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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영어는 후사를 잉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민호는 숨이 찼다. 달리는 것에는 이력이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었다. 진동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등 뒤를 돌아볼 엄두조차 낼 수도 없었다. 돌아보면 나가 떨어질 게 분명했다. 달린다고? 나무가? 어째서? 이 동네는 어떻게 생겨먹은 거야? 숨이 턱 끝까지 닿아와서 목이 아팠다. 혀 끝이 아렸다. 지팡이를 휘둘러야 할까? 그러나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아까도 지팡이를 휘둘러서 화를 자초한 것일지도 몰랐다. 점점 몸이 무거웠다. 이렇게, 도망가다, 결국 잡히게 되는 걸까.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최소한 위험한 일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도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뭘, 어떻게, 해야-
옆에서 손이 튀어나와 민호의 입을 막고 그 쪽으로 끌어당겼다. 민호는 당연히 몸부림쳤다. 기운이 그새 빠졌는지 반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무의 의도가 결국 이거였나. 코로 숨을 쉬는데 호흡이 현저히 모자랐다. 게다가 더웠다. 민호는 나무그늘에서 한참을 그렇게 호흡했다.
그러다 문득 민호는 진동이 점차적으로 빈도를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지진이 멈춰가듯이, 아주 약하고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그 강도가 줄어가고 있었다. 민호는 숨을 멈췄다. 천천히 입을 막고있던 온기가 있던 것이 떨어져 나갔다. 민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창백한 얼굴을 한 토마스가 나무에 기대어 쓰러질 듯이 앉아 있었다.
 
"토마스?"
 
민호는 꺼질듯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민호는 숨을 헐떡이다 손을 늘어뜨렸다. 지팡이를 쥔 손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는지 손이 아팠다. 민호가 정신을 차릴만한 시간을 준 뒤에 토마스는 거의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위험했어. 알아?"
"알아."
 
하긴 모를 수가 없는 노릇이긴 했다. 토마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여기서는 아무거나 안 건드리는 게 좋아. 알았겠지만."
"방금 알았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
 
알았어. 민호가 숨과 섞어가며 중얼거렸다. 토마스는 약간 의심스러운지 잠시 민호를 바라보다 고개를 뒤로 젖혔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 생각했지만 고갈 된 체력이 채워지는 데에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숨을 다시 고르는 데에만 해도 꽤나 걸려서 민호는 한동안 숨을 헐떡여야만 했다. 민호는 문득 토마스를 보았다.
 
"잘 알아?"
"어?"
"이 숲."
 
토마스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를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좀 전에 그 나무에 끌려갔으면 체액이 쪽쪽 빨린다고 해. 감지 능력이 낮은 편이라, 베인 다음에야 할고 한 쪽으로만 계속 쫓아온다고 하지만. 나도 들은 거긴 해. 민호는 토마스의 약간 웅얼거리는 설명을 듣다가 약간 헛헛하게 웃었다. 불공평하네. 민호가 중얼거리자 토마스가 어, 하고 입을 뗐다. 그게, 나도 이럴 줄은 몰랐고, 1년 전 일이라. 민호는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아니, 비난 하려는 건 아냐.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지."
"아."
 
토마스가 웅얼거렸다. 첫 번째 시험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퀴디치 선수니까. 선수는 빗자루를 제 몸처럼 다룰 수 있어야 했고, 굳이 말해야 한다면 몸에 달린 날개와 비슷했다. 두 번째 시험은, 역시 알파라고는 하지만 브랜다에게 유리한 편이었다. 알파와 남성 두 개의 성 중 세이렌은 남성 쪽을 좀 더 강하게 자극한다. 브랜다는 여자니까. 그렇다면 세 번째 시험은 토마스에게 유리한 게 맞다. 아니라고 할지라도 유불리는 부정행위가 아닌 한 자신들이 결정할 사항도, 화를 낼 사항도 되지 못했다. 눈이 오면 자신들이 유리하고 비가 오면 저 쪽이 유리한 퀴디치 시합 비슷한 것이었다. 목숨이 달렸다는 게 좀 다르긴 했지만. 민호는 몸을 일으켰다. 아, 하고 토마스가 탄성 비슷한 것을 냈다. 민호는 어깨를 으쓱 움직였다.
 
"구해줘서 고맙다. 먼저 실례할."
"저기 민호."
 
