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잊고 있었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았다. 어떻게 그걸 잊고 있었는지는 확실히 이상한 부분이긴 하지만 분명 민호는 토마스를 잠시나마 잊고 있었다. 병동에 들어서서 폼프리 부인이 그의 열을 재고 있을 때가 되어서야 민호는 옆의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는 토마스를 눈치챌 수 있었다. 왠지, 저것보다 더 소란할 것 같았는데. 토마스는 잠시 뒤척이는 걸 제외하고는 딱히 별 말이 없었다. 폼프리 부인은 민호를 살피곤 손에 두툼한 초콜릿 조각과 뜨거운 물이 가득 찬 고무 탕파를, 어깨에는 두꺼운 담요를 둘러주며 토마스 옆 침대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파자마 비슷하게 생긴 면으로 된 환자복으로 갈아입기를 권했다. 확실히, 축축하게 젖은 모로 된 제복은 그리 체온에 좋아 보이지 않았다. 벌써 밖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호그와트에서만 이틀을 병동에서 보내게 되는 것이었다. 아주 이상한 기분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올라앉는데 쉰 목소리가 커튼 너머로 들렸다. 민호. 그 목소리는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잠시 뒤에야 민호는 그 목소리가 토마스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쉬어서 작은데다 낮게 가라앉기까지 한 목소리.
"세이렌이었어?"
"어."
아주 당연한 것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이 흔히 그러하듯 약간의 자학을 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웅얼거리는 소리는 천으로 된 커튼에 가려서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대강 자신의 눈치 없음을 욕하는 것 같았다. 민호는 초콜릿을 씹었다. 디멘터에 당했을 때 그런다고 말해지는 것처럼 따뜻한 기운이 몸서리 쳐지게 등줄기를 따라 올라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단 걸 먹으니 기운이 한결 도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배가 쥐어짜듯이 고파와서 민호는 저녁을 몇 시쯤 먹을 수 있을까가 궁금해졌다. 설마, 굶게 되는 건 아니겠지. 이리저리 뛰어다녔더니 몹시도 배가 고팠다.
"민호."
커튼 너머에서 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초콜릿의 마지막 조각을 먹어치우느라 민호의 대답은 조금 늦었다. 어어 왜. 토마스는 먼저 말을 건 사람 답지 않게 잠시 침묵했다. 침묵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길어질 즈음에서야 토마스는 입을 열었다.
"세이렌의 목소리, 어땠어?"
어떻냐니. 민호는 조금 눈쌀을 찌푸렸다. 어땠냐고, 한다면.
"높고, 유혹적이고, 예뻤지."
그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세이렌에게 걸려든다는 건, 목적이 확실한 임페리오 주문에 걸려드는 것과 비슷하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아무 소리도 감각도 들리지 않고, 하늘을 걷는 것처럼 둥둥 떠서 돌아다니게 된다. 분명 당시에는 좋은 기분이지만, 깨고 보면 상당히 더러운 기분이 든다는 것도 동일하다. 노랫소리를 제대로 듣는 건 방어 마법을 걸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 하니, 기억에 남는 인상이라고는 딱 그 정도 뿐이었다. 커튼 너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한참을 조용했다.
"민호."
또 한 번 이름이 불렸다. 민호. 민호, 민호. 무슨 의미를 담고 저렇게 부르는 걸까. 생각해 봤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민호는 한 번 더 대답했다. 왜? 토마스는 아주 낮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중구난방으로 튀는 대화 주제에 민호는 한 번 더 인상을 찡그렸다. 네임이라니. 무슨 의미일까. 중의적 의미가 난감해서 민호는 일단 아무 말이나 해 보았다.
"내 이름에 큰 불만은 없는데."
좀 흔하긴 해도.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토마스의 웃음소리에 민호는 한결 더 기분이 편해졌다. 토마스가 진지해서 그런 걸까.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등을 기대기 위해 베개를 정리하는데 토마스가 다시 말했다.
"아니, 민호. 그거 말고. 네임 있잖아. 사람 몸에 새겨진다는 그거."
역시 그건가. 민호는 다리를 담요와 이불의 두 겹으로 덮고 파이프 침대의 헤드에 잘 편 베개를 놓았다. 네임이라. 생겨난지 오래 된 현상이지만, 마법으로도, 과학으로도, 무엇으로도 아직 규명되지 않은 현상에 대한 민호의 생각이라. 이론이야 많지만, 사실은 아무도 이론을 믿지않는, 그 네임에 대해서.
"흥미로운 현상이라고는 생각하지."
나의 짝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나의 적이 가지고 있을 수도, 전혀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사람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네임은 흥미로운 사항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름과 이름. 동명이인은 어떻게 처리하는 걸까? 민호는 매우 궁금했다. 보면, 알아볼 수 있는 걸까?
"...그래."
토마스의 대답이 들렸다. 민호는 베개를 한 번 더 정리했다. 그래. 토마스가 한 번 더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좀 더 들리곤 커튼이 열렸다.
