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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토마스는 제 입을 때리고 싶었다. 이건 말 그대로 고백한 거랑 다름 없지 않은가. 눈치가 없는 저라고 해도 알 수 있을 만큼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말이었다. 당황한 민호의 얼굴에 이 쪽이 가슴이 철렁했다. 슬프기까지 할 정도로 제가 멍청한 것 같아서 토마스는 황급히 말을 돌렸다.

"아니 그냥. 요즘 네임에 좀 관심이 있어서?"

민호의 얼굴은 그래도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 당연하지. 누가 저런 말을 듣고 의심을 않겠나. 토마스는 아무 말이나 주워 섬겼다. 상당히 마법적인 일인데 마법사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닌게 흥미로워서 이래저래 서적을 찾아보고 있는데 네임이 있는 상대방의 일반적인 반응이 궁금해서 여러모로 묻고 다니고 있어. 지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토마스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앞뒷말이 맞기나 하면 다행이지, 맞는 것 같지도 않았다. 민호의 표정이 크게 변할 줄을 몰라서 토마스는 눈을 피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어, 뭐, 그런거라. 늦었는데 안 들어가봐도 괜찮아?"

"이미 늦어서 좀 더 늦어도 별 차이는 없을 걸."

민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토마스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 줄 모르고 괜히 헛기침을 했다. 슬슬 따뜻해지고 있는 바람이 불었다. 마른 흙먼지가 조금 딸려오는 바람이 눈 안에 티끌을 밀어넣었다. 토마스는 눈을 깜북였다. 눈이 눈물이 나기 시작해서 흐렸다. 아오 눈. 잠시 상황을 잊고 있던 토마스는 민호가, 토마스. 하고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민호는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다만 좀 삐딱하게 한 발에 무게중심을 싣고 서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토마스는 순간적으로 숨을 삼켰다.

"만약에, 내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어, 어어..."

"좀 더 알려고 노력하겠지."

...그게 다인가? 토마스는 눈에 들어간 티끌을 빼기 위해 눈을 깜박거리며 열심히 생각했다. 그냥, 알려고 하는 정도인가. 약간 친한 친구가 되는 건가? 어쨌든 무의미한 관계는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정도로 만족하는 게 옳은 걸까. 토마스의 심경이 복잡해졌다.

나는 민호를 좋아하나? 토마스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네임을 가진 파트너니까 뭔가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게 호기심인지 호감인지는 또한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 그 호기심인지 호감일지도 모를 감정은 네임 때문에 생겼나? 네임이 그 정도로 강력한 건가? 그냥, 이름만 새겨져 있는 게 아닌가? 정말 나는 민호를 좋아하는 건가?

아, 토마스는 눈이 약간 흐려지는 걸 느꼈다. 티끌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민호가 입을 떼었다.

"그 사람하고 어떻게 지낼지는 그 다음에 생각할 거 같은데."

"어?"

"나하고 맞아야 사귀든 친하게 지내든 하겠지."

어떻게 보면 참 정상적인 답변이었다. 아주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닌 대화. 나랑 잘 맞는 사람. 그게 다였다. 나는 민호랑 잘 맞나? 토마스는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어서 토마스는 그 대답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했다. 왜인지 자신을 괴롭히는 질문이 하나 더 는 것 같았다. 민호가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너 정도로 잘 맞으면 아마 잘 될 것 같지만."

간다. 민호가 몸을 돌렸다. 아랫쪽으로 쭉 난 길을 따라 민호가 천천히 작아졌다. 토마스는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심장이 발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온 것 같았다. 얼굴에 열이 올라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지금 뭐였지? 뭐였지? 토마스는 손을 어디다 두어야할지도 모르고 잠시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있었다.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았다.

-

뉴트는 전화 마법이 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굉장히 강력하게. 사립 마법학교 안에서는 전자기기 사용이 일괄적으로 금지되니 밖에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문자메시지나 전화를 하나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판국에 찝찝하다 못해 피곤하고 화가 났다. 다음날 아침을 기다리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밤마다 이불을 차올리고 싶었다. 호그와트로 올 걸 그랬나. 그럼 갤리가 어렸을적도 볼수 있었을지 모른다. 낮은 책상에 앉아서 아주 기초적인 약재 이름을 외우고, 우물우물 밥을 먹고, 기숙사 배정한다는 모자를 쓰고 얼굴이 빨개져서 바들바들 떠는 것까지 전부,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쉬워졌다. 그 과거 자신에게 선택권은 없었지만 어쨌든 좀 후회가 되는 건 사실이었다. 뉴트는 그래서 스스로를 그저 위안하기로 했다. 7학년이어서 다행이지, 더 어렸으면 답이 없었을 거다. 방학 중에만 간신히 얼굴을 볼 수 있는 삶이라니,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졸업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은 분명히 아버지 후계자라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다녀야 할텐데.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렸다.

