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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 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지식이 일천합니다. 혹시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캐붕이 심합니다. 

*개연성은 없습니다...

*이어지네요...

*2016년 글 백업입니다

 

뉴트는 눈을 비볐다. 왠지 모르게 있지도 않은 몸이 무거웠다.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데도 불구하고 무언가가 잡아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없지 않았다. 한숨을 쉬는 흉내라도 내면 좀 가벼워지려나. 뉴트는 복도를 배회하며 머리를 헤집었다. 아무래도 어제 갤리랑 싸운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어린 게 맞긴 하지만, 정말 어린 기색을 있는 대로 보이고 말았다. 그러나 무서웠다. 반복되는 것도 무서웠고 실패하는 것도 무서웠다. 이번에도 안 되면 또 무엇에 도전해야 하는 걸까. 또다시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걸 되새기는 것도 두려웠다. 가까이는 다가가지만, 건드리지는 않았다. 손끝에 감각이 없다는 것이 무서운 것은 처음이라, 뉴트는 눈을 꾹 눌러 감았다 떴다.

화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뉴트는 한 자리를 빙빙 돌며 고민했다. 사과해야 할까? 무엇에 대해서? 그러나 도저히, 실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문득 뉴트는 고개를 들었다. 링거대를 바퀴 달린 지팡이처럼 사용하는 노인 한 명이 뉴트를 통과해 지나갔다. -별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냥, 원래 있던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 뿐. 뉴트는 얼굴을 문질렀다. 왜 그게 그리도 무섭고 공포스러운 걸까.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해 가면서.

"뉴트."

문득 뉴트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먼 데서부터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뉴트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했다. 갤리의 진료실이었다.

-

"불렀어?"

갤리는 고개를 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 쯤 되면 뉴트는 항시 제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지만 입 밖으로 낼 수도 없었다. 앞에 있는 뉴트의 부모에게 못 믿을 사람이라는 인실을 심어주는 것은 결사 반대였다. 머리 위에서 숨을 삼키는 것 같은 소리가 나서 갤리는 그래도 한결 안심할 수 있었다.

"저희 아들은, 괜찮습니까?"

묻는 여인의 목소리는 꽤 잠겨있었다. 옆에 앉아있는 남자도 눈시울이 붉은 걸 보니 그리 괜찮은 것 같지는 않았다. 갤리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괜히 차트를 한 장 넘겼다.

"뉴트의 몸 상태 자체는 건강하게 유지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도 괜히 잠겨 있는 것 같아서 갤리는 목을 한 번 가다듬어야 했다.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부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갤리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일단... 뉴트가 깨어날 수 있게 하게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건강하게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남자 쪽이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붉었던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어들자 여인이 등을 두드려주었다. 여인은 목을 가다듬더니 잘 부탁드린다며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문을 열고 나가고서야 갤리는 숨을 길게 뱉으며 등을 기댈 수 있었다. 의자가 뒤로 젖혀지면서 넘어질 것 같았지만 어느 정도의 균형을 유지할 자신이 있었다. 일단은 어깨의 힘을 빼는 게 먼저였다.

"-오늘 부모님 오시는 날이었구나."

"...그러게."

뭐라고 하려다 갤리는 말을 죽였다. 잊을 수도, 잊고 싶었을 수도 있다. 첨언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비난은 더더욱. 뉴트는 많이 슬퍼보였다. 사람이 슬퍼할 수 있는 힘은 또 어디서 나오는 걸까. 갤리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난 포기 안 한다."

"어?"

문을 바라보던 뉴트가 고개를 돌렸다.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고 못 알아들었을 리는 없는데 괜히 모른 척하네. 갤리는 속으로 좀 투덜거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까 너희 부모님한테도 말했잖아. 최선을 다하고 있고, 노력할 거라고."

"그게."

"지겨워서라도 한 번 해 보자고 말할 때까지 얼굴 볼 때마다 실험 운운 할 거다. 숨어봤자 소용 없는 건 알지?"

갤리는 차트를 한 장 더 넘겼다. 비슷한 수치가 반복적으로 적혀있는 차트를 넘기고 넘기다가 갤리는 소리 나게 덮었다. 뉴트는 말이 없었다. 혹시 귀찮아서 갔나? 갤리는 고개를 들고 뉴트가 있었던 자리를 흘끗 보았다. 뉴트는 그 자리에 그대로 떠 있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을 짓고서 그 자리에서 그대로 갤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갤리는 눈을 껌벅이며 고개를 들어 뉴트를 바라보았다. 뉴트가 숨을 크게 들이키고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선생님은... 좀."

