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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 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지식이 일천합니다. 혹시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캐붕이 심합니다. 그에 따라 3편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이어지네요...

*2016년 글 백업입니다

 

병원은 꽤 넓은 편이었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많은 편인데다 진료를 보는 과목도 많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동이 여러 개라는 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미로에 가깝다는 뜻이기도 했다. 비슷하게 큼직한 건물 서너 개가 모여 있을 뿐 아니라 널찍한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는 병원은 한 바퀴를 도는 데에도 한 시간을 족히 잡아먹을 정도의 넓이를 가지고 있었다. 뉴트는 주차장까지는 나가 본 적이 있었다. 보이지는 않더라도 집에 가는 부모님을 배웅이나마 하기 위해서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차는 탈 수 없었지만. 그러니까, 뉴트가 돌아다녀 본 범위는 기껏해야 반대편 동에 있는 응급실이 고작이었다. 직선거리가 1km를 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래보았자 병원 내부다. 외부로 나가 본 적은 없었다.

"식사 시간마다 몸에 돌아가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굳이 식사 시간으로 정한 이유가 있어?"

뉴트는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정기적으로 들어갈 노력을 하면, 언젠가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놓지 못해서. 겨우 그런 이유였다. 그렇게 정기적인 노력을 하기에 제일 괜찮은 시간이 식사 시간이었다. 병원의 식사 시간은 칼같이 굴러간다. 병원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작업을 하는 시간, 잊었다는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뉴트는 그 시간마다 제 손을 다시 맞추어 보고자 안간힘을 쓰곤 했다.

벽을 통과할 수 있고 날아다닐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긴 했지만, 실질적인 이동 속도는 육체를 가지고 있을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흔히들 유령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순식간에 사라지거나 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게다가 뉴트는 벽을 뚫거나 날아다니는 데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실질적이고 뭐고 그냥 평범한 이동 속도로 다녔다. 차이라고 해 봐야 지치지 않는다는 정도였다. 오히려, 엘레베이터면 모르되 차량 같은 것은 전혀 탈 수가 없었으니 더 불리한 노릇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시간 내에 다시 제 병실로 돌아오려면 병원 내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병실이 부산해 질 때 즈음 해서 제 병실로 돌아오면 시간이 꼭 맞았다. 결국 제 몸 때문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그 뿐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시도를 더 줄이고 싶지도 않았다. 돌아가려면, 어쩌면 하루 종일 몸에 붙어서 노력해보는 게 제일 나은 것일지도 모른다. 초반에는 그렇게 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힘을 내기엔 4년 째의 뉴트는 많이 지쳐있었다. 하루종일 그렇게 누워 있는 것은 희망 고문 외에는 뭣도 아니었다. 하루 세 번의 시도조차 고문이 아닐까 싶을 지경이었으니까. 뉴트가 뭐라 더 말을 잇지 못하자 갤리는 제멋대로 결론을 내렸는지 턱을 긁다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내가 매일 오지는 못해."

뉴트는 조금 침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한다. 그러나 뉴트에게는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입술과 혀가 제 자리를 찾은 기분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다정하게 자신을 달래주는 기분이기도 했고, 말을 잊지는 않았다는 감격이기도 했다. 또 다시 그 기간을 포기해야 한다는 건 의외일 정도로 서글픈 일이었다. 그래도 뉴트는 좀 웃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처음에는 악령인 줄 알고 제령하려고 하더니, 신경 써 줘서 고마워."

갤리는 머쓱한지 오른손으로 뒷목을 매만졌다. 뉴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팔랑팔랑 손을 저었다. 잘 가. 다음에 진료 올 때나 한 번 들려줘. 뉴트는 창틀에 앉으며 갤리를 배웅했다. 갤리는 봉투를 손에 들고 잠시 뉴트를 바라보다, 일주일 뒤에 보자며 인사를 했다. 뉴트는 데면데면 어어, 하고 말을 받았다.

"참."

갤리는 문을 나가려다 뒤를 돌아보았다. 창가에 앉아있는 쪽의 뉴트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까 멋대로 들어간 건 미안."

누워있는 얼굴이 희다 못해 창백했다. 반 투명한 미소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아서 갤리는 몇 번 눈을 깜박이고 나서야 대꾸를 해 줄 수 있었다.

-

문을 열자 커튼이 걷어지지 않아서 어두운 방이 나타났다. 갤리는 한숨을 푹 쉬며 토마스를 불렀다. 길이 든 운동화는 어렵지 않게 발뒤꿈치부터 벗겨졌다. 갤리는 제 방문 앞에 봉투를 내려놓고 토마스 방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뭐라고 언어가 되지 못한 웅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급한 불은 끈 모양이었다. 갤리는 부담없이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바깥에서 차 소리가 들렸지만 그리 크지 않았다.

