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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갤리는 이불을 도롱이 벌레처럼 뚤뚤 말았다. 늦잠을 잘 때 자주 하는 버릇이었다. 몸이 약간 압박이 되는 느낌도 들지만, 이 정도면 괜찮았다. 항상 하던 것이었으니까.
정밀 검사 결과도 오메가로 판정이 났다. 폼프리 부인은 축하한다고 했지만 갤리는 약간 절망했다. 이정도 나이에 히트사이클이 오기 전인 오메가를 발견하는 것도 드문 일이었으니 첫 사이클 때에 대처를 빨리 하지 못해 위험해지지 않기 위해 갤리는 병동에 잠시 입원하게 되었다. 잠시라고는 했으나 호르몬의 추이로 봐서는 입원 기간은 기껏해야 일주일을 넘지 않을 것이라 부인은 말해주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되는 걸까. 왜 이렇게 된 걸까. 형질을 가진 사람이 옆에 있으면 형질을 띠게 될 수 있다는 게 사실일까. 증명조차 되지 않는 낭설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믿고 싶어질 것 같았다.
'네가 내 오메가라고.'
뉴트가 정말 날 이렇게 만든 걸까. 갤리는 한 번 뒤척였다. 커튼 대신 벽이 보였다. 히트 사이클이 온 알파와 오메가지만 한 병동에 두는 걸 어쩔 수 없어서 폼프리 부인은 뉴트와 갤리를 각각 가장 끝으로 보냈다. 억제제를 먹으면 안전하다곤 하지만, 효과가 들기 전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니까. 갤리. 뉴트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박하 향이 코 끝을 맴도는 것 같았다. 이름을 부르고, 낮게 웃고, 9월부터 지금까지 긴팔 셔츠 아래 그려져 있는 낙인 같은 이름을 들이대며, 자신을 부르고-
"갤리."
"왁!"
갤리는 거의 튕기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말이 저절로 더듬어졌다. 뭐, 뭐야. 심장이 발바닥을 찍었다가 다시 올라와서 목소리도 이상하게 나왔다. 생각하고 있었더니 진짜 뉴트가, 설마- 그러나 발 쪽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은 뉴트가 아니라, 토마스였다. 그것도 다크서클이 한 없이 늘어져있는. 놀라지도 않았는지 놀란 기색도 적었다. 괜히 이 쪽만 놀란 셈이었다. 토마스는 비척비척 옆자리까지 걸어오더니 앞에 놓여있는 간이 의자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털썩 주저 앉았다. 갤리는 놀란 심장과 붉어진 얼굴을 추스리느라 뭐라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한참동안 둘이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결국 갤리였다.
"...몸은 좀 괜찮냐? 어제 물 먹은 거."
"...덕택에."
아직 퇴원은 못했지만, 곧 할 거야. 그린 듯한 토마스의 답변에 갤리는 다시 말을 잃었다. 사실 토마스는 오메가라서, 세이렌의 후유증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기도 했다. 알파 오메가 베타 구분이 생기기 전에는 무조건 남자면 다 앓아 누웠지만, 이후로 연구해보니 세이렌은 오메가 적인 향을 내뿜어서 알파에게 더 영향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니 토마스는, 글쎄, 좀 덜하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었다. 문제는 물에 빠진 거였지. 그러니 퇴원이 빠른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갤리는 토마스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 자체에 신경이 쏠리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얘가 나 아프다고-사실 아픈 것도 아니지만-문병 와 줄 애가 아닌데 왜 옆에서 이러고 있는 걸까. 아니 얘가 지금 돌아다녀도 되는 것이긴 한가, 따위의 여러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폼프리 부인을 불러야 하나 고민을 하고있는데, 갤리, 하고 토마스가 갤리를 불렀다. 갤리는 어정쩡하게 어어, 하고 이상한 대답을 했다.
"네임에 대해 잘 알아?"
"네임?"
갤리는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잘 알고 있다면야,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잘 아는 것도 아니었고 전문으로 하고 싶은 분야가 아니라 의학적 지식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상대방의 이름이 가장 처음 쓰여진 모습으로 새겨진다는 것 정도로, 그 외에는 간호법이나 그정도.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논문 몇 개를 읽은 것 뿐인 일반 상식 수준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갤리가 줄 수 있는 답이라고는.
"그다지 잘 알지는 못하는데."
