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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붎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눈앞으로 은빛 선이 스치고 지나갔다. 쇄액, 하고 바람 소리가 귓가를 할퀴었다. 뜨끔한 고통이 귓바퀴를 후벼 팠다. 토마스는 한 바퀴를 굴렀다. 스니치가 앵앵 울면서 앞쪽을 맴돌았다. 나무에 박힌 화살깃이 바르르 떨고 있었다. 토마스는 급하게 지팡이로 뒤를 가리켰다.
"에렉토!"
흙이 공중으로 서서 벽을 세웠다. 엔고지오. 중얼거리자 흙벽이 빠르게 크기를 키웠다. 직선으로 오는 것은 무리일테니 돌아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하반신이 말이다. 기본 속도만 해도 인간의 네 배 정도는 빠르다. 토마스는 볼에서 흐르는 피를 망토로 대충 훔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흙바닥은 발굽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끼가 낀 바닥은 더더욱. 스니치가 눈 앞에서 윙윙거렸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토마스는 열이 받았다. 당장 다음 나무 뿌리에 걸려서 넘어질지도 모르는 판에 왜 자꾸-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토마스는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장렬하게 넘어졌다. 그러나 이는 호재였는데- 정확히 넘어지는 머리 위로 화살이 스치고 지나갔다. 잘린 머리카락 몇 가닥이 팔락팔락 바람에 날렸다. 토마스는 다리를 끌어당겨 급히 일어났다. 운이 좋은 걸 소년! 멀리서 외치는 것 같이 울리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그렇게 말했다. 미친, 미친- 토마스는 생각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당장 달려야 했다. 어디로? 토마스는 가물가물하게 생각했다. 어디로 달려야 효율적이지?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눈 앞에서 스니치가 팔락팔락 날았다. 토마스는 눈을 깜박였다.
"가."
스니치가 날개를 파닥거렸다. 토마스는 몸을 한 번 더 말했다. 가. 이동하자. 스니치가 파르르 떨더니 빠르게 일직선으로 날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스니치를 따라 달렸다. 숨이 턱에 닿도록.
-
화살이 떨어져 가기 시작했는지 날아오는 간격이 점점 더 늘어났다. 나무가 살아 움직이는 구간에 들어섰을 때 토마스는 달리면서도 숨을 죽여야 해서 큰 곤란을 겪었다. 혀가 아파오는데도 발을 멈출 수가 없었다. 스니치는, 빗자루를 타고 있을 때도 알았지만 정말 빨랐다. 빗자루로도 간신히 따라가는 속도를 인간이 따라가기에는 확실히 약간 무리가 있었다.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가끔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기도 했다. 알고 있는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으면 스니치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점점 숲의 어둠이 옅어져 갔다. 바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설마 가라고 한 걸 바깥으로 인도하라고 한 걸로 착각한 건 아니겠지? 토마스는 조금 불안해졌다. 바깥으로 나간다고 해 봤자 우승컵을 쥐지 못하면 말짱 헛수고다. 다시 이 검은 숲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한다. 아마도 그 사이에 쉴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길 없는 미로로 또 다시.
토마스의 다리가 풀렸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계까지 달린 느낌이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려고 애를 쓰는데 부스럭거리며 풀섶을 스치고 말의 다리가 드러났다.
"더 달리지 않는 건가 소년?"
"-글쎄요."
"저런, 목숨을 걸라는 건 농담이 아니었을 텐데."
이쪽으로 밀어넣은 시점에서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위험은, 그것도 사소한 위험은 한둘이 아니다. 지금 당장 이 위치만 해도 나뭇가지 하나만 잘못 밟아도 죽을 수도 있는 곳인 걸. 날카로운 화살촉이 가슴팍을 겨누었다. 탁탁, 발굽이 바닥에 부딪혔다. 토마스는 지팡이를 들어서 화살의 끝에 그 끝이 닿도록 각도를 맞추었다. 공격은 규칙 위반일세. 켄타우로스가 웃으며 말했다. 시위를 재는지 활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토마스는 웃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아주 조금 비꼈다.
"리덕토."
