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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 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지식이 일천합니다. 혹시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캐붕이 심합니다. 

*이어지네요...

*2016년 글 백업입니다

 

갤리는 맥박수와 호흡기를 체크했다. 평소와 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갤리는 둥둥 떠 있는 뉴트를 올려다 보았다.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는데."

벽 통과가 더 수월해 진 것 같기도 하고. 뉴트가 장난스럽게 중얼거리자 갤리는 고개를 내저었다. 똑같은 말을 또 차트에 적으려다 갤리는 차트를 덮었다. 뉴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갤리를 바라보았다.

"이따 점심시간에 내 진료실에서 좀 보자."

"어? 왜?"

"추가로 진료하고 싶은 게 있는데 여기서는 못 할 거 같아서."

"몸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없어도 되니까 오라고 하지."

뉴트는 당황한 얼굴로 잠시 갤리를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점심시간까지 따라다니지 뭐."

"맙소사."

갤리는 한숨을 쉬었다.

-

어깨 위에 사람을 하나 달고 다니는 것은, 당연하지만 굉장히 신경 쓰이는 일이다. 사람을 통과한다는 발상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어깨 위에 있다는 것은 그 방향은 볼 수 없다는 뜻과 동일하다.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무언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들어오는 게 사람의 얼굴 뿐이면-물론, 때로는 손이나 어깨에서 1cm 떨어져서 공중에 앉아있는 허리, 아주 가끔 발일 때도 있었다-최소한 열 번 중 한 번은 이마에 핏대가 올라올 수 밖에 없다. 그것도 화 낸 걸 표출 할 수 없어서 화를 삭여야 할 때는 더더욱.

따라서 점심시간이 되고 나자 갤리는 정신적으로 아주 녹초가 되어 있었다. 비키라고 손을 흔든 후 벌레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간호사에게 둘러대는 것도 무리였다. 일부러 새벽에 사온 샌드위치를 뜯으며 갤리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나는 네가 몇 번 도전은 하고 올 줄 알았는데."

"그랬을 수도 있고."

갤리는 기괴한 가정법으로 이야기하는 뉴트를 보다 곧 시선을 돌렸다. 뉴트는 갤리가 삐져나온 햄 조각이 있는 곳부터 샌드위치를 씹는 것을 바라보았다. 500ml짜리 물병과 포장지가 텅 비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그래서. 왜 부른 거야?"

"잠깐 소화 좀 하자."

갤리는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뉴트의 눈치를 보았다. 갤리를 조금 귀찮게 군 것으로 뉴트의 기분은 꽤 괜찮아 보였다. 최소한 팔이 다 낫고 자신을 피했을 때처럼 굴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뭐, 판단이야 뉴트가 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갤리는 왠지 음식이 얹힌 기분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물병은 이미 비어있었다. 갤리는 한숨을 쉬었다.

"뉴트."

"-너한테 접촉한 것 같다고 추정되는 말을 들었어."

뉴트는, 영혼이다. 이 말은 숨을 쉬지 않는다는 말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갤리는, 뉴트가 순간 숨을 멈춘 것 같다고 말했다. 숨소리가 멎은 것 같은 진료실이 견디기 힘들어서 갤리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나는, 그게 네가 나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어. 그 요건이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하고 접촉할 수 있으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고, 내가 그 시도를 해 보려고 하고-"

"그러니까."

뉴트가 혼란스러운 것처럼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다가 고개를 들어 갤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뭘 더 만질 수 있다고."

"그래."

"나을 수도 있고."

"...아마."

뉴트가 눈을 몇 번 깜박이자 갤리는 책상 위 통에서 압설자1를 뽑아들었다.

"그래서, 그, 실험을 좀 해 보려고 하는데."

"응?"

"손 좀 보자."

뉴트는 잠시 당황해 하는 것 같으면서도 선선히 손을 내밀었다. 손등이 위로 향해있었고, 영혼 상태로도 자라는지 어쩌는 건지 모를 손톱은 가지런했다. 갤리는, 압설자를 뉴트가 거두지 않은 손을 향해 휘저었다. 약간 강하게. 갤리는 손에 진동이 올지도 모른다고 문득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선생님."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손에 돌아오는 반동은 없었다. 갤리는 거의 무릎까지 손이 내려갔다는 걸 인식하고 눈을 떴다. 안 보고 있어서 그런가? 갤리는 눈을 뜨고 손을 올렸다. 압설자는 뉴트의 손을 쉽게 통과했다. 뉴트는 손을 거두어들였다. 갤리는 수거용 통에 사용한 압설자를 집어넣었다. 기대를 크게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능성 하나가 쉽게 폐기 되자 기분이 영 좋지를 못했다. 갤리는 차트 대신 포스트 잇에 단어 몇 개를 적어넣었다. 도구 사용 - 실패. 그리고 펜 뒤축을 눌렀다.

