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트리위저드 시합의 개관은 엄숙하지만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둔탁하게 깎아놓은 나무잔에, 나무잔을 직접적으로 태우지 않는 불이 붙어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불의 잔이었다. 트리위저드 시합을 위해 타오르고, 그 시합이 끝날 때까지는 결코 끝나지 않는 불을 피우며, 그 세 마법사를 어떠한 마법의 힘으로 옭아맨다는 전설과 현실의 매개체. 그 잔에 불을 붙이는 것은 첫날, 모든 이들이 모인 대연회장에서 시연 되었다고 했다. 그것이 트리위저드의 시작이다. -좀 사적인 각도로 이야기를 하자면 민호는 그 광경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그 잔 안에 양피지를 던져 넣기 전 몇 분 정도는 그걸 관찰하는 것도 민호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청록색 불이 타오르고 있는 잔은 상당히 높은 기둥 위에 올려져 있었고 그 기둥 주변에는 둥그렇게 선이 그어져 있었다. 소문의 나이 제한선인 모양이었다. 잔을 살펴보다가 민호는 아예 한 쪽에 있는 계단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꽤나 재미있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몇 명이 한꺼번에 뛰어들었다가 뭔가에 막힌 것처럼 부딪히거나, 억지로 들어갔다가 튕겨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히 웃긴 광경이긴 했다. 그 와중에 두어명이 지나가듯이 들어가 아무렇지 않게 종이쪽을 던져넣고 다시 나왔다는 걸 지켜보면 더 그랬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대리로 이름을 넣어주려고 했는지 들어갈 수는 있었는데 종이쪽지만 제한선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는 흥미진진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고 있었다. 재미있는데. 민호는 휘파람을 불려다 그만 두었다. 시도가 점차 마법적으로 옮겨가서 종이쪽지를 공중에 띄워올려 조종해 불의 잔에 넣으려는 학생이 나왔을 때 즈음 해서 민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흥미로운 상황이긴 하지만 이 이상 점심시간을 잡아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제 저쪽에서 반장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계시기도 했고.

"왔냐."

"어. 여기 도서관 굉장히 [엿]같아."

"한국어 하려면 한국어만 하고 영어하려면 영어만 해라. 근데 웬 도서관?"

약 먹었냐? 민호는 물어보려다 일부러 혀를 깨물었다. 물론, 도서관에 들락거리는 게 문제가 있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둘 다 모범생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일단 시험기간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왕창 빌려다 벼락치기를 하는 것이 하루이틀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다른 학교까지 와서 도서관에 들릴 정도로 열성적이지는 못할 뿐이었다. 뉴트는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웃으며 그저 별 거 아니라는 말을 했다. 저럴 때면 입을 여는 걸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알고있는 민호는 얕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이름이나 넣고 가자, 반장."

"그러죠 부반장."

지금까지 살펴본 수많은 사람-그리고 저학년생-과는 달리, 둘은 아주 수월하게, 그리고 당연히 나이제한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수월해서 긴장한 것이 바보 같을 지경일 정도로. 민호와 뉴트는 동시에 손을 뻗어 올려서 불의 잔에 종이 쪽지를 넣었다. 청록색 불이 장작을 머금은 것처럼 타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그리곤 그게 끝이었다.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남는 것이 없어서 민호는 얼굴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너무 별 거 아닌데."

"뽑히고 나면 별 거가 될 걸. 목숨을 걸어야 한다잖아."

"빌어먹을. 그런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

"열흘 동안 배 타면서 선실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간 처럼 굴지 마라?"

쓸데없는 농담 따먹기를 하며 민호와 뉴트는 문 밖으로 나갔다. 안타깝게도 덤스트랭은 호그와트라는 타교에서도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N.E.W.T.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했지만 뉴트는 자신과 동명이라는 것부터 그 시험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덩달아 뉴트까지 혐오하게 될 뻔한 민호도 마찬가지였다-공강이 아닌 둘은 발을 조금 빨리 해서 옮겼다. 문득, 민호의 발이 멈추기 전까지는 그랬다.

