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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D/레히삼

[유기유장] 빵집 au

ㄷㄷㄷㄷ 2019. 3. 3. 17:45

*트위터에 풀었던 썰을 그대로 백업합니다. 퇴고 X

*제갈유비 약간


빵집하는 유장?(정말 무뜬금)

잘 할 거 같은데... 유비 형이니까 요리 잘 할지도 모르고... 손... 야무지지 않을까... 초콜릿 써서 소라빵 만들어 유비 가져다주는 유장...

쇼콜라티에도 좋겠다 초콜릿으로 하는 온갖 요리에 통달하는 유장과 그걸 싱글싱글 웃으면서 보고 있는 유기

유씨 베이커리...! 제과점 느낌으로 해서 유비가 과자 굽고 유장이 초콜릿으로 장식한다...! 케이크 장식 섬세하고 예뻐서 다들 어머 예쁘다 귀여워 맛있어! 하고 극찬하고 왜인지 험악한 얼굴로 앉아있는 얼굴에 흉터있는 사장님을 무서워 한다

유장 : (오페라 케이크 장식이 평이 좋은데 그걸 응용해서 몽블랑에도 올려볼까)

빵집 매출은 나날히 올라가지만 이사는 하지 않는다 도원관은 그런 곳(헛소리) 작은 제과점이지만 둘의 손이 야무져서 장사는 잘 됨 문제는 두 형제가 비오는 날 강아지와 고양이를 지나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과점 앞에는 항상 임보 글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급기야 두 형제는 사람을 주워오기에 이르는데(제갈량:왜(유기:어째서

제갈량은... 주둥이 때문에 악명을 쌓고 있어서 회식 끝나고 버려졌다고 하자... 유기는 술 취해서 아버지... 그런 분이 아니었는데... 저 외롭고 쓸쓸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걸 유장한테 시전해 버려서 유장이 주워왔다고 하자

제갈량이랑 유기는 주워져 온 날짜가 달랐으면 좋겠다 제갈량은 한여름 장맛비가 쏟아붓듯이 내리는 날이었고 유기는 한겨울 송이송이 눈이 오던 날

제갈량은 주워져 와서도 독설해서 유장한테 찍혔겠지... 유비 넌 뭐 저런 걸 주워와서...! 유비야 혀엉 그래도 저 사람 죽을지도 몰랐어... 하고. 제갈량 임보되고 있는 고양이랑 같은 취급 받아서 ? 하면서 유유히 집을 떠난다... 그리고 케이크가 환상적인 도원베이커리를 발견하게 된다...

유기는 눈 뜨고 파닥닥 일어나서 납치인가? 하다가 트레이닝복에 티셔츠 입고 들어오는 유장 보고 납치는 아니겠군 하고 조금 긴장을 푼다... 그러나 차가 술집에 있었으므로 본의 아니게 점심(눈이 와서 차가 마중 오는데까지 시간이 걸렸음)까지 신세를 지게 된다... 나중에 신세를 갚으려 케이크라 도 사갈까? 하고 들린 도원 제과점에서 유장을 다시 마주치게 됨.

유기 : 앗 ㅎㅎ;; 아 안녕하세요 유장씨 ㅎㅎ 여기서 일하세요?

유장 : ? 사장인데?

유기 :

유기 뭐라고 말해야될지 잊어버렸다가 얌전히 케이크 고르러 간다... 약간 혼란 상태... 잠깐 빵 식는 사이 나온 유비가 케이크 추천해 줌

유비 : 요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고 개인적으로는 초콜릿 들어간 거 추천 드려요! 초콜릿 맛있어요!

유기 : 그래요? 쇼콜라티에 분이 솜씨가 좋으신가봐요 ㅎㅎ

유장 : 어...(얼굴 빨개짐)

유비 : 우리 형이 솜씨가 좋죠!(뿌듯)

유기 :

유기 그대로 약간 넋 빠진 채 추천해주는 대로 케이크를 구매한다... 조각케이크 가격이 홀케이크 몇 개 뺨 치고도 남을 만큼 잔뜩 구매해서 유비가 덤으로 생초콜릿까지 끼워주게 됨. 유장도 말리지 않고 ...단 거 좋아하나보네. 하고 말하며 같이 포장해 줌. 유기 그대로 돌아와서(왜 샀는지를 순간 잊어버렸다) 케이크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하나 덜렁 남은 생초콜릿... 직원들이 이거 엄청 맛있다 부사장님도 드세요! 해서 먹게 되고... 눈을 휘둥그레 뜨게 된다. 맛있어...! 이걸 그 사람이 만들었단 말야?

