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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교내에 부쩍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이제 기간이 채 2주도 남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밤 사이 녹지 않는 눈이 앉은 크리스마스 트리라던가, 겨우살이 장식 같은 게 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식단에서도 따끈따끈한 스프나 스튜 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다만 그걸 인식한 건 토마스 정도라는 게 호그와트의 슬픔이었다. 시험과 그걸 대체할 수많은 과제가 끝도 없이 쏟아지다 이제 막 마무리가 될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통통하던 척의 볼이 어느정도 헤쓱하게 들어가고 트리샤의 눈 밑이 시꺼멓게 가라앉으면 이제 슬슬 끝날 때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토마스는 슬슬 둘의 눈치를 보며 컵에 홍차를 따라주었다. 얄팍한 양피지철을 찢을 것 같은 기세로 훑어보던 트리샤는 눈동자만 돌려 토마스를 쳐다보았다.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아 차를 마시며 무언가를 웅얼웅얼 외우다가 트리샤는 오른손으로 피곤한 눈을 조금 문지르고는 토마스를 돌아보았다. 탁, 하고 양피지철이 탁자에 부딪히면서 소리를 냈다. 척이 책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기분이 아주 찢어진다? 응? 누군 크리스마스 앞두고 시험 공부나 하고 있는데."

토마스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지금 잘못 건드리면 아무리 잘 쳐줘도 정강이를 까이고 등짝을 맞은 다음 거꾸로 매달리는 삼콤보를 맞게 될 것이 자명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토마스도 저 둘 사이에 끼어 앉아서 잉크가 떨어진 양피지와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트리위저드 시합 대표라는 게 좋긴 좋다. 대부분 시험은 빼주지 않지만, 어쨌든 과제에 있어서는 대부분 빠지는 것이 용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뿐이랴, 보고서를 잘 써서 낸다면 NEWT도 패스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할만 했다. 토마스가 대답을 회피하자 이를 갈며 노려보던 트리샤를 대신해 척이 중재에 들어갔다.

"근데 토마스, 그, 네임파트너한테 차였다며."

"처억 나 상처 주지 마아."

"...크리스마스 파트너는 구했어?"

척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자 트리샤는 세모꼴로 뜬 눈을 풀고 눈을 두어번 깜박였다. 소문에 따르면, 토마스는 소소하게 내깃거리가 되고 있는 듯 싶었다. 소소하다고 해 봤자 그 대상이 전교생인 이상 이미 장부까지 만들어진 판인 듯 싶었지만. 누굴 대상으로 내기를 걸었으면 모를까 내기의 대상이 되어 본 적은 없는 놈이 장부까지 마련한 내기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참으로 재미있는 노릇이다. 그래서 내기의 주제가 무엇이냐면, 대체 저 천방지축 비글의 댄스 파트너가 될 불운의 아이콘이 누구냐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추가로 저 비글이 그 댄스 파트너의 발을 몇 번 밟을까 하는 것도 있었다. 둘 다 내기에 돈을 걸지는 않았지만-걸려고 해도 불공평하다고 튕겨나갔으리라-어쨌든 그 댄스 파트너의 안위가 걱정되는 것은 매한가지였기 때문에 약간의 염려를 담은 눈으로 토마스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 얼굴에서 우러나오는 숨길 수 없는 장난기를.

"아니? 아직."

그럼 그렇지. 척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트리샤는 신경질적으로 욕을 내뱉었다. 멍청아, 빌어먹을, 천치냐.(Dumb, damn it, idiot.)

"2주는 되어야 마음의 준비를 할 거 아냐. 상대방을 문 앞에서 낚아 채고 갈 셈이야? 또라이 취급 받고 싶어?"

"아니, 그건 아니고..."

"아니면 얼른 누구든 잡아서 재깍 신청해, 멍청아."

"응, 트리샤, 내 파트너 해 주라."

"난 파트너 있어, 천치야."

둘이 만담하는 걸 지켜보던 척이 밀크티를 뿜어냈다. 원래는 면이었다가 며칠 전에 약간 털이 돋아난 푹신한 종류로 바뀐 소파 커버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트리샤는 표정을 괴상하게 일그러트렸다가 척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고, 마워 하고 정신없이 기침을 하던 척이 거의 울면서 손수건을 받아들다가 다시 화들짝 놀랐다. 토마스의 턱이 바닥까지 떨어질 기세로 벌어졌다. 간신히 기침이 진정된 척이 딸꾹질을 하며 트리샤에게 물었다.

"트, 트리샤 파트너가 있다고? 정말?"

"어, 정말."