거실 소파 위에는 옷가지가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대부분 자신이 입고 던져 놓은 것이었다. 최소한 제 방에 널어 놓은 줄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닌 모양이다. 갤리는 입맛을 다시며 옷을 걷어다 빨래 바구니로 수거했다. 청소기도 돌릴까 했지만 아직 토마스가 깨지 않았으니 무리긴 했다. 대강 쌓여있는 빨래와 책들을 치우고 나니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것 같았다. 제 방 책상 위를 생각하니 좀 끔찍하긴 했지만, 아직 시간은 많다. 갤리는 냉장고에서 찬 물을 꺼내 컵에 따라서 소파에 앉았다.

휴일에 읽어야 해서 뽑아두었던 논문을 들추며 물을 마시고 있는데 벽 너머에서 우당탕 하고 뭔가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갤리는 잠깐 벽 너머 쯤에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논문에 눈을 고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토마스가 비틀비틀 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숨도 쉬지 않고 반 병을 비웠다.

"일어 났냐?"

"엇 깜짝이야. 너 언제 왔냐?"

갤리는 방금 왔다고 대꾸하며 논문을 한 장 넘겼다. 토마스는 다시 물을 마시기 시작해 한 병을 다 비우고 나서 식탁에서 의자를 빼서 앉았다.

"점심은 먹고 출근하지? 저 근처에 맛있다는 태국 음식점이 생겼다는데, 1인분은 배달료를 내도 배달을 안 해준대서."

"그럼 시키자. 점심 먹을 시간쯤 됐네."

"엉."

난 나시고랭. 갤리가 대꾸하자 토마스가 대강 고개를 주억거렸다. 세수를 하러 들어가는지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났다. 갤리가 논문을 다 읽을 즈음에 토마스가 전화를 걸었다. 갤리는 그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시켰어?"

"어. 니 건 또 계좌 이체?"

"어어."

갤리는 터덜터덜 걸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논문함이 터져 나가기 전에 무슨 수를 내야 하긴 하는데. 며칠째 옷만 갈아입고 잠만 자고 나오는 여관처럼 사용했던 방은 지저분한 건 둘째 치고 퀴퀴한 냄새까지 나려고 했다. 갤리는 창문을 열고 논문을 논문함에 던져 넣었다. 점심 먹고 치우지 뭐. 어어- 토마스가 말을 붙였다.

"뭐야, 너 팔 왜 그래?"

"금 갔댄다. 이주일 강제 휴가."

"안 돼."

토마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무슨 일이 있나? 토마스가 머리를 싸쥐고 쪼그려 앉자 갤리는 급하게 뛰어갔다. 어디가 아픈가? 야? 너 괜찮아? 왜 그래?

"젓가락만 달라고 했단 말야..."

포크 달라고 안 했다고... 갤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깁스 한 손으로 얻어 맞으면 얼마나 아플 거 같냐?"

"장난도 못 치냐!"

-

이렇든 저렇든 식사도 하고 약도 챙겼다.-어차피 나시고랭은 숟가락으로 퍼먹는 음식이었다. 그릇이 움직이는 게 좀 귀찮긴 했지만-마감을 다 치르고 당분간은 쉴 일만 남았다는 토마스도 다친 갤리도 오랜만에 휴일이었다. 둘 다 느긋하게 있어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사람으로, 식사 후 식곤증에 노곤하게 늘어져 있으면 오히려 불안한 인종이었다. 핸드폰에서 호출이 오는 게 아닌지, 잊고 있던 계약이 있는 게 아닌지 초조해 하다 식탁에 늘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둘은 일단 할 일이 없었고, 집안일이 조금 쌓여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둘 다 쉬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갤리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아무 말이나 꺼냈다.

"너 이번에 탈고한 거 무슨 내용이라고 했지?"

"유령 얘기..."

"아 그 시리즈."

토마스의 소설은 생각보다도 더 잘 나가는 모양이었다. 아는 사람이 적길래 괜찮은 건지 가끔 의문을 품긴 했지만 꾸준히 신작이 출판되고 있는 걸 보면 나름 마니아 층이 있는 모양이었다. 갤리는 멀쩡한 손으로 누들 박스를 접으며 상황의 전개를 물었다. 토마스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며 손을 휘휘 저었다. 내가 그거 때문에 폐가로 답사까지 갔다 온 거 생각하면 진짜... 앓는 소리를 하는 토마스를 보며 갤리는 조금 웃었다. 그러다 문득 갤리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어번 두드렸다.

"야."

"어?"

"혹시 너, 유체 이탈 같은 거 소재로 다뤄 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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