그러나 생초코는 안타깝게도 딱 한 조각밖에 남지 않았다... 유기는 다음날 오픈하기 무섭게 도원 베이커리를 찾아가 초코를 종류별로 사온다... 특별히 생초코는 9구짜리 박스 포장 된 걸 삼. 유장 그거 보면서 얼굴을 찌푸린다. 어제 그게 다 먹었을 양이 아니었는데? 누구 줬나? 일단 계산은 해 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을 다 먹었다가는 당뇨 오지 싶었음. 유장은 유기에게 스몰 토크를 시전함. 누구 줄 거냐? 제가 들어도 어째 영 시비 같이 들리는 게 머리 위에 fail 하고 글자가 뜨는 기분이었음. 유기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대답함. 아뇨. 그럼? 이걸 다 먹으려고? 아 오늘 점심 시간이 모자라서...(사유:초콜릿 사러 나오느라) 이걸로 먹을까 하고요; 유장은 얼굴을 구기고 잠깐 기다려봐, 하고 제빵실에 들어감. 그리고 제 동생이 최근에 조금씩 굽고 있는 비매품 소시지빵(ㅎ)을 한개 챙겨 서비스로 넣어줌. 점심으로 먹던가. 당뇨 걸린다. 야채도 먹고. 유기는 포장된 종이 봉투를 들고 얼떨떨하게 나옴. 그리고 옆좌석에 봉투를 놓고 출발하기 전에 한참 그 봉투를 바라보았음. 참... 다정한 사람이란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기는 이거 안 되겠다고 생각했음. 그렇게 생각한 사람한테 꼭 반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점심시간에 유기는 커피 한 잔과 같이 소시지빵을 우물거렸음. 소시지빵은 쫀득쫀득 하면서 부드러웠고 맛도 있었음. 그리고 후식으로 초콜릿 한 조각. 아... 짧은 시간인데도 굉장히, 행복한 느낌이었음. 유기는 자신이 큰일났다는 걸 깨달았음. 그리고 유장 씨도 큰일이 났다는 걸.

그 다음부터 유기는 베이커리에 얼굴도장을 찍기 시작했음. 처음처럼 막 대단한 걸 사지는 않았고, 그냥 소소하게, 디저트로 먹을 만한 걸 하나씩 샀음.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운동도 조금씩 더 늘렸음. 어쨌든 유장은 반기듯 반기지 않듯 덤덤히 유기를 맞아줬고 그건 유기를 기쁘게 했음. 그렇게 몇번을 보다가 유기는 툭 말을 던졌음. 술 한 잔 하고 싶은데 같이 하실래요? 지난번에 만난 술집을 가도 좋고 다른 데를 가도 좋았음. 같이만 가 준다면야. 유기는 약간 두근거리면서 생각했음.

아, 그럼 우리집에서 먹지.

이럴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는 뜻이었음. 유기는 약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기분으로 유장의 핸드폰 번호를 받았음. 일단 가게 끝나야 어딜 가든지 말든지 할거니까 나중에 연락하라는 뜻이었음. 유기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유장의 핸드폰에 자기 번호를 입력하고 전화를 걸었음. 유장의 번호가 핸드폰에 떠올랐고 유장은 가볍게 제 폰을 챙김. 그럼 이따 보자. 유장은 그렇게 말하며 반쯤 유기를 내쫓았음. 유기는 얼떨떨해 하며 약간 좀비처럼 걸어서 차로 돌아갔음.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르는 상태로 점심을 먹고 유기는 제 사무실로 돌아가 핸드폰을 열었음. 전화번호가 있었음. 사실 술 한잔 하자는 것도 기대 안 하고 한 발언이었는데. 첫 시작이 한 잔 하면서 만난 거니까- 하고 던져본 거였는데 집에까지 가고 번호까지 얻게 되다니. 유기는 핸드폰 위쪽을 이마에 대고 눈을 감았음. 그리고 머리를 뒤로 제껴 의자에 기댔음. 오늘 뭔가 되는 날이구나. 초콜릿을 아낌없이 쓴 타르트도 맛이 좋아서 유기는 한껏 들떠있었음.

그리고 저녁,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문자가 한 통 왔음. 나 좀 이따 가게 닫으려고 한다. 가게로 와. 유기는 가디건을 꿰어입고 신나서 가게를 향했음. 엑셀을 밟는 발이 날듯이 가벼웠음. 유장은 차를 가져온 유기를 보고 약간 부담스러운 얼굴을 했음. 그러나 어쩌겠어 집이 멀다는데. 한 번 재워준 사람 두 번 못 재워줄 게 뭐 있겠음. 유장은 유기의 조수석에 탔음. 유기는 좀 더 신이 나서 방긋 웃었음.

...술 그렇게 좋아하면 못 쓴다.

하하. 그 표현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유기가 웃었고 유장은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날거라며 약간 민망해 했음. 어쨌든 차를 타고 움직이니 집에는 금방 도착했음. 집 근처 슈퍼에서 간단히 안주거리와 술을 사고 둘은 집으로 들어갔음. 방 두 개인 집은 꽤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음. 유기는 괜히 집안을 두리번거렸음. 예전에 하루 자고 갈 때와는 꽤나 느낌이 달랐음. 유기는 조심조심 자리에 앉았음. 깡! 그리고 고개를 돌렸음.

씁. 안돼. 네 거 아냐.

강아지 한마리가 낑낑거리며 유장에게 달려들었음. 안 돼. 안. 돼. 유장이 끊어가며 말을 하고 방 한켠에 놓여있는 그릇에 사료를 와르르 쏟아주었음. 강아지는 그릇을 향해 달려들어 오독오독 사료를 먹었음. 유기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흠흠 목을 다듬었음.

