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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트리샤와 척이 토마스를 볼 수 있었던 건 다음날 오후가 다 되어서였다. 점심시간에서야 간신히 병동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 받은 트리샤는 당장에라도 토마스의 등짝을 짝짝 두드리려고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토마스는 하룻밤 사이에 상당히 해쓱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물에 빠졌다는 것만 들었지 다쳤다는 말은 듣지 못했던 트리샤는 뭔가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고, 신비한 동물 돌보기를 심화 수업까지 수료하는 중인 척이 그런 트리샤를 달래주어야만 했다. 그냥 세이렌한테만 당해도 저렇게 된다며. 토마스는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그런 척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었다. 트리샤가 약간 정도 진정하고 나서야 셋은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었다.
"못난아."
"하하."
트리샤가 날카롭게 던진 말에 토마스는 그냥 웃었다. 평소와는 좀 다른 반응에 트리샤의 반응도 좀 누그러졌다. 그렇다고 날이 서지 않았다고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브렌다는 멀쩡히도 돌아왔던데, 너는 왜 매번 이 모양이야. 지난번에도 거의 찔릴 뻔 했잖아."
"그러게."
토마스가 침울하게 웅얼거렸다. 평소와는 뭔가 다른 반응에 트리샤는 얼굴을 구겼다. 얘가 이럴 애가 아닌데. 척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뭐라고 토마스에게 말을 걸고 싶은 것 같았다. 잠시간의 침묵이 방 안을 감돌았다. 입을 제일 먼저 연 것은 척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
토마스가 뭔가 입을 열려다 다시 다물었다. 마른 세수를 한 톰은 아까보다 얼굴이 희게 질려 있었다. 그게. 다시 잠깐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트리샤가 입을 열려고 해서 척이 트리샤의 소맷자락을 당겼다. 트리샤는 잠깐 척을 돌아보곤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동안 폼프리 부인이 병을 정리하는지 덜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정도였다. 토마스가 까슬하게 마른 입술로 입을 열었다.
"나는-(I-) 난, 좀. 네임 파트너랑, 안 맞는 모양이야."
척과 트리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갤리는 오랜만에 도서관에 와 있었다. 세이렌 후유증에 대한 치료법이나 물에 빠졌을 때 치료법은 자신보다는 전문가인 폼프리 부인이 당연히 훨씬 더 낫다. 그냥 공부를 하는 게 세 번째 시험에 더 도움이 될 터였다. 게다가 자신은 어디까지나 치료에 있어서는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실무자 같은 정도였다. 평이 좋아서 다행인 거지, 굉장히 별 거 아닌 일이었고. 그러니까 칭찬을 들어도 그리 기쁘지 않았다. 갤리는 마른 세수를 했다. 기쁘지 않을 터였다.
'그러고보니, 네가 의료담당 하는 거야?'
멋진데?(It's cool.) 기쁘지 않아야 마땅한 말인데, 갤리는 어쩐지 기분이 들뜨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머리꼭대기에 열이 차서 나가지 못해 뒤꼭지가 간지러웠다. 뒷목과 뒷머리를 벅벅 긁어도 간지러운 기분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홧홧했다.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무 말 안하는 것도 이상하고. 내가 뭐라고 했었지? 갤리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뭐라고 한 것 같기는 한데... 생각을 더듬다가 갤리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공부. 공부해야했다. 시간은 째깍째깍 잘도 흘렀고, NEWT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하여 바곳과 흰독말풀의 효과는 각각 다르게 영향을 미쳐서... 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Newt. 혀 끝이 윗잇몸에 붙었다가 잠깐 떨어지고, 입술이 한자리에 있지 못하고 움직인다. 혀가 다시 입천장에 붙었다가 좀 더 강하게 튕겨낸다. 그럼 그 반동이 잠시간 입천장과 혀를 얼얼하게 만든다. 입술은 제 자리를 찾았다는 듯이 잠시 그 자리에 머문다. 뉴트. 노을에 반짝이던 금발, 혀 안에서 알싸하게 감도는 페퍼민트 캔디의 향기. 갤리는 입 안을 기괴한 소리로 울리면서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갤리는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다.
옆자리의 의자가 끼익 하고 당겨졌다. 갤리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옆자리에 두툼한 책이 내려놓아져서 갤리는 펜을 잡았다. 공부해야 했다. 옆자리에서 낮은 웃음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뉴트?"
