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 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지식이 일천합니다. 혹시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에 따라 1편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큰 차이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캐붕이 심합니다

*이어지네요...

*2016년 글 백업입니다

 

뉴트는 커튼 뒤로 몸을 숨겼다. 아주 본능적이고도 자연스럽게. 특별히 몸을 숨겨야겠다는 생각을 해온 건 아니었지만-숨기지 않았는데도 보이지 않았을 따름이지-뭔가가 자신을 잡아 챈듯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 버렸다. 유령이라고는 하지만 커튼 너머 반대편까지는 볼 수 없다. 배를 끌어안고 끙끙 거리는, 제 뒤에 있는 사람은 저를 전혀 인식하고 있지 못했다. 응급의가 옆으로 와서 충수염 검사를 해 보자고 보호자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역시, 자신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잠깐 이상한 거 봤다고 착각한 거 같다니까. 이젠 안 보여!"

"CT랑 입원실 준비하고, 팔 부분 X레이도 준비 부탁드려요."

"무시하냐? 야?"

커튼 너머에서 의사 둘이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는 분명히 '이상한 걸' '보았다'고 했다. 뉴트는 뒤를 돌아보았다. 간호사가 보호자에게 검사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보호자는 뉴트를 통과해 환자를 달래 일으켜 간호사가 일러준 대로 또 움직였다. 자신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뉴트는 심호흡을 하는 시늉을 하고 커튼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침대는 비어있었다.

-

갤리는 짜증을 내며 베개를 고쳐 누웠다. 얇은 베개가 불편해서 베개를 한 번 접어서 두툼하게 만들어 목 밑에 끼웠다.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하다니 참 민망하고도 찝찝한 일이었다. 그나마 별 이상이 없는 게 다행이었다. 완전히 부러졌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왼팔은 금이 간 정도였다. CT를 찍느니 어쩌느니 했던 게 무색하게 머리도 멀쩡했다. 갓 정신이 들었는데 꿈하고 현실이 구분이 안 갈 수도 있지 거 민망하게. 갤리는 반깁스한 왼팔을 약간 더 왼쪽으로 움직였다. 침대가 싱글이라 큰 덩치에는 조금 비좁았다. 심지어 그나마도 병실이 없어서 2인실에 입원해야 했다. 보험료 엄청 오르겠네. 안 그래도 얇은 월급봉투가 더 얇아질 게 눈에 훤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로 오늘 아침에 두 명 다 퇴원한 병실이라 사람이 없다는 것 정도일까. 갤리는 이런저런 슬픈 고민을 하며 다시 한 번 베개를 고쳐 베었다. 굉장히 피곤한데도 영 잠이 오지 않았다. 더 자야하는데. 눈꺼풀은 무거운데 정신이 어째 말똥말똥했다. 원래 날짜대로면 잠들 시간이 아닌데 잠들려고 해서 그런가. 어차피 깁스도 했으니 내일 아침이면 퇴원도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보험 서류 내고 할 걸 생각하면 병가도 제대로 쉬면서 보낼 수 없을 것 같긴했지만. 갤리는 뒤척이다 결국 깁스한 팔을 침대 밖으로 내밀고 왼쪽모로 누웠다. 서늘한 벽에서 냉기가 올라왔다. 더워서 잠이 안 왔나. 가물거리는 정신이 느껴졌다. 오른손에 연결된 링거가 좀 불편하긴 했지만 견딜만 했다. 눈이 점점 감겼다...

"찾았다."

갤리는 소리도 못 지를 만큼 놀랐다. 몸이 펄떡 튀었다. 갑자기 눈 앞의 벽에서 아무런 전조도 없이 튀어나온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기에는 그 정도면 덜 놀란 편이라고 갤리는 회고했다. 심장이 발 끝까지 튕겨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와중에 그 얼굴은 서서히 벽에서 몸을 빼내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일일이 병실을 다 돌았다느니 찾기 더럽게 힘들다느니 하는 소리에 갤리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잡고 눈을 몇 번이나 깜박였다. 진짜 뇌출혈이 있나? 간호사를 불러야 할 지도 몰랐다. 너스, 너스콜이 어디에 있더라? 갤리가 오른손으로 침대맡을 더듬자 뉴트는 워-하고 말리는 소리를 내며 갤리의 손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역시, 그 손 또한 갤리의 팔을 통과해서 스쳐 지나갔지만. 갤리는 등에 소름이 솟는 것을 느꼈다. 환각이, 이렇게, 생생할 수도 있나? 갤리는 정말로 너스콜을 향해 손을 뻗으려다 날카로운 통증에 멈춰야했다. 오른손에 꽂힌 링거 바늘이 움직여서였다. 링거를 꽂으면 너스콜에 손이 안 닿는다니, 환자는 어떻게 하라고. 갤리는 억울함이 사무쳤다. 남자도 긴장이 빠지면서 허탈해졌는지 푹, 한숨을 쉬는 시늉을 했다. 갤리는 외쳐서라도 간호사를 부르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저기, 어, 의사 선생님?"

