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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D/메이즈러너

[뉴트갤리] Alive

ㄷㄷㄷㄷ 2023. 1. 25. 14:02

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히어로물입니다.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 한 바에 따르면 주말에 낮잠을 자겠다고 시간을 오후로 바꿔 놓고서 다시 오전으로 돌리지 않은 것이었다. 덕분에 갤리는 지금 지각의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교통 체증이 좀 빠졌으려나?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직장까지 거리가 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이럴 바에는 자가용이 아닌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나았다. 갤리는 지하철까지 뛰어 내려가서-대학교 때 뛰었던 100m 기록을 경신했다는 기분이 들었다-사람들 사이에 몸을 우겨넣었다. 넥타이를 정리하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있었지만 지각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갤리는 등을 문에 기대고-사람이 많아서 기댈 수 밖에 없었다-핸드폰으로 뉴스 사이트에 접속했다. 오늘도 히어로란이 시끌벅적했다.

히어로의 활동이 대폭 증가하고 나서 신문들은 이걸 정치 경제 사회 중 어느 면으로 분류해야 할까를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한 거대 신문사를 필두로 이제는 전부 히어로란을 창설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 전에는 정치 면이나 경제 면을 헤매고 다니던 사람들에게는 편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히어로의 활동은 신문 1면에 올라오니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그렇다. 약간 광고화 되고 있는 신문 기사를 쭉 훑다가 몇 명이고 뉴페이스를 발견하고 나서 갤리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종료했다. 과학의 발전에 기대어 성과를 쟁취해냈지만, 어찌보면 당연히도 인간은 나아지지 않는다. 생각하지 못했던 범죄의 출몰과 생각하지 못한 수법의 출현에 전 세계적으로 변호사와 판검사의 혼란은 가중되었고 경찰들은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세상에는 자경단-자기 정화 시스템 같은 것이 한 번 더 출현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히어로라고 호칭했고 일부는 언어의 유구한 역사를 되돌아 보며 수명이 긴 그 이름을 어찌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지하철 문이 열렸다. 급행열차인지 몇 개의 역을 서지 않고 지나친 지하철이 정확히 갤리가 내려야 하는 역에 섰다. 갤리는 지하철에서 내려서 달렸다. 시간을 약간 벌었으니 만큼 여유가 있었고, 일단 화장실이 급했다. 볼일도 보지 못하고 세수만 간신히 하고 뛰어 나온지라 발이 동동 굴러졌다. 한숨을 돌리고 손을 씼는데 핸드폰이 자기 존재를 주장했다. 윙윙 울려대는 전화 화면에 그리 친하지 않은 같은 부서 동료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토마스였다. 아직 지각도 아닌데 웬 전화? 갤리는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갤리 씨?

말이 불분명하게 전달되었다. 배경에 깔리는 잡음이 너무 심해서 인상을 찌푸렸다. 갤리는 화장실 밖으로 나와 지하철에서 나가는 쪽을 향했다. 토마스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쿵-너 아직-콰광-출근안-솨아악-지? 지갑을 뒷주머니에서 꺼내 입구에 찍자 덜컹, 하고 문이 열렸다. 갤리는 예? 하고 외치며 개폐구 밖으로 나갔다.

-저-우르릉-금, 미친 그냥 반말 합니다, 나 지금 너-쿵-이런 미친, 비상 연락망 때문에 연락하는 건데-콰과과과-지 마, 알았어?

"뭐라고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계단을 세 개만 더 밟으면 밖이었다. 불을 밝히긴 했지만 그래도 어두운 편인 지하철 역 안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갤리는 얼굴을 찡그렸다. 빛에 눈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얼마가 걸리지 않았다. 갤리는 눈을 몇 번 깜박였다.

그리고 폐허가 갤리를 맞이했다.

-지금 여기 습격 당하고 있으니까 오지 말라고!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그리고 동시에 귀 옆에서 우르릉, 하고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약간 떨어졌다고 하지만 거의 옆에 있는 건물이었다. 천천히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역사를 덮치려고 해서 갤리는 뛰었다. 어떻게 달렸는지 정신이 없었다. 아주 아슬아슬하게, 약 세 발자국 정도 차이로 갤리는 건물이 무너진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갤리의 얼굴 언저리로 콘크리트 조각이 틱틱 굴러왔다. 넘어지는 바람에 아래쪽 손바닥이 죄다 벗겨지긴 했지만 아픈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장이 뛰는 것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호흡이 거칠었다. 갤리는 넘어진 몸을 억지로 뒤집었다. 눈 앞에 그림자를 드리고 있는 게 정말 '건물'이 맞는지 갤리는 순간적으로 혼란을 겪었다. 엉덩이 걸음으로 두세 걸음 물러나다 갤리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내려앉거나 무너지고 쓰러진 건물과 깨진 유리가 부서진 차들이 가득 차 있는 거리를 뒤덮고 있었다. 갤리는 딸꾹질을 했다. 갑작스레 고요해진 사이로 딸꾹질이 너무 크게 들렸다. 떨어뜨린 핸드폰에서 갤리? 하고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갤리는 핸드폰까지 팔꿈치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갤리?