빛이 켄타우로스의 어깨죽지를 스치고 날아가 꽤나 두툼한 편인 나뭇가지에 명중했다. 나뭇가지가 말 그대로 폭발했다. 켄타우로스는 갑작스런 파열음에 뒤를 돌아보고는 이런, 하고 침음을 흘렸다. 토마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작게, 갈수록 점점 더 크게. 나무가 뿌리를 뽑고 있었다. 배수진이었다. 토마스는 달리기 시작했다. 목이 졸리는 기분이었다. 스니치가 점점 더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
풀섶을 헤치자 학교가 뚜렷하게 보였다. 탑신 중간중간에 피어오르는 횃불 하나하나까지 전부. 검은 숲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뜻이었다. 별이 총총 박힌 하늘에는 커다란 보름달이 떠있었다. 달빛이 거울에 비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니치가 거울 한 쪽 구석에 제 자리인 양 자리를 잡고 날개를 접었다. 토마스는 잔디밭에 주저 앉아서 숨을 골랐다. 학교 범위 내로 들어왔더니 진동이 한참 줄어들었다. 다리가 와들와들 떨려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다시 검은 숲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은 소망 뿐이고 몸은 따라주지를 않았다.
스니치 하나가 공중을 가로질러 날았다. 토마스는 스니치가 나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호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내며 풀섶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걸음도 나오지 못하고 민호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옷의 어깨 부분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생살은 벗겨지고 뚫려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민호? 토마스는 숨소리보다 아주 조금 크게 민호를 불렀다. 민호의 고개가 이 쪽을 약간 돌았다. 이미 과다 출혈에 가까운 것 같았다. 그리 쌀쌀한 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민호는 추운지 둔한 손놀림으로 연신 팔을 쓸고 있었다. 토마스는 손을 움직여 앞으로 기었다.
뒤에서 발굽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토마스는 몸을 움직여 민호를 끌어 안았다. 퍽, 하고 진동이 온 몸을 울렸다. 등에 타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 날개죽지가 아파왔다. 정확히 네임이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미필적 고의였네. 장난하듯 말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토마스는 헐떡헐떡 숨을 쉬었다. 숨쉬기가 천천히 불편해져 갔고 날이 점점 더 추워졌다.
딸깍, 하고 머리 맡 저 쪽에 있는 거울에서 뭔가가 맞춰지는 소리가 났다. 스니치 세 개가 거울 위에 나란히 올라앉았다. 모두가 우승컵을 구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소리나 다름 없었다. 눈물이 더 흘러내렸다. 돌아가고 싶었다. 벗어나고 싶었다. 브랜다가 승리했다면 그게 좋았을 것이다. 민호를 폼프리 부인에게 보여야 하는데. 거울에 비친 자신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한 쪽 손을 치켜 올리더니 그 손에 들고 있던 금빛의 무언가를 앞으로 던졌다. 텅, 하고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한껏 흐려진 눈으로 보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손잡이 두 개가 달린, 깊이 패인 곡선의 컵이 쓰러져 있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였고, 저 쪽까지 다가가기에 토마스는 너무 지쳐있었다. 그 이전에 몸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날개뼈에 화살이 깊이 박혔는지 팔을 움직이려고 하면 통증이 심각했다. 토마스는 울고 싶었다. 아니, 어느샌가 울고 있었다.
"민호."
"...어."
"민호, 미안해."
민호는 고개를 들었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 토마스가 울고 있었다. 얼굴을 찡그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온한 표정도 아니었다. 모로 누운 토마스가 흘린 눈물은 한 쪽으로 흘러내려 잔디로 스며들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토마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안해, 민호, 미안해. 토마스는 자신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민호는 둔해진 머리로 그걸 지켜보고, 아주 천천히 인식했다. 누구였지? 토마스. 어떤 사람이었지? 내 네임을 가지고 있다고 한 사람. 괜찮다고 한 사람. 고백은 안 했지만. 그리고 지금 사과 하고 있는 사람.
문득, 아주 문득
문득, 아주 문득
토마스에게
뽀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간신히 깨달은 생각이었고, 정작 민호는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 잠들면 안 될 것 같은데, 자꾸 눈이 감겨왔다. 하르퓌아이에게 또다시 찔린 어깨의 통증이 천천히 사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민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민호? 민호의 반응이 없었다. 토마스는 눈을 감는 민호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안 되는데, 정말로 안 되는데. 팔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몸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다. 온 몸이 지나치게 무거웠다. 자신도 점점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어든 등에서 자꾸 뭔가가 울컥울컥 흘러내려서 점점 더 날이 추워져 갔다.
펑, 하고 멀리서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토마스의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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