높고 약간 신경질적이 되어버린 목소리와, 동글동글하고 걱정이 듬뿍 들어있는 목소리, 그리고 대책없이 긍정적인 목소리. 세 명이 옆을 스쳐지나갔다. 일별조차 없이 급하게 빠른 걸음으로. 그러나 세 명의 목소리는 분명히 컸기 때문에 지나간 후에도 한참동안이나 들려왔다.

"하지만 토마스, 트리위저드 시합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않아?"

"냅둬 척. 그래도 올해는 합법적인 위험이잖아. 작년 생각하면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이번에는 우리가 손 댈 일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너무해 나 상처 받았어 트리샤."

"틀린 말은 아니잖아."

"하지만 이건- 아무리 그래도 위험한 정도가 다른 것 같은데."

"너밖에 없다 척-"

소음을 몰고 다니듯이 왁자지껄한 소리가 폭풍처럼 주변을 쓸고 지나갔다. 민호가 발을 멈춰서 몇 걸음 더 걸어간 뉴트가 고개를 돌려 민호에게 물었다.

"왜?"

"-내 병동 옆자리에 있었던 사람인 거 같아서."

꽤 재미있는 인간 같았거든. 뉴트가 휘파람을 불렀다. 이야 우리 목석 부반장님도 봄이 오나요. 닥쳐라. 다시 농담 따먹기가 시작되어 민호는 발을 옮겼다.

"네임이 발현되어서 죽으려고 하던데."

"오, 애도를 표하지. 진짜 그 시점에서는 죽을 거 같거든."

"노네임이라 미안하군. -네 네임 상대는 어때?"

"우리 이쁜이?"

"[미쳤냐?]"

후두둑 소름이 돋아서 민호는 한국어로 욕설을 툭 내뱉었다. 이름으로 봐서는 아주 건장한 남자일 거고, 심지어 뉴트는 그 사실을 긍정하기까지 했다. 뉴트는 의미를 이해했지만, 웃었다. 그리고 소매를 부스럭거려서 중지와 약지로 무언가를 집어올렸다. -종이쪽지였다. 민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안 넣었어?"

"내 예쁜 네임 파트너가, 시합 불참을 선언했거든."

내가 굳이 도서관까지 다녀올 이유가 뭐가 있었을 거 같냐? 호그와트 도서관 진짜 엿 같아- 방음이 아주 지나치게 훌륭해서, 대화 엿듣느라 뒈질뻔 했지. 민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물론 제 친구가 좀 또라이 같은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또라이일 줄은 미처 몰랐던 탓이었다. 얼굴은 참으로 예쁘장하게 생긴 것이 하는 행동은 어째 범상치가 못했다. 뉴트가 웃어보였다.

"10년이야 민호."

이름이 생기고서 10년동안 얼굴만 간신히 본 적 있는 네임 파트너를 기다려 이 날 이 때까지 살아왔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그 이후로 내내 보지 못하여 이박 삼일을 꼬박 앓았다. 그 이후로는 초와 분단위를 세어가며 기다렸다. 갤리, 갤리, 나의 네임 파트너. 그런 그를 두고, 같이 죽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목숨을 걸라니. 양심없기 짝이 없다. 엿이나 먹으라고 해. 뉴트는 활짝 웃었다. 민호는 그런 뉴트를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 할 수도 없었다. 순수한 마법사 집안이라는 것은 다 이 모양인가? 민호는 가끔 생각해보던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졌다. 항상 그랬듯이, 답변은 알 수 없었다. 네임을 가진 게 문제일지도 모르고 뉴트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민호는 그냥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항상 골라온 선택지를 다시 골랐다.

"범죄만 일으키지 마라."

그는 방관하기로 했다.

-

문에 들어가기 직전에 토마스는 고개를 돌렸다. 덤스트랭 제복 두 개가 호그와트 망토 사이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토마스? 척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토마스는 안으로 들어갔다.

"뭐 있어?"

"아니 그냥."

뭐가 좀 신경 쓰여서. 토마스는 두 번 접은 양피지를 손에 쥐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청록색으로 타오르는 잔이 눈 앞에 있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