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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 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지식이 일천합니다. 혹시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캐붕이 심합니다
*이어지네요...
*2016년 글 백업입니다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났다. 오늘도 아침 식사 시간 안에 몸으로 돌아가려고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여전히 제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뉴트는 한숨을 내쉬고는 링거 근처를 잠시 배회하다 반쯤 열린 문을 지나 병실을 나섰다. 벽을 뚫고 지나가도 별 상관은 없지만 이왕이면 다들 이용하는 수단을 이용하는 게 뉴트의 마음에 들었다. 어제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꺼림칙한 수단을 동원한 것이었다. 마음이 급해서 더 그랬다. 몇 호였지? 뉴트는 엘리베이터의 위로 올라가는 버튼을 보았다. 올라가는 사람은 드문지 눌려 있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계단을 향했다.
비상 계단에는, 당연하지만, 보통 아무도 없었다. 외부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말만 비상 계단인 일반 계단이었고, 다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계단은 이용하지 않는다. 발소리도 무엇도 없이 숨조차 차지 않고 움직여서 계단을 오를 때마다 뉴트는 이상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간호사 데스크와 병실 문을 몇 개인가 지나쳐서 뉴트는 어제 들렀던 병실을 바라보았다. 갤리. 이름이 맞았다. 아직 퇴원을 하기엔 시간이 좀 이르다. 간호사가 다 사용한 링거 팩이 담긴 트레이를 밀고 문에서 나왔다. 운이 좋았나 보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 간호사는 문을 지나치기가 무섭게 뒤로 돌아 미닫이를 닫아버렸다. 이렇게 되면 누가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담당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어느 쪽이건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지다. 뉴트는 잠시 갈팡질팡하다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문을 향해 다가갔다.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서- 눈을 떴다.
갤리가 웃통을 벗고 청바지 후크를 걸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뉴트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뒤로 허겁지겁 물러났다. 갤리는 팔을 X자로 교차해서 가슴팍을 가리다 1자형의 헐렁한 청바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는 것을 깨닫고 침대 뒤로 몸을 숨겨 앉았다. 왜 소리를 지른 거지? 얼떨떨해서 잘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짜내던 뉴트는 문득 다시금 깨달았다. 아, 저 사람은 자신이 보이는구나. 병원은 대부분 다인실이다. 커튼을 친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어느 정도 상정하고 옷을 갈아입고, 뉴트는 불가항력으로 보게 된다 해도 조용히 자리를 뜨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야 그들은 자신을 볼 수 없으니까. 뭐야! 문 너머에서 지르는 소리가 들려서 뉴트는 마른 세수를 하며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간호사 데스크까지 소리가 들렸는지 선생님? 하고 간호사 하나가 달려와서 문을 두드렸다. 달려오는 중에 간호사의 다리가 뉴트를 한 번 통과했다. 뉴트는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아뇨!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새가 창문을 두드려서요! 갤리가 당황해서 외치는 게 그대로 들렸다. 문을 넘어서 대화하고 있으니 신뢰가 잘 가지 않는 듯 간호사는 조금 찝찝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얘기해 주세요! 하고 돌아갔다. 뉴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 문 앞까지 다가가 헛기침을 했다.
"들어가도 됩니까?"
"...들어와."
좀 진정을 했는지 목소리가 한결 조용하고 침착해져 있었다. 여러모로 민망한 상황이긴 했다. 뉴트는 헛기침을 한 번 더하고 문을 지나쳐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갤리는 청바지에 옷깃이 있는 반팔 티를 입고 왼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부러지진 않았어도 그 정도 비슷한 수준이긴 한 모양이었다. 갤리는 멀쩡한 손으로 협탁에 있는 이어폰을 꺼내서 한 쪽 귀에 끼웠다. 뉴트는 입을 조금 벌려서 어, 하고 소리가 날 만한 모양새를 했다. 갤리는 뉴트를 조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혼잣말보다는 전화하고 있었다는 게 더 괜찮으니까."
그건 또 그렇다. 뉴트는 좀 덜 멍청하게 보이기 위해 검지와 엄지로 입가를 문지르고 입을 닫았다. 그닥 큰 의미는 없었지만.뭐라고 말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갤리가 먼저 말을 붙였다.
"너, 그, 소문의 그 유령이야?"
"아마?"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뉴트가 덧붙였지만 갤리는 어느 정도 확정 지은 눈치였다. 유령이라. 소문이 돌 정도로 유명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소문이 잘도 돌았다 싶었다. 창문에 글씨 쓴 적도 두세 번 정도 밖에 없었던 거 같은데. 뉴트는 턱을 긁적였다.
"죽었으면 얌전히 저승으로 갈 것이지 왜 떠돌아다니면서 사람을 괴롭히고 있어. 썩 물러가."
"그런 종류 영화 좋아하나 보다?"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역시 안 되나. 갤리는 왼손으로 뒤통수를 긁으려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오른손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뉴트는 팔짱을 끼고 공중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런 것 치고는 구체적으로 말하는데."
