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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해리포터au, 수위는 없으나 오메가버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대괄호[] 안은 한국어라는 설정입니다. 인소 같아요 죄송합니다.

*속편 스코치 트라이얼의 캐릭터 스포일러가 있으되 캐붕일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날이 한결 더 추워졌다. 쌀쌀한 기운이 호그와트를 한 번 더 감돌고 호수 주변에는 서리가 앉기 시작했다. 첫번째 시험이 끝난지 채 이주도 지나지 않았건만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져 내려서 호그와트 학생들의 코트는 벌써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벽난로에 불을 더 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트리샤는 망토를 여미곤 휴게실로 내려왔다. 아침식사 시간이 가까워 와서 그런지 이미 휴게실에는 꽤나 사람이 많이 있었다. 각자 알아서 내려갈테니 이렇게 많을 이유는 없는데? 한쪽 벽에 붙어있는 벽보를 보며 각자 떠들고 있다는 걸 깨닫기 까지는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벽보는 기껏해야 책 한 권만한 크기였고 그 앞에 아이들은 많았지만, 글씨를 큼직큼직하게 써 두어서 멀리서도 잘 보였다. 그러니까.

"왈츠 강의?"

트리샤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토마스였다. 그 옆에서 비몽사몽으로 서있는 척이 보여서 트리샤는 뒤를 돌았다. 토마스의 얼굴이 조금 놀란 것처럼 보였다.

"왈츠를 배운다고?"

"아마 그런 것 같은데. 잘 잤니 꼴찌야?"

"너무해 트리샤 나 상처 받았어."

토마스가 우는 소리를 했지만 트리샤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와이번이 나온 시점에서 심장이 떨어질 뻔했는데-심지어 저 멍청이는 비행술을 낙제받기 일보 직전에서야 마지 못해서 탄 놈이라 더더욱-정말 다치지 않은 게 용했다. 처음에 하르퓌아이랑 퀴디치를 한 어깨가 뚫린 덤스트랭 학생은 아예 기숙사 대표 선수라던데 빗자루도 거의 안 타는 놈이 어떻게 될지 둘은 감도 잡히지 않았었다. 관람석에 앉아있던 척의 얼굴은 원심분리기에라도 넣은 것 마냥 하얗게 질려서 웅얼웅얼 무언가를 외우고 있었다.-듣기로는 주기도문인 것 같았다-게다가, 어찌나 못 타던지,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게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이 셋의 퀴디치 첫번째 시합의 기억은 역시 트리샤가 토마스의 등짝을 후드려 패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퀘이플이랑 스니치나 잘 관리해 꼴찌야. 나오자 마자 잃어버릴 뻔 해놓고서는."

"아니 근데 솔직히 쓸 데가 없잖아. 왜 가지고 있으라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무늬가 다른 것도 아니더만. 스니치는 장난이라도 칠 수 있지 퀘이플은 좀 버리면 안 되는 거야? 자리 엄청 차지하던데."

"그게 두번째 시험 힌트라고 하시잖아, 토미."

"그렇긴 해도."

좀, 하고 자신을 달래고 있는 척에게 웅얼웅얼 변명하는 비글을 어떻게 하면 잘 계도 할 수 있을지 트리샤는 다시 머리가 쪼개질듯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7년차쯤 되면 이제 슬슬 답은 없다는 걸 깨닫고 있긴 하지만. 한참동안 토마스가 이리저리 변명하는 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던 척이 휴게실 벽을 쳐다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웬.... 왈츠 수업이야?"

-

"느리게, 느리게, 빠르게. 반복합니다. 느리게, 느리게, 빠르게."

크리스마스 파티고 뭐고 다 찢어버리고 싶다. 갤리는 눈 밑이 시커멓게 가라앉은채로 빨대로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주스를 쭉쭉 마시고 있었다. 부엌에 있는 꼬마 집요정들이 보면 신선한 걸로 짜서 시럽을 넣어드리겠다며 통곡을 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럴 확률은 거의 바닥을 치기는 했지만, 어제 사용한 약물에 부작용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당장 병동으로 뛰어들어가 응급조치를 취해야 했기 때문에 갤리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저녁에 있는 강의 하나를 제외하면 하루가 내리 공강인 날이라 알람을 맞춰두고 신새벽에야 잠이 들었는데 듣도보도 못한 왈츠 강의때문에 아침도 먹지 못하고 빈 강의실로 끌려내려왔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뭐라고 이 난리를 떨어야 하는 건지 당췌 알 수가 없었다. 파트너랑 꼭 댄스를 춰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아니, 그 이전에 꼭 파트너가 있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대충 저녁이나 뜨고 들어가서 자면 안될까. 지금은 뭘하기 이전에 좀 자고 싶은데 좀 많이 자고 싶은데.