"식사 하겠니?"
폼프리 부인이었다. 부인은 뜨끈하게 데워진 스튜와 스프, 노릇노 릇하게 구운 빵 몇 조각과 계란 프라이를 담은 쟁반을 들고 있었다. 민호는 반색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갤리는 차트에 머리를 몇 번 박았다. 차트로 머리를 두드린 게 아니라, 머리로 차트를 두드렸다고 하는 게 정확했다. 왜 내가 그런 약속을 해서 이런 상황에 빠졌을까. 빌어먹을, 그냥 내가 데리고 가는 게 목적이었을 뿐이었는데. 차트에 붙어있던 움직이는 사진이 기겁을 하고 사진 밖으로 도망갔지만 갤리는 모른체했다. 옥시토신, 엔돌핀, 도파민. 머글책을 읽을 필요를 느껴 혼자 머리가 깨지도록 외웠던 호르몬 명을 나열해 봐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혈압이 상승하고 교감신경이 활동적이 되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갤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부정맥인가? 심장이 제멋대로 뛸 때 쓰는 마법이 뭐였지? 인상을 찡그려 보았지만 그런 마법을 배우기엔 갤리의 의료 마법사로서의 연차는 너무도 낮았다. 제로였으니까. 신체를 억지로 조절하는 마법은 분명히 효과가 좋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해서 정식 의료인이 아니면 손 대기가 어려웠다. 어째 조금 울고 싶어지는 기분도 드는 것 같아서 갤리는 한 번 더 차트에 머리를 박았다. 그 와중에도 발은 착실히 익숙한 길을 밟아서 아까 선수 대기 막사가 있었던 곳에 갤리는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었다. 펜으로 머리를 조금 긁다가 갤리는 한숨을 쉬고 막사의 천을 걷었다. 안에 약간 반짝이는 금발이 노을빛을 받았다.
"갤리?"
쿵, 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어어. 갤리는 어색하게 쭈뼛쭈뼛 대답했다. 뉴트는 팔에 걸친 제복을 갈무리 하며 문가로 나왔다. 아주 옅은 박하꽃 향기가 났다. 민트 캔디를 먹었나? 잠깐 생각하다가 갤리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무슨 일이야? 뉴트가 물어와서 갤리는 더듬더듬 대답했다.
"덤스트랭, 대표가... 세이렌 후유증을 보여서 병동에 갔어. 네가 다시 올거라길래, 전해달라고 해서."
"그렇구나."
뉴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기분이 그리 상하지는 않았는지 뉴트의 얼굴은 오히려 밝아보였다. 갤리는 차트를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멍청이가 된 기분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뉴트가 막사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 같아 갤리는 길을 터 주었다. 길은 호젓하고 복잡하지 않았고, 곧 해가 지려는지 주황색 노을빛이 하늘에 가득 차 있었다. 저녁시간이 가까워 와서 어차피 둘 다 식당으로 가야 했다.
가는 길 내내 뉴트도 갤리도 별 말이 없었다. 갤리는 옆의 뉴트 때문에 쭈뼛쭈뼛 긴장이 되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언어는 생각보다 어려웠고, 많이 힘들었다. 갤리는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뉴트를 조금씩 흘끗거렸다.
뉴트는, 음, 생각보다 예뻤다. 조금, 아주 조금... 그래, 사실은 꽤나 많이. 주황빛 노을에 반짝이며 흩어지는 금발도. 피부도, 생각보다 투명했고, 얼굴도 조막만하고, 팔다리도 길쭉길쭉하고... 갤리는 뉴트가 자기를 올려다 보고서야 생각한 것보다 뉴트를 빤히 바라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히 눈을 돌렸다. 뉴트가 방울소리처럼 웃었다.
"어떤 사람이 너한테 고백했나 궁금해졌어?"
갤리는 부자연스럽게 돌린 고개를 그대로 유지했다. 얼굴과 목이 홧홧했다. 아마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었다. 차트를 든 손등에 갑작스레 따뜻한 것이 와 닿아서 갤리는 심장이 목으로 튀어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팔을 움직이다 손등이 살짝 스친 모양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만일 손이 잡혔다던가, 손가락으로 쓸었다던가 하는 상황이라면, 갤리는 정말로 목으로 심장을 뱉어내고 말 것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학교 정문으로 뛰어들어가지 않기 위해 갤리는 안간힘을 써야했다.
'2.5D > 메이즈러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톰갤]생명의 이름 (0) | 2023.01.25 |
---|---|
[민톰/늍갤] Wait a second, dear (23) (0) | 2023.01.25 |
[민톰/늍갤] Wait a second, dear (21) (1) | 2023.01.25 |
[민톰/늍갤] Wait a second, dear (20) (1) | 2023.01.25 |
[민톰/늍갤] Wait a second, dear (19) (1) | 2023.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