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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등이 타는 듯이 아팠다. 토마스는 끙끙 앓는 소리를 했다. 몸을 피하고 싶었지만 온 몸이 지나치게 무거웠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아프지? 귓가에 점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형체도 또렷하지 않고 무슨 말인지도 알 수 없는 웅얼거림에서 천천히 소리가 모양을 갖추었다. -피스키! 에피스- 그거 가지곤 어림도 없-
"레네르바테!"
토마스는 눈을 번쩍 떴다. 숨이 자꾸 몰아 쉬어졌다. 등부터 가슴까지 관통당한 듯이 계속 아파왔다. 토마스는 자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토마스!"
"이거 마시게 해! 얼른!"
목구멍 안으로 뭔가가 쏟아져 들어왔다. 쓰고 떫었으며 무엇보다 목구멍이 타는 것 같았다. 온도가 높은지 아니면 산성인 건지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가 위를 데우는 것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타는 듯이 아프던 등이 더 심각하게 아팠다가 아주 조금씩 덜 아프기 시작했다. 비명이 잦아들자 토마스의 몸이 훌떡 뒤집혔다. 상처 부위에 뭔가 따끔거리는 것이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가물거리던 시야가 천천히 회복되었다. 토마스는 눈을 깜박였다. 하얀 면이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공기가 차가웠다. 뭉뚱그려진 것 같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뒤에서 그를 붙잡고 침대로 내리 누르고 있었다.
"에피스키."
치료 마법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토마스는 입을 열려고 했다. 기침이 쏟아져 내렸다.
"정신이 좀 드니?"
"폐에 구멍났으면서 소리는 더럽게 잘 지르네."
폼프리 부인의 목소리와 갤리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렸다 등을 내리누르던 힘이 사라졌다. 토마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네임 부분이 다쳤더구나. 그래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니까 한두 달이면 복구 될 거야."
"가… 감사합니다 부인."
토마스는 목에서 푹 잠긴 목소리가 나오는 걸 듣고 조금 놀랐다. 갤리가 토마스의 가슴팍에 두텁게 붕대를 감는 동안 부인은 웃으며 침대 위에 물약 병을 우르르 쏟아놓았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 마시렴. 토마스는 생전 처음 보는 분량의 물약에 눈을 깜박였다. 부인은 땀에 엉겨붙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바로잡고 몸을 돌려서 이동했다. 그제야 토마스는 침대만 옮겨왔지 아직 자신이 야외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별이 총총 박혀 있었다. 살아 있네. 토마스는 묘한 감상을 느꼈다. 퐁, 하고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척이 약병을 열고 있었다.
"척?"
"마셔 토마스."
척이 명령문을 사용했어! 토마스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탁한 붉은색 물약을 꿀꺽꿀꺽 마셨다. 비린 맛이 나서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한 병을 다 마시고 치우니 척이 다른 약을 내밀었다. 두 병을 마시고 나자 트리샤가 뛰어들어왔다. 머리를 얼마나 쥐어 뜯었는지 긴 머리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라 토마스는 약간 당황해서 마시던 물약을 잠시 내려놓았다.
"왜, 왜?"
"너 과다 출혈로 사망 직전이었어, 멍청아."
덤스트랭 쪽이 좀 더 심각해서 넌 출혈만 막고 그 쪽 먼저 치료하느라 폼프리 부인이 너 손도 못 댔었단 말야. 토마스는 딸꾹질을 했다. 척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단언컨대 토마스는 그런 척의 표정은 처음 보았다-토마스에게 약을 마저 먹기를 종용했고 토마스는 비린 맛이 나는 녹색 물약을 마저 들이켜야 했다. 다섯 병을 해치우고서야 척의 표정이 약간 가라앉았다.
"이번 시험은 다들 상태가 안 좋네."
척이 약간 푸념하듯 말했다. 트리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마스는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공기가 무거웠다. 둘 다 원망스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차라리 트리샤가 등이라도 때린다면 모를까 그래도 환자라고 손을 전혀 대지 않아서 아주 어색했다. 어떻게든 말을 돌리려고 노력하다가 토마스는 문득 우승컵!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트리샤의 눈총을 받아서 곧 찌그러 들었지만.