강아지를 키우시는 줄은 몰랐어요.

키우는 애 아냐.

예?

유장은 사료 봉투를 여미며 말을 이었음.

엊그제 눈 왔잖아. 누가 버렸길래, 유비랑 데려왔어.

아...

유비가 오늘 약속 있대서 내가 밥 챙겨주기로 했거든. 아, 화장실도 치워야 하고.

내 사정대로 휘둘러서 미안하게 됐다. 유장이 말을 맺었음. 주워오는 버릇이 있구나, 이 사람. 자신도 그 중 하나였을 터이고. 유기는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숙였음. 그리고 얌전히 봉투를 열었음. 소주 몇 병과 안주로 할 만한 과자 몇 종. 자신이 산 육포와 맥주들.

유장 씨.

어?

마셔요, 우리.

유기는 웃으며 소주병을 땄음. 심장이 불안하게 두근거렸음.

다음날 유기는 침대에서 눈을 깜박이는 자신을 발견했음. 또 침대였음. 남의 자리를 차지한 것 같이 심장이 묵직했음. 유장은 이미 출근한 건지 코빼기도 뵈지 않았음. 유기는 서운함을 느끼다 조소했음. 뭘했다고 서운해 하나.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유기는 거실을 보았음. 상이 차려져있었음. 그리고 메모지가 한 장.

-먼저 출근해야 해서 나간다. 유비가 끓인 해장국인데 먹던가. 개 밥 좀 주고 가라.

그리고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가 적혀 있는 종이. 유기는 종이를 소중히 지갑에 넣고 발을 돌렸음. 그리고 사료를 우르르 쏟아주었음.

...너나 나나다.

강아지는 아작아작 사료를 먹기 바빴음. 유기는 그런 강아지를 바라보다 식탁 앞으로 자리를 옮겼음. 그리고 우물우물 식사를 했음. 핸드폰에는 아버지에게서 온 전화가 몇 통 있었음. 유기는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음. 신호음이 몇 번 가다가 받는 소리가 났음. 여보세요.

아버지 저에요. 예.

유기는 눈을 깜박였음.

저 며칠 밖에서 자려구요.

그리고 덤덤하게 폭탄을 떨궜음. 아, 이 나물 무침 맛있네. 유기는 그렇게 생각했음.

-

...너 아직 안 갔냐.

집 열쇠가 없으니까요.이 집에 훔쳐갈 게 뭐 있다고. 유장은 좀 얼굴을 찌푸리며 신발을 벗었음. 유기는 빙그레 웃으며 유장이 벗은 외투를 은근슬쩍 받아들었음. 유장은 좀 눈치가 이상한지 콧등을 긁었음.

얼른 가, 나도 왔으니까.

아, 그래서 말인데요, 유장 씨.

유기는 녹일 듯이 웃었음.

저 혹시 며칠 재워주실 수 있나요?

...호텔로 가지 왜.

부잣집 도련님인 것 같던데. 유장이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며 말했음. 유기는 소리내어 웃었음. 외투를 옷걸이에 걸며 유기는 말을 이었음.

여기가 익숙하기도 하고요, 밥도 맛있고.

...너 유비한테 마음이라도 생겼냐?

유장이 의심스럽게 말해서 유기는 기가 막혔음.

저 유비 씨 뵌 적이 거의 없는데요..

유비가 해 준 밥이 좋다며.

그래도요.

흠.

숙박비 받을 거다. 유장이 말했음. 유기는 픽 웃으며 사료 봉투를 꺼냈음.

뭐, 여기서 머무는 데 사심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어요.

뭐?

좋아하거든요, 제가.

사료가 와르르 쏟아졌음.

유장 씨를.

유기는 고개를 돌렸음. 강아지가 쪼그려 앉은 유기의 팔과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서 깡깡 짖었음. 유장이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 굳어서 국이 끓다 못해 넘쳤음.

안 돼.

그건 이유도 묻지 않고 재워주겠다고 한 사람 치고는 꽤 단호한 한 마디였음. 밥을 먹다말고 유기는 예? 하고 되물었음.

나 좋아하는 거, 안 된다고.

그렇다고 하셔도...

접어.

유기는 난처하게 웃었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게 움직이면 얼마나 좋겠어요. 유기는 자신의 옆까지 온 강아지를 조심스레 쓰다듬어주었음. 강아지는 비키지도 않고 오히려 발랑 드러누웠음. 귀여워라. 유기는 강아지를 약간 긁듯이 쓰다듬었음.

적당히 해.

예?

유장이 반쯤 턱짓으로 강아지를 가리켰음. 유기는 손을 멈췄음. 강아지가 헥헥 거렸음.

왜요? 귀여운데.

어차피 며칠 있으면 다른 집 갈 애야. 여기 너무 정 붙이면 힘든 건 걔야.

유장은 덤덤히 말하고 수저를 내려놓았음. 유기는 끙끙거리는 강아지를 내려다보았음. 강아지는 여전히 헥헥거리고 있었음.

내가 잘못하는 것 같니?

