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5D/메이즈러너

[뉴트갤리] If I were not (1)

ㄷㄷㄷㄷ 2023. 1. 26. 10:51

2015년 글 백업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사건, 단체 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영화 아일랜드Island의 소재를 일부 차용했습니다. 알지 않기를 원하신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의료 지식이 전무합니다.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부담없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네임버스 세계관입니다.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가 났다. 뉴트는 그 잠시 서류에서 눈을 떼었다가 다시 눈을 차트로 박았다. 수치를 후벼 팔 듯이 쳐다보다 뉴트는 차트를 덮었다. 옆에 서 있던 연구원이 공손하게 뉴트가 한 손으로 내미는 차트를 받아들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남았지?"

"이 진행 상황 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면 완료됩니다."

뉴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 앞에 있는 액체로 가득 채워진 관 안에서는 사람-같은 것이 하나가 마스크를 통해 숨을 쉬고 있었다. 이것저것 소음이 뚜렷한 가운데에서도 그 사람 같은 것이 쉬는 숨소리는 뚜렷하게 컸다. 스피커를 통해서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도록 증폭 시킨 것일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뉴트에게는 관심 외의 문제였지만.

뉴트가 '돈 잡아먹는 귀신'이라고 부르는 이 프로젝트는 아버지 대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밑 빠진 독처럼 돈을 먹더니 이제 와서야 성과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공식 비공식을 가리지 않고 정식 명칭은 '아일랜드'였지만. 영화 제목을 그대로 따오는 점에서 센스가 없다고 뉴트는 생각했다. 영화의 내용이 나빠서 더더욱. 다른 점이라면, 영화에서는 복제 인간을 만들어 냈지만, 여기에서는 다만 건강한 인간을 창조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는 것일 뿐 그 이후는 동일하지만. 뉴트는 앞으로 몇 발자국 나아가 사람을 좀 더 꼼꼼히 뜯어보았다. 발걸음을 따라 오른쪽 목선을 따르는 셔츠깃 사이로 t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일정한 박자로 기포가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위로 떠올랐다. 그 사람의 발이 바닥에 닿아있지 않아서인지, 뉴트가 그 기포의 근원을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약간 들어올려야 했다. 쉬익, 쉬익 하고 숨소리 사이로 심박에 맞춘 기계음이 들려왔다. 높고,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였다.

관 안의 사람이 눈을 떴다. 뉴트는 약간 놀라서 눈썹을 위로 치켜들었다. 눈 안의 동공이 카메라 조리개처럼 바쁘게 크기를 움직였다.

「너무 늦었어.」

말을, 걸고 있었다. 분명히 관 안 쪽에 있고 마스크도 끼워져 있어서 입술을 움직일 수도 없는데, 움직임이 보이지도 않는데, 뉴트의 머릿속으로 바로 말을 쑤셔 넣는 것처럼 목소리가 빠르게 지나갔다. 뉴트의 입술이 벌어졌다. 말은 나오지 않았다.

「너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이건' 분명히 잘못 되었지. 그러니까 잘못 될 거야. 너도,」

뉴트는 그 사람이 웃고 있다고 느꼈다.

「네게 약속 된 건 내가 다 거둬갈 거야.」

목의 오른쪽 살갗이 타는 듯이 아파왔다. 뉴트는 정장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못하고 한 쪽 무릎을 꿇어 주저앉았다. 심박을 알리는 높고 거슬리는 소리가 초 단위로 몇 번이 울리는지 세어야 할 만큼 빨라졌다. 주위에서 뛰어다니는 발소리,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뉴트는 신 경쓸 수 없었다. 목의 오른쪽을 누르고 있는 손에 고통으로 힘이 들어갔다. 손톱이 목의 살갗을 찢어서 핏방울이 비치고 있었다. 타들어가는 감각이 멈추지 않았다.

-

갤리는 평범하게 눈을 떴다. 어제로 육포를 다 먹었으니 적어도 오늘은 사냥을 나가야 할 것이다. 사실 육포를 다 먹은 데에는 사냥 금지철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바로 오늘로 해제가 된다. 사냥 금지철을 정해놓는 이유가 영주님의 취미 때문이라는 사실은 조금 화가 나지만 그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목이 뎅겅 잘려나가고 싶지 않으면 말을 조심 해야한다. 그래도 당장 나무는 해다 팔아서 생계 유지가 되니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오늘은 이왕이면 사슴을 잡고 싶었다. 활로 잡을 수 있는 것 중에서는 크기가 괜찮은 편이기도 하고, 맛도 좋다. 토끼로는 한두 끼 해먹기도 벅차다. 그렇지만 사슴이라면 남은 고기를 내다 팔 수 있다.

"환자 분 일어 나셨어요?"

