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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문이 열리기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10초? 5초? 숨을 헐떡이면서 문 앞에 간신히 선 토마스는 약간 구겨진 정장을 다듬지도 못한 채 숨부터 헐떡여야 했다. 그건 민호도 별로 사정이 다르지 않아서 넓은 가슴팍이 들썩 거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토마스만큼 놀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문앞에 선 사람은 총 넷이었고, 그중에 토마스가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얼굴을 아는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까-

"트리, 샤?"

채 숨을 내쉬지도 못하고 허덕이면서 앞의 두 여자를 번갈아 바라본 토마스를 걱정스레 바라보다 트리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잠깐, 잠깐만 지금 안 들어간 건 트리위저드 대표 밖에 없는데 민호는 내 파트너고 그럼 파트너가 남는 사람이.

"다 왔네."

검은 머리를 틀어올리고, 옅은 아이보리 색 드레스를 입고 연분홍색 숄을 두른 보바통의 대표. 립스틱에 귀걸이까지 아낌없이 꾸몄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여자끼리 들어간다고? 남남 여여 커플?

"나한테는 동성이라고 뭐라고 하더니?"

"여자끼리는 들어간 예가 있거든 멍충아. 니 파트너는?"

설마 없어? 정말? 교수님이 잠깐 둘러보고 간 사이에 토마스를 추궁하던 트리샤에게 브렌다가 트리샤, 하고 옅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표정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조금 브렌다의 눈치를 본 트리샤가 돌아섰다. 전 여자친구?(Ex-girlfriend?) 민호가 물어봐서 토마스는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저었다. 레이디 퍼스트인 건지 트리샤와 브렌다가 등을 보이고 팔짱을 끼고 섰다. 둘 다 굽 높은 힐을 신었는지 키가 거의 토마스의 시야 이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잠깐 그 뒤를 훑다가 토마스는 헛기침을 했다. 네 명 중 세 명의 시선이 토마스에게 쏠려서 토마스는 조금 머쓱해졌다.

"저기, 민호?"

"어?"

"그... 입장 할 때는 팔짱 꼭 끼어야 하는 거야?"

트리샤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아니, 야, 잠깐만,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못해서 괴로움이 올라오는지 트리샤는 힐 뒷굽을 바닥에 몇 번이고 부딪혔다. 보바통 대표도 약간 놀란 듯이 뒤를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었다. 민호는 어, 하고 말을 끌더니 토마스쪽 팔을 굽혔다. 토마스는 잽싸게 그 팔에 달라 붙었다. 우와 팔 근육 탄탄해. 감탄하고 있는데 그 순간 철컹, 하는 소리가 나면서 닫혔던 연회장 문이 열렸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뉴트와 갤리는 그 자리에 붙박인 듯이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문이 열리고, 그 문 앞에 서있던 네 명이 둘씩 짝을 지어 들어갈 때까지도 뭐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그 곳에 붙박여 서 있다가 문 밖으로 박수 소리가 새어나올 때 즈음 해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민호는, 민호의 파트너는.

"상황 정리 좀 하자."

갤리가 문득 입을 열었다. 짜증이 묻어나는 걸 최대한 억제한 목소리가 중지와 엄지 사이에 관자놀이를 끼운 손 아래에서 들려왔다. 훌쩍 큰 키 때문일까, 목소리가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니가 꾸몄냐."

"...아니.(No.)"

뉴트는 입술을 핥았다. 등 뒤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게 느껴졌다. 쥐어짜낸 목소리가 푹 가라앉아 있어서 어떻게 들렸을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어줄까. 하지만 이건 사실인데. 내가 무엇을 해야 네가 날 믿을 수 있을까. 뉴트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일이 이렇게 꼬이고, 얽히고, 안 좋게 흘러갔을까. 난 그저 너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것뿐인데. 갤리는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두어번 하고는 고개를 들어 뉴트를 쳐다보았다. 갤리가 입맛을 다시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

갤리는 말에 한숨을 섞었다. 숨소리가 큰 말이 마치 바람 소리 같아서 뉴트는 조금 긴장을 했다. 갤리는 발을 떼어 옮겼다. 뚜벅 거리는 소리가 점차 계단 쪽으로 다가가서 뉴트는 달리듯이 갤리에게 다가갔다. 다리에 휘감기는 연미복이 불편했다. 망할, 그냥 정장으로 입고 왔어야 했는데, 어머니는 왜 이런 걸 보내주셔서. 갤리가 계단에 발을 올리기 직전에 뉴트는 갤리를 잡을 수 있었다. 갤리가 뒤를 돌아보았다.

"왜."

"-저녁, 안 먹었을텐데. 뭐라도 좀 먹고 가지."