강아지가 대답하듯 짖었음. 그러고 보니 너는 이름도 없구나. 유기는 새삼스레 생각했음. 왠지, 유장이 안타까웠음.

-

유기는 머뭇거리다 방에 들었음. 이전에 이 집에서 잤던 두 밤은 다 자신이 정신을 잃은 후에 잠자리에 들었었다. 즉, 남의 침대를 빼앗는다는 죄책감을 한껏 느끼기에는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던 것이었다. 유기는 다시 입을 떼었다.

유장 씨, 제가 거실에서 잘게요.

됐어. 익숙하니까.

형, 그냥 내 방에서 자라니까.

유비가 입을 삐죽거렸다. 오늘도 좀 늦게 들어오긴 했지만 유비는 어제보다는 일찍 들어온 편이었다. 유기를 보고도 아, 어제 집에 계시던 분. 하고 반갑게 맞을 뿐 그 이상 놀란다거나 하는 반응은 없었다. 이 집안은 전체적으로 이렇게 순한 면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유비조차 꽤 강경하게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은 거실이 방보다 추운 편이었다. 며칠동안이나 계속 찬 데서 자는 것이 몸에 좋을리가 없었다.

오랜만에 같이 자자니까, 형.

유장 씨.

방으로 들어오세요. 유기는 꽤나 간절하게 말했다. 유장은 귀찮다는 듯이 벌렁 드러누워 손짓을 했다.

둘 다 들어가서 자라. 특히 유비 너, 내일 신메뉴 만든다며. 얼른 자.

유비는 풀이 팍 죽어서 터덜터덜 방으로 들어갔다. 유기는 잠시 유장을 바라보다 발을 옮겼다. 그리고는 유비의 방문을 노크했다.

유비.

응?

요 한 채 남는 거 없을까요?

어? 요는 있긴 있는데...

좀 쓸게요.

뭐하려고 넌 또.

유장이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음. 유기는 맑게 웃었음.

유장씨가 나와 주무시면, 저도 나와서 자죠 뭐.

요도 있고 이불도 있는데 어때요.

...골치 아픈 놈.

유장은 투덜거렸음.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들었음.

내가 바닥에서 잘거다. 이건 타협 안 해.

그건 좀 곤란한데...

유기는 얼굴을 긁었지만 유장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음. 이불 내려놓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자 유비는 눈을 반짝거리며 와아, 소리를 냈음.

형 이기는 사람 처음 본 거 같아!

유장씨가 져주는 거에요. 다정하니까.

그치! 우리 형 좋은 사람이라니까!

유비는 헤헤 웃으며 자야겠다고 들어갔음. 유기는 벽에 기대서 저 사람을 어떻게 침대로 들이나 고민했음.

방에 들어가자 유장이 벌써 잠들어 있었음. 많이 피곤한 모양이었음. 눈만 감고 있는 건지 보려고 유기는 유장의 눈 앞에서 휘휘 손을 저었음. 유장은 반응하지 않았음. 눈을 찡그리긴 했지만 잠에서 깨지는 않을 것 같았음. 유기는 유장을 슬쩍 안아들어 침대로 옮겼음. 슬쩍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유장이 깨지 않아서 다행이었음. 유기는 요 위에 누워서 이불을 덮었음. 그러다 문득 거실에서 자고 있을 강아지가 생각났음. 정 붙이지 말라곤 했지만. 유기는 조심스레 강아지를 방 안으로 불러들였음. 강아지는 헥헥거리며 신나게 방안으로 들어왔음. 그리고는 이불 구석에 몸을 말았음. 유기는 픽 웃으며 불을 끄고 다시 요 위에 눕고 이불을 덮었음. 유장의 손이 침대 밖으로 나와있어서 유기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았음. 상처 많고 굳은 살이 박혀있는 손을 보니 유기는 기분이 이상해졌음. 잠시 눈을 어둠에 익히듯 손을 바라보다, 유기는 조심스레 손 끝에 제 손을 얽었음. 유장씨. 유기가 속삭이듯 불렀음. 당연하지만 유장의 반응은 없었음. 좋아해요. 그리고 유기는 푸스스 웃었음. 그리고 유장쪽을 향해 누워서 잠을 청했음.

일어났을 때 유장이 있는 것은 처음이어서 유기는 자신이 죽어서 천국에 온 걸까 잠시 생각했음. 유장은 고른 숨을 쉬며 자고 있었고, 유기는 핸드폰을 보고 시간을 확인했음. 오전이 아예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꽤 늦은 시간이었음. 이렇게 자 본 것도 드물 거 같은데. 유기는 생각해며 유장을 살살 흔들어 깨웠음.

유장 씨. 유장 씨 일어나세요.

...왜...

가게요, 늦으신 거 아니에요?

...오늘 휴일이야...

아. 그러고 보니 휴일이라는 게 있지 참. 유기는 머쓱해져서 큼큼 헛기침을 했음.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음. 발치에 있던 강아지가 없었음. 유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음. 강아지가 신나게 돌아다니고 있어서 유기는 강아지를 좀 진정시켜야 했음. 방이 굉장히 어지럽혔다고 하기엔 좀 애매하긴 했지만, 어쨌든 어지른 건 맞았음. 이걸 어떻게 치워야하나. 생각하는데 유장이 하품을 하며 방 밖으로 나왔음.