갤리는 번쩍 눈을 떴다. 갤리는 외따로 떨어진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라면 모를까 이렇게 가까이에서는 들릴 이유가 없다. 갤리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팔 한 쪽에 걸려있는-아니, 걸려있는 것이 아니라 손등에 꽂혀 있었다. 갤리는 당황했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아픔이 찾아와서 갤리는 손등에서 바늘을 뽑으려 시도했다. 끈적거리는 무언가가 바늘을 덮고 있지만 않았어도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 같았다.

"환자 분? 환자 분 진정하세요!"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다가와서 갤리가 손등에서 바늘을 뽑아내는 것을 막았다. 갤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이 나무로 짜여있지 않았다. 얄팍한 천 너머에서 사람들이 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 집이 아니었다. 갤리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환자 분. 길가에서 피 흘리고 쓰러져 계셔서 지금 병원으로 이송 되어 오신 거구요, 같이 있던 물품은 다 옆에 있으니까, 진정을,"

갤리는 손을 뿌리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자는 힘이 센 편이었다. 여자는 벽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고 그 옆에 잘게 난 구멍에 뭐라고 이야기를 했다. 여기 환자분 예민해 지신 것 같으니까 진정제 처방할게요 너스 분 와 주세요. 갤리는 간신히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Where am I?) 잠시 후 이상한 물이 든 작은 통과 이상한 통을 들고 온 사람이 여자에게 두 통을 건넸다. 여자는 한 통에 들어있는 물을 다른 통에 달린 바늘을 이용해 그 쪽으로 옮기곤 손목에 꽂힌 바늘에 딸린 줄에 물을 집어넣었다. 정신이 순식간에 흐려졌다.

-

갤리가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하루가 지나서였다. 한 번을 그나마 겪어보았다고 갤리는 그나마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제각기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납작한 돌 같은 것을 들고 귀에 붙이거나 손에 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창문 바깥은 숲이 아니었고 나무는 아주 드문드문 존재했다. 빠르게 달리는 이상한 동물들이 검은 길 위를 바쁘게 돌아다녔다. 활도, 화살도, 옷도 남아있지만 갤리가 살던 곳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갤리는 멍하니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너스 스미스라고 소개한 남자는 갤리가 아예 국가에 등록되어있지 않다는 것, 동시에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몇 마디 사이에 빠르게 깨닫고 경찰서에 연락을 했다. 경찰관은 깍듯하게 인사를 하며 들어왔지만 안내도 받지 않고 갤리의 침상 옆에 있는 보조 의자에 앉았다. 갤리는 얼떨떨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갤리, 입니다만."

"갤리. 성은요?"

"...성은 없습니다만."

경찰관은 어벙하게 대답한 갤리의 얼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갤리는 대답할 수 없었다. 성이 있는 건 영주님 같은 높으신 분들 뿐 아닌가? 정말 없는데요. 경찰관은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펜을 몇번 돌렸다.

"좋습니다. 그럼 네임이 어떻게 됩니까?"

"네임이요?"

갤리는 반문했다. 경찰관은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몸에 이름 써 있는 거 있지 않습니까 왜. 점은 좀 많은 편이지만 이름은 안 써 있는데요. 경찰관은 크게 당황했다.

경찰관과 담당 간호사가 직접 자신의 네임-간호사는 손목에, 경찰관은 정강이에 있었다-을 보여주어 가며 설명을 했지만 갤리는 이해하지 못했다. 갤리의 양해를 구해 몸수색 또한 해 보았지만 당연히 갤리에게는 네임이 없었다. 신원을 밝히지 않는다는 의미의 신원 미상이 아닌 실제로 신원이 없는 종류의 신원 미상은 꽤 드문 일이었지만-심지어 네임까지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지만, 네임이 있고 없고를 떠나 관련 법규는 존재했고, 갤리는 경찰관과 시청 직원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국적을 가질 수 있었다.-갤리는 처음으로 성씨를 가지게 되었다. 아주 이상한 기분이었다.-게다가 시청 직원의 사적인 도움을 받아 갤리는 양궁 협회의 사람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이후의 일은, 아주 일사천리였다.

[퍼펙트 엔드1! 퍼펙트 엔드입니다!]

중간에는 카메라도 하나 깨졌죠? 비명 같은 환성 사이로 드문드문 들리는 말을 해독하며 갤리는 굳은 살이 박힌 오른손을 몇 번 쥐었다 놓았다. 손이 저릿저릿했다. 코치의 말로는 이게 결승이라고 했고 점수를 열심히 계산한 바로는 자신이 더 높았다. 감독과 코치가 있는 쪽을 향하자 둘은 거의 얼싸안고 춤을 추다시피 하고 있었다. 갤리는 어깨를 으쓱 움직이고 자리에 앉았다. 활을 잘 쏜다는 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이상한 세상이었다. 갤리는 그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1. 퍼펙트 엔드 : 양궁에서 한 단위 전체를 10점을 맞추는 것 [본문으로]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