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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민호는 다음날 아침 일찍 퇴원 할 수 있었다. 폼프리 부인은 아침을 차려준 후에 부산스레 옆 침대의 환자를 깨웠다. 오 토마스 이제 일어나야지 열도 많이 내려갔구나. 아침은 식당에 가서 먹겠니? 토마스- 옆 침대의 환자는 어젯밤부터 참 희한한 경험을 민호에게 많이 안겨주고 있었다. 민호는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폼프리 부인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폼프리 부인은 괜찮겠니? 하고 물어보면서도 저쪽에서 눈을 뗄 수 없는지 미안한 얼굴로 민호를 문 밖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쫓기듯 병동 안으로 돌아갔지만, 여튼 그랬다. 민호는 제정신으로는 처음 보는 호그와트를 가로질러 배를 향하기로 했다.

반면 토마스는 별로 괜찮지 못했다.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머리가 지독하게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몸이 나른하게 흘러내릴 것 같았다. 온 몸이 다 아파와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는데 그게 다 네임 때문이었다니- 그놈의 네임이 뭐라고. 네임을 확 파 내어 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열이 내린 후에는 좀 진정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한참 앓았던 여파가 있는지라 몸이 어째 축축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폼프리 부인이 먹는 것을 봐야겠다며 나오기 직전에 먹인 끔찍한 맛의 사이클 억제제 덕분에 성대한 아침밥상을 앞에 두고 토마스는 식탁 위에 웅크려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잘 하는 짓이다."

"트리샤아아아."

토마스는 애교 떨듯이 트리샤에게 칭얼거렸다. 트리샤는 거의 경멸하는 표정으로 자신이 덜어놓은 샐러드 접시를 토마스 쪽으로 밀어냈다. 그걸 제 앞으로 끌어당기지도 못하고 토마스는 다시 앞으로 엎어졌다. 척이 걱정스레 스프 접시를 토마스를 향해 밀었다.

"열도 이제 다 내렸다며. 괜찮아?"

"별로 안 괜찮아..."

토마스가 징징거렸다. 척이 걱정스레 쳐다보는 것과 대조되게 트리샤는 머리를 넘기고 콧방귀를 흥 뀌며 제 접시에 다시 샐러드를 퍼 담았다.

"엄살은. 열도 다 내렸는데 얼마나 아프다구."

"아냐 갤리랑 죽어라고 싸웠을 때 같은 기분이야. 온 몸이 작신작신 밟힌 것 같다고."

"오 그래. 그렇담 그 때도 네 잘못이었다는 건 기억 나지?"

토마스는 다시 합죽이가 되었다. 그야 숲 속에 들어간 건 제 잘못이었지만... 심지어 척하고 트리샤까지 끌어들이는 바람에 6, 7학년생들까지 죄다 끌려 나온 건 알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그나마 할 말이 있었다.

"...근데 이건 내 잘못은 아니잖아."

소울메이트의 이름이 새겨지는 네임이 언제 어떻게 발현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시험 볼 때 까무라치는 학생도 한 학기에 한 두명씩은 나오는 판에 학기 초에 발현 되었다고 그게 꼭 토마스를 뭐라고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교수들은 다행으로 여길 일이었다. 특히 이 호기심이 넘치다 못해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정신을 못 차리는 이 사고뭉치라면 더더욱. 트리샤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치만 초반에 열이 살짝 날 때 말 안 한 건 네 잘못이지."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이제는 열 많이 식었다고 하니까. 그래서 네임은 어떻게 돼 토마스?"

척이 말을 돌렸다. 트리샤는 조금 못마땅한 듯 했지만 표정을 풀고 포크로 감자 샐러드를 조금 퍼올렸다. 토마스도 조금 정신을 차려서 그래도 얼굴은 들어올린채로 우물우물 웅얼대고 있었다. 아니 그게.

"등에 생겼대. 뭐라고 하더라, 견갑골 근처? 그 근처라고 하는데 이름이 희한해서. 어디 이름인지도 모르겠어."

"어? 무슨 이름이길래?"

척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궁금증을 표했다. 계란과 감자를 버무린 샐러드를 우물거리던 트리샤가 포크를 공중에서 휘저어 댔다. 폼프리 부인이 뭐라고 했더라- 그러니까. 멍하니 공중을 보던 토마스의 눈에 초점이 잡히면서 문득 후플푸프 테이블에서 걸어나가는 키 큰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 갤리다."

척이 갑작스레 기침을 해 대기 시작해서 토마스는 영문을 모른채 엉덩이 걸음으로 옆자리를 향해야 했다. 바로 앞의 트리샤에게서도 아우치! 하고 포크에 찔린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토마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니들 갑자기 왜 이래 더럽게. 니 소울 메이트가 갤리라고?! 미쳤어? 아냐!