더 주무시는 게 낫지 않아요?

됐어. 다 깼다.

유장은 덤덤히 말하고 얼굴을 찌푸렸음. 이 개 같은 게 진짜... 아, 개지 참. 유장은 중얼거리며 팔을 걷고 방을 정리했음. 널려 있는 휴지조각이나 그런 것들. 유기는 유장을 도와 간단하게 정리를 했음. 개가 신이 나서 유기와 유장을 따라다니며 깡깡 짖었음. 그렇게 시끄러운데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유비도 어지간히 피곤하거나 이미 나간 모양이었음.-유장이 확인한 바 후자였음-집안에 식재료는 물론이고 딱히 먹을만한 게 없어서 둘은 라면이라도 사 오기로 했음. 물론 강아지는 있는 사료를 먹었고. 그러다 문득 유기는 물었음.

유장씨.

어?

이 집에 혹시 개 목줄 있어요?

-

강아지가 한껏 신이 나서 자꾸 속도를 높이려 해서 유기는 목줄을 몇 번이나 잡아당겨야 했음. 유장은 그걸 바라보다 코 끝을 문질렀음.

너무 응석 받아주면 안 좋다니까.

그래도 아까 그렇게 어지른 거 보셨잖아요. 운동 좀 하고 나면 덜 그렇겠죠.

...너 개 키우냐?

본가에서, 예전에요.

유기가 웃으며 말했음. 유장은 흠, 하고 소리를 내고는 더 말하지 않았음. 집 근처 편의점까지는 금방이었음. 다만 문제는 편의점 문 앞에 붙어있는 반려동물 출입 금지 표시였음. 유기는 그 앞 벤치에 잠시 앉아있기로 했음.

날이 차서 주머니에 넣을 수 없는 손이 얼어붙듯 시렸음. 유기는 주변을 빙글빙글 돌듯 돌아다니는 강아지를 보며 웃었음. 유기는 고개를 숙이고 이리와, 하고 강아지를 불렀음. 강아지가 알아들을리는 없었고, 실제로 알아듣지도 못했음. 유기는 다정하게 한 번 더 불렀음. 이리와, 옳지. 앉아. 앉아-.

너 뭐하냐?

유기는 퍼뜩 고개를 들었음. 유장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서 있었음.

아, 그냥... 가르쳐 보고 싶어서요.

......

유장이 한숨을 토하듯 숨을 쉬어서 입김이 모락모락 피어났음.

네가 키울래?

...어쩔까요.

그러는 게 좋긴 했다. 강아지도 자기와 정이 많이 들었을 터이고, 자신도 부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이 한 생명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을런지. 유기는 고민했다. 쯧, 유장이 혀를 찼다. 유기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많이 배고프냐?

갑작스런 질문에 유기는 대답을 골랐음.

아뇨, 지금 당장은 괜찮아요.

그럼 한 바퀴 돌고 들어가자. 쟤 진 좀 빼고 들어가야지 아니면 집 또 난장판 되겠다.

유기는 몇 번 눈을 깜박였음. 유장은 먼저 뒤를 돌았음. 겨울 칼바람에 귀가 얼어서 새빨개져 있었음. 유기는 그게 마치 무슨 징표 같아서 기분이 들떴음. 유장씨, 같이 가요! 강아지가 유기의 말에 따라 붙듯 짖었음. 그날은 그렇게 평화롭게 흘러갔음. 물론 산책을 했지만 강아지는 소소하게 사고를 많이 쳤고-일단 목욕을 시킨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유기는 생각했음. 말로 하지는 않고, 생각만-유장과 먹는 밥은 맛있었음. 저녁에 장을 보고 유비의 요리를 돕기도 하고, 유장이 하는 여타의 집안일을 돕기도 했음. 그러나 그 다음날은 그러지 못했음. 둘 다 새벽같이 출근을 하는 사장님이셨기 때문에 함부로 말릴 수도 없었음. 자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실내에서 강아지와 놀아주는 것도 한계였음. 유기는 잠시 고민하다 강아지와 눈을 맞추었음.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었음. 유기가 웃었음.

우리 산책갈까?

그 말은 또 알아들었는지 강아지가 짖었음. 명랑한 소리에 유기는 소리내어 웃었음.

목줄을 채우고 비닐봉지를 챙긴 유기는 현관을 나섰음. 유비가 알려준 예비 키로 문을 잠그고 유기는 집을 나섰음. 강아지가 앞장서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신나게 걸었음. 그러다보니 유기는 문득 깨달았음.

