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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유기유장이 서로에게 편지 쓰는 거 보고 싶다... 엽서라도...
사랑하는 유장 씨. 하고 서두 시작해서 유장 얼굴 터지는데 문단 바꿀 때마다 사랑하는 유장 씨, 애모하는 유장 씨, 은애하는 유장 씨 하고 계속 시작해서 해외 출장 다녀온 유기 오자마자 후드리 찹찹 맞는다(?)
유장은 한 서른 장 쯤 구겨 버리고 네가 이걸 받을 즈음엔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 있을 텐데 왜 내가 이걸 쓰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가 골자인 엽서를 쓴 후 마지막에 보고 싶다 써 놓고 후회한다... 그리고 구겨버린 서른 장은 유기의 손으로 들어가는데(?)
유기의 편지
-> 사랑하는 유장 씨, 저는 지금 막 호텔에 도착한 참입니다. 캐리어도 풀지 않았어요. 정말 호텔에 방금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말씀드렸다시피 지구 반대편입니다. 여기서 자오선을 긋는다면 유장 씨에게 가닿겠지요. 땅을 파 내려간다면 한참을 들어가야겠지만 그래도 표면을 도는 것 보다 는 가까울 것입니다. 제가 유장 씨의 지구 반대편 그림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이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더 가까이서 보고 싶네요. 일 때문이라지만 떨어져 있으니 꽤나 사무칩니다.
사모하는 유장 씨, 떠나온 곳은 겨울인데 여기는 여름입니다. 태양이 그 땅에서 맥을 못추던 건 여기서 힘을 다하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체육관으로 출근하신다며 하얗게 입김을 올리는 유장 씨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쪽의 날씨는 어떠한지요. 떠날 때처럼 한창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유장 씨가 제가 없을 때 감기라도 걸리시면 저는 정말 고통스러울테니까요.
연모하는 유장 씨, 이번에는 한밤중에 떠나야 하는 일정이어서 유장 씨가 잠들어 있을 때 떠나야 했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물론 배웅해 주신 것은 대단히 기뻤습니다. 유장 씨가 말씀해 주신 잘 다녀오라는 말 가슴에 잘 새기고 있습니다. 유장 씨의 잠든 얼굴도 예전부터 말씀드렸던 것처럼 좋아합니다. 항상 힘을 주고 계시는 미간이 부드럽게 풀려있는 그 얼굴을 제가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유장 씨가 잠들어 계셨을 때 나왔다는 것이 약간 도망친 것만 같아 섭섭하기까지 합니다.
애모하는 유장 씨, 이 곳은 구경거리가 많다고 합니다. 야시장도 꽤나 유명하고, 이런저런 관광 명소도 많다고 합니다. 유장 씨가 좋아하실 만한 것들이 다양하고도 많아서, 저는 지금 그곳들을 돌아다니는 유장 씨를 상상해 보고 있습니다. 저는 아마 커다란 사진기를 메고 꼬치구이를 드시고 있는 유장 씨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겠죠. 다음에 휴가를 받으면 유장 씨와 같이 이곳에 와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유장 씨도 생각해 봐 주세요. 둘이서 떠날 수 있는 가장 멀리까지 온다고 생각하니 세상의 끝으로 온 느낌도 들 것 같습니다.
은애하는 유장 씨, 슬프지만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항상 말씀드리듯 유장 씨를 호강시켜드려야 하니까요. 다음 영락 드릴 때 더 많은 말씀을 드리기를 고대합니다. 그럼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애인, 유기가.
유장의 편지
-> 사랑하는 유기에게
-> 유기에게
-> 유기 형에게
-> 유기에게
-> (볼펜으로 글씨 위를 그어서 알아볼 수 없음)
-> (뭔가 그림)(역시 알아볼 수 없음)
-> 사랑하는 애
-> To. 유기
-> 유기.
거긴 어때?
-> 유기
여러 번 말하지만 네가 간 출장은 2주 짜리다. 지금 국제 우편으로 부치면 아마 네가 여기 도착할 때쯤 네 호텔 방에 편지가 들어갈 거고 이 엽서는 쓰레기로 분류되겠지. 편지는 왜 쓴 거야? 일단 이게 예의일 거 같아서 답장은 쓴다. 잘 다녀오고, 일 열심히 해.
유장.
보고 싶다.
해외 출장 갈 때마다 같은 상황 반복되면 웃기겠다 구구절절 사랑 고백하는 유기와 다 튕기는 철벽 유장... 나중에는 답장도 안 보내고 그냥 유기 오기를 기다린다 어차피 제대로 된 건 보고 싶다 밖에 없으므로
그리고 언젠가 정말 그 해외 다 돌아다니면 좋겠네 신혼 여행이면 내가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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