"왔냐 부반장?"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등시간이 끝나기 직전이었다. 뉴트는 왠일로 꽤나 늦은 민호를 대충 맞았다. 이불 안에 이미 누워있는 채로는 이 정도도 성의 있는 편이긴 했다. 민호는 옷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칸막이용으로 달려있는 얇은 커튼을 치는 것도 잊고 제복 윗도리를 휙 벗었다. 저게 오늘 상태가 안 좋은가? 뉴트는 팔짱을 꼈다. 몸자랑과도 관계가 있는 편이 아닌 놈인지라 민호는 어지간히 피곤하지 않고서는 옷 갈아입을 때는 꼭 칸막이를 두었다. 안 칠 때는, 제복을 입고 그대로 쓰러져 잠들 만큼 피곤할 때였다. 그렇게 날카로운 눈으로 민호를 쳐다보다 뉴트는 조금 당황했다.

"민호."

"어."

"너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거 파자마 바지 아냐?"

민호가 문득 자기 손을 내려다 보았다. 머리에 바지를 뒤집어 쓰려고 한 것 치고는 침착한 자세였다. 그러네. 민호는 수긍하고 바지를 벗어내렸다. 그리고 파자마 바지를 입었다. 저거 제정신인가? 뉴트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무릎에 팔꿈치를 얹고 턱을 괴었다. 간섭하지 말까 하다가 민호가 파자마 등쪽이 가슴팍에 오게 뒤집어 입는 것을 보고는 아무래도 그건 불가능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호. 뉴트가 부르자 민호가 돌아보았다.

"무슨 일 있었냐?"

음. 민호가 침음을 흘렸다. 답변이 재깍 나오지 않는 걸 보니 뭔가 피곤한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뉴트는 잠시 침묵하고 기다렸다. 민호가 옷이 뒤집어 진 걸 눈치채지 못하고 비척비척 침대로 걸어왔다. 밖에서 소등시간을 알리는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마 안 있어 불이 꺼졌다. 물비린내가 옅게 감돌았다. 배가 물에 찌든 냄새일지도 모른다. 뉴트는 일단 자리에 누웠다. 푹신한 편인 베개와 침대가 몸을 감쌌다. 숨소리가 방 안을 교차했다. 저쪽 침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 있었어."

"그러냐."

뉴트는 그렇게 말하고 침묵했다. 말할 일이라면 알아서 말하겠지. 좀 피하는 것 같은데 굳이 캐물어봤자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았다. 잠이나 자야지. 갤리가 자기 꿈 꾸라고 말해 줬으면 좋았으려나. 좀 더 편한 자세를 찾으려 뒤척이는데 민호의 목소리가 어둠속을 울렸다. 내가.

"아마도 고백을 받은 거 같은데."

"오."

축하해. 뉴트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저 목석에게도 봄이 오는 건가. 근데 아마도와 같은데, 라니 대체 무슨 뜻이지. 뉴트는 잠시 고민했다. 다시 침묵이 찾아들었다. 고백 받은 게 그렇게 충격인가? 뉴트는 뒤통수에 손을 넣고 깍지를 끼며 무릎을 세웠다. 민호가 말을 이었다.

"아마 나도 받아들인 거 같고."

"그래?"

호그와트는 의외로 좋은 곳일지도 모른다. 저런 목석도 연애를 다하다니 아주 놀라운 곳이 아닐 수 없었다. 뉴트는 아주 조금 호기심을 풀고 간섭을 하기로 했다. 어쩌면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갤리랑 연애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도움아닌 도움을 준 친구를 약간은 도와줄 친절함 정도는 남아있었다. 그리고 꼭 그만큼의 악의도 있었고. 뉴트는 그래서 질문했다.

"누군데?"

민호가 잠시 침묵했다.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두번 뒤척이고 나자 민호가 입을 열었다.

"토마스."

"토마스라."

이름이 남자인 걸 보니 오메가인 모양인데. 뉴트는 심드렁하게 생각했다. 토마스라, 이름도 흔해서 그런지 익숙하기도 했다. 아마 호그와트 대표도 그런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흔하기도 하지. 뉴트는 잠시 어둠속을 쳐다보다가 뉴트는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민호."

"어."

"혹시 그 토마스 호그와트 대표 말하는 거야?"

"어."

깊은 혼돈이 어둠과 함께 배 안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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