여기가 어디지? 좀 너무 흥분했었던 모양이었음. 유기는 볼을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았음. 주택가가 쭉 늘어서 있는 것이 길을 잘못 든 모양이었음. 어느 쪽으로 왔더라? 지형지물은 대략 기억이 나는데 그게 어느 골목인지가 정확하지 않았음. 주머니를 뒤지자 핸드폰이 없었고 카드 한 장이 덜렁 있었음. 그래도 근처에 편의점이 있어서 다행이었음.-이번에는 반려동물 금지 표시가 없었음-유기는 간단한 마실거리를 사며 물었음. 요 근처에 도원 베이커리가 어디쯤이에요? 편의점 점원은 다행히 도원베이커리를 알고 있었고 친절하기까지 했음. 유기는 가르쳐준 방향대로, 이번에는 강아지에게 이끌리지 않고 갔음. 강아지는 유기를 잘 따라와 주었음. 내가 너를, 책임질 수 있을까? 유기는 긍정으로 기운 고민을 했음. 도원 베이커리를 찾으면 집을 찾는 것은 금방이었음. 유기는 안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는 유비에게 손을 흔들었음. 유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음. 아, 나올 줄 몰랐나. 유기는 방긋 웃어주며 베이커리를 지나 집을 항했음. 다음 순간 유기는 뒷덜미를 채였음. 미끄러져 넘어질 뻔 했지만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음. 유기는 몸을 조금 돌려 곁눈질로 뒤를 보았음. 뛰었는지 헐떡헐떡 숨을 쉬고 있는 유장이 보였음. 유기의 눈이 동그래졌음.

너, 너 어디 갔었어.

예? 유장 씨 잠깐만.

어디 갔었어?

유장은 약간 간절한 듯이 물었음. 유기는 입을 열었음.

잠깐 얘 좀 산책시키러...

그럼 간다 안 간다 말을 했어야 할 거 아냐! 전화도 안 받고 내가 얼마나...!

유장의 말이 뚝 멈추었음. 유기의 눈이 더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음.

유장 씨.

......

유장이 손을 놓았음. 유기는 아까보다 편해진 호흡으로 숨을 쉬었음. 그러나 유장의 호흡은 여전히 헐떡거리고 있었음. 이상하지, 분명히 한겨울이라 볼이 빨갛게 얼어있어야 정상인데 하얗게 질려있었음. 유장은 눈을 깜박였음. 유기는 입을 떼었음.

유장 씨, 지금...

나가.

유장이 말을 잘랐음. 유기는 예? 하고 반문했음.

집에서 나가. 돌아가.

유장 씨.

지금 당장. 우리집에 있는 물건은 택배로 부쳐 줄테니까. 너희 집으로 돌아가.

유장, 유장 씨.

개는, 베이커리에 두고 가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유장 씨!

유기가 화를 내었음. 그러나 유장은 멈추지 않았음.

왜 이러시는 거에요!

장난은 적당히 쳐, 승리자 씨.

유장이 낮게 말했음. 유기는 영문을 모르고 눈을 깜박였음. 날이 추운 것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음. 유장이 말을 이었음.

기대게 만들지 말라고.

유장,

돌아가.

집에 갔는데 있으면 경찰 부를 거야. 유장은 거기까지 말하고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가 버렸음. 유기는 혼자 길에 덩그러니 남겨져 어쩔 줄을 몰랐음. 유기는 결국 택시를 잡아 본가로 돌아가야 했음. 강아지는 다행히 자신을 잘 따랐고 집에는 이미 키우는 개가 몇 마리 있어서 관리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었음. 유기는 한숨을 쉬며 강아지를 쓰다듬었음.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강아지는 별 반응을 하지 않고 쓰다듬어지는 걸 즐기는 듯 보였음. 그날 저녁 유기는 유비와 통화할 수 있었음. 형이 많이 화났나 봐... 걱정 많이 했거든. 갑자기 없어졌다고. 무슨 일 생긴 거 아니냐고. 유기는 웃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다정하게 말했다. 그런 거군요. 유장 씨가 다정하셔서. 하지만 얼굴은 굳어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었을까. 유기는 깊어지려는 한숨을 간신히 억눌렀음. 거실에 있는 소파에 눕자 강아지가 유기를 타고 올랐음. 유기는 강아지의 턱 밑을 긁어주며 어떻게 해야 유장이 화를 풀까 고민했음. 그리고 일단 다음날 베이커리를 찾아가기로 했음. 출근하기 전에 잠깐 들려서 이야기 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날, 택배가 집에 도착했음. 유기의 핸드폰과 이것저것 유기가 사용했던 물건이 깨끗하게 포장 되어 유기의 방문 앞까지 도착했음. 유표는 웬 택배냐며 유기에게 물었지만 유기는 도통 대답을 고를 수가 없었음. 갑자기 차였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가까이 가지도 않고 축객령을 들은 기분이었음. 오지 마. 그 세 글자가 이리도 강력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음.