"우승컵은 어떻게 됐어 그러고 보니? 브랜다가 잡았어?"
토마스의 물음에 척이 푹 한숨을 쉬었다. 트리샤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하는 표정에 토마스의 궁금증은 깊어져 갔다. 잠시 시선을 나누다 트리샤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셋 다 항복 처리 됐어."
"뭐?"
토마스는 입을 헤 벌렸다. 트리샤는 헝클어진 머리를 벅벅 긁고는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브랜다가 빨간 불꽃을 쏘아 올렸어. 너도 알다시피 항복한다는 뜻인데, 그 때 너랑 덤스트랭 대표가 과다 출혈로 거의 죽어가고 있었거든. 그래서 강제 탈락 당해서 지금 이 상황이라. 발표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대."
토마스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공기의 흐름이 셋 다 불편한 상황으로 접어들어가서 침묵이 침잠해 들었다. 따라서 문병객들은 임시 병동 밖으로 나가달라 외치는 갤리의 말이 토마스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트리샤와 척은 못마땅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척은 나가기 직전에 이것까지는 마시라며 약을 한 병 더 따주고 나갔다. 무색 투명하고 악취가 나는 약이었다. 토마스는 얼굴을 찌푸리고 딸꾹질을 할 때 그러하듯 코를 막고 약을 들이켰다.
한 병을 간신히 다 비우고 나서야 주변 상황이 파악이 되었다. 사람이 좀 빠지고 나자 그제야 이동식 침대 세 개가 나란히 놓여있는 것이 눈에 들었다. 커튼 칸막이조차 없이 오른쪽에는 민호가, 왼쪽에는 브랜다가 누워 있었다. 브랜다는 아주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대충 머리를 땋고 있었고 양 다리에 깁스를 하도 있었다. 민호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고, 토마스와는 가슴팍이 아니라 어깨에 붕대를 두르고 있고 마셔야 하는 물약의 종류가 좀 더 적다는 차이 정도 밖에 없었다. 침묵을 견디기가 힘들어서 토마스는 물약병을 하나 더 땄다. 미끄덩거리는 해초 같은 맛이 났다.
"항복 했다며?"
민호가 입을 열었다. 토마스는 물약을 뱉을 뻔했다.
"그랬지."
"아니 왜?"
토마스는 저도 모르게 끼어들어버렸다. 브랜다는 얼굴을 조금 찌푸렸지만 손수건으로 땋은 머리를 멋지게 마무리했다. 그리고는 여전히 단호하고 궁금증에 휩싸인 네 개의 눈을 보고 약간 짜증스레 대답했다.
"너희들이 죽을 뻔 했잖아."
"어."
토마스가 멍청한 소리를 냈고 민호는 침묵했다. 브랜다는 말을 이었다.
"나하고 우승컵 사이의 거리는 오백 미터가 넘었어. 이 다리를 하고서는 얼마가 걸릴 지 알 수 없는 거리고, 그럼 너희 둘은 죽어버렸겠지. 정확히는 나하고 상관 없는 일이지만."
브랜다는 둘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승리보다 소중한 게 있다고 누가 그랬거든."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브랜다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베개를 정리해 뒤로 기댔다. 토마스는 잠깐 머릿속을 정리했다. 브랜다는 약간 어색해졌는지 평소와 다르게 수다스레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네 친구, 키 큰 금발, 꽤 대단하던데. 브라키움 에멤도를 7학년에 그렇게 수월하게 구사하는 학생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어. 앞으로 취직하는 병원에서 주치의를 담당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데-"
"고마워 브랜다."
브랜다는 입을 다물었다. 토마스는 어색해져서 괜히 베개를 두드려 정리했다. 민호도 이 쪽을 흘끗 보고는 입을 가볍게 열었다. 심심한 감사를 올리지. 브랜다는 조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말 좀 꺼내도 되겠는가?"
