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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토마스는 연달아 사흘을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본인이 사온 버터맥주도 입술만 축이고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아예 돌려버렸다. 주말을 내리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귀신처럼 보내다 시일이 지나고 서야 다크서클이 눈 밑까지 내려온 상태에서 침대 밖으로 어기적어기적 기어나온 토마스는 한 없이 풀이 죽어있었다. 그리고 사흘동안을 정신을 잃어버린 것처럼 휴게실 탁자에 코를 박고 지냈다. 일부러 잘라서 남겨둔 호박파이를 손에 든 척이 도닥여준 게 아니었다면 휴게실에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삐뚤어 진다며 저 혼자 버터 맥주 사십병을 다 들이키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트리샤는 끌끌 혀를 찼다. 꿀밤을 맞지 않았냐면, 그건 또 아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토마스는 파트너가 없는 상태에서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었다. 까슬해서 제대로 정리도 되지 않은 피부와 대충 쓸어넘기기만 한 머리를 하고 예복을 걸쳐 입은 토마스를 보며 트리샤는레이스 장갑을 낀 손으로 미간을 눌렀다. 옅은 푸른색의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커다란 꽃모양의 코사지로 머리를 틀어올린-몇 주 전부터 신경쓴 기색이 역력한 옷차림을 한-트리샤로서는 지금 차마 토마스를 두드려 팰 수도 없었다. 트리위저드 시합 대표로 있던 인기까지 다 떨어져 버리겠다 이 화상아. 들어 갈 때 누구라도 잡아 채려면 잘생기기라도 해야 한다며 상냥한 트리샤 누님은 대강의 스킨과 왁스로 머리와 얼굴을 매만져주기까지 했다. 척은 오늘 점심까지 아무것도 입 안에 넣지 않은 토마스의 입에 쿠키 한 쪽이라도 넣는 게 좋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토마스는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들며 척이 건네는 쿠키를 사양했다.

토마스와 척의 옷을 고르는데에 토마스 아버지의 영향이 지대했는지, 마법사 부모님이 계신 기숙사의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둘의 예복은 예복이라기 보다는 정장이나 연미복에 가까웠다. 제비 꼬리같은 뒷자락은 그닥 티가 나지 않게 줄어들어 있었지만 안에 받혀 입는 옅은 줄이 들어간 베스트나 짙은 남색의 양복은 꽤나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게다가 거의 급격하기까지 한 다이어트(?)가 효과가 있었는지, 토마스의 몸에 딱 맞는 편이었던 예복은 약간 헐렁해져서 어깨나 허리의 곡선이 딱 떨어지게 드러났다. 척은 마치 꼬마 아이 같은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것이 꽤나 귀여워서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상당히 호평을 받았다.

내려갈 즈음에는 거의 파티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마지막에 무도회가 시작하기 직전에야 들어가는 대표로서는 그렇게 늦은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 파티장 안에 들어갔는지 로비는 한산했다. 이제 막 파트너와 조우해서 들어가는 사람들이나, 파트너를 기다리거나 찾으며 천천히 걷고 있는 색색가지 예복들에 눈이 다 정신 없었다. 척이 한 걸음 더 계단을 내려갔다.

"나 먼저 들어가 볼게. 너희는 파트너도 있고 하니까."

"...어어. 조심해."

트리샤가 걱정스레 척의 머리를-척의 머리도 트리샤가 만져주었다-한 번 더 쓸어 넘겨주자 척이 배시시 웃었다. 척은 조금 이따 기숙사에서 보자며 총총 파티장 문 안쪽의 인파틈으로 섞여들어갔다. 트리샤가 팔짱을 끼고 코로 한숨을 쉬었다. 토마스는 눈치를 보았다.

"넌 안 들어가?"

"아직 파트너가 안 온 거 같아. 넌 저기 가서 거울이라도 좀 봐. 보타이 삐뚤어졌다."