"뭐."

"좀 너무 쓸데없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

욕인가. 갤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뉴트가 푸스스 웃었지만, 그렇다고 표정이 풀렸느냐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의사라서 그런가."

"...그건 아닐 걸."

갤리는 찝찝하게 부정했다. 의사라고 다 이러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모든 환자에게 다 이러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왜인지는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다. 갤리는 한숨을 푹 쉬고 뉴트의 차트를 책상 한 쪽으로 치웠다. 예약한 환자가 또 있으니 이제 얼마 안 있어 간호사가 부를 것이다. 예약 명단을 보며 차트를 살피는데 뉴트가 선생님, 하고 갤리를 불렀다.

"왜."

"손."

뉴트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갤리는 잠시 얼떨떨해서 뉴트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강아지한테 말하듯이 건넨 말과는 다르게, 뉴트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얼굴과 마른침을 삼키느라 움직이는 목울대, 모든 것이 긴장과 불편함,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갤리는 숨을 들이켰다가, 코로 길게 내쉬었다.

"...약 먹는다고 생각하던지."

"약이면, 덜, 힘들 거 같은데."

갤리는 대답해 주지 않고 뉴트의 손을 향해 손을 뻗었다. 뉴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아주 분명한 것처럼, 아니 분명하게, 손과 손이 서로를 마주 잡았다. 단단하고, 길쭉하고, 뼈마디가 만져지는 손이었다. 뉴트의 눈이 떠졌고, 갤리의 눈이 커졌고-

공중이 텅 비었다.

"뉴트?"

갤리가 발음했다. 아주 또렷한 발음이었는데,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공중에서, 벽에서, 천장에서 툭 튀어 나오지도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갤리는 고개를 휙휙 돌렸다. 아침에 자판기에서 뽑은 물병에 김이 잔뜩 서려있었다. 갤리는 입을 뻐끔거리다, 발음했다.

"여기 있으면, 손자국 좀 내봐."

시계가 초침을 옮기는 소리가 났다. 한 번, 두 번, 열 번, 스무 번. 갤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얇은 문짝이 그렇게 방해될 수가 없었다. 엘레베이터가 오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갤리는 계단을 올랐다. 한 번에 두 개, 세 개씩 뛰어오르면서 갤리는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병실에 이어진 미닫이를 거세게 밀치자 쿵, 하고 벽이 울렸다. 침대 옆에 앉아있던 부부가 화들짝 놀라 눈물 맺힌 눈으로 자신을 돌아다보았다.

"의사 선생님?"

갤리는 숨을 가다듬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잠시, 잠시만요. 갤리는 뉴트에게 다가갔다. 숨소리, 맥박, 모든 게 지나치게 안정적이었다. 변동이 없었다. 익숙한 대역폭의 숫자가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 긴장했던 다리에 힘이 풀렸다. 갤리는 서있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남자가 눈물을 채 닦지 못한 얼굴로 선생님? 하고 다시 갤리를 불렀다. 갤리는 이 상황을 뭐라고 둘러대야 할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고민했다.

맥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단조로운 리듬으로 흘러가던 기계음의 박자가 변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온 방을 울리기 시작할 즈음 숨소리가 길어졌다. 산소를 억지로 불어넣는, 기계의 공기가 억지로 들어가는 소리가 아니라, 근육이 움직이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갤리는 눈조차 깜박이지 않고 뉴트를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 숨이 멈췄을 때 모두의 심장이 멈췄고, 그리고, 아주 천천히, 뉴트가 눈을 떴다. 시야가 흐릿한지 눈을 다시 감았다가, 다시 무거운 눈꺼풀을 올렸다. 금색 속눈썹이 팔랑거렸다. 아무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을 때, 뉴트가 다 잠긴 목소리를 뭐라고 내쉬었다. 그리고 아주 어색하게 얼굴 근육을 움직여 웃어 보였다. 갤리는, 그래서-

"뉴트!"

"뉴트! 정신이- 네가-"

갤리는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감격의 순간에 저는 끼어들 만한 인물이 못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갤리는 다시 뉴트의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너스 콜 버튼을 누르고 이것저것 지시했다.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치료가 또 필요했다. 갤리는 모두의 안정을 위해 부모들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뒤를 돌아볼 만큼의 이성을 모두가 되찾았을 때, 뉴트는 다시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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