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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는 편인 줄은 몰랐는데. 레몬 머랭 파이를 입에 우겨넣다시피 하고 있는 갤리를 보다 토마스는 레몬차를 후룩 마셨다. 자신이 잘못을 했다는 자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갤리의 반응은 약간 과한 것처럼도 보였다. 그래도 달달한 파이가 나름 만족스러웠는지 갤리의 미간에 끼어있던 주름은 한결 펴져 있었다. 머릿속으로 갈레온과 시클을 계산하던 토마스는 갤리가 포크를 내려놓자 약간 던지듯이 말을 꺼냈다. 맛있어? 갤리는 약간 툴툴거리듯이 말했다.
"학교 집요정이 한 것 보다는 못하네."
그야 그렇겠지만. 토마스는 그저 허허로이 웃었다. 그래도 진정이 되기는 했는지 갤리는 조용히 차를 마시며 토마스를 쳐다보았다. 일부러 호그스미드까지 온 보람이 없지는 않았다. 토마스는 레몬차 잔을 내려놓고 갤리에게 말을 걸었다.
"갤리."
"물어 볼 거 얼른 물어봐라. 나 들어가서 쉬게."
"어... 내가 고백 비슷한 걸 해서 누구랑 사이가 좀 어색한데."
갤리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 흠, 하고 묘한 대꾸를 했다. 토마스가 뭐라고 말을 못해서 우물쭈물 하고 있자 그래서? 하고 다시 운을 떼었다. 한 손에 들려있는, 갤리의 손에 있어서 더 작아보이는 포크로 파이를 한입 크기로 난도질하며 갤리는 나름 토마스의 말을 경청해 주는 듯 했다. 토마스는 뭐라고 말을 이어야할지 잠시 고민했다.
"가까워지고 싶다고, 없던 걸로 하고 싶다고."
"모르겠는데."
"머저리냐?"
아직 기분이 다 풀리지 않았는지 갤리는 대뜸 폭언을 내뱉었다. 너무하다고 징징댔지만 토씨도 들어먹히지 않았다. 트리샤가 떠오르는 기분이 들어서 약간 기시감이 느껴졌지만 토마스는 곧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트리샤는 내 걱정으로 해 주는 거고. 표현이 다르지 않다는 게 눈물이 났지만 어쨌든 토마스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난도질 한 파이중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다가 목울대를 움직인 갤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귀고 싶은 거 아냐?"
"그러기엔 아직 덜 가까워 진 것 같은데."
"그럼 고백을 한 시점에서 글러먹은 거네."
말이 푹푹 폐부를 찔렀다. 눈치라는 걸 좀 길러봐 임마. 그래도 요즘은 좀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토마스는 좀 슬펐다. 필링이 넘치다 못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다시 떠서 파이지 위에 올리다가 갤리는 문득 수상쩍은 부분을 질문했다.
"근데 고백이면 고백이지 고백 같은 건 또 뭐야."
"좋아한다는 말은 안 했거든."
그나마 풀어졌던 갤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찌그러들었다. 호박파이 한 판 더 사. 갑작스레 갤리가 부리는 짜증에 토마스는 좀 당황했다. 왜?! 네가 잘못했어 멍청아 오늘 하루를 망친 값은 해. 그러니까 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편이긴 했지만 갑작스레 이런 공격을 받다니. 토마스는 지갑을 걱정했다. 다행이 말만이었는지 갤리는 점원까지는 부르지 않았다. 멍청이 둘이 사람 괴롭게 만든다며 약간 투덜거렸을 뿐.
"좋아한다고 해보던가 그럼."
글러먹은 시점인 김에 팍 질러 보던지. 갤리는 파이를 떼어내서 입 안에 집어 넣었다. 토마스는 등을 등받이에 기댔다. 결국 여기까지 말이 나오게 되는구나. 어째 기분이 영 찝찝했다.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갤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찌그러들었다. 첫사랑도 해 본적 없어? 있긴 한데, 그거랑 좀 다른 것도 같고. 갤리는 거의 고통스러워 하며 얼굴을 손에 파묻었다. 고개를 든 갤리는 아까보다 한결 더 피곤해 보였다.
"간단하게 생각해 간단하게. 그 사람이 딴 사람하고 사귄다고 치면 기분이 어떻냐?"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뻗쳐오르긴 하는지 갤리는 결국 레몬타르트를 한 조각 더 주문했다. 점원이 상냥하게 주문을 받아 가는 동안 토마스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민호가, 다른 사람이랑 사귄다고?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그냥... 괜찮을 거 같은데."
좀 낙담이야 하겠지만. 갤리의 미간이 다시 한 번 찌그러졌다. 이번에는 거의 흥미로운 실험체를 보는 눈이라 토마스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너 크리스마스 때 덤스트랭 대표가 파트너 있다고 하니까 거의 죽으려고 하지 않았냐?"