"...별로 생각 없는데."

갤리가 조금 우물 거리듯이 말했다. 뉴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기 위해 노력했다.

"꾸미느라 고생했을 거 아냐. 잠깐 들렸다라도 가."

갤리는 한숨을 한 번 더 뱉었다. 곡 하나가 거의 중간까지 흘러나오도록 갤리는 대답이 없었다. 몇 번째 인지 모를 마른 침을 삼키는데 툭 뱉듯이 답이 돌아왔다. 밥만 먹고 갈 거야. 뉴트는 웃었다. 그래.

문까지 다가가는 데에는 몇 초 걸리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이 뭐가 대수라고 그렇게 오래 걸렸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문 앞에서 들어가려다 말고 뉴트와 갤리는 잠시 멈췄다. 문 앞에 사람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약간 경직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은 연회장의 정 가운데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럴 수 밖에. 세 쌍이 들어와야 하는 대표의 춤에 두 쌍이 들어온데다 두 쌍 다 동성 커플이고 심지어 한 쌍은 트리위저드 대표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파격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신난건 기자들 정도고 누가 대표의 파트너일지를 점쳐보고 있던 사람들로서는 당황스럽다 못해 넋이 나갈 것 같은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알파고 오메가고를 젖혀놓고 저건-

"둘 다 남자 스텝 밟고 있는 것 같은데."

뉴트가 침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갤리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덤스트랭 대표 발, 내가 본 것만 세 번 밟혔어."

"짧은 시간에 많이도 밟히네."

"운동신경이 소멸했나."

뉴트는 조금 웃음을 터트렸다. 갤리는 뉴트를 흘끔 보았다가 고개를 저으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뉴트는 갤리의 팔을 아주 조심스레 톡 건드렸다.

"좋아하는 음식 덜어올게. 뭐 좋아해?"

"어? 아니, 내가."

"내가 갈게."

그렇게 하게 해 줘. 뉴트는 묘하게 간절한 어조로 말하며 갤리를 올려다 보았다. 갤리는 잠시 뉴트를 내려다 보다가 툭 말했다. 샌드위치 종류랑 알콜 없는 음료수면 아무거나. 뉴트는 심각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 틈으로 움직였다. 등 뒤에서 겨울 바람이 불어와 묘하게 서늘해 져서 갤리는 머쓱하게 뒷목을 주물렀다. 차려입은 셔츠와 바지, 자켓까지 불편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떻게 저런 옷을 입고 춤을 추지?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할 뻔 했으면서도 갤리는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오히려 뉴트가 입은 옷이 자켓이 아니라 코트라고 부르는 게 어울릴 정도로 길어서 약간 고전틱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네임이란 건 대체 뭘까. 갤리는 마른 세수를 한 번 더 했다. 누군가를 그렇게 맹목적으로 사랑한다는 게 가능한 걸까? 갤리는 아니라고 보았다. 누군가와 누군가는, 그래, 분명히 정해진 짝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눈에 보이게 드러난다니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어딘가에는,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같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런 사람들이라 딱히 누군가에게 상담하겠다는 마음도 먹어볼 수가 없었다. 그 이전에, 갤리는 잘 모르겠다고 느꼈다. 뉴트, 는 정말로 사랑하는 게 맞는가. 갤리는 그 또한 부정했다. 분명히도. 지나가다가 문득, 어 저 놈 좀 닮은 것 같은데. 하고 생각이 들 수는 있겠지만-

"갤리."

문득 뉴트의 목소리가 갤리의 귓전을 두드렸다. 곡이 어느샌가 바뀌어 있어서 춤을 추도록 마련된 부분에 많은 커플이 올라가 있었다. 민호와 토마스, 트리샤와 브렌다는 구석으로 물러났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뉴트는 한 손엔 컵을 두 개, 다른 한 손에는 접시를 두 개 들고 약간 위태롭게 서 있었다. 갤리는 뉴트의 손에서 접시를 받아냈다. 문득 갤리는 뉴트가 꽤나 잘생긴 편이라고 생각했다. 왜 지금껏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갤리는 칠면조 샌드위치 하나를 입에 집어 넣다가 웅얼거렸다.

"-너 애인 사귀어본 적 있어?"

뉴트가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가다가 문득 멈추었다. 고개를 아주 약간, 그리고 눈동자가 움직여 갤리를 바라보았다. 약간 슬프고도 경직 된 것 같은 표정이 얼굴을 통해 엿보여서 갤리는 자신이 뭔가 잘못 말했는지를 되새겨보았다. 뉴트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없어."

그리고 뉴트는 샌드위치를 입에 넣었다. 샌드위치 사이로 차갑게 식은 칠면조가 조금 삐져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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