민호는 풀섶을 헤치려다 뒤를 돌아보았다. 토마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민호는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왜 부른 거지?
 
"같이 가자."
 
민호는 얼굴을 조금 더 찌푸렸다. 지금 이건 엄연히 시합이었다. 누군가와 팀 플레이를 할만 한 게임도 아니었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어찌 보면 야합이 아닐 수 없었다. 보바통에게 현저히 불리한. 토마스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건 아는데, 그래도 같이 가야 해."
"왜?"
"여긴 진짜 목숨이 걸린 곳이니까."
 
그거야 처음부터 그랬지 않았나? 어깨가 뚫리고, 익사할 뻔해서 병동에 실려가고, 목숨을 걸지 않았던 때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때와는 다르게-사실, 그 때의 얼굴이 어땠는지 민호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토마스의 얼굴은 절박해 보였다.
 
"믿어줘 민호. 여긴 위험해. 같이 다녀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어. 같이 가자."
 
다만 그 뿐인가. 토마스의 말이 끝나자 민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뿐인 게 당연하고, 그 이상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왜인지 모르겠어서 민호는 조금 얼굴을 찌푸렸다. 왠지 화가 났다. 자신이 화가 났다는 걸 깨달아서 민호는 더욱 화가 났다. 그리하여 민호는 대답을 결정했다.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해? 민호는 자기가 입 밖으로 낸 말에 약간 당황했다. 분명히 부정할 생각이었는데 입이 제 멋대로 움직였다. 이것도 숲의 효과인가? 토마스가 약간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민호는 약간 더 심통이 나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에서 토마스가 따라오는지 발소리가 들렸다. 민호는 한 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그 쪽으로 걸었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섰다.
 
"브랜다는?"
"어?"
"함께 있어서 유리한 게 생존이라면, 브랜다는?"
 
토마스는 잠시 멈춰 섰다. 토마스의 얼굴이 서서히 하얗게 질려갔다. 천천히 얼굴에서 가시는 핏기에 민호는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한 시가 급해졌다.
 
-
 
검은 숲은 넓고 험하고 위험하다는 탐색에 어려운 삼 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브랜다라면 어느 쪽으로 갔을지 추측하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고, 당연히 그것은 쉽지 않다 못해 머리가 쪼개질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 둘 중 누구도 그녀의 생각을 알 수 있을 만큼 그녀와 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토마스는 경쟁 상대방 중 민호에게만 관심이 있었고, 민호조차 그녀와 말을 섞어본 것은 두 번째 시험 직전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검은 숲 전부를 헤매기에는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나치게 짧았다. 심지어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지속적으로 그녀를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지나치게 확률이 낮았다.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뛰었다. 
토마스의 지식은 상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편이었다. 위험하지만 그 위험을 빠르게 알아챌 수 있는 것과 알아채기 어려운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가장 간단한 행태학적 설명을 도울 수 있었다. 그들 둘 다 그녀가 똑똑하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고 있었고, 두 갈래 길에 들어서기 전까지 그건 분명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그리하여 토마스와 민호는 왼쪽과 오른쪽을 놓고 논쟁을 벌일 수 밖에 없었다.
 
"왼쪽은 위험해. 척 봐도 위험해 보이게 생겼잖아."
"글쎄, 그래도 그 쪽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잖아. 어려운 길을 선택했을 수도 있고."
"안전한 길을 선택했을 수도 있지."
 
그러나 어느 쪽이건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둘 다 말을 아껴야 했다. 둘의 주장 모두에 일리가 있었고 어쨌든 확률은 반반이었다. 시간은 어느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모두가 위험할 수도 있었고, 그 상황이 되어도 아무도 구해주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이 시합은 그런 시합이었다. 방향 마법을 다시 한 번 써 보았지만 북쪽을 가리키는 정도지 가야 할 방향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건 아니었다. 다시 지팡이를 꾹 쥐는데 눈 앞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갔다. 토마스는 놓쳤고, 민호는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잡아챘다. 금속의 감촉이 손 안에서 나가려고 기를 썼다.
 
"스니치."
 
민호가 중얼거렸다. 토마스는 민호의 주먹을 바라보고 눈을 깜박이다 왼쪽 길을 바라보았다. 스니치가 사라진 방향이었다. 토마스는 지팡이를 쥔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민호를 바라보았다. 민호는 호르르 한숨을 내쉬고 왼쪽 길을 바라보았다. 둘은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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