"보고 있으면 저렇게 다치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 텐데 같은 생각이 들어서 별로 안 좋아하는 거라. 대학 졸업하기 전에는 좋아했어."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를 자신에게 말하는 것으로 직접 듣는 게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 뉴트는 입을 열러다가 다물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대화였다. 뉴트가 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자 갤리가 역으로 갑갑해졌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왜 찾아온 건데?"
"어?"
"죽었는데도 못 가고 이렇게 다니고 있는 거면, 어, 원한 같은 거 있을 거 아냐. 그래서 온 거 아니냐?"
갤리가 뉴트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침대 위에 양반 다리로 앉아서 깁스를 늘어뜨린 상태라 그리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도움은 되리라 갤리는 생각했다. 그러나 뉴트는 약간 어벙한 얼굴로 당황하고 있을 뿐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일단 제일 먼저 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난 아직 안 죽었는데."
-
갤리는 허탈하게 일인실을 둘러보았다. 새하얀 얼굴을 하고 링거를 맞으며 잠들어있는 무표정한 마른 얼굴과 그나마 표정이 있는 얼굴을 비교하고 있자니 어째 영 매치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거야 기분상의 이야기고, 정말 꼭 닮은 얼굴이 서서 공중에 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쌍둥이가 아니냐 추궁하고 싶을 정도였다. 갤리는 약을 일주일치 약을 쑤셔 넣어둔 쇼핑백-간호사들에게 사정을 해서 하나 빌렸다-을 침대 옆에 내려놓고 보호자 용으로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옆에 둥실둥실 떠 있는 똑같은 얼굴이 입을 뗐다.
"그래서, 자기 환자를 못 알아본 건 무슨 이유야?"
"환자 얼굴은 기억 안 하려고 노력하거든."
정들면, 좀, 지나치게 힘들어서. 뉴트는 혀를 찼다. 그래도 매일매일 보는 얼굴인데, 어지간히 애를 썼거나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장미 꽃병을 생각하면, 아마도 후자는 아니리라. 뉴트는 어색하게 오른손만으로 마른 세수를 하는 갤리를 보며 옅게 한숨을 쉬었다.
"못 돌아가는 거야?"
"돌아갈 수 있으면 의사 선생님한테 찾아오진 않았지."
뉴트는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갤리는 입맛을 다시며 눈을 감고 있는 창백한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뉴트도 갤리를 따라서 제 몸을 빤히 바라보았다. 분명히 자기 몸인데도 불구하고 괴리감이 느껴졌다. 정말 저게 자신의 몸인 걸까. 자기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남의 몸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서, 뉴트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왜 못 깨어나나 했더니."
갤리는 조금 짜증스레 툴툴거렸다. 의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게 더 짜증나는군. 이거 꿈이나 환각이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갤리의 툴툴거림을 듣다가 뉴트는 피식 웃었다.
"나도 꿈이나 환각이었으면 좋겠네, 이왕이면."
음. 갤리가 침울한 소리를 흘렸다. 링거에서 수액이 떨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병실을 울렸다.
"그래서, 왜 나한테 찾아온 거야?"
갤리는 뉴트의 몸에서 고개를 떼어 영혼으로 시선을 옮겼다. 뉴트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무엇을 원해서 찾아왔냐는, 그런 뜻이었다. 아까부터 묻고 있는 단순한 질문. 그러나 뉴트는 그것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말 할 것이라고는 하나 뿐이었다.
"그냥, 날 봐서."
자신을 보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줘서. 자기를 보아 준 사람이 갤리 밖에 없어서. 물리적인 의미로든 비유적인 의미로든 사실이 그랬다. 이유를 붙이라면 더 얘기해 보고 싶어서, 그런 이유 밖에는 없었다. 뉴트는 조금 전보다도 약간 더 우울해짐을 느꼈다. 갤리는 잠시 뉴트를 바라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앞으로 일주일은 보는 건 무리인데."
"뭐? 왜?"
갤리는 인상을 쓰고 왼팔을 들어보였다. 깁스를 받히는 팔걸이를 찼다고는 하지만 두툼한 깁스가 매인 게 꽤나 위협적이었다. 응급실에서 본 이런저런 안 좋은 상황들이 눈 앞을 스쳤다. 뉴트는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섰다.
"팔이 이렇게 됐는데 그럼 출근하게 생겼냐?"
아. 뉴트는 어색하게 눈을 깜박였다. 헛기침을 하자 갤리가 이상한 사람을 보는 눈으로 뉴트를 바라보았다. 뉴트는 하지만, 하고 다급하게 말했다.
"난, 좀 더, 얘기를 하고 싶은데."
"......"
"더 많이."
갤리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뉴트는 자신이 뭔가를 잘못 말한 게 아닐까 잠시 고민해야 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갤리가 오른손으로 머리를 긁고 깁스 팔걸이를 조금 고쳐 찼다.
"너, 어디까지 나갈 수 있어?"
갤리가 문득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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