갤리는 다시 몸을 돌려 뉴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구는 또 혹시 모른다. 지난 번에 닿았다고 한 것도 토마스의 손이었다. 신체 일부였다는 뜻이다. 갤리는 그래서 도구보다는 신체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갤리는 토마스에게 자기 손을 내밀었다.

"뉴트."

대답이 없었다. 갤리는 고개를 들어 뉴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뉴트는 갤리가 손바닥이 위로 가게 내민 손을 눈을 내리깔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손 좀 잡아 볼래?"

뉴트가 갤리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것도 실험이야?"

"...약간은."

갤리는 생각을 정정해야했다. 뉴트는 갤리의 손을 바라보는 게 아니었다. 그건 노려보는 눈이었다. 고통과, 한탄과, 회한과, 많은 것을 담아서 노려보는 눈이었다. 갤리는 막힌 것 같은 목구멍으로 다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애를 썼다.

"뉴트?"

"안 할래."

뉴트가 둥실, 조금 전보다도 더 위로 떠올랐다. 약간 탁하고, 목이 쉰 것 같기도 한 소리였다. 갤리는 당혹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뉴트의 이름을 불렀지만 뉴트는 순식간에 천장 너머로 사라졌다. 갤리는 마른 세수를 하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의자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쫓아가야 하려나.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피한다면 찾기가 어렵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찾아서 뭐라도 이야기를 해야했다. 갑작스레, 이렇게 갑작스럽게 끝내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안에 계세요? 뭘 얼마나 했다고. 핸드폰을 확인하자 벌써 점심시간이 다 지나있었다. 갤리는 마른 세수를 했다. 예. 안에 있습니다. 갤리는 다시 진료를 보기 위해 가운을 정리했다.

-

누군가를 찾는 것도 첩보전을 방불케 하지만, 누군가를 피해서 숨는 것도 나름 스릴러물이다. 퇴근 후면 갤리가 병원을 찾을 가능성은 사라진다. 저녁 회진이 끝나고 난 시간이 되어서야 뉴트는 병실로 숨어들었다. 혹시 몰라 주변을 둘러보기까지 했다. 병실에 사람이라곤 바로 누운 제 몸뚱이만 있었다. 뉴트는 제 몸 근처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제 몸의 손 위로 손을 뻗었다. 아마, 할 수 있었다면 마른 침을 삼켰으리라. -그리고 손은 손을 통과했다. 뉴트는 눈두덩을 손으로 문질렀다.

"찾았다."

뉴트는, 지독하게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천장을 또 통과할 뻔 했다. 갤리는 의사 가운을 벗고 평상복인채로 창과 침대 사이의 좁은 공간에 숨었다가 나왔는지 침대를 돌아서 조심스레 빠져나오고 있었다. 구겨진 셔츠를 툭툭 터는 갤리를 보고 뉴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

"퇴근하고 바로 왔지. 일찍 와 줘서 고맙다. 나도 간호사 허락 맡고 들어온 거라 더 있으면 나가야 했거든."

뉴트는 다시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그리고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아까도 그렇게 도망치기도 했고, 영 얼굴 보기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뉴트는 다시 천장으로 도망치려 했다.

"내가 너 못 잡을 거 같냐."

갤리의 퉁명스런 말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했으리라. 뉴트는 공중에서 몸을 멈췄다. 갤리는 의자를 끌어다 앉고 있었다.

"새파랗게 어린 놈들 움직이는 게 거기서 거기지."

"아깐 못 잡았잖아."

"내 근무 시간은 생각 안 하냐."

뉴트는 얼굴을 찌푸렸다. 갤리는 덤덤하게 뉴트를 올려다 보았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자신이 근무하고, 뉴트가 입원하는 기간- 그 시간 동안 최소한 한 번은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오늘을 비추어 봤을 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뉴트는 결국 침대 위에 앉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왜."

"아까 말했잖아. 실험 한 번 해 보자고."

"싫다니까."

갤리가 마른 세수를 했다. 뉴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이 있었다.

"왜인지 물어봐도 될까."

갤리의 목소리는 아까보다도 잠겨있었다. 울 것 같다기보다는, 지친 것 같은 목소리였다. 뉴트는 대답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긴 숨이 뱉어졌다.

"물어 보던가."

  1. 壓舌子. 혀를 누르는 의료 도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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