-

유기는 자신이 약간 꿈 속에 있는 것 같다고 느꼈음. 정확히 말하면 상태가 꽤나 몽롱했음. 평소처럼 출근하고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도 넋을 어디다 빼 둔 것 같았음. 아픈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고 일은 착착 잘도 굴러갔음. 그렇지만. 그래도. 유기는 자기 넋을 어디다 빼 두었는지 알고 있었음. 그러나 오지 말라고 하는 걸.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는 걸. 걱정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니었음. 아니면 자신이 역시 뭘 잘못한 걸까. 유기는 어쩐지 수렁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음.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봄. 생각하니 입 안이 깔깔했음. 거푸 차를 마시다가 유기는 다과로 같이 나온 쿠키를 보았음. 초콜릿. 문득 유장이 만든 초콜릿이 생각 났음. 오지 말라고는 했지만, 유기는 마음을 다잡았음. 나가셨을 때 베이커리에 살짝 들르면 되지 않을까. 정 못하겠으면 비서를 보내는 방법도 있을텐데 유기는 끈을 도저히 놓지 못했음.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유기는 안절부절 하지 못했음. 시간이 땡치자 마자 유기는 점심을 먹고 오겠다며 자켓을 입었음. 점심시간을 통으로 할애해야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 유기는 급하게 차에 시동을 걸었음. 그리고 한달음에 베이커리를 향했음. 뛴 것도 아닌데 심장이 두근거렸음.

어서오세- 앗 유기!

유비가 반갑게 유기를 맞았음. 유기는 왠지 맥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음. 유기는 더듬더듬 물었음.

안녕, 유비. ...유장 씨는?

형 점심 시키러 나갔어.

아, 그렇구나. 하긴 점심은 드셔야지. 유기는 웃기 위해 애썼음. 그리고 쇼케이스를 향했음.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음. 초콜릿으로 예쁘게 장식 된 것들이 유장의 솜씨겠지, 생각하니 괜히 또 귀여웠음. 유기는 하나하나 가리키며 말했음.

이거랑 이거 주세요. ...그리고 초콜릿도.

네에 잠시만요!

유비가 포장을 하려는데 딸랑,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났음. 유기는 뒤를 돌아보았음. 유장이 봉투를 들고 서 있었음. 유기는 말문이 막히는 기분이었음. 분명히 뭐라고 말할 거라고 생각하고 왔었는데. 그게 다 날아가 버리는 느낌이었음. 유장의 얼굴이 찌푸려졌음.

...왜 또 왔냐.

...그게.

아이 참. 형! 손님이야!

유장은 못마땅한 듯 유기을 쳐다보다 고개를 홱 돌렸음. 그리고 카운터에 봉투를 올렸음.

자, 먹고 싶다고 한 햄버거.

형 최고!

유비가 신이 나서 외쳤음. 유장은 픽 웃으며 카운터로 들어가 포장을 마무리했음. 유기는 그런 유장의 손놀림을 멍하니 보았음. 단단한 손가락이, 이리저리 움직여서.

...□□원입니다, 손님.

아.

유기는 주섬주섬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음. 영수증이 나오는 소리가 나면서 유기는 일분 일초가 급해졌음. 뭐라도, 말을 걸어야 하는데-

참.

유비가 문득 입을 열었음.

그러고보니 쫑이 유기가 데려갔어?

쫑이...?

유기는 눈을 깜박이다 아, 하고 탄성을 내었음. 그 강아지, 이름이 쫑이인가.

네, 제가, 데려갔어요.

다행이다! 난 또 어디 간 줄 알구. 물어본다는 걸 깜박해서.

유비가 웃었음. 유기는 새삼스럽게 신기했음. 이름이 있었구나, 그 강아지. 유장이 고집스럽게 그 이름을 부르지 않았던 것 뿐이구나. 유기는 유장을 돌아보았음. 유장이 영수증을 찢어서 유기에게 카드와 함께 내밀었음.

안녕히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유장은 반쯤 이를 악물고 이야기 했음. 유기는 카드를 받아들고 유비에게 말했음.

유비.

응?

유장 씨는, 얼마나 고집이 세?

형? 되게 황소 고집이지.

쓸데없는 소리 마. 넌 얼른 가.

유장 씨.

유기는 입꼬리를 최대한 끌어 올렸음.

아시겠지만요.

...뭘,

좋아합니다.

유장이 말문이 막힌 표정을 지었음. 유비가 입을 한껏 벌렸다가 둘을 번갈아 보았음. 유기는 말을 이었음.

정 주기 싫어하시는 거 알아요. 그치만.

....

그냥... 곁 만이라도 내주시면 안 될까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유기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음. 유장이 고개를 숙였음. 그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 말했음. 나가. 유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음. 내일 또 올게요. 그리고 가게를 나섰음.

유기는 그 다음날 같은 시간에 찾아왔음. 유장은 시선을 던졌다가, 그냥 보통의 손님을 대하듯 덤덤히 계산을 해 주었음. 오히려 유비가 더 혼란하고 고민하는 것 같아 보였음. 유기는 봉투를 받아들다 목소리를 쥐어 짰음.

...내일 또 올게요.

......

유장은 대꾸도 무엇도 하지 않았음. 시선조차 주지 않아서 유기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음. 유장은 포스기 앞의 의자에 자리를 잡으려 하고 있었음.

거절이 없다는 건 좋은 일인데 왜 이리 마음이 좋지 못한지. 유기는 다음날은 강아지를 대동하고 갔음. 같은 시간이어서 그런가, 오늘은 유장이 없었음. 계산대 앞에서 유비가 입을 삐죽였음.

강아지는 못 들어와요.

아.

