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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샌드위치는 금세 동이 났다. 접시 반 절 정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던 샌드위치도, 그 외의 샐러드나 음료수 따위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곡이 기껏해야 두 개는 지났을까 싶은 시간이었다. 단 맛이 강한 호박 주스와 차까지 마셨는데도 시간은 생각보다 얼마 지나지 않았다. 양이 적었느냐면, 속이 꽤나 든든해졌으니 그 또한 아니었다. 뉴트도 의자에 앉아 빈 접시를 들고 등받이와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으니 식사는 일단 마친 셈이다. 그러나 갤리는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꺼려졌다. 사람이 많은 것도 많은 것이거니와, 뭐라고 말을 떼야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인이라니, 왜 그런 걸 물어봤지. 난 바보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해진 분위기는 돌아올 줄을 몰랐다. 그냥 일어나서 떠날 수도 없고 무어라 말을 붙일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앉아있을 수도 없으니 그저 고난이었다. 갤리는 그저 컵을 달그락거렸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뉴트가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일어날래?"

"어? 어어..."

너무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갤리는 어물어물 대답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접시를 의자에 내려두자 접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외부에서 초빙한 가수와 밴드 덕에 파티장은 한껏 소란스럽고 신이 나 있었다. 드레스와 정장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교수님들도 각자 파트너와 함께 담소를 나누거나 춤을 추고 있었다. 그에 반해 로비는 얼마나 조용하고 적막한지. 갤리는 마치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는 기분이었다. 물론 로비와 복도가 파티장에 비해 어두운 것은 맞았으나, 군데군데 등이나 횃불이 켜져 있어 그렇게 어두침침하지는 않았다. 바람이 불어들어와서 공기가 한껏 사늘했다. 갤리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많이 추워?"

"...아니. 괜찮아."

예복은 오히려 뉴트쪽이 더 얇아보였다. 정말로, 춥지도 않나? 입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날씨인데? 갤리는 고개를 저었다. 바람이 한 번 더 들이쳤다. 차가운 게 볼에 와닿아서 갤리는 고개를 찡그렸다.

"눈이 오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뉴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뒤에서 쿵쾅거리는 음악소리가 들리는데도, 눈이 온다는 사실만으로 성 안이 한층 더 적막해진 느낌이었다. 입 안이 말라서 갤리는 혀로 이를 문질렀다.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잘못한 게 있어서? 내가, 잘못한 게 있나? 뭘 잘못했지? 머릿속에 생각이 휙휙 지나갔다. 갤리는 머리를 털어버리려고 헛기침을 했다. 로비 창 밖을 내다보던 뉴트가 고개를 돌렸다.

"음, 그만 갈게. 잘 가라."

"갤리."

말하며 몸을 돌렸던 갤리는 뉴트의 부름에 뒤돌아보아야 했다. 아까부터 느꼈던 거지만, 뉴트는 이상할 정도로 절박해 보였다.

"바래다 줘도 될까?"

아주, 이상할 정도로. 뭐가 널 그렇게 절박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네게 그렇게 나를 쫓아다니게 만드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잘생기고, 덤스트랭도 사립학교니 좋은 가문일 것이며, 최소한 다른 사람들도 너를 좋아한다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 너는 왜.

"뉴트."

"응."

"나를 좋아해?"(Do you like me?)

갤리는 조금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다. 덤덤한 목소리를 내야 했는데 어쩐지 날카롭게만 들렸다. 뉴트는 갤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한 발짝 더 뉴트가 가까워졌다. 갤리는 입술을 축였다. 피곤해서인지 눈이 뻑뻑해서 마른 세수를 했다.

"네게 있는 건 내 이름이고, 그게 소중하다는 건 알겠어. 그렇지만... 그 이름이 네 애정인 건 아니잖아. 그냥, 그냥... 내 이름인 거지. 네가, 뭔가, 소울메이트를 찾았다는 게 기쁘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그래."

뉴트는 선선히 맞장구 쳐 주었다. 그래. 갤리는 그 말이 왜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마른 세수를 하던 손을 떼고 갤리는 뉴트를 바라보았다. 손으로 눈을 너무 눌렀던 건지 시야가 약간 흐릿했다. 뉴트의 하얀 얼굴과 금발이 옅은 어둠 위로 떠올라 있었다.