"지금- 지금 이거- 뭐-"

-너 지금 어디야? 살아 있지?

"미친 그럼 살아 있으니까 통화를 하지-"

지나치게 달려서 그런가 혀 끝이 아리고 속이 좋지 못했다. 갤리는 휴대폰을 든 손을 가로등에 기대고 몇 번 헛구역질을 했다. 먹은 게 없어서 나오는 거라곤 침 밖에 없었다. 이런 대규모 습격은 전쟁이 아니고서야 매체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거대한 건물이 몇 개나 쓰러지고, 과연 다친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갤리는 혼란에 빠졌다. 핸드폰이 계속 시끄러웠다.

-너 지금 어디냐니까!

"회사, 회사 근처, 역에서 50미터 정도..."

-지금, 어, 적당히 숨어있으래. 곧 구하러 간다고, 지금-

전화가 툭 끊겼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밝게 빛나는 화면을 갤리는 황망히 쳐다보았다. 빌어먹을. 욕이 절로 나왔다. 핸드폰을 던질까 생각하다 갤리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직 할부가 오래도 남아있었다.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거칠게 쑤셔넣고는 갤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에 어떻게 몸을 피하고 있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건물 틈으로 들어가면 될까. 고민하고 있는 찰나,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갤리는 고개를 돌렸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건물이 이쪽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수많은 생각과 그간의 삶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갤리는 눈을 감았다.

"휘유-"

그리고 갤리는 눈을 떴다. 발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이 마치 텔레비젼에서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먼지가 흩날리는 모습도, 부서지는 모습도 지나치게 먼 거리였다. 갤리는 고개를 들었다. 약간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푸드덕거리는 날개가 그림자를 드리고 있었다. 갤리는 언어가 되지 못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남자가 아, 하고 갤리를 내려다 보았다.

"정신이 들어요?"

갤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발머리와 갈색 눈동자를 보았다. 남자는 아주 멋지게 웃고 있었다. 갤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남자는 웃었다. 하얀 날개가 남자의 웃음과 같이 펄럭였다. 커다란 깃털이 갤리의 손등을 스치고 떨어졌다. 남자는 갤리를 공원 중앙에 내려주었다. 갤리는 그곳에서 구출되어 병원으로 이송 되었고, 깨닫지 못한 다리 염좌로 전치 2주를 선고 받았다. 안 그래도 회사 또한 이사를 해야해서 반 강제적으로 휴가를 선고 받았다. 한 쪽 팔이 부러진 토마스와 그 외 회사 동료와 함께 갤리는 2주를 보냈다. 경찰이 찾아오는 걸 제외하면 태평한 2주였다. 갤리에게는, 곱씹을 시간이 아주 많았다.

-

뉴트는 마우스 휠을 굴렸다. 최근에 있었던 사고에 관한 기사가 화면 가득 빽빽히 적혀있었다.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안정을 위해 면회를 금지하는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인터뷰를 따내겠다는 기자들은 갖은 수단을 동원한 모양이었다. 사상자, 부상자, 피해 추산 액수, 생존자와의 인터뷰... 기사 제목만 수십 건이 떠 있었다. 뉴트는 눈을 휘었다.

"징그러운데."

"도와주는 사람한테 그런 말하면 쓰나?"

"고용한 거지."

말은 똑바로 해. 징그럽다는 폭언을 했으면서 잘도. 뉴트는 약간 비웃었다. 상대방은 신경쓰지 않았지만.

"벌써 구하는 건 예정에 없던 일이지 않나? 나름 계약 위반인데."

"며칠 정도야 상관 없지 않나?"

뉴트는 다리를 꼬고 소파 팔걸이에 팔꿈지를 기대 턱을 괴었다. 상대방이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것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는 못생긴 게 꽤 귀여웠거든." 

상대방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적당히 해. 작은 오차가 큰 계획을 어그러뜨린다고."

뉴트는 그냥 웃었다. 악취미라는 지적도 뭣도 없었다. 하긴 저 남자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저들이 자신과 별 관련이 없는 것처럼. 그들이 말하는 계획이건 뭐건. 사람이 몇이나 죽건. 핸드폰에서 알람을 알렸다. 약속한 시간이었다. 뉴트는 옷자락 사이로 커다랗고 하얀 날개를 꺼냈다. 상대방이 먼저 문을 나섰다. 뉴트는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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