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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부활절 방학은 얼마 안 있어 끝을 고했다. 2주의 방학은 상당히 긴 편이었고-왠일로 편지를 많이 보낸다며 어머니가 기뻐하셨다-그 긴 시간 동안 토마스는 여기저기 쏘다녔다. 애인이 있는 것 같은 갤리를 약간 괴롭혀줄까 생각도 했지만 상담받은 것이 있으니 보답 삼아 잠시 접어두었다. 민호는, 식당에서 외에는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그야 그럴 밖에. 사실, 만날 일도 별로 없다. 생활 공간은 겹치는 듯 분리되어 있었고, 직접 어느 한 쪽을 찾으러 가지 않는 이상은 겹치는 데에서 밖에 만날 수 없는데, 겹치는 공간에서는 서로 만나는 걸 피하고 있었으니까.
토마스는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렸다. 오랜만에 다른 기숙사 친구들하고 마음 놓고 떠들기도 하고, 기숙사에서 버터 맥주로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교수님들 잘 안 보이시던데, 휴가 가셨나? 토마스는 버터 맥주로 목을 축이며 귀를 기울였다. 휴가라, 어렵지 않은 이야기다만, 꼭 말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른 기숙사생도 잔뜩 있는 이 시점에는 더더욱. 토마스는 여기저기 조용히 말을 알아보았다. 못 뵈던 교수님이 그 다음날이면 뵐 수 있다는 이야기가 왕왕 돌았다. 그리 멀리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무얼까, 어딜까. 언젠가 기록에서 본 것과 같이 호수로 내려가게 되는 걸까. 토마스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두꺼운 주문집을 보며 빈 강의실에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혀를 내둘렀다. 밥은 먹냐? 토마스는 웃었다. 사실, 식당에 내려가고 싶지 않다고는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트리샤와 척이 개학을 이틀 앞두고 돌아왔다. 토마스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트리샤와 척을 끌어안았다. 갑작스럽고 진한 애정표현에 트리샤가 징그럽다며 등을 두들겼다. 척은 시커멓게 가라앉은 토마스의 다크서클을 걱정했다. 토마스는 내가 너무 잘나서 까만 게 티가 잘 난다며 넉살을 부렸다. 척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날 밤 잠 못 드는 토마스에게 꿀을 탄 데운 우유를 한 잔 가져다 주었다. 트리샤는 식사 후 디저트에서 차와 커피, 초콜릿 등등 카페인을 전부 빼앗고 잠이 잘 온다는 허브티를 한 잔 쥐어주었다. 토마스는 웃었다.
카운트다운이 착착 흘러갔다. 세 번째 시험까지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토마스의 어머니가 학교에 들르셨다. 아버지는 출장을 가셨단다. 울며 불며 우는 걸 부하 직원이 공항으로 가 보겠다며 끌고 갔다는 말에 지지리도 운이 없는 분이라며 둘 다 웃었다. 물론, 부활절 방학 때라도 집에 들르지 그랬냐고 약간 꾸짖으시긴 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용돈 대신 어머니는 당신께서 직접 구워 오신 두툼한 케이크를 한 판 건넸다. 당분간은 근처에 머무를 거라며, 세 번째 시험이 끝나고 보자고 굳은 얼굴로 말씀하셨다. 목숨을 건 시합이라는 게 거기에서 느껴져서 토마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날 저녁 통보가 왔다. 시험장에 골든 스니치를 가지고 나오시오. 어머니가 주신 케이크를 야참으로 먹고 있는데 부엉이가 가져다 준, 마법부의 인장이 새겨진 편지였다. 그날 밤 그리핀도르 기숙사는 골든 스니치를 넣어놓은 케이스를 찾느라 아수라장이 되었다.
 
-
 
잠을 설쳤다. 민호는 그렇게 느꼈다. 새벽에 몇 번이고 자다 깬 것 같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마른 세수를 했다. 두 번째 시험에서 그랬듯이 막사 안에 앉아서 브랜다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직 토마스는 도착하지 않았다. 시험 시작이 얼마나 남았을까. 알 수 없어서 민호는 약간 초조해졌다. 오랜 시간이 남았어도 긴장은 줄지 않고,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면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마지막 시험. 1년의 종지부. 토마스. 민호는 손가락으로 스니치 케이스를 툭툭 두드렸다. 차가운 판의 감촉이 손을 저몄다.
토마스가 오면 뭐라고 해야하지? 민호는 고민이 되었다. 얼굴을 본지 거의 삼 주가 되어가고 있었다. 모른척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가볍게 인사를 건네기도 뭐했다. 브랜다는 고개만 까닥여도 서로 아무렇지도 않지만, 토마스에겐 왠지 그러는 게 어색했다. 그러고 보니, 의외로 많이 마주친 것도 같았다. 네임 파트너여서? 하지만 자신에겐 네임 같은 건 없었다. 있다고 해도, 그게 언제부터 그리 큰 의미가 되었을까. 민호는 찝찝한 감정을 내리 눌렀다. 일단, 병동신세를 지지 않는 게 우선이었다.
막사 입구의 커튼이 걷히는 소리가 났다. 민호는 고개를 들었다. 토마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심장이 덜걱거리는 것 같았다. 토마스도 마찬가지인지, 조금,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입을 연 것은 토마스가 먼저였다.
 