"그 때는 별로 안 친했으니까. 지금은 편지 정도는 보내도 될 거 같은데."
갤리는 팔짱을 끼고 눈을 되록되록 굴렸다. 레몬 타르트가 나올 즈음, 갤리는 툭 던지듯이 말을 꺼냈다.
"언제든 다시 접근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 말이 그렇게 되나. 토마스는 팔꿈치를 식탁 위에 두고 손으로 턱을 괴었다. 오른손으로 새끼손가락부터 엄지손가락까지 다라락 탁자를 두드리는데 갤리가 다시 묻자, 하고 말을 꺼냈다.
"네가 다른 사람이랑 사귀는 건 상상이 가?"
토마스는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다른 사람이랑? 내 네임 파트너 말고, 또 다른 사람이랑? 민호 말고? 누구랑? 잠깐 침묵이 테이블을 감돌았다. 갤리는 문득 한숨을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일어난다."
"어?"
"파이 값은 다 한 거 같은데."
아니라고 할 수가 없어서 토마스는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갤리는 뒷목을 주무르며 타르트를 토마스쪽으로 밀었다. 포장해 달라고 하지 뭐. 그러던가. 갤리는 잘 먹었다고 말하며 망토 단추를 잠갔다. 멍청이 달래주기라도 해야지. 갤리가 한숨을 푹 쉬었다. 무슨 말인지 토마스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잘가라고 손을 저어주었다. 문에 달린 종이 딸랑딸랑 울렸다. 토마스는 고개를 테이블에 박을 듯이 푹 숙였다.
머릿속이 온통 엉망진창이 된 느낌이었다.
-
점심시간이 다 지나도록 갤리는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덕택에 뉴트는 애가 타다 못해 죽을 것 같은 기분에 시달렸다. 좋아한다는 말 듣고 싶은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과욕인 것 같기도 하고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약간 억울한 마음이 뒤섞여서 뉴트의 머리에는 슬슬 과부하가 걸려있었다. 갤리가 들어오는 것부터 잡으려고 식사도 하지 못하고 문 앞을 어슬렁거렸지만 갤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뉴트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어제부터 뭔가 일진이 안 좋았다. 민호도 정신이 없고, 자신도, 갤리도, 뭔가 다 우그러진 느낌이라 뉴트는 괜히 짜증이 났다. 점성술을 좀 들어볼 걸 그랬나. 그럼 지금 이렇게 있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찝찝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없어지기를 반복했다. 정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점심시간에 맞추어 나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점심시간이 반 정도 지났을 때, 뉴트는 일단 갤리가 오면 좀 싸우자고 생각했다. 3/4쯤 지났을 때, 일단 뭐라도 먹이면서 잘못했다고 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갤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병동에 가 봐야겠어. 굳은 다짐을 하며 로비를 가로지르는데 왁자지껄한 소리가 정문에서 났다. 잠깐의 소풍을 다녀오는 학생들인지 각자 손에는 간단한 기념품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통로가 사람으로 꽉 차서 뉴트는 잠깐 기다려야했다. 시간이 급한데. 뉴트는 심호흡을 하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뉴트?"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두드렸다. 뉴트는 고개를 돌렸다. 큰 키에 불퉁한 얼굴을 한 제 애인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뉴트는 갤리? 하고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점심시간 다 끝났는데 여기서 뭐해?"
"갤리, 괜찮아?"
뉴트가 물었다. 갤리는 미간을 좀 찌푸렸다. 안 괜찮았으면 좋겠어? 뉴트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끌어안으면 싫어할까? 뉴트는 동동 굴러질 것 같은 발을 억지로 참았다. 갤리는 뒷목을 주무르다 다른 한 손에 들려있는 하얀 박스를 내밀었다. 뉴트는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서 받았다.
"레몬 머랭 파이."
식후에 나오는 디저트보다는 아니지만, 맛있길래. 갤리가 웅얼웅얼 말했다. 뉴트는 손에 들린 파이와 갤리를 번갈아보았다. 갤리는 아까보다 한참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피부가 얇은지 갤리의 피부색은 금방금방 티가 났다.
"아까는."
갤리가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멈춰버려서 뭘 이야기하는 건지 몰라 뉴트는 눈을 깜박였다. 갤리는 잠시 말을 못하고 침묵을 끌었다가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안 좋아하면 안 사귀니까, 그만 물어봐."
말하기 힘들어. 갤리가 웅얼거렸다. 뉴트는 손에 들린 하얀 박스를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이렇게 쉽게 열에 들뜨고, 기분이 좋아졌다, 추락했다, 그런 적은 없었는데. 그걸 표현한 적은 더더욱 없었는데. 뉴트는 한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얼굴에서 열이 올랐다.
"갤리."
대꾸는 없었지만 시선은 똑똑히 느껴졌다. 뉴트는 그래서 말을 이었다.
"좋아해."
정말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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