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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D/메이즈러너

[톰갤]생명의 이름

ㄷㄷㄷㄷ 2023. 1. 25. 13:44

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특정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메이즈 러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날조가 있습니다. 짧습니다.
*잣나무님의 리퀘로 작성되었습니다. 오래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마스는 숨을 크게 들이키며 눈을 떴다.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눈을 떴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토마스가 주섬주섬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본 트리샤가 가까이 다가왔다. 사막의 밤은 춥고 길다. 주변에는 전갈이나 뱀 따위가 살고 있는데다, 공기와 모래는 손발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워서 몇명은 반드시 불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따닥거리며 타오르는 불무더기 근처에 트리샤는 토마스를 끌어다 앉혔다. 과호흡 증상을 보이던 토마스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트리샤는 그제야 토마스에게 말을 붙여도 될 것 같다고 느꼈다.
"또 안 좋은 꿈을 꿨어?"
자주 있는 일이었기에 가능한 대화였다. 토마스는 하루 걸러 한 번씩은 위키드에 대한 꿈을 꿨다. 보통은 넋을 놓을 정도의 악몽이었고, 아니더라도 과호흡은 잘 멎지를 않았다. 가끔은 옷으로 얼굴을 가려야 할 지경까지 갈 때도 있었다. 토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몽이야. 트리샤는 불을 한 번 들쑤셨다. 이번엔 뭐였어? 여상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토마스는 고개를 저었다.
-
하루 걸러 한 번 찾아오던 악몽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게 되었다. 갈수록 토마스의 행색이 초췌해 져서 민호는 턱을 긁적였다. 하루 쉬었다 가야 할까. 그러나 대피처는 여전히 멀었고 시간은 촉박하기만 했다. 항상 먼저 꿈에 대해 이야기 해 대던 토마스의 입은 조개처럼 다물려서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별 거 아니라며 서투른 솜씨로 빠져나가려 들었다. 어느날인가: 달리다 갑작스런 잠으로 거꾸러지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이 쯤 되면 일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 의문이 되었다. 트리샤와 민호는 잠들기 직전에 토마스를 자리에다 앉히고 추궁했다. 뉴트는 추궁에 반대했지만, 몇 되지 않는 사이에서 빠질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진짜 별 거 없어."
토마스가 난색을 표했다. 트리샤와 민호는 코웃음도 치지 않았다.
"별거 아니면 말 해봐."
"말할 것도 아냐. 정말로."
"말하라고."
토마스가 눈을 되록되록 굴렸다. 어떻게든 내빼려는 기색이 역력해서 민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토마스가 눈치를 보았다.
"토마스. 알겠지만 우린 시간이 없어. 네가 또 잠들면, 우린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게 돼."
토마스는 고개를 숙였다. 뭐라 말해야할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골이 띵띵 아파와서 민호가 꺼끌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할 즈음이었다. 내가. 토마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내가 미로 앞에 서 있어."
모두들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다.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토마스의 꿈이라는 것은 자명했다. 토마스는 더듬더듬 장소가 글레이드 안이라고 부연했다.
"미로 문이 점점 닫히고 있어. 그 너머에, 아무도 없어. 모두 무사 귀환했다는 걸 아는데… 들어가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서 앞으로 걸어나가면, 누가 옆에서 밀쳐."
실제로 있던 일이잖아. 뉴트가 중얼거렸다. 가뜩이나 핏기 없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민호는 토마스의 말을 멈춰야 하는 걸까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면, 갤리가."
"그만."
민호는 토마스의 말을 끊었다. 뉴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색을 하고 있었다. 모두의 표정이 한 결 더 나쁘게 가라앉았다. 아직 덜 아문 상처였고, 아직 들쑤시면 안 되는 가시였다. 모두의 생명은 거기에서 찢어졌다. 이름이 떨어져나갔다. 다 말한 거야? 그럼 가서 자자. 민호가 말했다. 다들 흩어져서 토마스는 뭐라고 대꾸할 수가 없었다.
토마스가 말하지 않은- 말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다음에는 안 도와 줄거야. 그렇게 말하는 갤리의 가슴에는 길다란 창이 박혀 있었다. 갤리가 도와줄 다음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영. 토마스는, 자신의 꿈은 미로 앞에 붙박여 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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