요즘에서야 갤리는 일상이 좀 제대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친구들하고 얘기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어딜 가도 사람들이 수군수군 쳐다보지 않는다. 덤스트랭인 걸 제외하고서라도 뉴트는 눈에 띈다. 키도 크고, 잘 생기고. 게다가 자신은 잘 알 수 없지만, 알파라고 한다. 방긋 웃고 있는 뉴트와 자의든 타의든 같이 다니고 있으면 마치 시선이 꼬리표가 달린 것처럼 따라 붙는다. 달갑지 않은 감각이다. 그리고 그 시선은, 지나치게 지독하다. 이해할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어떤 모양과 형태인지도 알 수 없으나 그 자리에 분명히 실재하는 그 열망은 두렵기 짝이 없다. 네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운명이라는 존재는 언제고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봐라. 짚신의 짝인지 비단신의 짝인지 알 수 는 없지만, 알파의 짝이라고 알려진 오메가를 두고 베타에게 들이대는 꼴을. 교수님이 박수를 두 번 치셔서 갤리는 발을 멈추었다.

일단의 왈츠 강의는 막을 내린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까지 총 네 번. 그만큼의 시간이 앞으로 왈츠에 할애될 것이었다. 죽겠군. 갤리는 아픈 머리를 달래려고 노력하며 발을 옮겼다. 그러니까 암호가, 어제 바뀐 게- 오크통 1번 3번 8번 9번 9번 9번 5번 7번 2번 6번을 순서대로 언더더씨(Under the sea)에 맞춰서 두드리면 되었던가. 이번 암호는 유난히도 길고 복잡했다. 다음 수업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가는 친구들을 배웅하고 갤리는 뒤를 돌았다. 부엌이 있는 쪽으로 가려면 춥지만 정문쪽을 향해 가는 게 제일 빨랐다. 들어가다가 부엌에 들러서 먹을 것 좀 싸달라고 해도 될까, 하고 생각을 하던 갤리는 어떻게 하면 햄샌드위치 하나만 따내서 기숙사로 돌아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몸통만한 바구니 안에 가득 담겨있는 차와 샌드위치, 샐러드와 디저트를 혼자서 다 먹는 건 좀 무리였다. 둘이면 어찌저찌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의 갤리는 일행이 없었으니까. 후플푸프 휴게실을 외부인에게 개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디서 먹을지도 좀 문제가 되기도 하고. 정문에서 찬바람이 불어들어와서 눈이 시렸다.

영국의 겨울은 습해서, 온도가 낮아도 잘 알 수는 없다. 다만 뼈가 저려온다. 대륙의 서쪽에 있는 섬나라라는 것은 그런 법이다. 저 멀리 북쪽에서 온 것들에게는 코트 한 벌 걸치지 않고도 가벼운 차림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던 모양이지만, 갤리로써는 목도리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온도가 내려앉고 있어서 숨쉬기가 슬슬 곤란했다. 북쪽 인간들은 어떻게 사는 걸까. 기나긴데다 눈 내리고 적막하며 온 몸이 저려오는 그 추위를 그들은 과연 어떻게 견디는 걸까. 그 북슬북슬한 털모자와 털코트로? 그리 어울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 하얀 얼굴에, 붉은 갈색의 털 코트라니- 문득 갤리는 정문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걸 발견했다.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정문 한 켠에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않고 길게 안쪽으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벽에 등을 기대고 홀을 지나다니는 인물을 배고픈 맹수마냥 하나하나 탐색해가며. 뻑뻑한 눈을 깜박여 인물의 상을 확인한 갤리는 조금 얼굴을 찌푸렸다. 2주 전에 치료해준 덤스트랭 대표였다. 2주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다 싶었는데, 설마 그새에 부작용이 생겼나. 갤리는 조금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저기,(Excuse me,) 하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는지 덤스트랭 복장이 고개를 들었다. 옷이 홑겹이었다. 춥지도 않나. 갤리는 조금 얼굴을 찌푸렸다.

"의무실을 찾는거면, 저쪽인데. 안내 필요해?"

"-아니, 괜찮은데."

갤리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아니 그럼 쓸데 없이 왜 여기까지 와서는. 갤리는 머쓱하게 실례했다고 이야기를 하고 대표를 지나치려 했다. 똑같이, 저기,(Excuse me,) 하고 덤스트랭 대표가 갤리를 잡지 않았다면 확실히 그러했을 것이다. 갤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네가 갤리 맞지?"

"...후플푸프의 갤리라면, 아마."

"민호, 라고 하는데. 덤스트랭 대표고."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이 안에 있는 인물 중에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 말이 자기소개라는 걸 갤리는 조금 늦게 깨달았다. 잠을 덜 자서 그런지 뇌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갤리는 가까스로 대꾸했다.

"그런데?"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갤리는 눈을 두어번 깜박였다. 민호가 약간 뜸을 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크리스마스 파티 파트너에 관해서."

갤리는 자신이 뭔가 덤스트랭과 악연이 있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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