어쩌지, 유기는 강아지를 내려다보며 문 앞을 서성였음. 유비는 한숨을 포옥 쉬고는 문 앞으로 가서 강아지 앞에 쪼그려 앉았음. 쫑아, 잘 지냈어? 묻는 것이 퍽 유비다워서 유기는 유비에게 말을 건넸음.

쓰다듬어 볼래?

근무 시간 중이라.

...유장씨는?

유비가 입을 삐죽였음.

형은 잠깐 나갔다 온다고 시간 맞춰 나갔어.

...그랬구나.

이쯤 되면 자기가 정말 잘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음. 유기는 쓸쓸하게 웃었음. 유장이 만들어 내는 초콜릿은 달콤 쌉쌀한데, 왜 자기는 쓰기만 한 건지 유기는 도통 모르겠다고 생각했음. 유기는 강아지와 조각 케이크를 들고 집을 향했음. 그리고 밖을 향했음. 이별하는데 제일은 역시 술이었음.

-

유장은 간단히 동네를 몇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갔음. 해는 진 지 오래고 오늘은 케이크 소진이 빨라서 베이커리 문도 일찍 닫았음. 유기도, 보지 않았고. 잠시 발을 멈추었던 유장은 다시 발을 옮겼음. 그럭저럭 괜찮았던 하루라고 생각하다 유장은 문득 자리에 섰음. 집 앞에는 색이 노란 가로등이 하나 있어서 문 바로 앞을 비추고 있었음. 평소에는 그걸 흡족해 했었는데 오늘은 아니게 될 것 같았음. 한 사람이 문 앞에 쪼그려 앉아있었음. 취객인가. 유장은 얼굴을 찌푸리고 슬슬 그 사람 쪽으로 다가갔음. 가까이 가자 술냄새가 확 풍겼음. 이봐요. 유장은 취객의 어깨를 흔들었음. 그러자 취객이 고개를 들었음. 유장은 일순 모든 게 멈추었다고 느꼈음. 눈 앞에서 유기가 헤실헤실 웃고 있었음.

...유장, 유장 씨.

유기는 혀가 꼬이는지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음. 유장은 눈을 깜박였음.

재성, 재송해요... 이렇게 갑자기 찾아, 와서...

야, 너 무슨...

이건 입에다 술을 들이부었나. 유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흘렸음. 택시라도 잡을까 싶었지만 이 길도 좁은 주택가에 이 시간에 올 택시가 있을지도 의문이었음. 유장은 할수 없이 유기의 팔을 잡았음.

일어나.

유장 씨.

유기가 방긋 웃었음.

저희, 처음 만났을 때 같다. 그죠.

유장은 유기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음. 외롭고 슬프다고 호소하는 유기를 집어다가 제 방에 던저놓았던 게 떠올랐음. 유기가 말을 이었음.

유장 씨 좋아해요.

......

보고 싶었어요.

...그만해.

유장은 유기를 일으키려고 노력하며 말했음.

금방 지나갈 거, 적당히 해라. 너무 애쓰지 말고.

유장 씨...

유기가 고개를 더 치켜 들었음. 유기와 유장의 눈이 마주쳤음. 유기의 눈에 물기가 어려있었음.

저는, 잘 모르겠, 어요.

......

저는 유장씨를 좋아하는데. 그냥 그 뿐인 건데 왜...

난 안 돼, 도련님.

난 그런 거로는 못 견뎌. 유장이 쓸쓸히 웃었음.

곁만 내달라고 했었지.

......

그럼 내가 너를 집어 삼킬 거야.

무리야 그런 건. 너도 내 욕심이 질릴 테고, 내 욕심이 아니어도 곧 떠나겠지. 난 못 견뎌, 그런 거.

말하다 유장은 미간을 찌푸렸음. 취한 사람 잡고 자신이 뭘 하는 것인지. 유장은 쪼그려 앉아 어깨에 유기의 팔을 둘렀음. 그리고 유기의 등에 팔을 두르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유기가 반쯤 억지로 일으켜졌음. 유기가 다른 한 팔을 간신히 가누어 유장의 손에 제 손을 닿게 했음. 손 끝이 차가웠음.

유장, 씨.

......

집어 삼켜도 돼요.

뭐,

저는 유장 씨가.

저를 더 욕심 내줬으면 좋겠어요. 유기가 목을 못 가누는지 고개를 유장의 어깨에 부볐음. 유장의 얼굴이 화닥닥 달아올랐음.

유장 씨는 좀,

뭐, 뭐.

너무 다정한 거 같아요.

욕심 내 줘요 유장씨. 유기는 빙긋 웃었음.

유장 씨가 다정해서 좋은데 다정해서 싫어요...

...주정 그만 해.

유장 씨...

유기가 속살거렸음.

저 말고 다른 사람은, 안 주우셨으면 좋겠어요.

그건 거의 꺼질듯한 소리였음. 그리고 유기가 푹 힘을 잃었음. 잠이 든 모양이었음. 유장은 그런 유기를 바라 보다 몸을 좀 옮겨서 아예 유기를 업었음. 그리곤 한숨처럼 중얼거렸음.

이렇게 손이 많이 가서야 하나도 많다 진짜.

그리고는 현관을 열었음. 눈송이가 하나 두 개 날리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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