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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 아냐?"

본인이 말해놓고서도 뉴트는 자기 말을 자신이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민호는 오죽하겠는가. 그걸로 거짓말을 해서 뭐에 쓰려고. 혼란을 야기하려고? 그러려면 지금까지 있었던 두 번의 시험 직전에 이야기해주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었다. 다음 시험도 멀었고, 심지어 지금은 방학 중이었다. 필기 시험도 다 끝난. 무엇하러 그런 거짓말을 했겠는가. 민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뉴트는 약간 길게 한숨을 빼었다.

크리스마스 휴가 때에는 파티 때문인지 꽤나 많은 인원이 남아있었지만 이번에는 붙잡아둘 요인이 없는지 호그와트 학생 중의 상당수가 자리를 비웠다. 네 개의 테이블은 하나로 합쳐졌고, 대연회장은 반토막이 된 인원 덕분에 상대적으로 자리가 더 넓어보였다. 덤스트랭과 보바통의 학생들에겐 그 외에는 특별히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기껏해야 수업이 없는 정도일까.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프렌치 토스트와 살구잼을 접시에 덜던 뉴트가 문득 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문에서 들어오던 갤리가 잠깐 이쪽을 주목하는가 싶더니 주변의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는 이쪽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민호는 토스트를 한 입 물었다가 뉴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뉴트는 갤리를 주목하다가 민호를 짜증스레 바라보았다.

"왜?"

"네가 불렀냐?"

"보면 알잖아."

"여기 앉아도 되긴 하는거야?"

"방학 중이잖아."

"...내 동의는 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내 옆에 앉을 건데 뭐 어때."

사람은 한 번 연애를 할 때마다 친구를 두 명 잃는다더니. 민호의 표정이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약간의 짜증으로 물들었다. 빠르게 말이 오가는 사이에 갤리는 여기까지 걸어와 있었다. 뉴트는 거의 일어나려고 하는 것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아직 거기까지의 분별력은 남아있는지 완전히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포크를 손에 들지도 않고 계속 갤리를 보고만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약속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어지간히 불안해 보여서 민호는 짧게 혀를 찼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갤리."

뉴트가 빈 옆자리를 가리켰다. 갤리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는 민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안 봐도 뉴트가 애가 타는 얼굴을 하는 게 보이는데다 본래 지었던 죄까지 있으니 민호는 몇 번 헛기침을 했다. 갤리도 그래 편한 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당연하지만-비슷하게 몇 번 헛기침을 했다.

"오랜만에 본다."

"어어, 뭐."

"밥 먹는데 미안하지만 좀 끼어도 될까."

"그래."

뉴트가 하지 않았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듯이 갤리가 질문을 했다.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현명하고 정확한 판단에 감탄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이런 걸 상부상조라고 하던가. 오랜만에, 거의 꺼낼 일 없었던 조국의 격언까지 생각해 낸 민호는 짧게 생각하고는 소시지를 썰었다. 비록 좀 안 맞는 거 같기는 하지만, 뭐 어떠한가.

뉴트의 옆에 조심스레 들어가 앉은 갤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생겨난 접시에 포크로 잉글리쉬 머핀과 베이컨과 치즈 몇 장, 계란후라이와 시저 샐러드를 덜고는 그럴 듯한 식사를 시작했다. 자몽 주스까지 곁들이며 심지어 뉴트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보고 편식한다 싶은 것을 먹으라고 권하기까지 하는 위엄을 보였다. 그것도 상당히 익숙한 태도로. 사귀기 시작한지 이제 갓 한 달이나 지났을까 싶은 커플이 하기에는 꽤나 원숙한 대화가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뉴트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얌전히 제 몫의 오믈렛을 작살내고 디저트나 먹어볼까 하던 민호는 덕분에 덤스트랭의 기숙사 반장이 쩔쩔맨다는 흥미로운 상황을 가벼운 페퍼민트 차와 함께 구경할 수 있었다. 참 괜찮은 디저트였다.

