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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시계는 마음대로 멈출 수 있지만 시간은 그럴 수 없는 법이다.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두번째 시합날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루마니아의 것과는 질적인 종류가 다른 질척하고 끈끈한 추위지만 그래도 추위는 뼈를 저몄다. 입가에서 흐르는 김을 흘리며 민호는 자켓의 소맷부리를 정리했다. 그새 키가 조금 더 컸는지 작년에는 손과 손목의 경계에 걸리던 소매가 자꾸 일이센티미터 정도 딸려 올라왔다. 이제 앞으로 남은 날은 반 년 정도다. 더 클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 동네에서도, 한국에서도 맞출 수 없는 제복이라는 것은 안다. 호그와트 집요정의 솜씨가 좋다는데, 그 솜씨를 빌려야 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문득 추위가 등 뒤를 저며와서 민호는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

결국 두 번째 시험에 관해 알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퀘이플은 어디에 장식해 두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스니치를 잡아 가둘 케이스만 주어졌다 뿐이지, 퀘이플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밑을 받혀놓을 받힘대조차 딱히 없이 퀘이플은 선실 안을 굴러다니곤 했다. 두번째 시합 때는 들고 나와야했지만. 허리에 받히는 퀘이플의 감각이 첫번째 시합 때 어렴풋하게 들었던 멍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아픈가? 아프기도하고, 아니기도 했다. 민호는 퀘이플 위치를 바꿔 끼었다. 여전히 오른쪽 옆구리가 결렸다. 습기가 차서 그런가, 관중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유독 컸다. 천막은 머리 위를 제외한 사방이 트여있어서 태양빛을 가려 날을 더 춥게 만드는 것이 없느니만 못했다. 둘은 앉아있었고, 하나는 서 있었다. 브렌다는 다리를 꼬고 옆에 퀘이플을 놓아두고 있었고, 토마스는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두 손으로 퀘이플을 잡고 머리로 들이받기라도 하고 싶은 듯한 눈으로 퀘이플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무도 힌트를 얻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이번 시합은, 아마도 정말로 힌트를 주지 않을 셈인듯 싶었다. 아니면 이렇게 어려운데다 힌트답지도 않은 힌트를 줄 리가 없지.

노크소리가 들렸다. 장갑 낀 손으로 천막 기둥을 두드린건지 소리는 지나치게 작고 둔탁했다. 군중의 함성에 묻히기 직전에 간신히 귓가를 울린 노크소리를 셋이 모두 주목했다. 지난 번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서글서글한 남색 망토의 남자가 옷을 잘 정돈된 옷을 입고 들어왔다. 마법부 직원이었다.

"날이 춥군 신사 숙녀 여러분, 차라도 한 잔 하겠나?"

가벼운 말로 입을 연 남자의 말에 민호와 토마스는 얼굴을 굳혔다. 브렌다만이 아무렇지 않게 차를 주문했다. 다즐링으로 부탁드려요. 남자가 호탕하게 웃었다.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오시길 바라지. 남자가 주머니를 내밀었다.

"순서를 정할 시간일세, 대표들."

절그럭거리는 놋쇠소리가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마법은 없는 모양이었다. 용 사건이 그렇게 충격이었나. 민호는 마법의 역사 시간에 대충 흘려들었던 이야기를 잠깐 되새기며 주먹을 두어번 쥐었다 폈다. 남자는 브렌다 쪽으로 주머니를 돌렸다. 점수 순서대로. 브렌다는 꼬았던 다리를 풀고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쇠고리 같은 것에 매달려 두 글자가 같이 딸려나왔다. E, 그리고 2. 민호에게로 주머니가 돌아왔다. 주머니는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N, 그리고 3. 토마스에게 돌아온 주머니는 한참 더 홀쭉해져 있었다. W, 그리고 1.

"순서가 정해졌군."

남자가 기운차게 말했다. 숙녀분은 차를 마시며 잠시 기다리실 수 있겠어. 농을 걸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답변하지 않았다. 알파벳이 가리키는 건 모른척 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했다. 방향. 어느쪽으로 가야할지만을 가리키는 짧은 두문자. 그리고 순서. 반응이 없는 아이들에 남자는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이번 시험은, 간단해. 모두가 남자를 주목했다.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쓸모없는 퀘이플을 지정된 장소에 버리고 돌아오면 되는 거야."

