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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토마스는 얼굴을 따끔따끔하게 찌르는 시선이 사그라들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덤스트랭 테이블에서 오는 시선이라면, 뻔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아예 아침을 먹으러 내려오지 말 걸 그랬나. 고민했지만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방학을 맞았는데도 학교에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장 토마스가 있는 7학년 남자 기숙사만 해도 토마스를 제외하면 한 명정도 밖에 없었고 항상 차있는 휴게실도 텅텅 비어있었다. 그렇다고 크리스마스 때처럼 특별히 뭔가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그 탓에 집으로 돌아간 사람이 많은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때 집에 못 돌아간 사람도 많으니 더욱더-호그스미드도 슬슬 제한이 가해지는 탓에 토마스는 정말로 지루해졌다. 게다가, 이제 식사시간에는 불편한 사람도 마주해야했다. 그 말은 진짜 빼도박도 못하고 고백이었잖아, 빌어먹을. 어쩌다 그런 말을 해서는. 토마스는 토마토와 함께 볶은 스크램블에그를 우적우적 먹다가 입맛이 딱 떨어졌다.

좋아한다는 건 뭘까. 첫사랑을 못 겪어본 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때였다. 사랑을 모를 나이라고도 하고, 어쨌든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관심이 가고, 웃고 있으면 웃고 싶고,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뭔가 좀 달랐다. 좋아하는 건가? 그냥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좋아한다고 보기엔 애매했다. 사귄다고 생각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사귀고 싶다거나,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었고. 좋아하나? 토마스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밥이나 마저 먹자고 생각하며 토마스는 다시 스크램블 에그를 퍼먹었다. 배 속이 더부룩했다. 

다른 기숙사 애들하고 인사를 하고 토마스는 문을 나섰다. 오늘은 붙잡는 사람이 없었다. 잠깐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하다 토마스는 학교 운동장을 산책하기라고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이미 오랫동안 자서 더 이상 잠이 오지도 않았고, 이미 식사도 한 터라 뭔가를 더 먹기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할 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시험기간도 아니고 수업도 없는데 공부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좀 돌아다니지 뭐. 토마스는 태평하게 생각했다. 사실, 이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좀 돌아다니다 보면 세 번째 시험에 관해서 건질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건 알지만 아예 나쁘지는 않은 일이었다. 또 얻어맞고 싶지는 않아서 가능한 한 숲으로 들어가는 것은 피하면서 토마스는 정원을 산책했다.

날은 우중충했다. 평소와 같은 영국 날씨처럼 그냥 그런 게 아니라 꼭 당장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았다. 날이 축축하고 추워서 토마스는 옷깃을 여몄다. 보통 축축한 날에는, 당연하지만 소리가 크게 들리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정원에서는 바람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보통은 뭔가가 터지는 소리나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라도 들리곤 하는데 오늘은 그런 것도 없었다. 진짜 다 집에 갔구나. 토마스는 뭔가 찝찝한 기분을 느꼈다. 어느새 길은 퀴디치 경기장을 지나 호수 쪽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토마스는 잠깐 발을 멈췄다.

들어갔겠지? 좀 고민을 하다 토마스는 다시 가던 길을 가기로 했다. 피하는 것도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뭔가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피할 일도 아니고, 식당을 떠난지 한참 후에야 자신이 일어났으니 만날 확률도 적었다. 그치만 만나면 뭐라고 인사해야하지? 토마스는 잠깐 서서 눈을 깜박였다.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까. 평범하게 안녕, 하고 인사하면 되는 걸까? 뭔가 이상하려나. 아니, 그 이전에 무시당하는 게 아닐까? 속이 쓰려왔다. 그럼 뭐라고 반응해야하지?

"-라니까 멍청아!"

"갤리!"

누군가 화를 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싸우는지 꽤나 먼 거리 같은데도 소리가 또렷했다. 토마스는 고개를 살짝 빼곤 멀리를 바라보았다. 검은 호수 위 배가 떠 있는 근처에서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둘 다 나름 익숙한 얼굴이었다. 하나는 원래 익숙한 얼굴과, 키와, 덩치를 가지고 있었고, 하나는 본의 아니게 눈에 익은 덤스트랭 반장이었다. 금발이 반짝여서 아주 잘 보였다. 사실, 갤리의 이름이 불린 시점에서 둘 다 누군지를 알 수 있었지만. 갤리는 잠시 식식거리고 뒤를 바라보며 몇 마디를 더 하더니 학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덤스트랭 반장은 뒤에서 갤리를 잡으려 하다가 발을 뗄 수가 없는지 고개를 떨구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토마스는 숨을 들이쉬고는 학교 외벽에 찰싹 달라붙으려고 했다. 벽을 타고 자라고 있는 아이비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도망가야하나? 내가 뭘 잘못해서? 그치만- 우왕좌왕하는 사이 갤리가 어느새 모서리까지 와 있었다. 갤리는 토마스를 보고 움찔 놀랐다.