한껏 죽인 목소리었지만 바로 앞에 앉아있는 사람에게는 들릴 정도였다. 뉴트는 눈을 휘어 웃었다. 그리고는 입술 앞에 검지를 세웠다.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사서 선생님이 자리에 앉아 이쪽을 예의 주시하는 게 보였다. 아, 하긴. 한 번 쫓겨난 전적이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경계하실 밖에. 뉴트는 약간 구깃한 양피지 조각을 꺼내서 유려한 필기체로 글씨를 적었다,
「공부하러 온 거야?」
갤리는 잠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문장은 길었는데,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어.(yes.)」
「시험 기간?」
이번에는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조금 더 길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쓰고 보니 뉴트와의 글씨체가 너무 비교되는 것 같았다. 갤리는 아버지의 글씨체를 물려받았다. 정자로 써도 약간 정도는 제멋대로였다. 그에 비해 뉴트는 책에서나 나올 법한 서예 같은 글씨체였다. 아주, 예뻤다는 뜻이다. 갤리는 약간 고민이 되었다. 뉴트의 손이 다시 글씨를 적었다.
「열심이네.」
그리고 손이 잠깐 멈췄다가 계속 적었다.
「멋있어.(Cool.)」
갤리는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피가 쏠리는 건 그리 달가운 느낌은 아니었다. 다시 책상에 고개를 처박자 뉴트가 아주 작게, 갤리? 하고 부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보지마, 보지 마 멍청아. 갤리가 거의 호흡하는 수준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뭐가 멋지다는 건지 갤리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후플푸프에서도 갤리는 래번클로를 가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부에 매진했다. 외모도 외모지만 지나치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약간 꺼려지는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런 건, 익숙하지도 않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 것 같았다. 뉴트가 웃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약간 화가 나면서도 흐물흐물 녹아버리는 게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고개를 돌리는데 눈 앞에 종이 쪽지가 드밀어졌다.
「얼굴 보여줘.」
갤리는 얼굴을 팩 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국 얼굴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지만. 뉴트의 얼굴도, 의외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갤리는 심장이 쿵쿵거린다고 생각했다. 박하향이, 아주 진하게.
"갤리."
뉴트가 낮게 속삭였다. 순식간에 입술이 가까워져서 갤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이 감겨서 금색 속눈썹이 하얀 피부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페퍼민트 같은 향기가 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로맨틱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갤리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깨를 잡혔는데, 손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 있었다. 아플 정도로. 한 번, 이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 때는 진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뭔가 동요할 만한 일이 있나? 아무리 소거법을 적용해봐도 없다는 결론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뉴트는 지금 굉장히 흥분하고 있었다.
"뉴트."
"갤리."
"뉴트, 정신 좀-"
"갤리."
뉴트의 목소리가 거북이 등짝처럼 갈라져내렸다. 갤리는 어딘가에서 읽은 적 있는 부분을 간신히 떠올릴 수 있었다. 알파 환자 대처법, 히트 사이클 시. 갤리는 뉴트를 들쳐업었다. 갤리? 목소리를 전혀 죽이지 않은 뉴트의 말이 귓전을 두드렸다. 갤리는 욕설을 씹었다. 정신 돌아오면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실행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걸 본인도 알면서 하는 소리였지만, 조금쯤 서글펐다.
-
폼프리 부인은, 자주 있는 일인 것처럼 자연스레 뉴트를 받아주었다. 잠시 갤리와 떨어지지 않겠다고 짜증을 내는 통에 갤리가 조금 고생을 하긴 했지만, 어찌되었건 갤리와 떨어지자 곧 이성을 찾았다. 골치가 지끈거린다는 말 정도를 하긴 했지만, 크게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폼프리 부인이 뉴트에게 약을 건네고 한 쪽에 앉아있는 갤리에게 다가왔다.
"좀 괜찮니?"
"예. 부인."
"면회, 하고 갈래?"
"...괜찮다면요."
그러자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 좀 줘 보겠니? 채혈해야 해서. 갤리는 네? 하고 어리벙벙하게 반문했다. 부인이 쓰게 웃었다.
"알파의 주기 때에는 면회인으론 오메가를 들여보내지 말아야 하거든. 반대 경우도. 검사해야 하는 게 의무라."
네가 베타인 건 알지만, 잠시만 검사 좀 하자꾸나. 갤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왼손을 내밀었다. 잠깐 바늘이 찔러서 따끔하는 감각이 들었다. 녹색 용액에 갤리의 피가 작은 방울이 툭 떨어져 내렸다. 알파면 떠오르고, 오메가면 가라앉고, 베타면 중간에서 멈춘다. 마치 빈혈 환자의 피를 검사하는 것처럼. 탁자 위에 두고 30초 정도 기다리면 결과가 나온다. 변동 사항이, 있으니까, 좀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갤리의 피가 녹색 용액의 바닥에 살짝 찧었다. 갤리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지난번에도, 저렇게 찧었다가, 다시 중간까지 올라왔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도-
"어머, 갤리. 오메가였니?"
갤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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