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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트리샤?"
트리샤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날이 추워서 잠깐 정신이 딴데 팔린 모양이었다. 척이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어서 미안, 하고 트리샤는 사과했다. 척은 약간 걱정스런 눈으로 트리샤를 살펴봤다. 괜찮아? 어디 아프지 않아? 트리샤는 고개를 저었다.
호그스미드는 아침부터 붐비고 있었다. 스리 브룸스틱스는 물론, 허니듀크마저 아이들로 빽빽하게 차 있어서 둘은 의도하지 않게 추운 바깥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저렇게 붐비는 데에 들어갔다간, 분명히 약속 상대방은 만나지 못할 게 뻔했다.
트리샤는 브렌다에게 척을 소개시켜줄 생각이었다. 둘 다 동의한 사안이었고, 대단하지도 않았다. 그냥 어느 하루에 인사를 해 볼까 하는 정도였다. 학교 안에서 만나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조용하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을 둘 다 선호하는 편이었기 때문에-트리샤에게는 약간 어려운 일이었다-셋이 모여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 호그스미드에서 모이기로 했다. 호그와트에는 브렌다에게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손이 조금 많이 시려서 트리샤는 장갑 낀 손을 쥐었다 폈다. 손이 어는 것 같았다. 멀리서 트리샤의 이름이 불렸다. 올려 묶은 까만 머리가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많이 기다렸어? 미안."
"아니, 뭐어."
트리샤는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도착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다. 다만 날이 많이 추웠을 뿐. 트리샤는 고개를 돌려 척을 바라보았다. 통통한 볼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얼른 들어가야겠네. 트리샤는 그렇게 가늠했다.
"브렌다, 이 쪽은 내 친구 척. 그리핀도르 7학년. 척, 이쪽은 내 친구 브렌다. 알다시피, 보바통."
"잘 부탁해."
"이쪽이야말로."
둘이 가볍게 악수를 한 번 하고 나서 트리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들어갈 데가 영 마땅치가 않았다. 스리 브룸스틱스가 제일 나은데, 지금으로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없을 게 뻔했다. 아까도 그렇게 많았는데 지금이라고 다를리가. 다른데는 특별히 오래 있을수 있는 데가 없어서 트리샤는 좀 고민에 빠졌다. 브렌다가 말을 걸기 전까지는.
"날이 좀 추운데, 따뜻한 것 좀 마시지 않을래?"
브렌다의 손 끝에는 마담 퍼디풋의 찻집이 걸려있었다.
-
척의 오동통한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무래도 주변에 연인들이 많아서 그런가, 퍼디풋의 찻집에는 소곤거리는 소리가 가득 차 있었고, 그 탓에 척은 주변을 돌아보지도 못하고 우물거리며 약간 쪼그라들어 보였다. 설탕을 듬뿍 넣은 밀크티와 아인슈페너, 핫초코가 나올 때까지 척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어물거렸다. 트리샤는 척의 손등을 두어번 두드려주었다. 괜찮아, 다른 애들도 신경 안 써. 그럴까? 척은 약간 울상이어 보였다. 브렌다가 목으로 조금 웃었다.
"귀엽네."
"...고, 고마워..."
척은 어물어물 대답하다 밀크티에 입을 델 뻔했다. 찬 물을 주문하고 트리샤는 핫초코를 한 모금 머금었다. 원래 이렇게 숫기 없는 애가 아닌데? 다행히도 척은 천천히 상태를 회복했고 곧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공부나, 교육 제도나, 시험 같은 것에 관하여. 트리샤는 그냥 마담 퍼디풋의 인테리어에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자신의 기말고사도 이제 3주 가량 밖에 남지 않았는데 보바통의 시험 날짜 같은 건 알고 싶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서도 마차 안에서 공부도 하고 시험도 친다는 사실은, 확실히 기겁할만한 것이었지만. NEWT 대비라고는 하지만, 좀.
"그게 가능해?"
"내부에 확장 마법이 걸려 있어서. 안 될 건 없지."
"오, 웩. 나 같으면 죽어도 못 할 거 같은데."
다른 나라까지 와서 공부라니, 맙소사. 트리샤가 약간 너스레를 떨어서 척이 작게 웃었다. 그럼 평소의 교육과정하고 전혀 다른 점은 없는 거야? 최대한 다르지 않게 한다고 들었어. 애들은 저항 안 해? 트리샤는 약간 척이 무서워졌다. 교사가 되고 싶다고 저런 거에 관심을 가진다는 건 알았지만... 브렌다가 어깨를 조금 움직였다.