그리핀도르 테이블이 갑작스레 시끄러워지기 시작해서 갤리는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 토마스 저 놈 또 저거. 갤리는 얼굴을 찌푸렸다가 그냥 연회장 밖으로 나왔다. 갤리와 토마스는 안면이 깊을 수 밖에 없었다. 갤리의 지향점은, 머글 말로 하자면 의사였다. 치료 마법사. 성 뭉고병원. 정 안 된다고 한다면 연구라도 하고 싶었다. 덕분에 가끔 병동에서 폼프리 부인의 조언을 듣는 날이 있었고, 그 때마다-한두 번도 아니고 그 때마다-병동에 있는 토마스와는 싫어도 안면을 틀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주 사사건건 하라는 것 하지 말라는 것 가리지 않고 골라서 저지르는 놈이 토마스였던지라 치료 마법과 마법약에 다른 동급생보다 능통한 편인 갤리는 퀴디치 응급처치 팀부터 다른 애들한테 불려가기까지 자주 볼 수밖에는 없었다. 덕분에 작년에는 아주 거하게 치고받고 싸웠지만 말이다. 고쳐주는 사람을 뭘로 생각하는 걸까 저 똘추는.

복도를 따라 올라가고 있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뒤통수를 잡아당겨서 갤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예쁜 금발머리의 하얀 피부, 덤스트랭 제복이었다. 아, 어제 덤스트랭 맨 앞에서 불꽃을 휘두르던 그-, 그리고 마지막에 말을 걸었던, 그, 이름이.

"어제 통성명을 못했지? 뉴트라고 해. 덤스트랭 7학년."

"아, 어. 응. 뉴트."

갤리. 아, Galley1가 아니고, Gally. 후플푸프 7학년. 어째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했더니 이름을 아예 들은 적이 없었던 거였다. 대화를 천천히 되짚으며 갤리는 손을 내밀었다. 저기 이거 너희 학교 넥타이 인 것 같은데. 어 슬레데린 거네. ...난 후플푸프라. 일단 교수님한테 여쭤볼게. 아, 미안. 일단 보이는 대로 건네 준 거라. 이름이? 갤리. ....그래, 갤리. 그래 확실히 이름을 들은 기억이 없었다. 손이 맞잡혔다.

"어제는 고마웠어. 기숙사도 착각했는데."

"-아니, 뭐."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갤리는 어눌하게 말하고 손을 뺐다. 묘하게 마디가 굵은 손이 갤리의 손을, 일반적인 악수보다 꾹 잡고 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뉴트는 어색한 갤리의 얼굴을 보고, 씩 웃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 하고는 다음에 또 보자며 인사를 하고 뒤돌아 갔다. 갤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잠시 손을 봤다가, 다시 뒤돌아서 기숙사를 향했다. 갈색 눈이 묘한 빛을 띄고 있어서 어째 영 찜찜한 기분이었다. 착각이겠지. 갤리는 잡히지 않았던 손으로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뉴트는 그 뒤통수를 잠시 바라보고는 복도를 꺾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일단 아침식사 시간이길래 급하게 배에서 아침을 해치우고 식당까지 와 봤는데 생각보다 운이 좋았다. 진짜 볼 줄이야. 뉴트의 눈동자가 눈 안으로 곱게 접혀들어갔다. 갤리, 갤리라고. 갤리. Gally. 갤리.

뒷마당을 가로질러 호수를 향하다 어떻게 길을 잘 찾아온 민호를 만나 뉴트는 등을 퍽 쳤다. [아 시발. 아프잖아!] 버럭 모국어로 화를 낸 민호에게 뉴트는 곱게 웃어주었다. 민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떨떠름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야 너 뭐 잘못 먹었냐? 억제제 먹은 건 난데 왜 네가 기분이 더러워? 민호가 물어대었지만 뉴트는 웃었다. 웃고, 웃고, 웃다가, 배 안에 발을 들이고서 민호, 하고 뉴트는 팔뚝을 걷어젖혔다. 아아.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밤에 병동에서 밤을 지새울 민호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배 안의 이인실에서 손톱을 깨물며 초조하게 방 안을 맴돌았었다. 갤리, 갤리라고. 갤리. Gally. 갤리. 이름을 스펠링까지 물어봤어야 했나, 아냐, 그럼 수상해 보일텐데. 악수라도 해 볼 걸 그랬나. 갤리, 갤리. 민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드디어 네 노예선(Galley)이 납셨군."

뉴트는 웃었다. 아주 환하고 달콤하게. 7살에 홍역을 앓듯이 이틀간 열을 앓았을 때 처럼 환하게 뉴트는 웃었다. 그 때 이후로 팔뚝에서 지워지지 않는 까만 이름의 주인이 드디어 나타나서 뉴트는 이제야 배가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1. 지중해에서 사용 된 범선. 주로 전쟁포로나 노예가 노를 젓게 해 이동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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