트리샤가 드러난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은 것도 같았다. 사실, 트리샤는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토마스 한정으로 엄해지는 것 뿐이었지만 여하간에. 토마스는 고개를 기울이고 고분고분히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비 한 구석 정문으로 나가는 쪽의 큰 문에는 거울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여기 원래 거울이 세워져 있었나? 잠깐 생각하다 토마스는 생각을 털어버렸다. 파티 날이니만큼 거울 하나 두 개쯤 내어놓아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거울에 비춰 본 제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초췌해 보여서 토마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운명이라고 바로바로 느끼는 건 아니지 않겠나. 그냥 좀 더, 천천히, 아직 여섯달은 남았으니까. 비뚤어진 나비넥타이를 정리한 토마스는 어깨에 앉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래, 좀 낫네. 이럼 매력적이어 보이면 좋겠는데. 오늘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긴 하니까. 옷차림을 다듬다 토마스는 로비 안 쪽을 살폈다. 트리샤는 아직 계단에서 로비를 둘러보고 있었고, 사람은 아까보다 훨씬 줄어있었다. 아직 민호는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시간이 좀 남은 것 같아서 다시 거울을 들여다 보려다 토마스는 문득 거울 위쪽을 보게 되었다. 뭔가, 글씨가 옅게 새겨져 있었다. 어, 그러니까, Erised str-

-퍽, 하고 안에서 밀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거의 텅 빈 안쪽에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벽으로 밀치고 멱살을 잡고 있었다. 밀치고 있는 하나는, 좀 더 하얗고, 머리가 반짝이는 금빛이었으며, 밀쳐지고 있는 하나는 약간 더 까무잡잡하고, 머리도 까맣고, 짧고. 토마스는 숨을 들이켰다. 민호?

"네가 어떻게.(How could you.)"

밀치고 있는 쪽이 숨을 헐떡이며 거의 속삭이듯이 말했다. 넓은 로비에서 소리가 울려서 그런 소리였음에도 토마스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이를 악물었다가 남자가 한 번 더 거칠게 내뱉었다.

"대답해 봐. 네가 어떻게, 민호, [개새끼야]. 네가, 네가 어떻게-"

내 네임인 걸 알면서 네가 어떻게. 마지막의 한 마디는 거의 으르렁 거리는 수준이었다. 토마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네임? 방금 네임이라고? 네임이- 네임이 중첩해서 생길수도 있나? 혹시 저놈도, 민호가, 네임이라- 토마스는 조금 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무래도 싸움이 격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말려야, 말려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데 먼저 발을 내딛는 사람이 있었다. 토마스보다 약간 더 큰 키와, 덩치와, 그러니까.

"뭐하는 짓이야 멍청아!"

낮은 목소리가 우레처럼 퍼부으며 둘을 떼어놓았다. 토마스는 그 뒷모습을 알고 있었다. 갤리였다. 네임파트너. 그리고 토마스는 금발머리 남자를 기억해 냈다.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갤리랑 얘기를 나눌 때 자신과 싸우고자 덤벼 들었던 그 알파였다. 뭐야,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토마스는 발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있는 사람은 겨우 넷이었는데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어그러지는 것 같았다. 네임이란, 알파란, 오메가란- 민호가 조금 터진 입술을 엄지로 닦고는 입을 열었다.

"니 파트너 왔다, 뉴트.(Your partner has come, Newt.)"

"...뭐?"

순식간에 뉴트의 표정이 벙벙하게 변했다. 잠깐 이해를 못하던 제 3자인 토마스는 갤리의 얼굴을 잠깐 올려다보았다. 갤리는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저 쪽도 모르던 상황인지 고개가 기우는 각도는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한쪽 손으로는 안 되었는지 다른 쪽 손으로도 피를 좀 닦아 내고 혀로 피를 핥아내다가 민호는 갤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주어 흐려서 미안하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어서. 뉴트 잘 부탁해."

"잠깐, 너, -뭐? 잠깐, 잠깐- 너 파트너는."

갤리는 혼란이 오는지 말을 조금 더듬어가며 눈을 몇 번이나 깜박였다. 뉴트도 정신이 없는 건지 무어라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그저 손만을, 아주 조금씩 움직여가며 멈칫거리고 있었다. 토마스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니까, 아마,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미- 민호."

민호가 고개를 돌려 토마스를 쳐다보았다. 터진 입술을 하고도 민호는 어째 태연했다. 검은 색에 가까워 보이는 회색 양복을 정리하며-심지어 보타이가 아니라 넥타이였다. 앞 단추 두개를 다 잠근 토마스와는 달리 조끼만 잠그고 자켓 단추는 다 풀린 채였다.-민호는 그저 평상시의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선례는, 그러니까. 토마스는 한 손을 내밀고 약간 더듬거리며 말했다.

"-파트너 해도 될까?(May I be your partner?)"

민호는, 아주 짧게, 뒤에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 서 있는 두 친구를 흘끗 보고는. 토마스에게 씩 웃어주었다.

"그래.(Sure.)"

뒤에서 종이 일곱 번 쳤다. 트리위저드 대표들이 입장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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