고개를 돌리자 웃음을 한껏 참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의 심판이 발치에 서 있었다. 토마스는 얼굴이 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민호가 침착하게 질문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자주빛 망토를 입은 심판이 웃었다.
"회의 결과를 알려주러 왔다네."
심판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우승컵이 공중에서 나타나 두 손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반짝반짝 금빛이 횃불에 비쳐 빛났다. 토마스는 베개에 등을 기대었다.
"사실 이번만큼 심판이 힘든 적은 없었어. 셋 다 항복이라니, 이렇게 난처할 데가 어디에 있겠나. 점수차로 하기도 난감하고 상처 입은 순서로 하기도 뭐하고."
민호는 괜히 턱을 긁었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심판이 우승컵을 토마스에게 내밀었다. 토마스는 깜짝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는 게 느껴졌다.
"사실 불러낸 사람에게 줄까 싶기도 했지만."
심판은 우승컵을 거두어갔다. 아마도 짜증나는 방식으로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토마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우승컵은 컵을 원하되, 승리는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되어 있었기에 그건 또 애매하다고 느껴졌지."
토마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승 컵이 나올 당시의 생각이라고는 게임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정도 밖에 없었으니까. 시선을 피하는데 심판이 계속 이야기 했다.
"그래서 우리는, 편법이지만, 게임 외적인 요소를 조금 보기로 했다네."
심판은 옆구리에 우승컵을 끼고 왼쪽으로 두 발짝 이동했다. 브랜다가 눈을 깜박였다. 심판은 불쑥 브랜다에게 우승컵을 내밀었다.
"승리란 분명히 중요한 가치지. 부는 아니지만, 거대한 명예가 뒤따르지. 그걸 과감하고도 당연히 포기한 자에게- 그만큼의 명예가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 되네."
이번 우승 학교는 보바통일세. 심판이 선언했다. 토마스는 고개를 돌려 민호를 보았다. 민호는 조금 웃으며 고개를 움직였다. 그리고 친친 묶인 어깨 쪽으로 그나마 자유로운 팔을 뻗어 애매한 자세로 박수를 쳤다. 토마스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브랜다는 기쁨을 숨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애매한 표정으로 우승컵을 받아들었다. 우승컵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 직후, 박수 소리에 놀란 폼프리 부인이 임시 병동으로 들어와 면회는 금지라며 심판을 쫓아냈다. 셋은 신나게 웃을 수 있었다.
폼프리 부인은 민호와 토마스에게는 약을 다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고, 트리샤에게는 식사를 해야하지 않겠냐고 묻고는 돌아갔다. 편애라고 항의하고 싶었으나 약만으로도 배가 터질듯이 불러온다는 것을 깨닫고 곧 그만두었다. 마지막 한 병을 따는데 자기 몫을 다 해치운 민호가 입을 열었다.
"토마스."
"응?"
민호가 잠시 입을 열었다 다물고는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무슨 일이지? 궁금해하는데 민호가 입을 떼었다.
"단 음식 좋아해?"
"어?"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긴 하다. 스트레스 풀려고 할 때 열심히 먹기는 하지만 찾아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좀 애매했다. 갤리만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대답을 고르는데 민호가 웅얼거렸다.
"그, 호그스미드에, 맛있는 데가 있다고 뉴트가 알려줬는데."
"……."
"같이 갈래?"
토마스의 얼굴이 천천히 달아올랐다. 왜 임시 병동에는 칸막이가 없지?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자 민호가 알았다며 돌아누웠다. 토마스의 기분이 한없이 들떠올랐다.
"좋아해."
"……."
"엄청 좋아해."
"데이트는 나중에 하고 자, 멍청이들아! 옆사람까지 못 자게 하지 말고!"
브랜다가 화를 내며 여분의 베개를 토마스의 침대로 던졌다. 발치를 노려서 던진 걸 보니 이걸 베고 자라는 함의가 더 큰 것 같았다. 아니 단 걸 좋아한다는 의미였는데! 토마스는 억울해졌지만 다음에 날아오는 게 우승컵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얌전히 남은 물 약 한 병을 마셨다. 핑크색 물약에서는 단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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