"특별히? 보바통이 다른 애들보다 뒤쳐질 수는 없는 거잖아?"
"오."
척은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트리샤는 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참 힘들겠네."
좀 더 풀어 쓰자면, 저게 브렌다의 성격이 아니라 보바통의 교육이라는 말이었다. 승리는 당연한 것. 목적은 승리. 그건, 보바통이니까. 브렌다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뭐가? 브렌다가 물었다. 트리샤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가끔은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게 있잖아?"
브렌다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척은 다시 찻잔을 쥐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
갤리. 이름이 불리는 것 같았다. 누구지? 갤리는 입 안으로 투정을 웅얼거렸다. 갤리. 이름이 한 번 더 불렸다. 내일은 주말인데, 자신을 찾을 사람도 없는데. 누구지? 갤리는 힘겹게 눈을 떠올렸다. 갤리? 이름이 불리는 소리가 한 결 더 똑똑히 들렸다. 금발이 눈 앞에서 부드럽게 흩어졌다. 뉴트? 응. 뉴트가 대답했다.
"너, 여긴 왜."
"억제제 효과가 듣는 것 같아서. 잠깐 산책."
"야 그래도 밤에, 이렇게... 돌아다니면."
"같은 병동 안인데 어때."
이 또라이 무대포였지 참. 어이가 없어져 뉴트를 바라보았지만 뉴트는 눈을 피하지도, 돌리지도 않았다. 대신 뉴트는, 조금 조급하게 질문했다.
"어디 아파?"
"어?"
갤리는 몇 초 동안 뉴트가 무슨 말을 하는 지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간신히 깨달았다. 참, 여기 병동이었지. 그것도 입원 상태로. 아무래도 앞뒤 정황을 듣지 못했는지 뉴트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 없었다. 당장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당장 뛰쳐나가기라도 할 것 같은 기세였다. 갤리는 뉴트, 하고 한 번 불렀다. 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갤리의 손을 쥐었다. 기도하는 것처럼, 한 손으로는 갤리의 손을 깍지 끼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갤리의 손등을 덮었다. 뉴트. 갤리는 뉴트를 한 번 더 불렀다. 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했다.
"많이 아파?"
폼프리 부인이 뭐래? 동문서답에 갤리는 조금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이걸 때릴까? 난폭한 생각이 들었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약간 핀트가 엇나가긴 했지만 자신을 이렇게 걱정해주는 놈한테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갤리. 갤리가 대답이 없자 조급해졌는지 뉴트는 갤리를 한 번 더 불렀다. 갤리는 잠시 뉴트를 바라보다 툭, 말을 던졌다.
"야."
"응?"
"너 나 진짜 좋아하냐?"
"갤리."
뉴트가 간절하게 갤리의 이름을 불렀다. 갤리는 뉴트를 또렷하게 바라보았다. 정말로, 네임 같은 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게 맞는 걸까. 네임 때문에 나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네임이 아니면 나를 알거나 생각하기는 했을까. 아무 의미 없는 가정이다. 사실은 바뀌지 않으니까. 그래도 생각하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나는 너를 믿을 수 있는 걸까. 믿어도 괜찮은 걸까. 이런 고민을 한다는 거 자체가, 이미 넘어간 것일 수도 있지만.
"좋아해 갤리."
잠시 갤리의 질문에 난처해하던 뉴트는, 결국 대답했다. 좋아해. 뉴트가 한 번 더 말했다. 갤리의 눈을 바로 바라보면서. 확신하는 어조와 말투였다. 적어도, 착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투였다. 머리 속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서 갤리는 아주 얕게 신음했다. 뱃속이 드글드글 끓는 느낌이었다. 몸이, 얼굴이 열이올라서 뜨끈뜨끈했다. 야. 갤리는 뉴트를 불렀다. 약간, 쉰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의심이 많아서... 계속 물어보고 괴롭힐 거거든?"
"갤리."
어째 눈 앞이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박하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뉴트가 당황하는 게 보였다. 갤리, 너, 냄새가. 뉴트가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갤리는 좀 웃었다.
"그래도 괜찮으면.... 붙어 있고."
뉴트가 한참 더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어서 갤리는 정말 큰 소리로 웃고 싶었다. 열이 펄펄 끓어오르지 않았으면 그랬을 것이다. 갤리는 끙, 하고 뱃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열기를 뱉어냈다.
"근데 그 전에... 가서 폼프리 부인 좀."
그리고 갤리는 다시 수마 속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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