"안녕."
"...어, 안녕."
 
둘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인사가 너무 바보 같아서 브랜다도 이쪽을 주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토마스는 멀다고 하기도 가깝다고 하기도 애매한 자리에 주저 앉았다. 막사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자연스런 침묵이 아니라 어색한 침묵이었다. 날도 많이 따뜻해졌는데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별로 춥지도 않은 영국 날씨인데. 민호는 뒷목을 주물렀다. 스니치가 들어있는 케이스가 달그락거렸다.
이번에는 막사에 소리 차단 마법을 걸어두지 않았는지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지는 게 느껴졌다. 시간이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긴장 때문에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브랜다도 약간 초조한지 찻잔을 내려놓고 있었다. 막사 문이 열렸다. 보라색 망토를 두른 마법부 직원이 셋을 보고 눈을 맞추어가며 살짝살짝 웃었다.
 
"세번째 시합까지 오게 되어서 기쁩니다.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셋은 직원의 손을 주시했다. 두 번 반복된 일이었다. 주머니에서 순서를 뽑고, 차례대로 긴장이라도 풀기 위해 기다린다. 그러나 이번에 직원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양 빈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살짝 들어올렸다. 모두의 신경이 곤두섰다.
 
"이번 시합은, 다 같이 들어갑니다."
 
어디로? 모두의 의문이 한데 모였다. 직원이 잠깐 심호흡을 했다.
 
"'검은 숲'으로."
 
토마스가 헛숨을 켰다. 민호도 브랜다도, 그걸 놓치는 사람은 없었다. 
 
-

검은 숲 어딘가에 트로피를 숨겨놓았습니다. 안내는 여러분 각자의 스니치가 해 줄겁니다. 트로피를 찾거나, 모두가 리타이어할 때까지 시험은 끝나지 않아요. 행운을 빕니다. 정말 행운을 비는 건지 아닌지 애매한 말에 토마스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 작고 빠르고 급하기 짝이 없는 스니치가 무엇을 안내해 줄 것인가. 모를 일이었고, 알 수도 없었다. 정말 버리려 하는 건지 검은 숲 입구에는 거울이 하나 서 있었다. 자신 옆에 민호가 서 있는 모습을 비추는 거울은 크리스마스 때와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때조차 타지 않은 것 같았다. 잠시 거울을 보다 토마스는 다시 눈을 떼었다. 저기를 다시 들어가야 하다니. 어쩐지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6학년 때 갤리한테 다시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싹싹 빌었던 것 같은데. 그러나 그건 그거고, 다시 들어가야 하는 건 들어가야 하는 거였다. 최악의 상황 같았다.
토마스는 민호를 곁눈질했다. 민호는 거의 부서져라 케이스를 쥐고 있었다. 딱딱한 케이스가 사람의 악력 정도에 망가지진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그랬다. 각자 학교의 인장이 새겨져 있는지 토마스의 케이스는 방패꼴로 생겨서 독수리와 사자, 뱀과 오소리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H자가 버튼이라 누르면 케이스가 열리면서 스니치가 나타나도록 되어 있었다. 웅웅거리는 방송이 스니치를 꺼내도록 종용했다. 토마스는 딸깍, 케이스를 열었다. 금빛 스니치를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둥굴리듯 꺼내자, 켜지기라도 하듯이 스니치가 작게 진동했다. 이윽고 작달막한 날개가 펴졌다. 그래봤자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라 토마스는 어쩐지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날개를 폈는데도 스니치는 날아가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에서 애교라도 부리는 양 굴러다니고 있었다. 원래 이런건가? 퀴디치에는 관심이 없었다보니 토마스는 그저 신기했다. 선수 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방송이 웅웅거렸다. 토마스는 고개를 들었다. 스니치가 손바닥에서 떠올랐다.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스니치가 허공을 가로질러 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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