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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민호는 어느날 문득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때 들었던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 따위의 서러운 감상-물론 눈앞에 막 붙은 커플이 있다는 건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나 한 쪽이 여전히 철벽을 세우는 관계로 그닥 신경 쓸만 한 건 아니었다-같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에 다분히 가까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야."
"어?"
"요즘 날 피하는 거 같지 않냐?"
주어가 없는 질문이었으나 사실 알아듣는 데에는 그닥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뉴트는 오, 하고 입모양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최근 연애를 시작한 꾀꼬리가 된 뉴트는 눈 아래 거뭇하던 빛까지 완전히 지워낸 채로 환한 후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덕택에 그 애인의 눈 밑이 시꺼매지고 있다는 것 같긴 하지만 그것까지 민호가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피하는 게 신경쓰이냐?"
"좀."
찝찝한데. 민호는 괜히 뒷머리를 긁었다. 오믈렛을 도막내 포크로 퍼먹다가 입 안에 든 것을 꿀꺽 삼킨 뉴트는 잠깐 민호를 봤다가 다시 접시로 집중했다. 항상 순식간에 밥을 먹고 그 즉시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으니 아마 데이트나 뭐 그런 걸 하러 가는 게 아닐까 할 따름이었다. 뉴트는 마지막으로 차까지 한 잔 마시고는 흠, 하고 작은 탄성을 뱉었다.
"그럼 니가 가서 물어보든지. 왜 피하냐고."
먼저 간다. 뉴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호는 뒷목을 조금 쓸다가 크렌베리 주스를 비웠다. 어쨌든 한 번 얼굴을 보긴 해야했다. 이 주의 부활절 방학이 돌아오고 나면 한 달 정도가 남는다. 부활절 방학까지는 앞으로 사흘, 그 안에 어떻게든 말을 걸어야 했다.
-
"집에 다녀올 거야?"
척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 안 가득 찬 스크램블 에그를 우물우물 삼킨 척은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토마스를 바라보았다.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말꼬리를 흐린 척이 어색하게 차를 머금었다. 토마스는 길게 한숨을 뱉으며 식탁에 얼굴을 부볐다. 식탁 더러워. 트리샤가 핀잔을 주었지만 토마스는 일어날 줄을 몰랐다. 트리샤는 일단 관대하게 용서해 주기로 했다. 혼자 남아야 한다는 데 저정도는 용서해 주지 뭐. 후라이를 올리고 크림치즈와 딸기잼을 바른 오픈 샌드위치가 만족스러웠던 탓도 있었다. 척은 자기도 혼자 남은 전적이 있으면서도 그래도 좀 찝찝했던지 스크램블 에그가 들어있는 접시를 공연히 긁었다. 하지만 당장 내일이면 급행 열차가 떠날 판이어서 일단 어떻게든 먹어야 했다. 시험은 시험이고, 가는 건 가는 거니까. 올라가서 짐도 싸야하고, 할 일이 태산이었다. 오늘 밤에 잘 수 있을지 아닐지도 간당간당한 판에 수다떨 여력은 없었다. 토마스도 손을 살레살레 저어서 식사를 끝마치고 먼저 올라가는 둘을 배웅해 주었다. 오늘은 디저트라도 맛있는 걸 먹어야 기분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요정이 만드는 디저트는 항상 그랬듯이 한참 만족스러웠다. 에클레어, 초콜릿을 듬뿍 넣은 브라우니, 호박 푸딩 따위를 뱃속으로 집어넣고 나자 기분이 좀 풀리는 것도 같았다. 뜨끈뜨끈한 차도 같이 마시고 있으니 아까보다 기분이 좀 풀리는 것도 같았다. 그래, 부활절에 나오는 반숙 삶은 달걀이 정말 맛있고,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으니 그걸로 기분을 내면 될 것이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다음 시험에 대한 조사도 해야 하니까... 토마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제 간신히 한 달 반 정도 밖에는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알려져 있는 건 없었다. 또 마당에 뭘 만들고 있기는 한 모양인데 그걸 정확히 아는 건, 솔직히 불가능 했다. 교수님들과 친했어야 했나. 척과 친한 머글 연구 담당 교수님도, 트리샤와 친한 편인 교수님도 언질을 주는 것을 꺼린다고 했으니 특별히 그렇다고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알아내라는 걸까, 사실 이 쯤 되면 정말 초심으로 돌아가서 아예 모르는 채로 출발하라는 것도 같은데... 마지막 핫초코를 한 입 마시자 컵과 테이블 위의 접시들까지 사라지기 시작해서 토마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몇 명 중의 하나였던지 문 밖으로 나가고 있는 애들은 정말로 몇 없었다. 식사시간에 지각한 것 처럼 보이는 몇 명과 잘 먹는다고 소문 났거나, 커플인 사람들, 딱 그 정도였다. 정신적인 문제인지 유난히도 피곤해서 토마스는 어깨를 주무르며 문을 나섰다.