트리샤는 지겹다는 듯이 대답했다. 토마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운데 원형 테이블을 돌아 트리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트리샤가 거의 혐오하는 표정으로 그런 토마스를 보았다. 토마스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물었다.

"누구야?"

"알아서 어디다 쓰게."

"이 세상에 그렇게 위대한 분이 있는데 내가 필히 형제의 의를 맺어야 하지 않겠나 가르쳐주게 친구여."

"너 자꾸 내 매력을 과소 평가하는 것 같은데, 아냐?"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얼마나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데."

트리샤가 탁자 위에 내려놓았던 양피지로 착, 하고 토마스의 머리를 때렸다. 토마스는 아프잖아, 하고 엄살을 부렸다. 일부러 우는 표정을 지으며 징징거리자 조금 골치 아픈 표정으로 트리샤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인기가 없는 편은 아니니까 알아서 알아봐. 힌트 없어. 니 자리 가서 앉아. 공부해야 하니까."

"트리샤아."

"가."

졸라보아도 트리샤는 단호하기만 했다. 어지간 하면 툴툴대면서도 답을 이야기 해주던 것치고는 강한 저항이라 토마스는 터덜터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으려다 토마스는 트리샤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고 있는 척을 바라보았다. 약간 슬픈 것 같기도 하고, 기쁜 것 같기도 하고, 미묘한 감정이 표정 안에 녹아 있었다. 척? 토마스가 척을 부르자 묘한 감정선이 순간 박살났다. 어, 응? 하고 척이 대답을 하자 토마스는 조금 찝찝해진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왜 그래? 트리샤가 파트너가 있다는 게 그렇게 충격이야?"

하긴 충격적인 일이긴 하지, 하고 토마스는 줄줄이 한탄 비슷한 것을 늘어놓았다. 세상에 맙소사 우리 큰형이 파트너가 생기다니! 지금 시점에서! 나도 아직 파트너가 없는데!-트리샤가 토마스를 노려보았다-한참동안 토마스의 헛소리를 듣고 있던 척이 조금 부스스 웃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말 끝을 조금 흐리다 척은 툭 말을 던졌다.

"그냥, 이번 크리스마스는 좀 쓸쓸하겠다 싶어서."

벽난로 타는 소리가 카펫을 쓸고 공기중으로 녹아들었다. 그러고보니 크리스마스는 항상 셋이서 바보짓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쓸데없는 일을 하거나, 과제를 하거나 하면서 보냈던 기억이 났다.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는 좀 다르다. 물론 계속 같은 공간에 있기야 하겠지만- 둘은 각자 파트너가 있으니까. 척은 아마 파트너를 만들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던 모양이었다. 지금에 와서 파트너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글쎄, 어떨까. 척이 책을 대강 훑으며 두어장 넘겼다. 텀이 짧은 것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트리샤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기를 몇 번 반복했다. 턱밑을 긁다가 토마스는 튕겨오르듯 허리를 세워 앉았다.

"척."

"응?"

"내 파트너 할래?"

"뭐 이 또라이야?"

이번에는 트리샤가 기함을 했다. 거침없이 육두문자를 내뱉는 것이 정말로 트리샤 다워서 토마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왜 좋잖아. 나도 좋고 척도 좋고 너도 좋고."

"최소한 나는 안 좋아. 트리위저드 시합 대표면서 너희 둘이 입장을 하겠다고? 미쳤어? 그냥 게이 커플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너랑 척은 커플도 아니잖아. 아니, 그보다 너랑 춤추면 척이 무조건 여자 스텝 밟아야 하는 거 아냐? 그 이전에 교수님이 허락은 해 주시겠어? 세상에 그런 전례가 있기는 해? 역사에서 배우는 게 있기는 있어?-지금 시험 준비를 하는 과목이 마법의 역사라더니, 하고 토마스는 입맛을 다셨다.-척은 또 왜 네 미친짓에 어울려주길 바라는데 이 멍청아-"

"아니 뭐..."

토마스는 당황한 얼굴의 척을 보고선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선례야 뭐, 만들라고 있는 거잖아."

어차피 맨 처음에 한 곡만 추면 되는 거기도 하고. 토마스가 척을 강아지 눈을 하고선 바라봤다. 트리샤가 그래서작년에우리를그렇게고생시킨거냐이뭣같은놈아를 대단히 강화한 욕을 퍼붓는 동안 그런 토마스를 빤히 바라보던 척이 웃음을 터트렸다. 트리샤가 말을 멈추자 척은 좀 더 편하게 자세를 고쳐앉고는 고개를 살살 저었다. 아까보다는 한결 표정이 편해져 있었다.

"선례를 만드는 건 역시 사양할게."

척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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