"...안녕."

톤이 약간 거친 걸 보니 분이 가시진 않은 모양이었다. 당연하지, 방금 싸우고 왔는데 분이 풀릴리가 있나. 토마스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

"집에 안 갔냐?"

"어어 뭐. 너도 안 갔네."

"일이 있다보니까-"

"갤리!"

멀리서 갤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갤리가 험악하게 욕을 뱉었다. 저렇게까지 화가 난 건 또 오랜만에 보는 거라 토마스는 바짝 긴장을 했다. 아까 그 덤스트랭 반장이 쫓아오기로 마음을 정한 모양이었다. 갤리는 토마스를 흘끗 보았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토마스는 딸꾹질을 했다.

"토마스."

"어? 어 왜?"

"바쁘냐."

굉장히 바쁘다고 하고 싶었는데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휘젓지도 못하는 사이에 갤리를 부르는 소리가 좀 더 크고 또렷하게 났다. 갤리가 혀를 찼다. 그리곤 토마스의 망토를 휘어 잡았다.

"미안한데 안 바쁘면 동행 좀 해 주라. 저 놈 좀 따돌리자."

토마스는 문득 저 덤스트랭 반장이 굉장히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

갤리와 토마스가 같이 가는 걸 보고 충격 받은 후에 갤리한테 약간 혼이 나고 나서야 반장은 풀이 죽은 상태로 배로 돌아갔다. 그 기세가 어찌나 무섭던지 토마스는 반장이 아까보다 약 세 배 가량 더 불쌍했다. 그러나 불쌍한 건 불쌍한 거였고, 갤리가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였다. 토마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짜증을 한껏 내던 갤리는 복도를 걸어가다가 결국 쪼그려 앉아서 머리를 손으로 쓸어올리며 짜증을 내었다. 중얼거리는 걸 들어보니 화 좀 덜낼 걸, 대충 그런 내용인 것 같았다. 토마스는 이제 도망가도 되지 않을까 짧게 생각했다. 슬슬 갤리의 화도 풀린 것 같았고, 이제 눈치 좀 덜 봐도 되지 않을까? 토마스는 그냥 조용히 그리핀도르 기숙사 탑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토마스가 세 발짝 정도 떼었을 때 갤리가 부르지 않았으면 아마 도망 갈 수 있었을 것이다.

"토마스."

"어?! 어어."

"도와줘서 고맙다. 어, 뭐, 도와줄 거 있으면 말 해봐."

갤리가 약간 툴툴 대듯이 말했다. 먹고 싶은 거라던가, 과제라던가. 갤리가 간단히 예시를 늘어놓았지만 토마스에게는 일단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 같았다. 그런 거 없다고 말하고 자리를 얼른 빠져나오려다, 토마스는 문득 가슴 한 켠에 걸리는 게 있었다. 아까 그건, 알고 있었고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사랑 싸움이었다. 소문은 나지 않았지만 덤스트랭 반장과 갤리는 서로 사귀는 사이였으니까. 반장이 갤리를 쫓아다니는 걸 본 적이 있는 토마스로서는 거의 확신 할 수 있었다. 근데 물어보기는 좀 뭐한데. 토마스는 눈치를 보다가 입을 떼었다.

"갤리."

"어?"

"너 연애 경험 있지...?"

질문이 묘하게 튀어나오자 갤리의 얼굴이 떨떠름해졌다. 뭐라고 입을 열려다 다시 다물고 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있기야, 있지. 토마스는 갤리의 눈을 피하면서 두 손을 손끝만 서로 마주대었다. 그렇게 더운 날씨도 아닌데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갤리는 어째 영 불안해졌는지 얼굴이 점점 더 찌그러졌다. 토마스는 두어번 헛기침을 했다.

"저기 혹시."

"어어."

"나 상담 좀 부탁해도 될까."

갤리는 숨을 잠시 멈췄다가, 깊이 들이쉬고 다시 내쉬었다. 토마스는 약간 당황해서 갤리? 하고 갤리를 작게 불렀다. 갤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짜증이 북받히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심호흡을 몇 번하다 갤리는 거의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내 주위에는 이런 놈들만 있는 거야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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