그리고는 사레가 들려 한참을 기침해야 했다. 목구멍으로 넘어간 침은 고춧가루가 들어있는 것도 아닌데 갤리를 한참 괴롭게 했다. 뉴트는 그 상황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물 한 잔 떠오지 못하는데 뭘 어떻게 하겠는가. 하도 오래 기침을 해서 슬슬 간호사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와중에 갤리가 숨을 헐떡이며 몸을 일으켰다.

"-날, 압니까?"

뉴트는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내 담당 선생님이잖아요."

환각이 구체적이기도 하네. 갤리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괴며 끙, 하고 신음을 흘렸다.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생각외로 병가가 길어질 것 같았다. 오른손으로 날짜를 꼽고 있는데 그 위로 하얗고 길쭉한 손이 내려와서 시야를 가렸다.

"환각 아니거든요?"

"자꾸 말을 거는 증세를 보임..."

"내가 증세 보이냐고요."

뉴트는 그저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반응을 해도 환각 취급을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뉴트는 갤리 앞을 배회하다 옆의 창문을 보았다. 밖과 안의 온도차가 꽤 있어서인지 김이 맺혀있었다. 뉴트는 갤리를 돌아보았다.

"핸드폰이나 카메라 있어요?"

딱히 대답을 요하는 질문은 아니었다. 약간 떨어진 협탁에 납작한 핸드폰이 놓여있었다. 약간 구 기종이긴 했지만 사진을 찍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뉴트는 성에가 잔뜩 낀 창문을 검지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아주 천천히. 성에를 문지르는 특유의 소리가 아주 조금씩 나면서 멋들어진 필기체가 창문에 적혔다.

'Hi.'

"찍어두세요. 내일 아침에 다시 올 테니까."

갤리가 벙벙한 얼굴로 뉴트를 바라보았다. 갤리가 급하게 핸드폰을 들어올리는 걸 보고 뉴트는 바닥을 통과해 자기의 병실로 돌아갔다.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

추가 검사는 없었다. 검사 할 것도 더 없었을 뿐더러, 이상이 정말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호는 판정을 내렸다 : 신경성. 가서 좀 쉬기나 해라. 갤리는 짜증이 절절 끓는 얼굴로 그러게 멀쩡하다고 하지 않았냐며 투덜거렸다. 병가 문제도 있고 하니 입원 상태로 있는 게 휴식에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어제 입원한 게 독특한 일이었다. 뼈에 금 간 정도로 입원이라니 동기들이 웃을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는 다른 문제가 더 있긴 했지만. 어쨌건 일단은 퇴원이었다. 갤리는 등을 침대 머리맡에 기대다가 문득 핸드폰을 들어서 민호를 불렀다.

"왜."

"야, 이거 뭐로 보이냐."

민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핸드폰 화면에는 푸르스름한 빛깔의 사진이 한 장 떠 있었다. 성에가 낀 창문에 글씨가 써 있었다.

"Hi? 이게 왜? 너 요새 감성 사진도 찍냐?"

"그... 아니다, 됐다."

갤리는 뭔가 말을 하려다 그냥 그만 두었다. 뭐라고 설명하기도 애매했다. 갤리는 손을 휘휘 저어서 민호를 쫓았다. 회진이 급했기 때문에 좀 짜증을 내면서도 민호는 잠자코 병실을 나갔다. 아무래도 진짜 환각이 아닌 모양인데, 그럼 대체 뭐지? 오늘 아침에 오겠다고 해 놓고 왜 아직도 안 나타나지? 갤리는 뒷머리를 북북 긁었다. 내가 담당이라고 했는데. 얼굴이 묘하게 익숙한데 익숙하지 않았다. 금발, 갈색 눈, 마른 몸- 담당이면 당연히 익숙할 것이고 익숙할 수 밖에 없는데 왜 이리도 기억이 안 나는지. 한참을 고민하는데 간호사가 링거를 제거한다며 병실로 들어왔다. 아는 얼굴이었다. 웃는 표정이 역력해서 갤리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선생님이 입원하시니까 어째 희한하네요."

"저도 희한합니다. 앉아서 보니까 또 느낌이 다르네요."

간호사가 낄낄 웃으며 소독솜으로 바늘 자국을 눌러주었다. 소독솜을 꾹꾹 누르며 갤리는 다 떨어진 링거 주머니를 챙기는 간호사에게 문득 말을 붙였다.

"우리 병원에도 괴담 같은 거 있죠?"

"그죠, 뭐. 환자들이 꼭 한 번씩 물어보더라고요.."

"뭐 유령 나온다거나 그래요?"

간호사는 줄을 둘둘 감으며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그런 소문이 실습생들 사이에 돈다고는 하는 거 같더라고요. 저희야 뭐."

"그렇군요..."

유령, 유령이라. 갤리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죽은 환자의 혼이라느니 어쩌니 저쩌니 말이 많겠지. 알 만 했다. 간호사가 나중에 뵙겠다며 트레이를 끌고 병실을 나섰다. 갤리는 알콜솜을 버리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금 고민했다. 유령이라.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