즐거운 디저트까지 한 잔 한 민호는 치워지는 접시를 잠시 바라보다 먼저 일어섰다. 정확히 말하면, 그러려고 했다. 바로 건너 테이블-그러니까 호그와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토마스가 눈에 들어와 다시 재빨리 앉기는 했지만. 뉴트가 그래도 이쪽을 신경 쓰고 있기는 했는지 잠깐 당황한 눈초리로 민호를 쳐다보았다. 민호는 작게 속삭였다. 있어. 뉴트가 알아들었는지 그래. 하고 짧게 답했다. 왜 자기가 주저 앉았는지도 모를 노릇이라 민호는 뉴트의 당황을 약간이나마 이해했다. 그 건너에 있는 갤리의 당황도, 물론. 갤리는 얼굴에 커다랗게 물음표를 띄웠지만 묻지는 못하겠는지 어색하게 입 속으로 샐러드를 우겨넣었다. 민호는 메인 목을 뚫으려 헛기침을 했다.

"미안. 좀, 껄끄러운 사람이 있어서."

"어어."

갤리는 그럭저럭 납득한 것 같은 모양새로 차를 마셨다. 찝찝하게 입맛을 다신 민호는 슬쩍 슬쩍 호그와트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갔나? 아무래도 식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인지 통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민호는 언제까지 여기에 앉아있어야 하는 지를 가늠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차를 한 잔 더 마시는 편이 속이 편할 것 같았다. 찝찝한 기분으로 밀크티를 만들다가 민호는 문득 상담이나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연애 상담이라는 어감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은 아는 바가 없는데. 게다가 제 친구는 못 믿겠지만, 여기엔 지금 나름 훌륭한-그렇게 보이는-상담자도 있었다. 입도 무거운. 민호는 헛기침을 했다. 뉴트가 필사적으로 무시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갤리는 이쪽을 신경 쓰고 있는 듯했다.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한 찝찝함에 가까운 것 같기는 했지만, 여튼.

"상담 좀 해도 될까?"

"...폼프리 부인이 전문가일텐데."

"아니, 별 건 아니라."

침묵은 긍정이겠지. 민호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며 뒷머리를 조금 긁었다. 뉴트가 약간 화를 내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긴 했지만 아까의 무례를 생각하면 비슷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민호는 일단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내가, 일단 고백을 받았는데."

"고백?"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거? 갤리가 짧게 물었다.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갤리가 팔짱을 끼고 잠시 음, 하고 뭔가를 웅얼거렸다. 잘 들리지 않아서 민호는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 갤리는 별 거 아냐, 하고 다시 경청할 자세로 되돌아갔다.

"근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서."

"좋아한다는 말에 언제부터 그렇게 큰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갤리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아까 민호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그리고는 딱히 상담할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잉글리시 머핀을 갈라 버터를 치덕치덕 바르곤 샌드위치 마냥 샐러드와 베이컨, 계란과 치즈를 쑤셔넣었다. 민호는 약간 당황했다.

"그렇지만, 나는 타교생인데 뭔가 약간 느낌이 좀 그렇지 않을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는데. 약간 느낌이 뭐?"

너무 동양적으로 말했나. 민호가 혀를 차는데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문 갤리가 볼을 우물우물 움직이다가 샌드위치를 꿀꺽 삼켰다. 뉴트가 음료수를 마시라며 주스를 컵에 따라 갤리에게 밀어주었다. 갤리가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곤 한 잔을 전부 들이켰다.

"그보다는, 네가 덤스트랭 대표라서 동경하는 거 같지는 않아?""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럼 됐네."

좋아한다는 말까지 했으면 다 한 거지. 갤리는 다시 우물우물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런가. 민호는 마른세수를 하며 고민했다. 그러면 된 건가. 좋아한다는 말까지 들었으면-

"아."

민호는 짧게 탄식을 토했다. 뉴트와 갤리의 시선이 다시 민호에게 쏠렸다. 민호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좋아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갤리가 사례가 들렸는지 켁켁거렸다. 고백이라고, 할 수 있나? 민호는 자신이 뭔가 단단히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고맙다는 말을 던지고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갤리는 자기 컵에 담겨 있던 주스를 마시고서야 간신히 진정했다.

"니 친구 엄청 독특한데."

"갤리."

그러게, 하는 맞장구 정도를 예상했던 갤리는 갑자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애인을 마주해야했다. 얜 또 왜 이래. 뉴트는 뭔가, 굉장히 찝찝한 그 무언가를 발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도 방금 생각했는데."

"뭘."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갤리는 얼굴에 다시 물음표를 띄웠다. 뭘? 목적어가 없는 이야기가 계속 오가서 갤리의 얼굴이 점점 더 찌그러졌다. 뉴트의 갈색 눈이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나, 좋아해?"

갤리는 진심으로 저 망할 놈의 상담에 응해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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