-

토마스는 언제인지 모르게 다져진 길 앞에 서 있었다. 분명히 이 쪽에는 호박 밭이 있었던 거 같은데. 숲과 가깝긴 하지만 숲으로 통한다고 하기엔 조금 먼 길이었다. 인상을 썼지만 별다른 답은 나오지 않았다. 외길이었다. 높은 벽이 가로 막고 있어서 좁은 길이 있다는 것밖에는 볼 수 없었다. 어디를 향하는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길을 정하는 보도블럭처럼 세워진 벽 옆에는 그냥 공터가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시험을 위한 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심사위원은 문 앞에서 단 두 가지를 알려주었다. 위급할땐, 붉은 빛을 하늘을 향해서 쏘아올릴 것. 퀘이플을 두고 올 장소는 공터 한가운데에 있을 나무 그루터기. 설마 숲으로 통하는 건 아니겠지? 토마스는 잠깐 생각했다.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토마스는 심호흡을 한 번하고 퀘이플을 고쳐 잡고 길로 들어섰다. 발을 떼기가 무섭게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귀를 두드렸다. 고막이 아플 정도여서 인상이 조금 찌푸려졌다. 벽으로 가로막힌 길에 들어서자 어떤 선을 넘은 것 마냥 잡음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토마스는 약간 당황해 뒤를 돌아보았다. 길은 그대로 열려있었다. 해가 반짝였다. 열린 문. 토마스는 고개 조금 숙이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다시 앞을 바라보고 두 발짝을 걸어들어갔다.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불안해 보이네."

브렌다의 목소리가 민호의 귓가를 두드렸다. 민호는 그제서야 손 안에서 퀘이플이 계속 굴러다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바통 대표가 직접 입을 연 것을 거의 처음 보다시피 하는 민호는 고개를 돌렸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차를 마시다 브렌다는 찻잔을 컵받침 위에 내려놓았다. 민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손 안에서 퀘이플을 몇 번 굴리는데 브렌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호그와트 대표랑 애인 사이야?"

민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브렌다를 바라보았다. 특별히 흥미있어하는 시선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날카로운 말이 튀어나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건 왜."

"애인이면 내가 편해서."

달칵, 하고 브렌다가 다시 찻잔을 들었다.

"경쟁자가 줄어들게 될 테니까."

"지나치게 속단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민호가 날선 말로 공격하자 브렌다가 흘끗 눈동자만 돌려서 민호를 쳐다보았다. 찻잔이 컵받침 위에 다시 내려졌다.

"여기까지 와서 애인을 사귀었다면, 완벽히 경쟁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겠어. 최소한 3할 정도는 친목이 목적이라는 뜻이니까. 물론 나도 1할 정도는 친목이 목적이지만."

트리샤는 좋은 아이야.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흥미로워. 파트너를 신청한 건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해. 여하튼, 네가 애인이 있다면 나에게는 경쟁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되니까. 브렌다의 말을 듣다 만호는 약간 질린듯한 투로 말을 던졌다.

"...독특한 사람인데, 너."

"그래? 나도 네가 신기한데."

호그와트 대표랑 파트너를 맺어 들어온 것도 꽤나,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해. 흥미롭고 파격적인 선택이었어. 민호는 한 귀로 흘려들었다. 저런 걸 보통 면전에다 대고 말하나? 이상한 선택이었다. 자신의 생각, 추론, 감정을 거르지 않고 표출하고 있었다. 머리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세상 물정은 잘 모르는 것도 같았다. 뭔가 의도가 있나? 그렇게 생각하다 민호는 생각을 조금 털기로 했다. 트리위저드 시합은, 물론 경쟁도 경쟁이지만, 세 학교의 친목과 우애를 다지기 위한 초석 비슷한 것이다. 최소한 민호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야, 이기면 더 좋겠지만.

"호그와트를 구경하고 싶진 않아?"

"특별히."

"친구도 안 사귀고, 구경도 안 하고."

민호는 퀘이플을 손 안에서 돌렸다. 여동생이 좋아하는 묘기였다. 물론, 집에서 퀘이플을 보일수는 없으니 농구공을 사용하지만, 검지 손가락 위에서 공을 골리는 것은 상당히 구경할 만한 것이었다.

"프랑스에서 왜 여기까지 왔는데?"

브렌다는 흘끗, 다시 한 번 민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이기러."

넌 아냐? 브렌다가 이제는 다 식은 차가 담긴 찻잔을 들었다.민호는 얼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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