이 정도 뿐이었다. 토마스의 다크서클이 밑으로 좀 더 꺼졌다. 얼굴이 더 시커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갤리는 자신이 뭔가를 잘못 말했는지 고민이 되었다. 잠시의 침묵 뒤에 토마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건... 본 적 없어? 네임이 있는 사람끼리..."
좀 더 강한 유대가 형성된다던지... 갤리는 턱을 벅벅 긁어다. 개인적인 경험은, 글쎄,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유대가 형성되었다던가,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갤리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글쎄, 얼마나 될까.
"네임이 있다고 상대한테 공개하면 좀 더 친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긴 있는데."
"...그래?"
토마스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다. 그 표정이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갤리는 다음 말을 해야할지 잠시 망설였다. 결국, 하기는 해야했지만.
"그런데 그게 네임 때문인지 아니면 네임이 있다는 걸 알아서 더 신경이 쏠리는 효과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그러더라고."
"그래..."
알았어. 토마스가 아까보다 한결 더 풀이 죽었다. 토마스는 어깨를 조금 움직였다. 다시 침묵이 찾아들었다. 등을 둥굴릴 기세인 토마스를 잠시 더 바라보다 갤리는 헛기침을 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잠시 빠져있었는지 토마스가 흠칫 놀랐다.
"세번째 시험 준비는 잘 돼 가냐?"
사실 이런 걸 묻고 싶지는 않았는데, 딱히 물을만한 게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갤리와 토마스는 그리 친한 편이 아니었다. 토마스의 사교성이 나쁘지 않아 일방적으로 치대고 있기는 했지만, 갤리는 작년의 일로 토마스를 외려 싫어하는 편에 가까웠고, 둘의 기숙사도 다르다보니 마주칠 일도 적어 친해질 시간도 마땅치 않았다. 둘 다 나름의 이유로 유명인이긴 했지만. 덕분에 갤리가 물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모두가 아는 안부 정도였다. 토마스가 어설프게 웃었다.
"학교 명예를 더럽힐 수는 없으니까, 나름 노력은 하고 있는데, 잘 안 돼네."
"뭐 힌트 같은 건 안 주디?"
"그냥... 스니치나 가져오라고 하더라고."
두번째 시합 때처럼. 시험을 내는 쪽에서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때의 절치부심으로 철저한 비밀을 유지한다는 게 정말이었던 듯 싶다. 학교 안에서는 그래도 알 사람은 다 알거라는 둥 온갖 소문이 다 돌고 있었지만 갤리는 입을 다물었다. 점수 차이는 처음에는 근소했지만, 이번에 반 리타이어한 덕택에 2등하고의 점수 차이조차 벌어지고 있었다. 2등과 1등도 그리 다르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다음에는 무엇에 관련된 약을 챙겨야 할지 가늠하고 있는데 토마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갈게. 정신도 없을텐데 물어보러 와서 미안해."
"어?"
갤리는 진심으로 넋이 빠졌다. 인간이 죽을 뻔 한 경험이라는 게 예의도 만들어주나? 혼란스러워질 지경이었다. 아니면, 또한 굉장히 풀이 죽은 것일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갤리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고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불렀다. 토마스. 어? 토마스가 조금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너 오메가였던가."
"어어 그렇지."
토마스가 나가려고 걷었던 커튼을 다시 쳤다. 약간 괜한걸 묻는 기분이 들어서 갤리는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토마스가 다시 옆에 와서 앉았다.
"그... 뭐냐 처음 오메가인 걸 알았을 때... 어땠어?"
"그냥... 좀 혼란스러웠지? 그러다 말았지만."
앞으로 좀 귀찮아지겠구나 싶었지. 토마스는 덤덤하게 말해주었다. 민망한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주는 토마스덕에 갤리는 뒷머리를 좀 북북 긁었다. 그런가. 다들 이렇게 받아들이는 건가. 자신이 지나치게 예민한 걸까. 그러나 삶은 분명히 달라지게 되었고 세상이 변한 것 같은 기분은 확실했다. 그건 왜? 토마스가 물었다. 갤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잠시 가늠하다가, 툭 뱉듯이 말했다. 오늘 형질 검사를 받아서. 토마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갤리 너 오메가야?"
"큰 소리로 말하지마 멍청아!"
갤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뉴트는 확실히 저쪽 끝에 있지만, 뉴트는 자신이 오메가라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 쪽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토마스가 아까보다 활기있는 얼굴이 되었다. 와 나는 공부 너무하다 쓰러져서 실려왔다고 들었는데. 밖에서 내 이미지는 결국 그 모양이군. 갤리는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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