"네가 맞아, 갤리.(You are right, Gally)"

네가 옳아.You are right. 이름은 애정을 담보하지 않는다.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이다. 덤덤히, 그리고 선선히 뉴트는 갤리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갤리는, 어쩐지,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뭔가를. 분명히 원래대로 돌아온 것 뿐인데, 작고 반짝반짝 빛나는,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뉴트가 한발짝 더 가까워 와서 갤리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등 뒤가 허전했다. 넓고, 어둡고, 공허했다.

"그리고 나는, 그래.(And I, do.)"

"뭐?"

갑작스레 이상한 말을 해서,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갤리는 톤을 높여 반문했다. 뉴트가 눈을 깜박이는 게 보였다. 까만 눈이 한 번, 깜박.

"나는, 그래, 너를 좋아해.(I do love you.)"

그건 아주, 당당하고 사랑스럽고, 상냥한 선언이 아닐 수 없었다. 눈동자가 또렷하게 갤리와 눈을 맞추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나는 아주 어렸을 적에 이름이 새겨졌을 때부터, 너는 누구일까, 어떤 사람일까, 그런 걸 상상하며 지냈어. 내 생각 속의 너는 상냥하고, 아름답고, 현명하고, 이상형이고-"

갤리의 얼굴이 조금 찌그러지는 것을 보며 뉴트는 웃었다. 웃음소리는 반향 없이 그대로 눈 속으로 녹아 사라졌지만 어쨌든, 뉴트는 웃었다. 상냥하고, 낭랑하게. 그리고 뉴트는 갤리를 향해 손을 뻗으려했다가, 멈칫하고는 손을 내렸다. 그것이 갤리는 몹시 신경쓰였다. 뉴트는 계속 말했다. 그래서 나는 너를 오래도록 기다렸어. 애인도, 사귄 적 없었고. 아주 오랫동안. 이름이 새겨진 후, 내내. 갤리는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 보았다가, 그제서야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기간이 얼만지, 그 기분이 어떨지. 갤리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너는 한눈에도,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랑스러웠어."

그게 전부야. 뉴트가 말했다. 네가 옳아, 갤리. 이름은 애정을 담보하지 않아. 그리고, 난 너를 좋아해. 뉴트가 중얼거렸다.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창피스러웠다. 아니, 창피한 건 당연한거고, 그냥- 뭔가, 뱃속에. 뱃속에 나비가 한마리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코 끝에 마치 향을 피워 놓은 것처럼 박하꽃 향기가 감도는 것만 같았다. 저런 창피한 말을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갤리는 중얼거렸다. 갈래. 고개를 숙였던 뉴트가 고개를 들었다. 갤리는 천장밖에 쳐다볼 수가 없었다.

"...들어갈래."

"갤리?"

"따라오지 마."

진짜 때릴 거야. 갤리는 짐짓 위협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갤리? 뉴트가 한 번 더 불렀지만 소리는 이미 한껏 멀어졌다. 정장이 다리에 감기고 셔츠가 당기고, 목에 닿는 깃이 뻣뻣한데 갤리는 숨이 막혔다. 공기가 차가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냥, 달려야했다. 숨이 목 끝까지 찼는데 도저히 멈춰지지가 않았다. 후플푸프 기숙사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서서야 갤리는 조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뱃속이 이상하게 울렁거렸다. 뭔가, 잘못 먹었나? 속이 안 좋을 때 먹는 마법약이, 뭘 넣었었지? 정말 기초적인 지식인데 머릿속이 백지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이상하게 막히고, 얼굴이 뜨거웠다. 나는, 그래, 너를 좋아해.(I do love you.)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려와서 갤리는 고개를 털듯이 저었다. 뱃속이 끓어오르듯이 뜨겁고, 울렁거렸다. 들으면 들을수록 멍청이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아니, 사실 저놈이 멍청한 걸지도 몰라 나는, 난.

찬공기를 조금 쏘이려고 갤리는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밖은 깜깜했고, 날씨도 별로 좋지 않았다. 눈이 쌓이고 있었다. 숨을 들이키자 폐에 찬공기가 하나 가득 들어찼다. 목이 탔다. 날이, 추운데도 이상하게 더웠다. 문득 검은 호수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위에 떠 있을 배 한 척도. 여기서 거기까지 거리가 굉장히 먼 듯도, 가까운 듯도 싶어서 갤리는 속이 이상하면서도 걱정이 되는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창밖에는 사박사박 눈이 쌓이고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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