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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D/메이즈러너

[뉴트갤리] 지상의 온도

ㄷㄷㄷㄷ 2023. 1. 25. 14:00

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9월 5일 갤른 전력 참여물입니다.
*미량의 톰민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콜릿은 예로부터 악마의 음료로 불렸다고 했다.
-요즘 어째 날이 더 더워진 거 같지 않냐.
-무슨 소리야?
토마스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갤리는 인상을 쓰며 거의 때리다시피 토마스의 얼굴을 밀어냈다. 토마스가 비명 아닌 비명을 질렀다.
-아파!
-아프라고 한 거니까.
갤리가 투덜거리자 토마스가 끙끙 앓으며 다시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트리샤가 쟁반을 내려놓고는 토마스 옆에 앉았다 또 무슨 멍청한 소리를 했길래 볼이 부었어? 토마스는 제 인맥을 한탄했다. 한 잔 가득 들어있는 핫초코가 김을 뿜었다.
-갤리가 덥다잖아.
-카페인 때문에 그런 거 아냐?
-넌 내가 카페인 따위에 반응할 거 같냐? 그것도 겨우 초콜릿인데?
-역시 인류가 아니었군.
-닥쳐 토마스.
트리샤가 토마스를 구박하기 시작해서 갤리는 얌전히 초콜릿을 마셨다. 잘못 시킨 걸까. 날이 지나치게 더웠다. 유명한 데를 골라서 오긴 했지만 별개로 날이 더운 건 더운 거였다. 아이스도 아직 할 텐데. 입맛을 다시는데 토마스가 침음성을 내면서 빽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잖아! 실외 온도는 영하라고!
트리샤와 갤리는 침묵에 잠겼다. 그건 그랬다. 갤리는 까만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지만 그래도 추워 보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당장 트리샤와 토마스만 해도 패딩과 코트를 여미며 옷에 성에가 붙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갤리가 할 말은 별로 없었다. 아니, 덥다고. 이것 봐. 갤리는 궁색을 갖추기 위해 입은 가디건을 벗었다. 반팔 셔츠가 드러났다. 트리샤가 비명을 질렀다.
-
신과 인간의 거리는 하늘과 지상의 거리이고, 악마와 신의 거리 또한 비슷할 것이다.
갤리는, 당연하지만, 정밀 검사를 위해 응급실에 넣어졌다. 높은 집 딸의 권력 남용이라는 건 무서워서 갤리는 그 날로 1인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어떻게 병실이 날 수가 있지? 갤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병원복으로 갈아입어도 더운 건 마찬가지라 갤리는 팔뚝을 걷고 움직여야 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더운 감이 있는 게 찝찝했다.
귀에 체온계를 들이대고 잰 체온 검사는 정상으로 나왔다. 섭씨 36.3도. 어떻게 보면 낮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하의 날씨에 더위를 타고 있다는 건 어떻게 봐도 정상이 아니라 갤리는 기타 정밀 검진을 빋아야 했다. 회사에서 하는 정기검진을 받을 때도 됐지 그래. 트리샤가 말을 넣어두었는지 그럭저럭 영수증 처리가 될 것 같았다. 더위가 언제부터 지속 되셨나요? 한 달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혈액과 엑스레이 등의 몇몇가지 검사를 끝마치고 하루 정도를 기다리라고 의사가 말했다. 밤이 되면서 그리 크지도 않은 일교차가 최저 기온에 근접해 갔다. 노란색이 반짝거리는 꿈에서 헤어나다 갤리는 눈을 떴다. 날이 더 더워져 있었다.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었다.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다 갤리는 창밖을 보게 되었다. 해가 뜨고 있었다. 갤리는 얼음을 넣었는데도 물방울이 맺히지 않은 컵을 바라보았다. 창 밖의 성에가 반짝거렸다.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에 목이 아파서 갤리는 물을 한 잔 더 마셨다.
-
악마는 결국 지상에 인간을 묶어두는 존재로 남는다.
의사는 굉장히 찝찝하고 안타까워하는 얼굴로 선언했다. 갤리 씨는 의학적으로는 지금 위험한 상태입니다. 트리샤는 격분해서 의사에게 달려들려고 했고 토마스는 그런 트리샤를 말렸다. 갤리는 뭘 했냐면, 그냥 앉아있었다. 죽은 상태라 이렇게 고통받고 있나? 생전에 잘 살았던 거 같은데. 의사는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갤리의 몸을 보여주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가 보라색이었다. 중간 중간 하얀 부분도 있었다. 42도가 넘으면 인체 단백질은 변성되는데 이 정도 색이면 좀 위험해요. 지금 38도를 넘나든다는 뜻인데, 거동이 어렵진 않으세요? 더운 거 빼곤 별로요. 의사는 귀에 체온계를 꽂고 한 번 더 체온을 쟀다. 삐빅. 체온계가 경쾌하게 울었다. 36.2도. 어제보다 역으로 체온이 더 떨어져 있었다. 당연하지만 의사는 당황했다.
병실로 돌아와서 트리샤는 갤리를 잡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었다.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우는 모습은 또 처음이라 갤리는 당황해했다. 토마스는 트리샤를 말리지 않고 약간 침울한 얼굴로 트리샤의 옆자리를 지켰다. 포기할 즈음에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찾아올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 누가 잘못 찾아왔나 싶어하는데 토마스가 일어났다. 내가 불렀어. 민호? 응. 이 자식이 남이 죽어간다는데 사리사욕을 채울 마음이 드냐? 민호는 네가 가장 친한 직장 동료였거든 임마. 언쟁하는 사이 민호가 구둣발로 저벅저벅 걸어들어왔다. 민호는 트리샤에게 눈인사를 하고 토마스를 냉랭하게 무시하고는 걸어들어왔다. 한 손에는 음료수가 박스로 들려있었다.
-꾀병인 줄 알았는데 중병인가 보다?
-나는 멀쩡한데 의사가 내가 아프다더라.
갤리는 덤덤하게 음료수를 한 병 따고 토마스와 트리샤에게 음료수를 한 병씩 쥐어주었다. 탈수가 올까봐 트리샤에게는 한 병을 더 쥐여주었다. 음료수 상자를 정리하는데 문에서 또 노크소리가 들였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민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 부사수랑 같이 왔다.
-안면 튼 지 한 달 밖에 안 된 애를 왜.
갤리는 제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고 생각했다. 미닫이 식인 병원 문이 열렸다. 반짝이는 금발 머리가 문 안으로 한발짝씩 걸어들어왔다. 선배님. 낮은 목소리가 발음했다. 갤리는 침을 삼켰다. 토마스가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지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며 말했다. 이 방 너무 더운 거 아냐? 민호와 트리샤는,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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