 둥둥 떠다녔다. 괜찮겠지. 갤리는 애써 생각을 털어내었다. 당사자도 괜찮다고 했고. 마음을 조금이나마 다잡기 위해 자세를 고쳤다. 쓴 약과 함께 찬물을 집어넣자 마음이 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지금의 할 일을 하는 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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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리는 일단 냉장고를 뒤지기로 했다. 신새벽에 하기에 딱 좋은 일이기도 했다. 일단 아침은 먹어야 했으니까. 냉장고의 야채 칸에서는 토마토가 말라가고 있었고 샐러리가 시들다 못해 갈색이 되어 있었으며 우유에는 뭔지 모를 덩어리가 생겨 있었다. 싹 비우고 다시 시작하는 게 빨라서 갤리는 망설임 없이 쓰레기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채웠다. 시끄러운 소리에 깬 토마스는 영문도 모르는 상태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같이 나가야 했다. 아침은 대충 토스트와 커피로 때우고 나서는 빨래에 돌입했다. 색깔별로 나눠야 하는 건 둘째 치고 온갖 얼룩이 묻어있는 빨래들의 얼룩을 제거하는 건 그 자체로도 꽤나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었다. 세탁기가 돌아갈 동안에는 청소를 했다. 카펫은 일단 청소기 렌탈 업체에 문의를 해두었다. 날짜가 조금 걸린다고는 하지만 2주 안에는 해결이 될 것 같았다. 먼지를 털고 정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집은 꽤 사람 사는 꼴이 되었다. 건조기도 세탁기도 별 무리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갤리가 청소를 하는 동안 밀린 설거지를 해치운 토마스도 소파에 늘어져 체력을 벌충하고 있었다. 갤리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토마스는 평소보다 많은 일을 한 상태였다. 갤리는 뒷머리를 긁었다.
사와야 할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약간 부피가 있긴 하지만 한 손으로도 어렵지 않게 들 수 있는 무게이기도 했다. 갤리는 잠시 고민했지만 아주 잠시 뿐이었다. 일부러 병원 근처에 있는 것으로 고른 집은 충분히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었고 정 뭣하면 택시를 이용해도 될 것이었다. 환자라지만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오히려 더 상태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갤리는 생각했다.
카드 한 장과 충전이 잘 된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나오자 새벽부터 일한 탓인지 아직도 해가 중천에 걸려있었다. 안에서도 밖에 덥다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지만 바깥 상황은 생각보다 더했다. 계란 하나 쯤 쉽사리 익힐 수 있을 법한 날씨에 절로 짜증이 일었다. 해가 좀 기운 다음에 나올 걸 그랬나 싶지만 집에 있는 음식은 소스도 없이 건파스타 정도였다. 마늘조차 마땅하지 않아서 사와야 할 판이었으니 저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영업시간도 있었으니까. 얼마 없는 그늘을 골라 천천히 움직이자니 같은 담이 길게 이어졌다. 평소에는 후문을 이용했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었지만, 병원을 돌아가자니 확실히 거리가 꽤나 있는 편이었다. 그냥 병원을 가로지를 걸 그랬나. 최소한 올 때는 짐을 들어서 조금 눈치가 보일 터였다. 지금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다시 후문으로 간다고 해도 돌아가는 것보다는 가까울 것 같았다.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에 이마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갤리는 아주 약간의 망설임도 쉽사리 털어낼 수 있었다.
건물이 많아서 그런지 병원 내에는 그나마 그늘이 많았다. 게다가 사람도 적지 않은 편이어서 갤리는 어렵지 않게 그 사이에 섞일 수 있었다. 외려 깁스를 한 팔 때문에 눈에 띄면 모를까. 왜 이렇게 환자도 아닌 사람이 많을까 생각하던 갤리는 스팸 문자가 온 핸드폰 덕에 오늘이 주말이고, 또 지금이 문병 시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을 시간이고, 많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기도 했다. 갤리는 괜히 어색해져서 걸음을 조금 재촉하기로 했다.
하지만 갤리가 지나고 있는 곳은 당사자의 직장이었다. 한 걸음을 걸어도 아는 사람이 나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오는 간호사들이나 아직 얘기를 듣지 못했던 동료 의사들이 지나가면서 한두 마디씩 말을 건네 왔다. 점점 발이 느려져서 갤리는 병원을 가로질러 가기로 한 게 잘한 선택인지 다시금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정문이 보이는 곳까지 이동하고 나서야 갤리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지금은 교대시간도 아니고 하니 더 잡히진 않겠지. 기껏해야 주차장에서 나가는 문병객이나 있겠지만 그들이 갤리의 얼굴을 기억하리라고 갤리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주차장을 가로지르면서 움직이는 차 때문에 몇 번 멈춰야 하긴 했지만 훨씬 나았다. 멀리서 아지랑이 같은 것이 보이기 전까지는 그랬다. 사람이었다. 눈이 나빠진 건지 어째 좀 흐릿하게 보였다. 팔에 금도 가고 눈도 나빠지고 아주 가관이구만. 갤리는 조금 투덜거렸다.
뒤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비켜선 갤리의 옆으로 천천히 지나간 차는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정문을 향해 다가갔다. 도로 한 가운데에 직립하고 있는 사람은, 정문으로 나가는 무언가를 배웅하듯이 정문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갤리가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전에 차는 사람을 그대로 지나쳤다. 속도를 줄이지도 않았다. 심지어 멈추지도 않았다. 돌아보지도 않고 차는 그대로 정문을 나섰다.
끔찍한 광경을 예상하며 숨을 들이킨 갤리는 그 사람이 그대로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숨을 절로 가쁘게 했다.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그런지, 계속 정문을 멍하니 지켜보던 사람이 뒤돌았다.
“아.”
낯익은 얼굴이었다. 뉴트는 머쓱한 듯이 손을 들었다.
“하루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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