"생각한 거보다 늦네."
익숙한 낮은 목소리가 귓전을 두드려서 토마스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루 종일 생각도 못하고 며칠간 열심히 피하기만 했던 상대의 목소리가 갑자기 말을 걸어오면 그 누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지. 토마스는 어색하게 뒤를 돌았다. 문 옆의 벽에 기대고 서 있었는지 민호가 팔짱을 풀고 이쪽을 향했다. 토마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안녕 민호?(He, Hello, Minho.)"
"안녕.(Hello.)"
"그럼 잘 자!(Then good night!)"
"토마스."
히끅. 토마스는 잘 먹은 식사에서 딸꾹질이 나올 것 같았다. 톰도 토미도 아니고 토마스라니, 꼭 이럴 때만 제대로된 이름이 나오니 저 이름만 들으면 자동으로 긴장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민호가. 민호는 저벅저벅 걸어서 토마스의 코앞까지 왔다. 저벅저벅 걸어 와서 똑바로, 토마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키는 내가 더 큰데 왜... 토마스는 약간 억울해지려고 했다.
"너 나 피하지."
"아뇨. 피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대화 하고 있습니다."
"거짓말 하지 말고 제대로 얘기하자 우리."
나 안 그래도 배로 돌아가야 할 시간 넘었으니까. 날씨도 많이 따뜻해졌는데 등줄기를 따라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 하긴 안 피한다고 해 봤자 그다지 설득력이 있지는 않을거라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다. 매일 시야 안에 들어가려고 난리를 치다 적어도 눈인사는 했었는데 요 며칠은 눈에 안 보이려고 식당에서 끝자리에 앉기까지 했으니까. 물론 자신은 민호가 보이긴 했지만-
민호가 푹 한숨을 쉬었다.
"토마스."
"넵."
"이왕이면 말로 풀자."
어? 토마스는 좀 당황했다. 말로 풀자니, 싸우기라도 했나? 토마스가 기억하는 마지막 대화는 두번째 시험을 끝낸 후에 병동에서 나눈 거였다. 기껏해야 네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선문답 정도로, 아, 거기에서 뭔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토마스는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눈을 깜박였다. 말로 풀자는 건, 그러니까, 좀 더 친한 상태로 계속 있자는 거겠지. 그러면, 친구 정도로는 생각해 줬다는 걸까. 아주, 귀찮은 친구긴 하지만, 그래도.
토마스는 뭔가 조금 울 것 같다고 느꼈다. 네임이니 뭐니 매달려 있었는데 어쨌든 친구정도로는 보였구나. 전설이나 낭설처럼 떠도는 '펜팔로나 남았다더라'하는 사례에는 들어가지 않을 정도라는 뜻이었다. 생각보다 민호는 자신을 아껴주는 것 같았다. 그것도, 어느정도는 소중하게. 잃고 싶지 않을 정도로. 토마스는 목이 메려는 걸 꿀꺽 삼켰다. 눈 주변이 발긋하게 달아오르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것까지는 보이지 않으리라. 민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주먹 다짐도 나쁘진 않다만 너나 나나 또 병동 신세지면 피곤하니까-"
"아냐 민호."
"응?"
토마스는 아까보다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말을 이었다. 어깨 위에 얹혀 있던 뭔가가 떨어져 나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등이 가벼웠다.
"그냥, 좀 바빴어. 시험기간이고 해서."
"어어..."
민호가 어색한듯이 고개를 돌렸다. 뒷목이라도 긁고 싶어졌는지 어색하게 뒷목덜미를 주물렀다. 민호의 얼굴이 조금 빨갛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은 트리위저드 시합을 치르니까, 시험에서 나름 자유롭지만... 어쨌든 괜찮은 핑계긴 했으니까. 잠시동안 둘이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었다. 벽에서 횃불이 올랐다. 시간이 늦긴 한 모양이었다. 민호가 입맛을 다시더니 먼저 간다, 하고 운을 떼었다.
"내일 봐, 토마스."
"어, 응, 내일 봐."
토마스가 어색하게 민호를 배웅했다. 크리스마스 때 문에 있던 거울이 로비 문 밖으로 멀리 내 놓았는지 정원에서 거울이 달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문가에서 민호를 배웅하다 토마스는 충동적으로 민호를 불렀다.
"민호."
민호가 뒤를 돌았다. 뒤를 돌아봐주었다. 토마스는 뭔가,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게 패인이었는지도 몰랐다.
"누가 네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
민호의 눈이 크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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