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드오브히어로즈 기반 날조와 날조와 날조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아주 고대의 사람이 이야기한 문구라고 주인이 술에 취해 말했다고 요리사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빵은 단순히 빵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음식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주인은 웅얼거렸다고 했다. 자이라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은 음식만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 얼마든지. 자이라에게는 식탁이 없었다. 음식이 나오면 입 안으로 쑤셔 넣어야 했다. 보통 나오는 음식은 멀건 죽이었으며, 아주 가끔, 딱딱하고 가루가 부스러지는 빵이 나왔다. 입 안에서 오래 녹여먹어야 했고, 목구멍에서 걸리는 게 많았지만 그래도 그게 나오는 날은 덜 배고팠기 때문에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 주인은 다른 귀족들에 비해 자비로운 편이었기 때문에 어..
청우가 그 아이를 발견한 것은 도서관에서였다. 시험기간이 끝나갈 무렵의 새벽,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캔커피라도 한 잔 마실까 하는 생각에 편의점을 들르러 가는 길이었다.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칼로리 계산기를 끄고 뇌에 공급할 당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가까이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이 날짜의 이 시간에 여기에서? 청우는 조금 당황했다. 이 시간만이면 차이고 술 먹었겠거니 하겠고, 이 날짜만이면 시험을 망쳤겠거니 했을 것이다. 여기에서만이면 과제를 말아먹었거나. 그러나 세 개가 다 합쳐진 것은 또 드물었다. 청우는 찝찝하게 생각하며 자리를 피했다. 어차피 자신은 캔커피를 사러 가는 길이었기도 하고. 그러나 캔커피를 사오고 나서도 훌쩍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피로한 얼굴로 나서던 학우 ..
형, 형은 연애 안 해요? 언제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말이었다. 그게 누구였더라. 아니, 언제였더라. 희미하게 회수를 떠올린 신재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 그래, 연애질로 그 회차를 말아먹었던 놈의 대사였다. 형은 연애 안 할 거 같아요? 그놈의 연애. ‘청려’는 그 때의 마지막에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청려는 웃으며 소파에 드러누운 채율을 바라보았다. 방금 운동하고 와서 뻗어있는 꼴이 당연히 좋아보이지 않았다. 청려의 웃음이 점점 더 온화해지자 채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씼을게요! 씻을 거에요! 그럼. 근데 형, 형은 진짜 연애 안 해요? 너 연애해? 채율은 대답 대신 고개를 붕붕 휘저었다. 빠르게 거미줄을 짤까 하다가 청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 상 채율이 연애할..
그 날따라 날이 유독 흐렸다. 장마가 지난 지도 한참인데 곧 비라도 올 모양인지 하늘이 꾸물거렸다. 그렇게 흐리면서 날은 푹푹 쪄댔다. 차라리 시원하게 쏟아지면 좋을텐데. 유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 퇴근을 했지만 일부러 차를 두고 나왔다. 조금, 걷고 싶었다. 해도 지지 않았고 자신을 알아볼 사람도 없지 싶었다. 서류가방을 들고 유기는 번화가 쪽을 향했다. 오늘따라 숨쉬기가 버거웠다. 공기가 무거워서 그런 것일까. 유기는 자켓을 벗어 팔에 걸쳤다. 커프스 링크를 떼어 자켓 주머니에 쑤셔넣고 팔을 걷었다. 넥타이도 풀어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음, 좀 껄렁해보이려나? 반듯하게 다듬은 머리를 한 상태로 유기는 생각했다. 복장을 정돈(?)하는 사이에 그새 거의 번화가였다. 인구 밀도가 높..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안녕하십니까, 마리아라고 합니다. 이쪽 세상에 태어난 지는 대략 사십 년쯤 되었군요. 그것보다 적기는 하지만 그냥 마흔이라 여기셔도 됩니다. 저쪽 세상의 나이까지 합하면 예순이 훌쩍 넘으니 별 관련이 없겠네요. 네, 맞습니다. 환생자입니다. 흔한 이야기지요. 트럭에 치이고 나니 다른 세계에 왔다는 것은. 저는 그 사실을 스물이 조금 넘었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날은 날씨가 아주 고왔답니다. 빨래를 하고 이불을 널어둘 만한 날씨였어요. 모자에서 빠진 머리를 다시 넘기고 땀을 훔치다 저는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저것만큼 좋은 날씨를 어디서, 아주 한가하게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벼락 같은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다른 세계에서 왔구나, 하고. 미친 소리..